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참사 10주기, ‘위험의 외주화’와 하청 노동자 산업재해 사망 문제가 계속되는 이유
뉴니커, 혹시 오늘인 5월 28일이 어떤 날인지 알고 있나요? 바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김 군이 사망한 지 딱 10년 되는 날이에요. 참사 이후 10년 동안 비슷한 산업재해 사고들이 이어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방안들도 제시됐는데요. 그럼에도 우리나라 노동 현장에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와요. 오늘은 그 이유와 대책에 대해 알아볼게요.
‘구의역 참사’, 어떤 사고였냐면...
구의역 참사는 지난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현장실습생이자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였던 19살 김 군이 홀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열차에 치여 숨진 일이에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작업은 2인 1조로 진행해야 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당시 공공부문에서 인력을 줄이고 외주화가 진행되면서 김 군은 홀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구의역 참사를 계기로 “열악한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해야 해!”라는 목소리가 커졌었고요.
그런데 구의역 참사 이후에도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비극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해요. 김 군의 10주기 추모제를 연 노동·시민단체들도 “참사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반복돼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라고 지적했고요.
하청 노동자 산재 사망, 어떤 사례가 있었더라?
그동안 있었던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산재 사망 사례를 살펴보면,
- 태안화력발전소: 2018년 12월 11일 오전 1시 24살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밤샘 작업을 하다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어요. 이 사건은 위험한 업무를 하청 노동자에게 외주화하는 구조적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논의에 불씨를 댕겼는데요. 하지만 지난해 6월 같은 태안화력에서 하청 노동자 김충현 씨가 또다시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며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말이 나와요.
- 아리셀: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 1차 리튬전지 제조공장인 아리셀의 3동 2층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하며 2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어요. 사망자 중 대부분은 정규직 노동자보다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던 이주·하청·파견 노동자였고요. 배터리가 폭발한 위치 근처에 출입구가 있었지만 정규직 노동자의 지문을 통해서만 열리는 문이라, 파견직 노동자는 대피할 수도 없었다고.
- SPC: SPC에서도 하청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가 여러 번 반복되며 올해 ‘시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 선정되기도 했어요. 지난 2022년 경기도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하청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여 사망했고, 지난해에도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가 있었는데요. 지난해 회사 대표와 법인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요.
이 외에도 2024년에는 HD현대미포 조선소에서 홀로 잠수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김기범 씨가 사망했고, 지난해에는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HJ중공업의 하청 노동자 8명이 숨지는 일도 있었어요. 지난해 여러 차례의 사망사고가 있었던 포스코의 경우, 지난 10년간 일어난 사망사고 피해자의 88%가 하청 노동자라는 분석도 나오고요.
‘위험의 외주화’ 문제 반복되는 이유가 뭐야?
우리나라 각계 기업에서 이러한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위험의 외주화’가 꼽혀요. 위험의 외주화는 위험한 업무가 원청 기업으로부터 다단계 하청 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주어지면서 그들의 노동 환경이 더욱 열악해지는 현상인데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원청)과 중소기업·비정규직으로 구성된 2차 노동시장(하청)으로 나뉘는 경향이 크잖아요. 그런데 사실상 막강한 권한을 가진 원청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에서 하청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그 결과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수준이 낮고 노동 강도가 높은 환경에서 경제적·신체적·정신적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고 있는 거예요. ‘위험의 외주화’가 노동자와 노동 현장에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면:
- 산재 사망 80%는 중소 사업장에서: 산재로 사망한 사람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돼 있다고 해요. 이런 중소 사업장은 원하청 관계, 산재에 취약한 고령 노동자가 많이 근무하고 건설업·제조업 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 있는데요. 특히 1998년에는 50인 미만과 50인 이상이 전체 사고 사망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비슷했지만 최근에는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도 확인할 수 있어요. 이는 하청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고.
-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안전 수칙: 위험한 업무를 수행할 때 ‘2인 1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와요. 실제로 최근 10년간 혼자 작업하다 사망한 노동자는 3884명으로, 전체 사고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나 된다고.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고, ‘2인 1조’ 원칙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와요. 2인 1조 원칙 논의가 떠오르는 계기가 된 구의역 참사 이후에도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독 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하청 노동자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을 중단할 권리가 실제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 만들었잖아, 이제 해결된 거 아냐?
많은 산재 사고가 일어난 후 이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법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거나 허점이 많다는 말이 나와요.
- 실형은 단 6%뿐인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법인데요. 중처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모두 2436명이지만, 올해 3월까지 선고가 끝난 101건의 재판 가운데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건은 6건(5.94%)에 불과했다고. 전문가들은 이 배경으로 대기업에서 수많은 산재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중처법 기소 비율은 중소기업에 대부분 몰려 있는 점,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는 점 등을 꼽아요.
-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김용균법’(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 등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강화한 법률로, 2020년부터 시행됐어요. 김용균 씨 사망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공론화하고 김용균법을 만드는 계기가 됐는데요. 하지만 법에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크다는 지적이 나와요. 특히 발전소는 김용균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2인 1조 원칙도 산업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기 때문. 김용균 씨 사망 이후 같은 사업장에서 하청 노동자 김충현 씨가 사망하는 일이 일어나며 여전히 안전 책임은 하청업체에 떠넘겨진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위험의 외주화’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렇게 반복되는 산재 사고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위험의 외주화와 원하청 구조를 해소하는 거라고 말해요. 수많은 법이 만들어졌지만, 처벌만으로는 한계라는 것. 김용균 씨 사고를 조사했던 조사위원들은 원하청의 고용 구조를 단순화하고, 직접 고용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에요. 또 경영책임자가 사업장의 위험 요소를 감독하는 체계를 만들고, 중처법을 철저히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져요. 이 밖에도 노동시장 양극화를 연구한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를 줄이는 게 해법이라고 강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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