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베이글뮤지엄, 계약 쪼개기에 CCTV 감시는 일상이었다고? 끊이지 않는 제빵업계 노동 착취 문제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런던베이글뮤지엄, 계약 쪼개기에 CCTV 감시는 일상이었다고? 끊이지 않는 제빵업계 노동 착취 문제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 노동자 사망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런베뮤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과로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의혹에 이어, 여러 충격적인 사실들이 추가로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는 건데요. 문제가 뭔지,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뉴닉이 정리해봤어요.
런던뮤지엄베이글 노동자 사망 사건, 어떤 일이었더라?
지난 28일, 몇 년 전부터 ‘베이글 맛집’으로 인기를 모으던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주 80시간에 달하는 과로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의혹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어요. 고 정 모씨는 지난 7월 회사 숙소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는데요. 근무 스케줄표와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을 봤을 때, 고인은 숨지기 직전 1주일에 80시간을 넘게 일한 걸로 추정된다고.
고인은 지난해 5월 런베뮤에 입사한 뒤 14개월 동안 총 4개 지점에서 근무한 걸로 알려졌는데요. 사망 이전에도 몇 달 전부터 1주일에 평균 58시간 이상씩을 일했고, 휴게시간이 부족해 끼니를 거르는 일도 잦았다고. 이에 “살인적인 노동 강도 때문에 발생한 산재야!” 하는 비판이 나와요. 이후 여러 충격적인 정황이 추가로 밝혀지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고요.
충격적인 정황이 더 밝혀졌다고?
- ‘계약 쪼개기’ 일상이었고 ✍️: 런베뮤 및 계열사에서 ‘계약 쪼개기’를 해왔다는 의혹이 나왔어요. 계약 쪼개기는 퇴직금 지급 기준인 1년 미만의 짧은 계약을 반복해서 맺는 걸 말하는데요. 짧고 불안정한 형태의 계약이다 보니, 노동자가 “계약 연장 안 해주면 어떡하지... 😨?” 하는 걱정에 노동 환경이 안 좋아도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고 정 씨 역시 14개월의 근무기간 동안 3·4·7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었던 걸로 알려졌고요.
- CCTV로 감시도 했어 📹: 평소 CCTV로 직원을 감시하고, 사소한 실수가 있어도 어떤 직원인지 알아내서 시말서를 쓰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어요. 시말서를 5장 이상 쓰면 어떤 지점에서 일하고 있든 본사에 가서 교육을 들어야 했는데, 그러다 일방적으로 계약 종료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고 하고요. 이런 상황이 특정 점포만의 일탈이 아니라, 런베뮤 전반의 문화였다는 것.
- 회사 대응도 잘못됐어 🎤: 유족이 고 정 씨의 과로사로 산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런베뮤 측이 보인 대응도 논란이 됐어요. 회사 임원이 유족 측에 “양심껏 모범 있게 행동하길 바란다”는 문자를 보내거나, 직원들의 개인 SNS에 관여하며 ‘입단속’을 시키는 등, 문제 해결보다는 사건을 축소하기 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런던베이글뮤지엄 사업장에서 승인된 산업재해(산재)가 총 63건이나 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충격을 주기도 했어요. 지난해 1년 동안 접수된 산재만 해도 29건이었는데, 반복되는 산업재해로 논란이 된 SPC삼립(11건)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라고. 이는 근로복지공단에 최초 요양급여를 신청한 기준으로, 실제 산재 발생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거라는 말도 나오고요.
노동 착취, 런던베이글뮤지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제빵업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한 지적은 이전부터 꾸준히 나왔어요:
- 지나치게 길게 일하고 🧑🍳: 대표적인 제과 브랜드인 파리바게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난 2022년 조사 결과, 이들은 주 평균 48.4시간을 노동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이 중 15%는 52시간 이상, 3%는 60시간 이상 초장기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고. 이는 제빵기사 혼자서 하루 50~100종의 빵을 400~900개 만들어내야 하는 환경 때문이었고요.
- 휴일·휴식 시간은 짧아 🗓️: 반면 이들의 휴일은 월평균 6.8일로, 보통의 주 40시간 노동자가 받는 휴일(8.5일)보다 훨씬 적은 걸로 밝혀졌어요. 응답자의 74%는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또 23.3%는 근무 중 식사를 하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또 여성 노동자의 약 절반은 휴무 개수가 부족해 보건휴가(생리휴가)를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걸로 밝혀졌어요.
- 아픈 사람도 너무 많아 🤕: 제대로 된 휴식 없는 과로가 일상이다 보니, 질병을 겪는 직원도 많은 걸로 알려졌어요. 응답자 중 근골격계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의 49.6%나 됐고, 넘어짐·부딪힘 등 사고를 겪은 적 있다고 답한 비율도 31.5%였다고. 그리고 이들의 약 70%는 회사가 아닌 본인 부담으로 치료 비용을 냈다고 답했어요.
전문가들은 “최소 인력·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뽑아내려는 운영 원리가 문제의 원인이야!” 지적해요. 단 한 명의 제빵기사가 수많은 종류의 빵을 만들고, 회사·가맹점주가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노동 착취가 발생한다는 것. 일 경험이 적은 사회초년생 등이 주로 제빵업계에 들어오다 보니, 이들이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지적도 있고요.
런베뮤 노동자 사망 사건 역시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계속 이어져온 결과로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런베뮤 사건이 알려진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많은 제빵업계 노동자들의 증언이 올라왔다고: “제빵업계 노동 문제, 하루이틀 일이 아니야!”
제빵업계 노동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런베뮤 사건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미 지난 29일 인천점과 본사에 대한 기획감독을 실시했고,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전국의 지점으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또 야간 노동 사이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을 강제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어요. 올해 5월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제빵 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심야 시간대 노동자 안전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정부 차원에서 야간 근로 시 노동자를 강제로 쉬게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거예요.
김 장관은 노동자의 과로를 불러오는 운영 방식이 기업 혁신·경영 혁신 등으로 이야기되는 문화를 이번 기회에 뿌리 뽑겠다고도 했는데요. 런베뮤와 제빵업계의 노동 환경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만큼, 어떤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해요.
이미지 출처: ⓒ런던베이글뮤지엄, SPC삼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