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프랑스, 정말 이민자 때문일까? 🇫🇷
“교육 환경 개선해주세요!” 학생들의 요구로 시작해 → “물가 잡고 복지 늘려!” 하는 전 국민의 외침으로 번진 프랑스 반정부 시위. 대체로 평화적인 시위 한편에서 폭력·방화·약탈 등 과격행위가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이민자들이 폭동을 일으켜서 프랑스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어!” 하는 말이 나와요. 나아가 프랑스가 재정난에 빠지고 시민들의 삶이 힘들어진 이유의 본질이 이민자라는 주장도 있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프랑스는 이민자 때문에 망할 거야” 말을 얹었는데요.
위기의 프랑스, 이민자가 원인일까요? 국내외 언론 기사부터 공식 기관들의 자료를 통해 근거를 살펴보고, 프랑스에서 이민자를 둘러싼 갈등이 벌어진 역사적 배경을 살펴봤어요. 나아가 우리나라의 이민자 현황과 인식도 정리했는데요. 프랑스 사례가 우리의 ‘먼저 온 미래’가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함께 고민해봐요.

#1. 왜 이민자가 문제라는 걸까?

이번 프랑스 시위를 두고 이민자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주장은 크게 3가지예요.
(1) 아프리카·이슬람계 이민자들이 평화시위를 폭력·약탈로 몰고 갔어!
학생·노동조합 중심 시위는 평화로운 반면, 폭력・약탈 등 언론에 소개되는 과격 시위는 이민자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거예요. 특히 파리 외곽의 저소득층 밀집 거주지인 방리외(Banlieue)에 사는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조직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고, 상점을 털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요. SNS에서는 “약탈당한 마트에 돼지고기만 잔뜩 남았어!” 하면서 이슬람계 이민자들이 약탈을 주도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어요.
(2) 프랑스가 재정 위기에 빠진 건 이민자들에게 과도한 복지 혜택을 줘서야!
프랑스 정부의 막대한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가 이민자 부양 비용 때문이라는 주장이에요. 프랑스 국민이 낸 세금이 일하지 않는 이민자들의 의료·주거지원으로 새어 나가고 있다는 건데요. 이런 프랑스의 관대한 복지제도가 전 세계 빈곤층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어요.
(3) 너무 많은 이민자를 받아서 프랑스인들 일자리를 다 빼앗겼어!
무분별하게 이민자를 받아들이면서, 노동력이 과도하게 공급됐다는 주장이에요. 낮은 임금의 이민자가 몰려오면서 프랑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일자리가 있어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 특히 높은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저학력·저숙련 일자리에서 프랑스인의 몫이 사라졌다고 주장해요.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하나씩 따져보면요.
(1) 폭동·약탈에 나선 사람 중 이민자가 특별히 더 많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어요
프랑스 경찰이 제시한 자료나 정부 발표 등에 이민자, 특히 백인이 아닌 이민자가 이번 반정부 시위에서 더 많은 범죄를 일으켰다는 증거는 없어요. 시위를 대처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조차 이런 주장에 “우리가 이민자와 이슬람에게 침략당했다고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완전히 거짓”이라며 직접 반박하기도 했어요. 다수 언론도 이민자 등 특정 공동체가 폭동을 주도한 게 아니라 경찰이 시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혼란을 틈타 개인 단위로 과격한 행동과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분석해요.
“사진·영상에 흑인·아랍인 이민자 많았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프랑스에는 부모·조부모 세대에서 이민을 와서,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이민 2·3세 ‘프랑스인’이 많아요. 가족 3대 이내에 외국인이 1명 이상 있는 프랑스인의 비중이 33% 이상이라고. 따라서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백인은 프랑스인, 비백인은 이민자’로 구분 짓고 타자화하는 인종차별에 해당해요. 마트에 돼지고기만 남았다는 주장 역시 원본 사진엔 관련 언급이 전혀 없고 영상이 SNS를 타면서 해석이 덧붙은 거였어요.
(2) 이민자 관련 예산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국가가 흔들릴 수준은 아니었어요
프랑스에서 이민자 관련 예산이 증가한 것은 맞아요. 프랑스 상원과 하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민 정책 총비용이 2025년(약 78억 유로, 11조 6000억 원) → 2026년(약 80억 유로, 약 12조 원) 1.03% 증가하는 등 매년 조금씩 늘고 있어요. 특히 미등록 이주민을 위한 긴급의료지원 예산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요. 2012년에서 2024년 사이에 67.6% 증가했다고.
하지만 관련 예산이 프랑스 정부 예산 전체로 보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요. 같은 상하원 자료를 보면 이민자 관련 예산은 프랑스 중앙정부 총예산의 1.5%, 국내총생산(GDP)의 0.27% 수준이거든요. 엄청나게 늘었다는 긴급의료지원 역시 전체 연간 의료비 지출의 0.4% 정도에 불과하고요. 정부 살림을 휘청하게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던 거예요.
(3) 실제로는 이민자의 실업률이 비이민자보다 높아요
이민자들이 비이민자의 일자리를 뺏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요. 우선 프랑스의 이민자 실업률은 15.3%로 비이민자(8.3%)보다 높다는 통계가 있고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유럽 이민자 관련 연구에서 “이민자가 단기적으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영구적으로 비이민자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볼 수는 없어”하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어요. 프랑스 경제위원회도 데이터 분석 결과 이민자가 비이민자의 임금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발표했고요.
게다가, 이민자들이 주로 일하는 농업·건설·물류·환경미화·간병 등의 업종은 사회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선주민이 취업을 꺼려서 오히려 구인난을 겪는 분야라고. 따라서 프랑스인의 일자리를 뺏었다기 보다, 프랑스인이 일하지 않는 자리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바람직해요. 또, 프랑스에 일자리가 부족한 건 이민자 증가 때문이 아니라 변화하는 산업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며 옆 나라 독일과 달리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 탓이라는 해석도 있어요.
이처럼 실제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민자가 반정부 시위와 프랑스 정부의 위기에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그럼에도 이민자를 비판하고 혐오하는 목소리는 여전한데요. 심지어 지난 23일(현지시간)에는 파리 근교에서 아프리카·이슬람계 비백인을 겨냥해 총을 난사하는 혐오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어요.
다음 장에서는 어쩌다 프랑스에서 이민자와 비이민자 사이 갈등이 이렇게 심각해졌는지 이해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가 그간 어떻게 이민 정책을 펼쳤고, 그 정책이 프랑스 경제와 사회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펴볼게요.

#2. 프랑스는 이민 문제를 어떻게 다뤄왔을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프랑스에는 많은 이민자와 이민자 2·3세 등 이주배경 프랑스인이 살고 있어요. 프랑스 국립 통계 경제 연구소(INSEE) 자료에 따르면 다른 나라에서 그 나라 국적으로 태어나 현재 프랑스에 사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11~13%에 해당하는 800만 명이고요. 인구의 3분의 1은 부모·조부모 중 1명 이상이 이민자인 이주배경 프랑스인이에요.
(1) 프랑스에 이민자·이주배경인구가 많은 이유는?
요약하자면 크게 4가지 배경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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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통치의 영향 이어지고 🌍: 프랑스는 과거 북·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식민통치를 해왔어요. 그래서 이 지역 나라 사람들은 프랑스와 언어·문화적으로 가까운데요. 이런 배경 때문에 알제리·튀니지·모로코 등 과거 식민지에서 프랑스로 삶터를 옮긴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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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노동력 채워야했고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는 망가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부족한 일손을 메워야 했는데요. 이때 프랑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대거 모집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했어요. 이를 통해 ‘영광의 30년’이라 불리는 경제 성장기를 보낼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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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을 수용하는 똘레랑스에 🫂: 프랑스는 ‘박해받는 이들의 피난처’가 되는 걸 공화국의 정신으로 여겨요. 서로 다른 배경을 포용하는 ‘똘레랑스(Tolérance·관용)’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요. 그래서 프랑스 정부는 20세기 초부터 난민을 적극 수용해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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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단위 이민이 허용됐어 🧑🧑🧒🧒: 1976년 일하러 프랑스에 온 이민자들이 고국에 있는 가족을 데려와 함께 살 수 있도록 하는 ‘가족 재결합’ 제도를 도입한 것도 영향을 줬어요. 주로 노동자 1명 단위로 이민을 오던 게, 많게는 십 수명이 함께 이민을 오는 가족 단위 이민으로 확장된 거예요.
(2) 그럼 프랑스는 다문화 사회라고 볼 수 있어?
이렇게 이민자를 적극 수용한 나라였지만 정작 다문화 사회로 보긴 어려워요. 프랑스 정부의 이민자 정책은 경제 상황과 정권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했는데요. 예를 들어 ‘영광의 30년’ 시기가 끝나고, 제1차 오일쇼크로 경기가 얼어붙자 정부는 노동 이민을 전면 중단했고요. 합계출산율이 낮아지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다시 노동 이민을 적극 추진하기도 했어요. 집권 세력에 따라 이민·난민을 적극 수용하거나, 미등록 이주민 단속·추방을 엄격히 하는 등 이민정책이 크게 바뀌기도 했고요. 마크롱 대통령도 재선 이후 이민 문턱을 높이는 걸 핵심과제로 추진했어요.
또, 프랑스의 이민 정책은 다양한 정체성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다문화주의’와 거리가 멀어요. 각 집단의 고유한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대신, ‘프랑스 문화’에 녹아들 것을 요구하는 ‘동화주의’를 추구하기 때문. 특히 종교와 정치의 철저한 분리를 요구하면서, 공공장소에서는 종교를 노출하지 않는 세속주의(Laïcité·라이시테)를 헌법적 가치로 여기는데요. 이에 공공장소에서 히잡 등 무슬림 의상 착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며 이슬람 공동체와 갈등을 빚기도 했어요: “공공장소에서 종교 드러내는 옷 입으면 안 돼!” vs. “히잡은 종교를 넘어 문화이자, 개인의 자유야!”
(3) 이번 반정부 시위에서 난데없이 이민자 혐오가 등장한 까닭은?
사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구조 개혁을 추진하는 대신, 이민 통제를 해결책으로 제시해 온 것이 이번에도 “이민자 몰아내자!” 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어요. 정치인들이 지지층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민자를 외부의 적으로 만들어서 이민자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이어져요. 실제로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 차기 대선 주자 마린 르펜과 그가 속한 정당 국민연합(RN)은 프랑스 재정 위기와 폭력 시위의 원인으로 이민자를 지목했어요.
문화적 배경이 혐오를 키웠다는 말도 있어요. 예컨대 동화주의가 ‘유럽계 백인’과 외적으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면 ‘프랑스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쉽게 비판의 대상으로 삼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히잡을 쓰고 시위에 나오다니! 다른 의도가 있는 거 아냐?” 하는 식으로요.
프랑스가 “우리는 모두 평등해!” 강조하면서 인종문제를 외면했을 뿐, 비백인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지적도 이어져요. 프랑스는 인종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색맹정신(Colorblind)’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때문에 인구 구성 통계를 제외한 노동·범죄·복지 등 다른 분야 통계에서는 인종·민족·출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아요. 이에 실제로는 인종문제가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고, 이번 시위를 계기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거예요.

#3. 우리나라도 외국인 많아진다는데, 앞으로 괜찮을까?

(1) 이미 우리나라는 다문화 국가예요
우리나라도 지난해 이민자·이민자 자녀·귀화자 등 이주배경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5.4%를 넘어서면서 다문화 국가*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어요. 특히 저출생·고령화의 영향으로 비이주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이주 노동자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미 중소 제조업·건설업과 농어업 등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산업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이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주배경인구가 늘어나는 건 필연적이라고 봐요.
(2) 질문: 나는 외국인과 ‘이웃’이 될 수 있나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민자를 아직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이 나의 직장동료가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2013년 29.4%에서 → 2023년 45.0%로 늘었는데요. 반면 ‘나의 이웃이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44.0%에서 → 25.8%로 오히려 줄었어요.
이민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도 점점 심해지는 모습이에요. “건강보험 적자 외국인 때문이야!” 하는 말이나, “외국인 때문에 범죄 급증했어!” 하는 주장처럼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복지·치안 문제를 일으킨다는 편견이 커지는 일이 있었고요*. ‘화짱조(화교·짱개·조선족)’처럼 특정 출신을 비하하는 표현이 쓰이고, 심지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3) 프랑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나라 정부는 지금까지 이민자를 인구와 경제의 관점에서 주로 다루고 있어요. 윤석열 정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대응 방법의 하나로 이민을 내세우며,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설립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고요. 이재명 정부도 노동력 관리에 방점을 찍은 ‘2030 이민정책 미래 전략’을 발표했어요. 얼마 전 이 대통령이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 안 된다”라고 말한 게 논란이 되는 등 이민자 문제의 중심에는 늘 노동력이 놓여 있어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민자를 우리나라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수준에 머물면 안 된다고 말해요. 비이민자 선주민과 함께 살아갈 ‘사람’으로 보고, 이들이 우리나라에 잘 적응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또 비이민자는 이들과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사회·복지·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거예요.
정리하자면, 현재 프랑스 반정부 시위의 직접적인 원인이 이민자라고 볼 수는 없어요. 오히려 이민자와 비이민자 사이 오랜 갈등이야말로 지금 프랑스가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이는 상황에 가까운데요. 이번 프랑스의 사례는 점점 더 다문화 사회가 되어갈 우리나라에도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많은 질문을 던져요. 지금 프랑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다문화 사회를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