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티스트 오존 🎸: 수많은 트렌드 속에서 나만의 취향 발견하기

[인터뷰] 아티스트 오존 🎸: 수많은 트렌드 속에서 나만의 취향 발견하기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인터뷰] 아티스트 오존 🎸: 수많은 트렌드 속에서 나만의 취향 발견하기

뉴닉
뉴닉
@newneek
읽음 31,605

🎸 오존이 누구야?

아티스트 오존(O3ohn)은 섬세한 감성으로 자신 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쌓아온 싱어송라이터예요. 2016년 EP [O]로 데뷔해 포크·팝·알앤비·OST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왔어요. 여러 음악 방송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지만, 유튜브의 다양한 채널에 출연하며 팬을 넘어 대중들과 더 친근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매일 같이 바뀌는 트렌드와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 오존은 자신만의 확고한 색깔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뉴닉 캠페인 ‘이상한 세상, 이상한 사람들’에서는 개성과 트렌디함을 동시에 잡은 오존과 FOMO를 자극하는 트렌드의 홍수 속 자신을 잃지 않는 방법에 대해 얘기 나눴어요.
 

Q.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음악 만들고 노래 부르고 이것저것 하고 있는 오존이라고 합니다.

Q. 요즘 운동, 유튜브, 보드게임까지 다양하게 섭렵하고 계세요.

보드게임은 아직이에요. 진짜 보드게임을 즐기는 형으로부터 ‘포저(poser)*’라는 말을 들었어요(웃음). 복싱이나 러닝 같은 운동은 꾸준히 즐기고 있는데요. 내향형인 제가, 사람 만나는 일이 잦은 유튜브 활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포저(poser): 자신이 속한 문화나 분야를 ‘수박 겉핥기’하는 이들을 의미해요. 깊은 이해나 열정 없이 외형적인 요소만 따라하며 그 문화를 표방하는 사람을 지칭해요.

Q. 4년 전, 뉴닉의 ‘물물교환’ 캠페인 인터뷰에도 응해주셨는데요. 뉴닉 아직 즐겨보고 계세요?

매일 보내주시는 뉴스레터 챙겨보고 있어요. 이걸로 공부도 진짜 많이 하고요. 최근엔 ‘스테이블코인’에 관해서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을 보내주셔서 흥미롭게 봤어요.

Q. 뉴스레터를 챙겨보고 계신다니 너무 감동이에요.

사실 뉴스를 잘 안 보는 편이라 놓치는 것들이 생기는데,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해 보내주시니까요. 게다가 요즘 세상 돌아가는 속도가 워낙 빠르잖아요. 가만 있다간 바보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뭐라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에요.

“한동안 트렌드에 부정적이었어요”


Q. 자고 일어나면 유행도 바뀌는 세상이잖아요. 오존 님은 트렌드에 민감한 편이세요?

한동안 트렌드에 대해 좀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아티스트라는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트렌드를 주시해야고 활용해야 하는 면이 있지만요. 소비와 창작면에서 태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Q. 소비와 창작 면에서 트렌드를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만드는 음악에선 의도적으로 트렌드를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반면 패션이나 음식 같이 제가 문화를 소비하는 차원에서는 마음을 좀 열고 트렌드를 대하는 것 같고요.

Q. 트렌드에 부정적이었던 이유가 있나요?

트렌드가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많이 갉아먹는다고 생각했어요. 트렌드를 쫓기 위해 억지로 뭔가 해야 하는 상황이 부자연스럽다고 느꼈거든요. 특히 창작하는 입장에서 요즘 나오는 것들을 계속 듣고 쫓다 보면 거기에 트렌드가 반영되기 마련이잖아요. 창작자는 트렌드를 오히려 만들어나가야 하는 입장이라 더 조심스러웠어요.

“짧고 간편한 것보다 오래 공들인 작업을 좋아해요”


Q. 그럼 오존 님은 요즘 음악을 잘 안 들으세요?

물론 듣긴 하지만, 흡수하려고 듣는 음악들은 오히려 요즘 사람들이 잘 듣지 않는 옛날 음악들이에요. 그 중에서도 이미 나와 있는, 소위 ‘클래식’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빠르게 흘러가서 붙잡기 어려운 것보다 좀 진득하게 파고들만한 것들이요. 획일화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아요. 

Q. 좋은 말씀이에요. 다만 요즘엔 소수의 집단이 보다 깊은 취향을 공유하는 ‘마이크로 트렌드’도 많잖아요. 혹시 관심 있게 보는 마이크로 트렌드가 있나요? 

이걸 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시적이고 자극적인 숏폼 트렌드에서 벗어나서 오래 공을 들여서 하는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가령 책을 읽는다거나, 말도 안 되게 긴 영화를 본다거나, LP판을 사 모아서 듣는다거나 하는 분들이요. 그런 작업을 찾아보는 걸 좋아해요.

Q. 그런 ‘오래 공들인’ 작업이 주는 매력은 뭐예요? 

감성의 값어치가 있으니까요. 요즘 사실 클릭 한 번이면 노래를 들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LP를 손수 찾아서 번거롭게 플레이어에 넣고 특유의 음질로 음악을 듣는 행위에서 오는 무언가가 있죠. LP에 담긴, 또 LP를 찾아 듣기까지의 과정에 담긴 시간이 주는 감성을 대체하긴 어려운 법이니까요. 물론 요즘 트렌드의 속성과는 정말 동떨어진 취미네요(웃음).

“(트렌드 따라가는 걸) 전 포기했어요”


Q. FOMO*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존 님은 트렌드 변화에 초연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포기했어요. 트렌드를 따라가기가 너무 벅차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차피 다 파악하지 못하고 다 흡수할 수 없는 거라면 그냥 빨리 접자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아요. 어떤 관점에선 좀 아저씨 같은 생각이지만 전 그게 좋아요.

*FOMO: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로, 트렌드나 특정 사회 흐름에서 뒤쳐지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 불안감을 말해요. 

Q. 한편 요즘엔 ‘트렌드와 개성을 동시에 잡으라’는 압박이 있는 것 같아요. 오존 님은 그걸 해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비결이 뭐예요?

되게 잘 포장을 해주셨네요(웃음). 전 잘 모르겠어요. 누군가 그렇게 느끼신다면 어쩌다 제가 하고 있는 것들과 유행이 딱 맞아떨어진 게 아닐까 생각해요. 지금은 운이 좋아서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나중엔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언젠가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을까요? 전 그냥 꾸준히 제 걸 하고 있을 뿐이에요.

Q. 오존 님이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트렌드를 쫓는 걸 포기했다고 말했지만, 저 역시 제가 멋지다고 생각한 사람들을 따라하며 시작했어요. 다만 제가 좋아했던 사람들은 빠르게 뜨고 지는 사람이라기보다 늘 같은 지점에서 반짝거리는 사람들이었어요. 물론 그런 사람들도 한 때는 누군갈 따라하고, 흡수하려고 했던 시점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게 보이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 같아요.

“저도 누군갈 따라하면서 시작했어요”


Q. 오존 님이 말한 ‘따라한다’는 건 ‘유행을 쫓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요?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더라도 피상적으로 쫓는 것과 깊이 있게 흡수해 나만의 것으로 소화하는 것의 차이죠. 어떤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음악이 있다고 했을 때 어떤 건 ‘오마주’가 어떤 건 ‘카피’가 되잖아요. 단편적으로 박자가 어떻고 코드가 어떻고, 어떤 악기를 썼는지를 살펴보는데 그치기보다, 그 음악을 이루는 요소들이 어떤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다른 것들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넓은 관점으로 탐구해야 해요. 따라하더라도 깊이 있게 영감을 받는 게 중요한 거죠.

Q. 깊이에 대한 의지가 남다른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중 2명이 제게 인상적이었는데요. 한 명은 영화를 좋아했고 한 명은 음악을 좋아했어요. 둘 다 좋아함의 깊이가 남달랐는데요. 그게 제 눈에 너무 멋져보였어요. 소위 ‘디깅(digging)’이라고 하잖아요. 저도 그 친구들이 어떻게 디깅하는지를 옆에서 보고, 함께 체험하면서 좋아하는 걸 깊이 파보는 게 익숙해졌어요. ‘깊이를 추구하는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고요.

Q. 좋은 친구들이었네요(웃음).

그렇죠. 전 아마도 그런 행위 자체를 동경하는 것 같아요. 뭔가에 대해서 깊이 몰두하고 파고들어가는.

Q. 그럼 지금의 오존 님은 영감을 받는 단계를 넘어 ‘나만의 것’을 찾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직은 뭔가를 더 따라하고 익혀보고 싶은 입장인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 영감을 받은 것이 튀어나올 때면 의식적으로 자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지금 뭔가를 따라하려고 하는구나’ 하고요. 좋은 영향을 받은 것이 창작에 스며들 때 어느 정도 걷어내는 것도 필요하겠다라고 느끼고 있어요. 그걸 다 덜어냈을 때 진짜로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더 이상 뭔가를 쫓지 않아도 자기만의 멋을 지키는 사람.

“의도적으로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는 시간을 둬요”


Q. 음악 외에도 지금의 오존 님을 만든 개성과 취향은 어떻게 찾게 되셨나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많은 걸 직접 경험해보면서 찾았는데요. 제 경우엔 음악이든 옷이든 영화든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쌓아나가다가 어느 순간 기준이 생긴 것 같아요. ‘이건 쿨하고, 이건 쿨하지 않아’하는 걸 느끼는 거죠.

Q. 어떤 것의 ‘쿨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처음엔 제가 동경하는 사람들의 기준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런 걸 소비할까?’, ‘이것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를 고민한 시절도 있었어요. 하지만 경험과 정보의 누적이 나중엔 어떤 직관을 만드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무작정 끌리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게 어떤 브랜드든 음식이든 음악이든. 끌리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 느낌이죠.

Q. 깊이 파고들 만한 ‘나만의 것’,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요?

우리는 소셜미디어가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는 세상 속에 살잖아요. 그럼에도 의도적으로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는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유행하는 것들, 지금 사람들이 쫓는 것들을 일부러 잊고 지내려는 어떤 용기나 뻔뻔함이 필요한 거죠. 이렇듯 내 취향을 키우려면, 전원을 꺼놓고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수록 저는 자신의 단단함이 길러진다고 믿어요.

Q. 바쁜 요즘 세상을 살아가면서 쉽지 않은 얘기 같기도 해요.

맞아요. 세상과 단절되고, 직접 많은 걸 경험하고, 직관에 따라 내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많은 시간이 들죠. 먹고 살기도 바쁜데요. 하지만 꼭 취향에 관한 게 아니더라도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이 ‘나를 위한 시간’을 꼭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Q.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때 추천하는 방법이 있나요?

저는 가끔 명상을 해요. 거창한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의 평소 일상을 돌이켜보면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귀한 시간이거든요. 그제야 제게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명상까진 아니더라도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거울을 보고 억지로라도 웃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도 좋아요. 실제로 해봤는데 정말로 효과가 있더라고요.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될수록 여러가지 불안과 멀어지는 힘이 길러질 거예요.

“더 뻔뻔해져도 괜찮아요”


Q. 나를 찾는 것 만큼 나를 드러내는 방식도 중요할 것 같아요. 무대를 넘어 유튜브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며 오존 님에게 나타난 변화가 있나요?

아직도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 사람들 앞에 저를 내보이는 것에 적응하고 있는 단계에요. 면역력을 높이는 상태랄까요?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좀 더 뻔뻔해지기로 결심했다는 점이에요. 제가 누구인지를 아무리 설명해도 사람들은 제게서 보고 싶은 것만 볼 테니까요. 그렇기에 스스로 증명하고픈 게 있다면 그 타임라인을 길게 가져가기로 했어요. 여러분도 그런 점에서 더 뻔뻔해져도 괜찮아요.

Q. 나를 내보이는 것에 두려움이 있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요?

저는 운동을 하면서 사람들 앞에 설 에너지와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자기계발의 참맛을 느꼈달까요? 모든 사람이 경험해야 될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붙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예요. 제게는 그게 운동이었고, 오래 공들여 쌓은 취향이었어요. 여러분도 겁내지 마세요. 당장 카메라를 켜고 자신에 대해 얘기하셔도 좋아요. 지금 이 인터뷰를 보시는 여러분이 곧 트렌드예요.

by. 콘텐츠 PM 슌 ☔, 마케터 치코 🌱, 디자이너 윤디 ☁️

🔗 다른 인터뷰도 읽어보기

이 아티클 얼마나 유익했나요?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