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정치권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둘러싸고 시끌시끌한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 이사 한 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 미국의 대통령이 연준 이사를 해임한 건 연준 11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에요. 이를 두고 “우리가 알고 있는 독립적인 중앙은행의 종말”이라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다고. 대체 어떤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해고 사건 뒤에 숨은 시사점은 뭔지 정리해 봤어요.

잠깐, 연준이 정확히 뭐 하는 데였지?

• 통화정책 다 맡겨 💰: 연준은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곳이에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기준금리를 정하고, 채권 매입·발행 등을 통해 시중에 도는 돈의 양을 조절하는 통화정책을 펴는데요. 연준의 의사결정기구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고,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를 얻어 임명해요. 위원 중 한 명은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연준 의장을 맡고요.
• 독립성 절대 지켜 🏛️: 연준 의장과 이사들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철칙처럼 지켜왔어요. 중앙은행이 정권의 입김에 휘둘려 통화정책을 펴다 보면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불확실성이 커져 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은 독립성을 흔들려는 정치권력의 압박에 맞서왔어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연준의 이사를 해임하겠다고 해서 문제가 커진 거예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 “수상한 점 제보해요!” 👀: 어느 날 법무부 앞으로 연준 이사인 리사 쿡의 의혹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제보가 도착했어요. 트럼프의 측근으로 알려진 연방주택금융청 청장이 쿡 이사를 상대로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제기한 거예요. 쿡 이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기 위해 실거주 용도라고 속이고 돈을 빌린 다음, 집을 임대로 내놨다는 것.
• “진짜? 당신 해고야!” 🫵: 이 소식을 들은 트럼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SNS에 쿡 이사를 해임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공개했어요. 그러면서 “연준 이사는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하지만 범죄 행위로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고요.

쿡 이사는 연준 최초의 흑인 여성 이사로 조 바이든 정부 시절 임명돼 임기가 2038년까지 무려 13년이나 남아있어요. 그는 “대통령은 나를 해고할 권한이 없다”며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는데요.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연준 장악에 나섰어!” 하는 비판이 나와요.

트럼프가 연준을 장악한다고?

언론에선 쿡 이사에 대한 해고 사유가 석연치 않다는 평가가 많아요. (1) 의혹과 관련된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아직 수사가 시작된 것도 아닌 데다 (2) 쿡 이사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인물이라는 점이 의구심을 키우고 있는 것.

• 연준을 입맛대로 바꿀 거야 🤦: 그동안 트럼프는 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오랜 갈등을 빚어왔어요: “금리 안 내리면 해임할 수도 있어!” 하지만 파월이 꿈쩍도 하지 않자 트럼프가 나머지 연준 이사를 ‘내 사람’들로 교체하기 위한 행동에 나선 거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트럼프는 최근 조기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의 빈 자리까지 계산하면 총 2자리를 새로 지명하게 돼요. 내년 봄에 임기가 끝나는 파월의 후임 등을 포함하면 연준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자기편’으로 채울 수도 있다고.
• 연준의 신뢰가 떨어질 거야 🤷: 전문가들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한목소리로 연준의 100년 넘은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해요. 연준이 정치권력의 입김에 흔들릴 경우 미국과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미칠 거라고 경고하고요: “이건 선을 넘어도 너무 세게 넘은 거야!” 실제로 쿡 이사 해임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국채와 금, 달러 시장이 충격으로 출렁였다고. 

앞으로 어떻게 될 거래?

쿡 이사의 변호인은 “불법 해고를 막기 위해 모든 조치를 하겠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어요. 연준 또한 쿡 이사의 임기가 아직 유효하다며 그를 옹호했고요.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미 쿡 이사의 후임을 거론하기 시작했는데요. 측근으로 꼽히는 데이비드 멀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 등이 언급되는 중이라고. 다음 달 중순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기 전에 쿡 이사를 해고한 뒤 금리인하 압박 기조를 이어가려 한다는 해석이 나와요.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의 근거 없는 공격”이라며 쿡 이사의 해고가 위헌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의 연준 이사진 교체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상황을 지켜봐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