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인터뷰 | “하루에 수어 하나씩” 농인과 청인을 잇는 크리에이터 ‘하루수어’ 🤟🫶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장애인의 날 인터뷰 | “하루에 수어 하나씩” 농인과 청인을 잇는 크리에이터 ‘하루수어’ 🤟🫶
뉴니커, 뉴스를 보거나 행사장에 갔을 때 수어통역사분들이 바쁘게 수어를 하는 모습,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텐데요. 수어가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 농인들은 어떻게 소통하며 지내는지 궁금했던 적 없나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농인과 청인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세상”을 꿈꾸는 크리에이터, ‘하루수어’ 김하늘·나승미 씨를 만나봤어요. 뉴닉·하루수어와 함께 수어의 매력도 알아보고, 모두가 더욱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꿀팁’도 배워볼까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김하늘·나승미: 안녕하세요. 저희는 인스타그램에서 수어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하루수어’의 김하늘, 나승미예요. 뉴니커, 반가워요!
인스타그램 계정 이름을 ‘하루수어’로 지은 이유가 있나요?
나승미: 팔로워 한 명 늘어날 때마다 미션을 수행하거나 공약을 실천하는 챌린지가 유행했잖아요. 저희도 사람들에게 하루에 수어 하나씩 알려주자는 의미에서 ‘하루수어’로 이름을 지었어요. 매일매일 콘텐츠를 만들면서 저희도 수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농인들과 전화하고 싶어서 수어 전화 앱 만들다가 수어랑 사랑에 빠졌다”고요. 어떤 계기로 수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궁금해요.
나승미: 저희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처음 만났어요. 한 번은 농인분이 전화로 금융 업무를 하시는 걸 도와드린 적이 있는데요. 이분이 직접 통화를 하기 어렵다 보니 저희가 개인정보를 대신 전달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때 “농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어려움이 많구나, 사생활 보호를 받기 어려울 수 있겠구나”라는 걸 깨닫고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김하늘: 요즘은 온디바이스 기술 덕분에 외국어도 전화로 바로 동시통역이 가능하잖아요. 그런데 농인분들은 왜 일상에서 계속 불편을 겪어야 할까 고민이 들었어요. 이후에는 농인들을 위한 AI 기반 수어 서비스 앱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했는데요. 자연스럽게 수어에 관심이 생기면서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만들게 됐어요.
‘보는 언어’인 수어의 특징과 매력이 뭔가요?
김하늘: 수어는 그림책 같아요. 그림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는 것처럼, 수어도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있어요. 예를 들어 ‘사랑합니다’를 뜻하는 수어는 사람을 쓰다듬는 듯한 동작이거든요. 수어는 ‘동작으로 마음을 잇는 언어’라고 생각해요.
나승미: 지역마다 말이 다르고 사투리를 쓰는 것처럼, 수어도 사투리가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수어를 배우면 전 세계에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라마다 수어도 달라요.

첫 게시물이 업로드된 후 두 달이 되기도 전에 팔로워 2만 5000명을 기록했어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때요?
김하늘: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거라고 예상을 못 했어요. 첫 게시물을 새벽 1~2시쯤 올렸는데 반응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다음날, 갑자기 300명 정도 팔로워가 생기더니 계속 팔로워가 늘어나서 놀라웠어요.
나승미: 시작한 지 2주 만에 팔로워가 1만 명이 됐는데요. 저희 콘텐츠가 재미있기도 했겠지만 “수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수어’ 계정을 운영하며 언제 보람을 느끼나요? 기억 나는 반응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김하늘: 사실 저희가 전문 수어통역사는 아니거든요. 처음 콘텐츠를 만들 때는 수어를 틀리기도 했어요. 농인들과 함께하고 싶고 또 사람들에게 수어를 알리고 싶어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농인들에게 비판을 받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 수어를 틀리지 않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공부했어요. 이제는 많은 농인들이 저희 콘텐츠가 재미있다고 해주셔서 만족스럽고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승미: 한 번은 간호사분에게 DM을 받은 적 있어요. 병원에 농인 환자분이 왔는데, 저희 콘텐츠에 나온 ‘똥’ 수어를 하며 즐겁게 소통했다는 거예요. 3.1절을 맞이해 팔로워를 대상으로 “3.1절 수어를 촬영해서 보내주세요”라는 이벤트를 연 적도 있는데요. 150명이나 이벤트 영상을 보내주기도 했어요.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또 보람을 느꼈어요.
콘텐츠를 만들면서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김하늘: 정확하게 수어를 하려고 노력해요. ‘애플(Apple)’을 ‘어플’이라고 알려주면 안 되잖아요. 수어는 손동작뿐만 아니라 얼굴 표정·상체 움직임·입모양이 함께 표현되는 언어이기 때문에, 틀리지 않도록 하나하나 신경 쓰고 있어요.
나승미: 수어가 낯설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잖아요. 때문에 일상과 관련 있으면서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려고 해요. 트렌드에 맞게 두쫀쿠·버터떡이라는 수어를 직접 만들기도 했고요. 4월 14일 블랙 데이에 짜장면을 수어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영상을 처음 시작하면서 ‘똥’, ‘방귀’ 등의 수어를 콘텐츠로 만든 것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수어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농인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나승미: 청인들은 농인과 소통할 때 “글로 써서 대화(필담)를 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농인들이 주로 활용하는 언어는 ‘수어’니까, 한국어나 한글을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아요.
김하늘: 청인들은 언어를 들으면서 배우잖아요. 농인들은 한글을 그림처럼 외워요. 그렇다 보니 ‘커피’를 실수로 ‘피커’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요즘에 농인들을 위한 보조장치인 인공 와우도 있고, 필담을 하는 분도 많은데요. 수어를 쓰는 농인들이 적지 않은 만큼 수어는 중요한 소통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구글은 수어를 영어 텍스트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농인들이 더 편하게 소통하고 일상을 보내기 위한 기술이 부족한 것 같아요.
청인이 농인을 만나거나 소통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또 농인과 소통할 때 알아두면 좋을 ‘꿀팁’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나승미: 무엇보다 소통하려는 의지와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박또박 말을 하면 입모양을 보고 의미를 이해하는 농인분도 있고요. 바디랭귀지를 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경우도 있어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분명 마음이 전해질 거예요.
김하늘: 일상생활에서 친구를 만날 때, 반가운 마음에 뒤에서 어깨를 톡톡 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잘 들리지 않는 농인들은 청인보다 더 깜짝 놀랄 수 있거든요. “저 여기 왔어요” 하고 눈앞에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아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하루수어’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려요.
김하늘·나승미: 수어가 ‘일상의 언어’가 되길 바라요. 하루에 하나씩, 누구나 부담 없이 수어를 배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에요. 저희는 수어 교육 앱 출시도 계획하고 있어요. 이렇게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농인과 청인이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수어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저희도 더 열심히 노력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