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은 왜 도입되어야 할까? 안전한 임신중지 시스템과 여성의 건강권

미프진은 왜 도입되어야 할까? 안전한 임신중지 시스템과 여성의 건강권

뉴닉
@newn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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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 어딘가 아픈 곳이 생기면 우리는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서 먹잖아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 자랑할 만큼 의료접근성이 좋은 걸로도 유명하고요. 그런데 그런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당사자가 필요하다고 해도 처방받을 수 없는 약물이 하나 있어요. 바로 흔히 ‘미프진’으로 불리는 임신중지* 약물이에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는 위헌이야!”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지 벌써 7년이 지났지만, 임신중지 약물은 아직도 판매와 구매가 모두 법적으로 금지된 상태인데요.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미프진 문제를 지금처럼 방치하는 건 무책임해!” 지적하면서 관련 논쟁이 들끓고 있어요. 오늘 뉴닉은 미프진이 뭔지, 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못했는지, ‘안전한 임신중지’와 미프진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얘기해 볼게요. 

*임신중지?: 뉴닉은 ‘낙태’라는 표현 대신 임신 상태를 중지한다는 뜻의 ‘임신중지’, ‘임신중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요. ‘태아를 떨어뜨린다’는 뜻의 ‘낙태’에는 이를 범죄로 단정짓는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잠깐, 미프진이 뭐였더라?

‘미프진’은 임신 초기에 복용하는 경구용 임신중지 의약품이에요. 프랑스의 한 제약회사가 만든 의약품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임신중지를 유도하는 의약성분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로 만든 약 전체를 통칭해서 ‘미프진’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임신중단 약물을 “국가가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약품”이라는 의미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어요.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은 전 세계 101개 국가에서 허용됐는데요. 대부분 병원 처방을 받은 후에 복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식 허가를 받지 못해, 판매·구매가 모두 불법이에요. 이에 미프진을 구하려는 이들은 검증되지 않은 약물을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몰래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아직 정식 허가를 못 받았다고?

미프진을 국내에 도입하려는 시도는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여전히 막혀 있는 상황이에요. 아직 식약처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현대약품은 2021년, 2023년 식약처에 임신중지 약물 미프지미소 품목 허가를 각각 신청했지만, (1)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와 (2) 관련 법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어요. 이후 2024년 다시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통보 없이 심사 중 단계에 있다고. 그동안 여성운동계 등에서도 미프진을 들여오기 위해 국민청원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허가까지 이어지지는 못했고요.

근데 미프진, 왜 필요하다고 하는 거야?

“임신중지 수술이 있는데 왜 미프진이 또 필요한 거야?” 궁금한 뉴니커도 있을 텐데요. 의학 전문가들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서라도 미프진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해요. 지금처럼 미프진이 불법인 상태에서는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사실상 수술이라는 선택지만 남게 되는데요. 그러면 임신중지 수술을 해주는 병원을 직접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문제가 있고, 경제적 부담 때문에 병원을 찾기 어려운 여성들도 생겨요. 이들은 결국 검증되지 않은 불법 약물에 의존하게 되고, 이 경우 부작용·오남용 위험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고요. 

이에 미프진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서 (1) 여성들이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2) 불법 유통 약물에 의존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 나와요. WHO 역시 안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임신중지 때문에 생기는 사망·질병·감염 등의 문제를 임신중지 약물 사용으로 막을 수 있다며, “임신중지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건 여성의 사망률을 낮출 뿐 아니라 존엄성을 보호하는 길이다”라고 콕 집어 강조했고요.

앞서 뉴닉은 지난 20일, 미프진 도입에 대한 뉴니커 설문조사를 진행했어요. 200명이 넘는 뉴니커들이 설문에 참여해줬는데요. 뉴니커들이 미프진, 임신중지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남겼냐면:

미프진 도입, 우리나라는 왜 늦어지는 걸까?

이런 미프진이 지금까지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던 이유는 뭔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공혜원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셰어: 국내 최초로 성별, 연령, 장애, 인종, 국적,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등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성 건강 전문 상담과 의료지원 등을 보장하고, 이를 위한 법과 정책을 연구하는 단체에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사실상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하면서 “형법상 낙태죄는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어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형법상 ‘낙태죄’는 사실상 사라졌는데요, 문제는 남은 법적·제도적 공백 때문에 필요한 제도도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 낙태죄는 폐지됐는데 🧑‍⚖️: 헌법재판소는 일부 예외사항을 제외하고는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건 위헌이라고 판단했어요. ‘낙태죄’를 위반할 경우 벌을 내리는 건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한다고 지적했고요. 여성이 임신을 선택하거나 임신을 중단하는 것 모두 여성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어요. “국회는 낙태죄 포함된 형법 고치고 후속대책 마련하세요!”라고 덧붙였고요. 
  • 마땅한 대책은 없어 🙅: 헌재는 국회에 2020년까지 법을 고치라고 했지만, 그 시한을 넘긴 지 벌써 5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국회에서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는데요. 21대 국회에서는 임기 만료로 폐지됐고요. 22대 국회에서도 3건이나 발의됐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이를 주요 안건으로 다루지도 않아서 계속 계류 중이에요. 식약처·보건복지부는 “모자보건법이 먼저 개정돼야 임신중지 약물 허가 심사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고요. 

이런 상황이 7년 넘게 이어지면서 여성들의 위험과 피해가 커지고 있어요. 우선 보건당국이 검증하지 않은 불법 유통 의약품을 암암리에 구매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고요. 항암치료제나 자궁외임신에 쓰이는 MTX(메토트렉세이트)가 임신중지약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미프진 도입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 식약처는 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 등 관계 부처와 도입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고 밝혔어요.

핵심은 ‘안전한 임신중지 시스템’을 만드는 거라고? 

문제는 미프진 도입을 ‘허가하느냐 마느냐’에서 끝나지 않아요. 검증되지 않은 약물에 의존하고, MTX 같은 대체 약물이 쓰이는 지금 상황 자체가 결국 ‘안전한 임신중지 시스템’이 없어서 생긴 결과거든요. 전문가들이 미프진 ‘도입’ 자체보다 ‘이후’, 그리고 ‘안전한 임신중지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셰어’ 공혜원 활동가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볼게요.

WHO 역시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어요. 임신중지를 규제할 경우 오히려 임신부의 권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진다고 판단하기 때문. WHO는 (1) 임신중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과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2) 임신중지와 관련된 정보를 당사자인 여성이 투명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미프진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 7년간 "찬성이냐 반대냐"라는 이분법에 머물러 있었어요. 그 사이 정작 당사자들의 현실은 바뀌지 않았고요. 이제 도입 여부를 넘어, 접근성·비용·처방 방식 같은 구체적인 시스템을 논의해야 할 때라는 말이 나와요. 당사자의 목소리가 이 논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미프진이 도입되더라도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 “미프진, 이런 게 궁금해요!” 뉴니커들의 Q&A 총정리

이 글을 읽고 나서도 미프진에 대해 궁금한 게 있는 뉴니커가 많을 텐데요. 뉴니커들이 설문조사를 통해 남긴 질문들을 Q&A 형식으로 정리했어요.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처(FDA)와 연구기관의 자료, 시민단체,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서 궁금증을 해결해 줄게요.

#1. 사후피임약이랑 미프진은 어떻게 다른가요? 

사후피임약은 임신을 막기 위한 약으로, 성관계 후 72~120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하는데요. 배란을 억제하거나 지연하고 착상을 방해해서 임신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반면 미프진은 임신한 사람이, 임신 중단을 위해 복용하는 약이에요.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을 작용하지 못하도록 해서 유산을 유도하는 원리예요.
 
#2. 미프진은 임신 몇 주까지 복용할 수 있나요?

FDA는 임신 10주(마지막 월경일로부터 70일 이내)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미국에서는 미프진은 임신 10주 이내로 확진 받은 여성만 복용할 수 있어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에요.

#3. 미프진은 안전한가요?

전문가들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 미프진이 도입된 만큼,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봐요.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은 전 세계 101개 국가에서 허용됐어요.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 등 5개 나라를 제외한 33개국에서 경구용 임신중지 약물이 도입됐고요. FDA도 복용법에 따를 경우 안전하다고 보고 있고요. 청소년의 미프진 복용을 허용하는 국가도 있어요.

다만 미프진을 복용할 경우 자연유산의 증상과 비슷한 출혈과 복통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해요. 속이 울렁거리거나 구토, 설사, 발열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고요. 특히 임신 조직이 배출될 때 심한 통증과 출혈이 있을 수 있는데, 배출 후에 통증은 호전되지만 출혈은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WHO는 미프진을 복용하고 통증이 있으면 이부프로펜 같은 진통제를 복용하라고 권해요. FDA 역시 복용 중에는 안전을 위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고요.

#4. 미프진은 얼마에 살 수 있나요?

해외 인도적 기구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미프진을 공급하고 있어요. 유엔인구기금(UNFPA)은 2만 원(16달러) 내외로 약을 지급하고 있고요.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을 돕는 국제 비영리 단체 위민온웹(Women on Web)에서도 약 70~90유로(11~14만 원) 선에서 약물을 받을 수 있어요.

반면 국내에서 불법으로 거래되는 약물은 55만 원 선에 달해요. 그런데 현대약품이 국내 도입을 추진 중인 '미프지미소' 역시 35만 원 안팎으로 알려지면서, 지나치게 비싼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와요. 안전한 임신중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가격 문제도 정부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 이어져요.

#5. 미프진을 도입하면 임신중지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미프진 사용이 임신중지 증가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어요. 이미 미프진을 사용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고요. 과거 “낙태죄 폐지하면 임신중지 엄청 늘어나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미프진 역시 임신중지 증가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는 근거가 없는 것. 

by. 에디터 철수 🎵, 에디터 진 🐋
썸네일 이미지 출처: ©MU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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