"너 되게 똑부러지다고 생각해서 상상도 못 했어."

ADHD임을 고백했을 때 가장 친한 과 동기가 해줬던 말이에요. 자랑 같긴 하지만 어느 정도 맞아요. 학교생활을 무척 열심히 해왔거든요.🔥 팀플이나 동아리에서 대부분 리더 역할을 맡았고요. 공모전에 나가서 여러 차례 수상 하기도 했어요. 아이디어도 곧잘 내는 편이라 큰 어려움 없이 활동했죠. 학교에 다니면서 관심이 있는 분야엔 누구보다 열정있고 의욕 넘치게 지냈답니다.

하지만 학교 친구는 모르는 비밀이 있어요. 바로 제가 알바를 할 때 '빌런'😈으로 변한단 사실이죠. 출근하면 한 번씩은 꼭 사고를 치거든요. 음, 영화 속 빌런과 맹홍미란 사람의 차이를 얘기하자면, 자의의 유무로 판단할 수 있겠네요. 의도와 상관없이 마이더스(미다스)의 손이 금을 만든다면, 전 실수를 만들어요.

안녕하세요! 지식메이트 4기 마이너스의 손 맹홍미입니다.

스무살이 된 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처음으로 알바했을 때가 생각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외울 게 많았답니다. 메뉴에 들어가는 재료는 물론이고요. 손님을 응대하는 순서, 메뉴를 설명하는 방식, 직원 간 사용하는 용어도 암기해야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라고 생각했어요. 높은 시급만 보고 들어왔다가 큰코 다친 거죠.😫

그때를 복기하면, 혼났던 기억밖에 없는 것 같아요. 손님의 요청 사항을 잊고 주방에 전달하지 않아서 메뉴가 새로 나가야 한다거나, 요리 하나를 빼먹고 서빙을 나가는 등의 실수가 잦았거든요. 게다가 손님이 소스나 음료를 더 달라고 해서 주방에 들어갔다가, 들어온 이유를 까먹는 건 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고요.🤷‍♀️ 하도 건망증이 심하다 보니 레스토랑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아 맞다'였죠. 하하.😅 매번 혼자 허둥지둥 '실수 시작, 실수 정말 크게 시작, 실수 빵빠레 불면서 시작, 실수 파티 시작, 실수 클럽 오픈...'이었답니다.

ADHD인지 의심하게 된 건 이때부터였어요. 더 이상 '어리니까 실수할 수 있다'고 핑계 대지 못할 나이가 됐을 땐 거의 확신했습니다. 사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덤벙거린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는데요. 성인이 돼서 그 성향이 확연히 도드라지니까 심각성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실수를 하지만, 저처럼 잦지 않단 걸 알았을 땐 회의감도 많이 들었네요.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덤이었고요.

그렇게 '나만 왜 그럴까😮‍💨'라면서 자책하다보니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했어요. '또' 어디선가 실수할까 봐 불안과 함께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됐죠.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조용히 지나가는 날은 없어서 또다시 스스로를 미워했고요. 악순환이었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ADHD는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저처럼 주의력 결핍 등의 이유로 생활에 불편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약을 먹기 시작한 이후에도 이런 모습을 완벽하게 고치기 어려웠어요. 물론 복용 전처럼 멍 때리다가 실수하는 경우는 줄어들었는데요. 아무래도 2N 년간 굳어진 특성이다 보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이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실제로 ADHD는 약물치료를 하면서 인지행동치료를 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제 경우엔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서 건망증을 보완하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캘린더에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모든 걸 기록해 놓습니다. 만약 적을 게 없다면 속으로 다섯 번 이상 되뇌려고 해요. 그러면 약간은 덜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의문이지 않으신가요. 학교에선 실수랄 것 없이 잘 지내는데, 알바만 하면 뇌가 정지한 것처럼 움직이는지 말이예요. 이런 제 질문에 의사 선생님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며 설명해 주셨는데요. 그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 나요.😝 (다시 알아봐야겠다===333)

- 다음 아티클에서 계속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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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모든 성인 ADHD를 대표하진 않습니다. 이 글은 그저 한 사람의 에피소드로 이해해 주세요. ADHD가 의심된다면 정신과에 내원하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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