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MCC 박재현 대표 ☕: 도파민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건강한 관계를 찾는 법

[인터뷰] SMCC 박재현 대표 ☕: 도파민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건강한 관계를 찾는 법

작성자 뉴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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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MCC 박재현 대표 ☕: 도파민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건강한 관계를 찾는 법

뉴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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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n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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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현 대표가 누구야?

박재현 대표는 로프컴퍼니와 트러스컴퍼니를 이끌며 외식업과 웰니스 분야에서 ‘커뮤니티’ 중심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운동선수 출신으로, 백혈병을 이겨내고 해외 생활 이후 국내에서 사업과 커뮤니티를 성공시키며 주목받았어요. 유튜버 ‘캠핑맨’으로도 활동 중이고요. 그가 만든 ‘서울모닝커피클럽(SMCC)’은 출근 전 이른 아침에 열리는 카페를 찾아 모르는 사람과 가볍게 커피를 마시고 소통하는 커뮤니티인데요. 뜨거운 관심 속에 벌써 4년차를 맞이했어요. 

연결은 쉬워졌지만 정작 마음 맞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박재현 대표는 SMCC를 통해 건강한 관계와 커뮤니티의 가능성을 모색해왔는데요. 뉴닉 캠페인 ‘이상한 세상, 이상한 사람들’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소통하는 장을 만든 박재현 대표와 ‘현대사회에서의 관계와 고립’에 대해 얘기 나눴어요.

Q.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로프컴퍼니와 SMCC를 운영하고 있는 박재현입니다.

Q. SMCC를 통해 많은 사람을 모으고 연결해오셨어요. 벌써 4년차를 맞이한 SMCC에 대한 소회가 궁금해요.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모으는 건 늘 어렵죠. 그래도 이렇게나 꾸준히 이어왔다는 게 저도 신기해요.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해왔는가가 제게는 더 의미 있는 숫자거든요.

Q. 한때 커뮤니티가 크게 유행했지만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커뮤니티는 현재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와중에도 SMCC로 사람들이 계속 모이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명확해요. 아침 8시라는 ‘시간’이에요. 그 시간이 모임의 허들이 되어 자연스럽게 ‘아침에 일어나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으로 필터링이 돼요. 게다가 서로 명함을 주고받지 않아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든 여기선 동등해요. SMCC는 ‘아침 8시에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이라는 동등한 전제 위에 모이고, 각자의 삶으로 흩어져요. 그 ‘건강하고 느슨한 연대’가 SMCC에 사람들이 계속 모이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아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많아요”


Q. 아침 8시가 핵심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저녁 8시에 모이면 안 되는 거예요?

똑같은 사람과 똑같은 얘기를 나누더라도 저녁 8시에 나누는 대화와 아침 8시에 나누는 대화는 달라요. 저희가 이 시간을 고집한 이유예요. 저녁 8시는 보통 퇴근하는 시간이잖아요. 힘들고, 술이 생각나죠. 아침 8시는 보다 밝은 에너지가 깃들기 좋은 시간대예요. 건설적이고 진취적인 얘기가 오가기 좋고요. 각자가 밤에 어떤 모습이든 상관 없어요. 우린 아침 8시의 긍정적인 모습과 바이브를 나눠요.

Q. 아침에 모이면 좋다는 확신은 어떻게 갖게 되셨어요?

10년 가까이 해외에서 살면서 늘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그 바이브가 너무 좋더라고요. 아침에 커피를 마시러 나오면 늘 보던 분들이 나와 있어요. 그럼 내적 친밀감도 엄청 생기죠. 아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아요. 건강에 관심 많고, 러닝 같은 운동 좋아하고. 여행에 가서도 조식은 꼭 챙겨먹는다거나, 활동적인 걸 좋아한다거나. 취향은 달라도 가치관이 비슷한 거죠.

Q. SMCC에 나온 사람들은 무슨 얘기를 나눠요?

먼저 각자 10초씩 자기 소개를 하고요. 모임마다 호스트가 있어서 대화 주제를 준비해와요. 저번 주에 갔던 카페 중 기억에 남는 곳이나 내가 회사에서 겪었던 일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이 진중하지 않은, 어떻게 보면 쓸 데 없는 얘기를 나누려고 해요. SMCC의 특징 중 하나는 7번을 들어야 한 번 말할 수 있다는 거예요. 각자의 발언 시간이 정해져 있죠. 5분씩만 잡아도 8명에 40분이에요. 발언의 독식이 불가하죠.

Q. 우리나라 문화를 생각하면 꽤 생소한 커뮤니티 같아요.

그렇죠. 보통 이런 모임이라면 명함을 주고받으며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나눈다거나 하는 네트워킹 모임을 떠올리잖아요? 만나는 시간도 저녁, 매개 역시 술・담배가 되는 경우가 많고요. 게다가 커뮤니티를 관계의 시작으로 보는 경우가 많죠. 그 자리가 기점이 되어 인맥을 만들어가는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 뇌를 깨운다 생각하면서 사람들과 커피 한 잔하고, 가볍게 소통하고 헤어지는 걸 추구하는 SMCC와는 완전히 반대죠.

“명함 없이 가벼운 주제로 대화해요”


Q.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처음엔 분위기가 어땠나요?

SMCC도 처음엔 특정 관심사나 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려는 사람들이 모였던 것 같아요. (제가 캠핑 유튜브를 하니)캠핑 정보나 F&B 사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며 네트워킹을 하려는 거였죠. 모임의 규칙을 정하고, 참여가 누적될수록 사람들에게 모임이 일종의 ‘루틴’이 되기 시작했어요. 굳이 꾸미고 오지 않아도 편하게 모여 각자의 얘기를 나누고 다음에 또 만날 것을 약속하는 건강한 분위기가 형성된 거죠.

Q. 되게 매력적인 모임이네요. 참여자들의 모임 후기는 어때요? 

저희가 1~2년차 때쯤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며 놀랐던 건, SMCC로 ‘정신적 치유’를 얻었다고 답하신 분이 많았다는 점이에요. 정신과 치료를 중단한 분도 있었고요.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고 공감하고 공감받고 하는 것들이 실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하는 행위더라고요. 또 이렇게 아침 모임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일상에 환기가 되고 주도적인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았어요.

Q. ‘E’들이 가득한 외향인 모임일 거라 생각했는데 얘길 들어보니 내향인에게도 좋은 모임인 것 같아요.

맞아요. 인스타그램 등에서 SMCC를 접하다 보면 그런 오해를 종종 하시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향인들이 많아요. 매뉴얼 셋팅도 내향인에 맞춰져 있고요. 만나는 시간 만큼 헤어지는 시간도 딱 정해놓은 게 다 그런 이유거든요. 여기서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났다며 고마움을 표하는 내향인 참여자분도 많으세요. 3년 정도 참여하신 분들 중엔 고정 여행 멤버가 되신 분들도 있고요.

Q. 이미 4년차에 접어들었기도 하고, 늘 오던 분들만 오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혹시 처음 온 사람도 많나요?

놀랍게도 많아요. 처음 오신 분들이 모임마다 반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SMCC가 사람들 사이에서 나름의 브랜딩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제는 많은 분들이 SMCC에 가면 밝고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들이 많고,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는 예측을 하시는 것 같아요.

Q. 처음부터 이 모임의 잠재성을 알고 계셨나요?

처음엔 문화를 알리고픈 마음이 컸죠.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모닝 커피를 마시는 건강한 루틴을요. 그런데 SMCC에서 많은 분들이 치유를 얻는 걸 보고 ‘아 사람들은 이런 게 필요했구나’ 싶었어요. 우리가 현대 사회를 살면서 내 얘기를 누군가한테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나요? 퇴근하고 저녁 약속 없으면 집에서 넷플릭스 보다 잠들잖아요. 아침에 나누는 대화가 개인의 삶과 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거죠.

“건강한 대화와 모임은 생각보다 많은 걸 치유해요”


Q. 멋진 발견이에요. 대표님이란 직함을 벗어던진 ‘인간 박재현’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네요. 대표님 MBTI가 뭐예요?

ENFJ요. MBTI만 보면 외향적일 것 같지만 의외로 혼자 있는 시간도 되게 필요해요. 여행도 주로 혼자 다녔고요.

Q. 미국, 이탈리아 등 해외에 오래 계셨잖아요. 이방인의 입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운 좋게도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이탈리아 친구들과 친해져서 늘 그 무리에 들어가 있었는데요. 미국에 있을 때 허리케인이 심하게 온 적이 있거든요. 당시 한 이탈리아 친구 집이 물에 잠겨서 한 3개월 공간을 내어주며 같이 산 게 친해진 계기였어요. 이후 이탈리아 문화나 언어를 배우며 이탈리아에 가게 됐어요. 지금 하는 F&B 사업의 배경이 된 요리 학교도 그때 다니게 됐고요.

Q. 흔히 말하는 ‘K-타임라인*’과 다른 삶을 사셨는데 그 과정에서 불안함이나 고독은 없으셨나요?

저도 한국에서 대학교까지 학업을 마쳤기에 K-타임라인과 완전히 벗어난 삶을 산 건 아니에요. 물론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진 않았지만요. 전 그 점 때문에 오히려 불안이나 고독이 없던 거 같아요. 보통 K-타임라인은 부모님의 기대로 만들어지잖아요. 그게 꼭 내 행복을 보장하진 않죠. 오히려 ‘현대인의 고립’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은 집-회사 이렇게 반복된 일상에서 와요. SMCC의 반응이 좋은 이유죠.

*K-타임라인: 인터뷰에서 편의를 위해 사용한 단어예요. 학구열 높은 학창 시절을 보내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나이나 연차에 기대되는 삶의 지위를 목표로 살아가는 과정을 이 단어로 표현했어요.


“현대인의 고립감은 반복된 일상에서 오는 것 아닐까요?”


Q. 그러네요. 다만 획일화된 일상 속에서 삶의 주체성을 갖기란 쉽지 않잖아요. 그 고립감을 이해받기도 쉽지 않은 거 같고요.

그래서 나다움을 이해받을 수 있는 관계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과도하게 우려하는 문화권이잖아요. 부모님의 기대가 나의 행복에 우선한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그런데 정작 주변에 나를 이해해줄 사람을 발견하긴 어렵죠. 예전보다 연결이 훨씬 쉬워졌는데도요. 그 외로움과 고립을 해소하고 싶어도 안전한 관계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거예요.

Q. 대표님이 생각하는 ‘안전한 관계’란 무엇인가요?

상대방이 안전한가보다, 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가 중요한 거 같아요. SMCC에서 말하는 안전함은 바로 ‘자연스러움’이에요.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을 모두 포함해서요. 실제로 모임에 꾸미고 오시는 분이 별로 없어요. 내적인 얘기도 오히려 친한 사이면 말 못하는 것들도 쉽게 말씀하시고요. 나에게 얹혀진 선입견을 벗어던져도 괜찮은 커뮤니티에 속할 때 ‘진짜 나’가 발현되죠. 그게 곧 안정감을 주고요.

Q. 잘 모르는 사람과 ‘스몰토크’도 힘든 사람이 많잖아요. 좋은 커뮤니티를 찾더라도 나를 내려놓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거 같아요.

맞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내심 그 자유를 갈망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외적인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하잖아요. 나를 내려놓는 것이 힘든 만큼, 나를 포장하는 것에서 오는 피로감도 크지 않나요? 전 의도된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진짜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SMCC에 몇 번 참여한 분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스몰토크 훈련이 되어 있어요. 진행을 자처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Q. 각 잡고 인터뷰하고 있는 저도 꼭 참여해보고 싶네요. (웃음)

꼭 오세요. 대신 아침 8시까지 꼭 오셔야 해요. (웃음)

“안전한 관계란 나다움을 이해받을 수 있는 관계예요”


Q. 한편 ‘느슨한 연대’로 이어지는 SMCC를 보면서 누군가는 끈끈한 유대감을 필요로 할 거란 생각도 들어요.

좋은 지적이에요. 전 말씀하신 두 관계 모두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자신의 현재 상태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순 있어요. 은은한 연대로 힐링이 필요한 상태가 있는 반면, 나와 꼭 맞는 누군가와 단단히 연결되고 끈끈하게 지내는 게 필요한 상태가 있을 수 있어요. 각각이 치유하는 포인트도 다르죠. 저도 커뮤니티를 하면서 ‘느슨한 연대가 모든 걸 해결하진 않는구나’를 느끼게 됐어요.

Q. 두 관계 중 우선순위를 매겨볼 수 있을까요?

우선순위는 사실 없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지금 어떤 관계가 필요한지를 아는 게 중요하죠. 좋은 커뮤니티에 참여해 사람들과 좋은 에너지를 나누는 것을 넘어, 더 끈끈한 유대가 필요한 사람들은 자유롭게 더 깊은 관계를 선택할 수 있죠. 커뮤니티는 그 장을 열 뿐이에요. 느슨한 연대로도 충분하고 그걸 위한 셋팅이 되어 있는 게 SMCC지만, 이미 여기서 알게 돼 같이 여행을 다니는 분들도 계시는 걸요.

Q. 느슨한 혹은 은은한 연대는 어쩌면 새로운 관계의 정의 같아요. 다만 관계에도 돈이나 시간 등 에너지가 드는 만큼 이런 ‘새로운 관계’엔 어느 정도의 리소스를 써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전 은은한 연대를 좋아하지만 그 관계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지 않아요. 그래서 ‘은은한 연대’라고 할 수 있는 거고요. 인생에 깊은 관계는 5~6명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전 다행히도 제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가족과 친구가 있어서 이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쏟아요. 느슨한 관계든 끈끈한 관계든, 관계에 있어 비용을 먼저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이건 우리 사회가 도치하고 있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Q. 어떤 부분이 도치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 사회에서 나, 가족, 돈의 우선순위를 매기면 무조건 ‘돈’이 우선인 것 같아요. 돈이 있어야 나를, 가족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계에 소원해지죠. 제가 경험한 건 좀 달라요. 가족이 있어야 내 자신이 있고, 그래야 돈을 벌 수 있어요. 깊은 관계를 잘 챙길 수 있다면 은은한 연대가 주는 치유를 더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고요. 이 점은 우리와 가치관이 다른 해외에서 생활하며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은은한 연대만큼 끈끈한 유대도 중요해요”


Q. 정말 좋은 말씀이에요. 나다움을 이해받길 원하면서도 누군가와 관계 맺기는 주저하는 분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요?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게 없어요. 매일 같은 환경과 같은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면 지금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 갈증은 개선될 수가 없어요. 전 뭔가 안 하던 짓을 해보길 권해요. 그게 꼭 어떤 커뮤니티를 찾는 게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내 라이프스타일을 벗어나는 무언가를 하는 데서 오는 신선함과 자신감이 열쇠가 될 거예요. 전 그 열쇠가 가장 잘 작동하는 게 아침이라고 생각하고요.

by. 콘텐츠 PM 슌 ☔, 마케터 치코 🌱, 디자이너 윤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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