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인터뷰 2️⃣: ‘뜻밖의상담소’ 오현정님 “상담의 핵심은 서로 만난다는 거예요”

우울증 인터뷰 2️⃣: ‘뜻밖의상담소’ 오현정님 “상담의 핵심은 서로 만난다는 거예요”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우울증 인터뷰 2️⃣: ‘뜻밖의상담소’ 오현정님 “상담의 핵심은 서로 만난다는 거예요”

뉴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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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n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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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상담소 캐치프레이즈. '세상을 안전하게, 일상을 다정하게, 함께'라는 문구가 써 있고 가운데에 식물에 우산을 씌워 주는 사람 캐릭터가 있다.

뜻밖의 상담소라는 ‘아지트’

뜻밖의상담소는 어떤 곳인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뜻밖의상담소는 2020년에 문을 열었는데요. ‘세상을 안전하게, 일상을 다정하게, 함께’가 저희의 캐치프레이즈예요. 세상이 안전해야 우리의 일상도 다정할 수 있다는 건데요. 그래서 정신건강이나 마음의 문제를 개인적인 것으로만 다루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문제의 원인이나 책임을 개인에게만 씌우는 접근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수자, 피해자 분들도 많이 만나고요. 사회구조적 문제로 마음을 다치고 온전한 자신으로 살기 위해 애쓰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뜻밖의상담소에서는 어떤 식으로 상담이 이뤄지나요?

다른 상담소와 비슷하게 개인상담을 가장 많이 진행해요. 상담자와 내담자*가 1:1로 상담을 진행하는 거예요. 그 밖에 커플이나 단체 상담도 하고요. 무슨 상담을 하느냐, 어떤 문제를 다루냐보다 어떤 접근법으로 다루냐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번아웃**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개인의 피로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우리 사회 자체가 너무 피로도가 높은 것 아닌가?’ 얘기해볼 수 있는 거죠. 회복을 가로막는 구조를 같이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회복이 어려우니까요.

* 내담자: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는 사람. ‘올 래’ 자를 써서 내담자라고 해요.
** 번아웃: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걸 말해요. 소진증후군, 탈진증후군이라고도 해요.

상담뿐 아니라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진행하는데요. 작년에는 공익활동가 분들과 책 읽는 모임을 시작했어요.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책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느슨한 모임이에요. 여러 명이 모여 마음풍경이야기카드로 마음 상태를 이야기하고 안부를 주고받는 마음풍경이야기모임도 있고요. 불면증을 개선하는 ‘아우토겐 트레이닝’, 번아웃을 겪었다가 회복한 경험이 있는 활동가들의 모임 ‘외양간 고치기’도 진행했어요. 코로나19 유행으로 미뤄진 활동도 있는데요. 새해에는 더 다양한 활동을 고민하고 있어요.

뜻밖의상담소가 안전하게 교류하고 연대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길 바란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의미인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지금 진행하는 책모임, 마음풍경 같은 건 사실 상담과는 결이 다른 모임이에요. 하지만 서로가 마음을 살피며 부축하고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보면 치유의 역할을 하고요. 각자 모임에 참여해서 구성원들과 함께, 자기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만큼 주체적으로 나누는 거예요. 자조모임*** 같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상담자가 촉진자 역할을 하지만 같은 경험을 공유한 구성원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 자조모임: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같은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서로를 돕는 모임이에요. 

이런 모임은 개인상담과는 다른 필요성을 가져요. 안전하게 연결된다는 느낌을 주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숨구멍 같은 곳이 되어주는 거예요. 상담 말고도 일상 속에서 안전한 연결망, 지지 체계를 만들고 싶다는 고민에서 이런 모임을 제안하고 활동하고 있어요. 제게도 저의 지향을 안정감 있게 펼칠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공간이 필요했고요.

마음풍경이야기모임 현장 사진.

정신건강의 사회구조적 원인에 대하여

홈페이지에서 ‘번아웃, 단지 개인만의 문제일까요’라는 글을 보았는데요. 정신건강을 개인만의 문제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번아웃은 지치는 거잖아요. 그런데 예를 들어 직장에서 왜 지쳤을까 생각해보면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죠. 조직문화가 너무 경쟁적일 수도 있고, 실적에 대한 압박이 심할 수도 있고요.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성과주의나 능력주의,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가치관이 거기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고요. 이런 위험한 환경에서 어떻게 나를 지키느냐 하는 것은 개인적인 접근만으로는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이런 사회구조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상담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요.

사회구조적 원인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

너무 많아요. 예를 들어 참사나 재난 피해자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을 겪는데요. 여기에 애도의 어려움까지 더해져요. 이건 우리 사회가 애도를 미루게 하고 못 하게 하는 사회인 탓도 있어요.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될 때,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이 공동체와 다시 연결되고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얼마 전에도 10·29 참사의 책임을 제대로 밝히자는 ‘이태원 특별법’을 대통령이 국회로 돌려보냈잖아요. 또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하면 ‘안전수칙을 잘 지켰어야지’라고 하는데요. 위험을 외주에 하청을 주고 원청이 책임지지 않는 구조는 눈감아주면서, 개인에게만 안전수칙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고치자는 ‘중대재해처벌법’도 갈등이 있고요. 

이런 일로 생겨나는 정신건강 상의 문제들은 결코 개개인의 문제로 개별화할 수 없어요. 오히려 이런 사회에서 안 아픈 게 이상하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예요. 

****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 사건 후에도 정신적·신체적 증상을 느끼는 것을 말해요.

사회활동가 분들도 많이 만난다고 들었어요. 이유가 있을까요?

공익활동을 하는 분들은 사회를 혁신하고 치유하는 분들이잖아요. 사회구조가 개인의 정신심리적 고통을 심화시키는 만큼, 그 사회구조를 해결하는 일은 결국 넓은 의미에서 저희랑 같은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사회의 병든 구석을 고치고 해방시키는 거라면, 저희는 개인의 삶을 돌보고 자유롭게 하는 거죠. 

또 그들이 뜻 있는 일을 한다고 해서 본인이 마음을 다치지 않거나 아프지 않은 건 아니니까, 동료시민으로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며 연대자가 되기도 하고, 그들의 활동을 알리는 역할도 하고요. 다 할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함께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아플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해요. 

조한진희 님이 ‘질병권’에 대해 이야기하셨어요. 건강할 수 있는 권리, 즉 ‘건강권’은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한 상태가 가능하고, 그게 좋다는 걸 가정한다는 건데요. 누군가에게는 질병이 있는 상태가 그 상황에서는 건강한 모습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아픈 상태가 꼭 나쁜 게 아니라 그냥 하나의 내 모습일 수도 있는 거고요. 그래서 잘 아플 수 있는 권리, 질병을 갖고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권리인 ‘질병권’을 주창하는데 공감이 됐어요.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울한 상태도 나의 삶의 궤적을 반영한 거예요.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계속 우울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꼭 행복해야 돼’는 아니에요. 행복하면 좋지만 사람이 늘 행복할 순 없잖아요. 그런데 이상적인 행복만을 목표로 삼으면 거기 미치지 못하는 게 더 스트레스가 돼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도 우리는 안녕하게 잘 살아갈 수 있어야 해요. 

뜻밖의상담소 로고. '나를 안고 토닥토닥'이라는 글자가 써 있고 한 사람이 노란색 달 모양을 껴안고 토닥토닥하고 있다.

상담받고 싶은 이들에게

상담 비용을 비롯해 상담 일반에 대한 정보를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저희 상담소의 경우, 홈페이지의 링크나 이메일, 전화번호로 상담을 신청해주시면 돼요. 신청해주시면 저희가 연락을 드려서 날짜를 잡고 사무실에서 상담을 해요. 온라인 상담도 가능하고요. 상담료는 1회에 10만 원이고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걸 저희도 알고 있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고 있어요. 저희 상담소는 아직 못 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청년들에게 마음건강 바우처 같은 걸 통해 심리상담을 지원하기도 하니까 그런 걸 찾아 마음돌봄을 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상담은 보통 일주일에 1번씩 진행하는데요. 기간은 어떤 변화를 기대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가능하면 6개월은 받으시라고 이야기해요.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약은 3주 안에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상담은 내 마음이 어떤지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이에요. 내가 나를 대했던 태도를 바꾸고, 마음의 습관을 바꿔야 하는 과정이고요. 이런 걸 하려면 최소 3개월에서 6개월은 들여야 해요. 근데 ‘당장 죽겠다’ 하면 컨설팅처럼 단기로라도 받아보시는 것도 괜찮고요.

상담이 어떤 원리로 정신질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상담은 치유와 회복의 길을 찾아가는 거예요. 우울하다면 왜 이렇게 우울한지, 우울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상황인지 등을 알아보는 건데요. 핵심은 ‘함께 만난다’는 거예요. 상담자와 내담자가 만난다는 의미도 있지만, 결국 내 마음을 온전히 마주하는 과정이죠. 그걸 안다고 안 아픈 건 아니지만 어떤 아픔은 아는 것만으로도 견딜 만해지기도 해요. 그러면 그게 나를 덜 파괴적으로 만들어줄 거예요. 또 고통은 나에게 ‘지금 괜찮아?’ 물어보고 있는 건데, 거기 답하다 보면 내 안에 있는 온전함과 지혜를 찾을 수도 있고요.

이런 건 약물치료와는 확연히 다른 접근이에요. 뭐가 더 좋다는 게 아니라, 상담과 약물치료는 병행할 때 효과가 더 좋다는 연구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약물에 관해서는 전문가도 아니고 약 처방에 관해 어떤 권리도 없는데요. 약물치료를 받아들이는 마음에 관해서 환자에게 도움을 드릴 수는 있어요. 실제로 환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정신과 약물치료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보고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심리상담에 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주실 말이 있나요?

일단 자기가 힘들 때 상담소를 찾으시면 돼요. 한두 번은 넘길 수 있지만, ‘힘들어’, ‘나 왜 이러지?’ 같은 생각이 계속 든다면 상담소를 방문하는 게 좋아요. 또 무력감이나 피로감, 이유 없는 통증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날 때 마음 상태를 체크해보시는 것도 좋고요. 마지막으로 내 삶에 큰 사건이 있었거나 환경 변화가 클 때 안부를 묻는 것처럼 상담을 한 번 받아보시는 것도 좋아요. 조금 더 평화로운 삶과 내면의 성장을 위해 오시는 것도 환영입니다.

마지막으로 정신과적 치료나 상담에 거부감을 갖고 계신 분도 있을 텐데요. 요즘에 정신건강을 다루는 콘텐츠가 많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혹시 있다면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내 고통, 내 어려움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그 순간에 내가 내 편이 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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