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단권에 대한 (거의) 모든 것③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임신중단권에 대한 (거의) 모든 것③
최근에 미국 텍사스 주에서 생긴 임신중단 금지법과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소개했는데요. 한 뉴니커가 이런 피드백을 보내줬어요 ✍️: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한 이후 우리나라에서 관련법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맞아, 이거 궁금했어. 지금 어떤 상황이더라?
지난 2019년에 헌법재판소가 임신중단을 처벌하는 법이 헌법에 어긋난다(=헌법불합치)고 결정했잖아요. 하지만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가 나와요. 그 이유를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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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사라졌다 🤷: 헌재 결정 이후 원래 있던 법은 2021년 1월 1일부터 무효가 됐어요. 2020년 말까지 법을 바꾸라고 했는데, 이를 대신할 법이 아직 안 나왔고요. 정부가 작년 10월에 공개한 법안은 임신 14주까지만 제한 없는 임신중단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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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거야? 안 되는 거야? 🙄: 법이 없다 보니 병원과 환자 모두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에요. 시술이 된다는 병원도 있고, 안 된다는 병원도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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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임신중단약은? 🚫: 한 제약회사가 먹는 임신중단약 ‘미프지미소’*를 우리나라에도 들여오겠다고 했는데, 아직 승인이 나지 않았어요. 정부가 정식 승인하지 않은 의약품을 사고파는 것(‘직구’ 포함)은 불법이라, 임신중단약은 음지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먹는 임신중단약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미프진’과는 다른 제품이에요.
근데 솔직히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98%)는 적어도 임신중단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어요. 반대 운동이 활발한 미국에서는 주마다 조금씩 다르고요. 양쪽의 입장을 아주 단순하게 요약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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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도 소중한 생명이야: 아직 태어나지 않았지만, 태아도 세상에 나와 살아갈 권리가 있는 생명이라고 봐요. 엄연한 생명이니 함부로 해치면 안 된다는 것(Pro-life). 종교계(기독교·가톨릭)와 보수 진영(미국 공화당)이 대체로 여기에 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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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선택할 문제야: 임신·출산 등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여성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임신중단을 원한다면 누구나 법적인 보호 속에 안전한 시술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요(Pro-choice). 진보 진영(미국 민주당)이 주로 이런 의견이에요.
누가 결정하는 게 맞을까?
지금까지는 국가가 임신중단에 대한 결정을 내렸어요. 불법이라며 처벌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눈감아주기도 했고요. 우리나라만 봐도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지금과는 달리, 30~40년 전만 해도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임신중단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고 📣. 시술을 해주는 ‘임신중단 버스’를 운영하기도 했고, 1996년까지 보건소에서 무료로 시술도 해줬어요. 여성에게 결정권을 주지 않고, 여성의 몸을 출산을 위한 도구로만 본 것. 하지만 임신중단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게 단순히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요. 세계보건기구(WHO)도 합법적이고 안전한 임신중단을 할 권리를 기본적인 인권으로 간주하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