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어요 🇰🇷🤝🇺🇸. 지난 8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첫 번째 정상회담 이후 두 달여 만인데요. 끈끈한 유대를 강조한 두 정상이 1시간 27분 동안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고, 어떤 결과를 내놨는지 정리했어요.

💰 관세 협상: 드디어 ‘극적 타결’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여부였어요. 우리나라와 미국은 지난 7월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고, 우리나라가 미국에 3500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하는 내용이 담긴 무역협상에 잠정 합의했는데요. 하지만 이후 투자 방식·내용 등을 입장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진 않았어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관세 합의문을 쓸 거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회담을 며칠 앞두고는 계속된 논의에도 이러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왔고요. 회담이 종료된 후에 대통령실 측 발표가 늦어지자 이러한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어요.

그러나 대통령실 발표를 통해 세부 내용에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지며 예상이 뒤집혔어요. 합의된 내용 살펴보면:

• 💸 우리나라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는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결정됐어요. 일본이 미국과 맺은 ‘5500억 투자’ 합의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연간 상한 금액을 200억 달러로 명시했다는 점이 차이점이에요. 이 200억 달러도 외환시장이 불안할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 🔍 또한 원리금(=원금+이자)을 돌려받을 수 있는 사업적 합리성이 보장된 프로젝트에만 투자하기로 했어요.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과 미국의 수익 배분 비율은 5:5인데, 20년 내에 원리금 전액을 상환받지 못할 걸로 예상되면 이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어요.
• 🚢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는 우리 기업 주도로 진행하고, 이 금액에는 투자 외에 보증도 포함돼요. 
• ⬇️ 7월 합의 이후 이미 적용하고 있는 대로 상호관세 15%도 적용되고요. 우리나라의 주요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15%로 인하돼요. 반도체에 대한 관세는 핵심 경쟁국인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적용하기로 합의했고요. 또 의약품, 목재 등은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어요. 항공기 부품과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 제품,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에 대해선 관세가 부과되지 않고요. 
• 🌾 대통령실은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에 대해 철저히 방어했다고 밝혔어요. 겸역 절차에서 양국 간 소통을 강화하는 것 정도로 합의했다고.

대통령실은 가장 큰 우려였던 외환 시장의 실질적 부담을 크게 덜었고, 대미 시장 수출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해 시장 불확실성도 해소했다고 평가했어요. 후속 절차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며, 합의 내용을 담은 문서(=팩트시트)도 2~3일 뒤에 나올 거라고 밝혔고요. 

두 정상이 직접 큰 틀의 합의를 끌어낸 뒤 실무진이 세부안을 맞추는 ‘톱다운 방식’이 극적 타결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오고요.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환율은 1주일 만에 한때 1420원 밑으로 떨어졌고, 조선주와 자동차주는 애프터마켓에서 급등했는데요. 현대차그룹은 “정부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요.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어요.

🪖 안보 분야: ‘핵추진 잠수함 도입’ 던진 이재명 대통령

안보 협상에도 진전이 있었어요.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과 트럼프과 동맹 현대화와 한반도 평화 등 문제에 대해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승인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어요.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한 것. 디젤 잠수함의 경우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바다 위로 떠올라야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력 발전 기관을 동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잠항 능력이 뛰어난데요. 이에 핵추진 잠수함은 30여 년 간 우리 군의 숙원사업이었다고. 대통령실은 트럼프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며, 후속 협의를 통해 논의해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어요. 그밖에 우리나라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까지 늘리는 내용에도 합의한 걸로 전해졌어요.

🇰🇵 북한 문제: 트럼프와 김정은, 언젠가 만날 수 있을까?

이번 회담에서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 가능성이 점쳐졌던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결국 무산됐다는 사실도 알려졌어요. 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님의 진심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 (북미 회동이) 불발됐다”고 말했는데요. 트럼프는 “이번에는 시간이 안 맞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어요. 다만 여전히 북한은 트럼프의 러브콜에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태고요. 지난 22일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 전날인 28일에도 미사일 발사를 이어갔어요.

트럼프는 김 위원장을 만나진 못했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어요. 남북 관계를 두고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다만 현재 미국의 공식적인 대북 정책인 북한의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어요. 일단 북한과의 대화 자리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여기서 종전이나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대화 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거라는 분석이 나와요. 이 대통령은 트럼프가 취임 후 지금까지 세계 8곳의 분쟁 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고 추켜세운 뒤,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 메이커’로서 가진 큰 역량으로 전 세계와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주시면,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고 밝혔어요.

🤖 기술 협력 확대: AI부터 6G·우주까지

한편 우리나라는 미국과 인공지능(AI) 응용 및 혁신 가속화, 6세대 이동통신(6G) 공동 연구개발, 제약·바이오기술 공급망, 양자 혁신, 우주 탐사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을 확대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어요. 내년 워싱턴D.C.에서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열고 구체적이고 발전된 협력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 한미 정상회담 선물: ‘신라 금관’과 ‘무궁화 대훈장’

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방한 선물로 천마총 금관 모형을 준비했어요 👑. 40년 금속공예 장인이 20일간 공들여 만들었다는데요. 6세기 초에 제작된 천마총 금관은 신라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금관으로 꼽혀요. 백악관 집무실을 금빛으로 꾸미는 등 황금빛 소품을 좋아하는 트럼프의 취향에 맞춘 것. 앞선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일본 총리도 트럼프에게 금박을 입힌 골프공을, 지난 8월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미 조선업 협력을 상징하는 금속 거북선을 선물하기도 했어요. 다만 외신에서는 호평과 함께 최근 미국의 ‘노 킹스’ 시위를 언급하며 이를 지적하기도 했다고.

또한 이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미국 대통령에게는 처음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수여했어요 🎖️. 트럼프가 보여준 한반도 평화 의지에 감사와 존경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트럼프는 무궁화대훈장을 받고 “당장 걸고 싶다”, “소중히 간직하겠다”며 “이를 통해 미국과 한국의 굳건한 동맹 관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어요. 

+ 한미 정상회담 오찬 메뉴: ‘경주 햅쌀’과 ‘미국산 갈비찜’

한미 정상회담 오찬에도 트럼프의 취향에 맞춘 메뉴가 마련됐어요 🍽️. 대통령실은 전국 각지의 특산물을 사용한 퓨전 한식을 준비했다고 밝혔는데요. 전채 요리로는 신안 새우, 고흥 관자, 완도 전복 등에 트럼프의 고향인 뉴욕의 성공 스토리를 상징하는 사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을 곁들였고요. 메인 식사는 경주 햅쌀에 공주 밤, 평창 무와 당근, 천안 버섯에 미국산 갈비를 함께 조리한 갈비찜, 디저트로는 ‘PEACE!’(평화!) 문구가 새겨진 접시 위에 금으로 장식한 브라우니와 감귤이 제공됐어요.

+ 경주에서 맞선 ‘반트럼프’ vs. ‘친트럼프’ 시위

이날 경주 도심 곳곳에선 반미·친미 성향 단체들의 집회가 열렸어요. 반미 단체들은 “트럼프가 관세 협상이라는 명목으로 약탈적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고요. 친미 단체들은 ‘맞불 집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한다”, “윤 어게인” 등 구호를 외쳤는데요. 일부 반미 단체가 경찰의 통제를 벗어나 회담장 주변까지 진입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