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4 총선뽀개기: “정보가 왜 어려워야 하나요?”

[인터뷰] 2024 총선뽀개기: “정보가 왜 어려워야 하나요?”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인터뷰] 2024 총선뽀개기: “정보가 왜 어려워야 하나요?”

뉴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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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n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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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정치 너무 어려워! 얘기만 들어도 머리 아파!” 싶은 뉴니커를 위해 ‘2024 총선뽀개기’ 콘텐츠를 준비하던 고슴이와 뉴닉팀.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알차게 총선 정보를 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모두에게 필요한 정보를,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발달장애인, 어르신, 어린이, 외국인 등 낯설고 생소한 정보를 어려워하는 사람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과 함께 복잡한 정치 용어를 쉽게 풀어 쓰고, 투표 방법과 투표 접근성에 관한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소소한소통의 백정연 대표님을 만나 소소한소통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쉬운 정보란 무엇인지, 쉬운 정보가 왜 중요한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소소한 모든 순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소소한소통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쉬운 정보가 필요한 모든 사람을 위해 ‘쉬운 정보 콘텐츠’를 만들어요. 주로 공공·복지 영역의 정책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홍보물, 신청서 등을 작업해요. 예컨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발달장애인도 코로나19가 무엇인지,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건복지부와 함께 만들었고요. 발달장애인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이해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이해하기 쉬운 근로계약서를 만들기도 했어요.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정보도 쉽게 만들어요. 예를 들어 연애 경험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을 위해 연애의 시작과 끝을 쉽게 알려주는 책자를 제작했어요. 이 밖에 집안일, 요리, 여행 등에 관한 쉬운 정보도 만들었고요.

또 만든 정보가 비단 ‘정보’에 그치지 않고, ‘일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연애 방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제작한 뒤에 연애를 하고 싶은 발달장애인에게 연애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팅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식으로요. 이해하기 쉬운 정보와 함께 경험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발달장애인은 조금 더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고, 장애로 인한 비장애인과의 삶의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왼쪽부터 쉽게 쓴 코로나19 안내서, 쉽게 쓴 근로계약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연애 관련 콘텐츠 이미지에요.

소소한소통을 창업하신 계기가 궁금해요.

발달장애인 관련 공공기관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요. 그 때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발달장애인법) 시행 준비하는 일을 했었어요. 법 조항 중 제10조 1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령과 각종 복지지원 등 중요한 정책정보를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하여 배포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제 눈에 들어왔어요. 발달장애인에게 중요한 정책 정보를 쉽게 만들고 전하는 일을 의무화하는 내용이죠. 법률 세부 내용을 만들면서 쉬운 정보와 관련한 해외 사례를 많이 찾아봤는데요. 어려운 정보를 쉽게 풀어주는 일을 하는 기업·단체가 많더라고요. 그땐 직접 창업을 하겠다 생각하기 보다 “우리나라에도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막연한 바람이 생겼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구직 활동을 하던 중 사회적기업 창업 지원 사업 공고를 보게 되었는데요. 머리에 번개가 치듯이 해외 사례들이 떠오르며 “쉬운 정보 만드는 회사를 차려야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그렇게 2017년부터 발달장애인, 그리고 쉬운 정보가 필요한 사람 모두를 위해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소소한소통’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일상의 모든 순간, 타인 혹은 사회와 소통하는 작은 순간 하나하나에 어려움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사람이 행복을 느끼려면 소소한 일들에서부터 좋은 감정을 쌓는 게 중요하잖아요. 우리가 하는 일이 행복을 느끼는 일상적 과정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거죠. 정보를 쉽게 전달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전달한 정보가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지식과 지혜로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기도 하고요.

정보 사용자가 쉽다고 느끼는 게 중요해요

‘쉬운 정보’란 무엇인가요?

우리 주변에 한자어나 전문 용어를 사용한 정보가 굉장히 많잖아요. 이런 정보를 일상의 언어로 쉽고 짧게 바꾸고 이해를 돕는 보조적인 이미지를 더한 것을 쉬운 정보로 정의하고 있어요.

쉬운 정보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요?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아요. ‘쉽다’라는 게 굉장히 주관적인 평가이기 때문인데요. 쉬운 정보를 만들 때는 ‘정말 쉬운가’를 정보 사용자 입장에서 따져야 해요. 사용자한테 쉬워야 진짜 ‘쉬운 정보’니까요. 그래서 소소한소통은 사용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콘텐츠를 만들 때 발달장애 당사자의 감수를 받고 있어요. 만든 콘텐츠를 보여주고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좀 더 쉽게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죠. 뉴닉과 함께 만든 콘텐츠들도 발달장애인이 읽고 ‘쉽다’고 확인 받은 거예요.

처음 기획 단계부터 발달장애인 등 쉬운 정보 사용자가 참여하는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자면 선거 관련 쉬운 정보 콘텐츠를 만들 때, 선거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경험을 듣는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다음 콘텐츠의 세부 목차를 구성했고요.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정보 사용자 입장에서 확인하는 거죠.

한 가지 중요한 게 더 있는데요. 소소한소통은 콘텐츠에 ‘마침표’를 찍지 않아요. 콘텐츠를 생산한 이후에도 사용자의 피드백을 계속 듣고, 이를 바탕으로 더 쉽고 유익한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보완을 반복하거든요.

정치는 ‘당연히’ 어려운 게 아니에요

‘정치 정보’를 특히 어렵게 느끼는 사람이 많잖아요. 어려운 정치 정보 때문에 생기는 문제도 많을 것 같아요.

발달장애인을 예로 들면요.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 한 표를 어떻게 ‘잘’ 행사해야 하는지는 어려워해요. 단순히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는 게 아니에요. 어떤 후보·정당에 자신의 표를 주는 게 좋을지 알고 싶지만, 공약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어서 한 표를 의미있게 행사하기 힘들다는 거예요. 그래서 명함을 받거나 악수를 했던 사람, 미디어에 많이 나온 사람 등 공약을 살펴보기 보다는 조금 더 낯익은 사람을 뽑는 경우가 많고요.

이렇게 정치 정보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투표 등 정치 활동에 의미있는 참여를 하기 힘들어지면, 이들은 계속해서 정치 현장에서 논의되는 주제 밖으로 밀려나게 돼요. 그럼 점점 더 정치 정보가 어려워질 거고, 점점 정보 약자는 정치 공간에서 소외될 거예요.

정치는 당연히 어려운 게 아니에요. 정치가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다는 건, 지금 정치가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해요. 쉬운 정치 정보를 제공해서, 유권자들이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일이 정치의 의무 중 하나라는 생각이 필요해요. 정치 정보는 다시 풀어쓰지 않아도, 애초에 모든 사람에게 쉽게 전달되어야 하는 거죠.

정치 정보를 애초에 쉽게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언론인, 정치인 등 정치 정보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신경써야 할까요?

나의 언어가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누군가는,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나의 말을 어려워할 수 있다는 걸 느끼는 게 중요해요. 그러려면 정치 정보의 생산자들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생각과 목소리를 들어야 해요. 그러다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될 거예요. 이런 노력이 정치 정보를 더 쉽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정치가 더 발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우리가 할 일이 없어지는 사회를 꿈꿔요

행사에 참여한 백정연 대표가 앉아있는 참가자들 사이에 서서 양 손 엄지를 치켜들고 있어요.

함께 쉬운 총선 정보를 만들자는 뉴닉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어려운 정보를 쉽게 풀어준다는 점에서 뉴닉과 소소한소통은 같은 결의 일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발달장애인이 모르는 단어가 많거나 사전 정보가 부족해서 뉴스를 어려워해요. 이때 뉴닉의 콘텐츠가 큰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뉴닉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뉴니커들에게 소소한소통이 하는 일과 쉬운 정보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뉴닉과 소소한소통의 협업이 많은 사람들이 “정치도 쉬울 수 있다!”고 느끼고, 자신있게 한 표 행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어요.

이제 마지막 질문이에요. 소소한소통이 꿈꾸는 미래가 궁금해요.

소소한소통이 할 일이 없어지는 세상을 꿈꿔요. 세상 모든 정보가 처음부터 쉬운 세상이요. 우리나라 성인 중 약 20%는 정보 지원이 필요한 수준의 문해력을 가지고 있다는 통계가 있어요. 적지 않은 숫자죠. 정보를 만드는 모든 사람이 쉬운 정보의 중요성을 느끼고 “내가 만든 정보가 누군가에게는 어렵지지 않을까?” 고민하는 세상이 오길 바라요.

*소소한소통,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소소한소통 인스타그램 계정을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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