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사는 게 죄? ‘영포티’는 왜 청년 세대의 조롱·혐오 대상이 되었을까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젊게 사는 게 죄? ‘영포티’는 왜 청년 세대의 조롱·혐오 대상이 되었을까
스냅백부터 스투시 티셔츠와 슈프림 팬츠, 나이키 조던 운동화, 포터 가방, 최신형 아이폰까지... 요즘 2030 청년 세대 사이 밈*으로 소비되고 있는 ‘영포티(Young-Forty)’ 하면 따라오는 이미지예요. 한때 ‘트렌드에 민감하고 세련된 40대 중년’을 뜻하던 영포티가 ‘젊은 척 하는 40대 꼰대’를 지칭하는 멸칭이 된 건데요. 일부에서는 영포티를 향한 조롱이 퍼지는 현상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말도 나와요.
‘영포티’ 뜻과 의미: 칭찬에서 조롱으로
영포티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10년 전 발행된 책 ‘라이프 트렌드 2016: 그들의 은밀한 취향’에서인데요. 여기서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소비할 줄 알고 과감하게 꿈에 도전할 줄 아는, 즉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이어받지 않고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낸 첫 중년 세대’를 영포티로 지칭했어요. 당시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계속 이어져 왔고요.
그러나 최근 영포티라는 단어는 ‘젊은 감성과 문화를 억지로 흉내 내는’ 40대를 지칭하는 것으로 바뀌었어요. 부정적인 이미지가 퍼지며 조롱·혐오의 의미가 강해진 것.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관련 밈과 함께 ‘어린 여성에게 무리하게 다가가려는 일부 중년 남성’을 뜻하는 이른바 ‘스윗 영포티’ 사례도 여럿 퍼졌는데요. 나아가 진보적 정치 성향을 향한 비난으로까지 번지거나, ‘왜곡된 남성상’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굳어졌어요.

‘영포티’ 밈 확산 이유: 유머에서 세대 갈등으로
조롱과 혐오를 담은 ‘영포티 밈’이 인터넷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까지 퍼진 이유를 살펴보면:
- “40대는 편하게 살았잖아”: 영포티를 향한 혐오 뒤에는 청년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분노가 있다는 분석이 나와요. 지금의 청년 세대는 고용 불안정과 부동산 등 자산 격차 속에서 경제적·사회적 좌절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데요. 이러한 청년층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시기에 취업하고 부동산 가격 급등의 수혜를 누린 40대에 대한 반감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것.
- “어른의 모습도 못 보여주네?”: 이러한 세대가 ‘젊음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모습에 MZ세대의 방어 심리가 작동한 거라는 분석이 있어요. 40대가 젊은 문화를 따라 하는 모습은 ‘중년은 중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모순과 함께 불편함을 느낀다는 건데요. 이들에게는 영포티가 ‘청년 세대를 이끌어야 할 성숙한 어른’이 아닌, ‘생존 경쟁의 대상’으로 비춰진다는 거예요.
- “보수적이면서 진보적인 척하고”: 영포티를 둘러싼 조롱이 정치적 맥락으로까지 나아간 이유로는 4050 세대가 진보 진영의 핵심 지지층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어요. 이들에게 ‘말로만 진보적이고 실제 행동은 보수적인’ 일부 40대 남성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영포티의 이미지와 겹쳤다는 것. 특히 ‘남성 차별’을 느끼는 일부 청년 세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한 ‘반페미니즘·반기성세대’ 혐오 정서가 결합됐다고: “가부장제의 혜택을 본 기성세대 남성들이 성평등 정책에 찬성하면서 정작 우리에게는 양보를 요구해!”
- “우리한테는 ‘MZ세대’라면서?”: 영포티 밈이 ‘MZ세대론’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의견도 있어요. MZ세대라는 용어가 다른 세대에 의해 ‘자기중심적이고 무례한’ 청년들을 무시하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영포티 밈이 빠르게 번진 거라는 설명이에요.
‘영포티’ 담론 우려: 혐오에서 정서적 양극화로
지금의 4050 세대는 젊은 문화를 따라 하면 ‘영포티’, 이해하지 못하면 ‘꼰대’, 진보면 ‘위선’, 보수면 ‘낡음’이라는 선입견 안에 갇혀있는데요. ‘40대는 편하게 살아왔다’는 일부 청년 세대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도 많아요. 영포티는 일부 부정적인 사례를 토대로 이들을 일반화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며 또 하나의 편견과 차별을 불러오는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예요.
영포티 개념을 처음 제안한 김용섭 소장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조롱하고 혐오할 대상을 찾는’ 사회 행태를 비판하는데요. 서로 소통하고 이해해보려는 노력 없이, 자극적인 재미와 특정 세대를 일반화하는 부정적인 편견을 재생산하는 건 결국 갈등만 남길 거라는 설명이에요. 세대 간 단절과 낙인찍기가 계속되는 한 세대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
영포티 논란이 불러온 세대 갈등에 가려진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와요. 영포티 밈 뒤에 있는 사회 구조적 불평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양극화나 불평등이 특정 세대만의 문제는 아닌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논의해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