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전 성범죄 저항했던 최말자 씨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 구형한 이유

61년 전 성범죄 저항했던 최말자 씨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 구형한 이유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61년 전 성범죄 저항했던 최말자 씨 재심에서 검찰이 ‘무죄’ 구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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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말자 씨 재심, 검찰 무죄 구형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씨의 재심 첫 공판에서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어요. 검찰은 재판정에서 고개를 숙여 최 씨에게 사과했고, 최 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어요. 

재심 배경: 최말자 씨 사건, 무슨 일이었지?

최 씨는 만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집을 나섰다가 길을 알려달라며 접근한 남성 A씨(당시 21세)에게 성범죄를 당했어요. A씨는 최 씨를 쓰러뜨리고 입을 맞추려 달려들었고, 최 씨는 A씨의 혀를 깨물어 저항했어요. A씨 혀는 1.5cm 정도 잘렸고, 이에 당시 부산지방법원은 최 씨에게 중상해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어요. 최 씨는 성범죄에 저항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요. A씨에게는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어요.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은 것.

최 씨는 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 5월, 검찰 수사 당시 불법 구금 등이 있었다며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는데요. 1심·2심은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어요.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이 “별다른 사실 조사도 없이 재심청구를 기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최 씨 사건을 돌려보내며(=파기환송) 사건 발생 60년 만에 재심의 길이 열렸고요. 부산고등법원이 지난 2월 재심 개시를 결정해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이날 재심 공판이 열리게 됐다고.  

공판 내용: 최말자 씨 재심 첫 공판, 어떤 이야기 나왔어?

23일 부산지법에서 최 씨에 대한 재심 첫 공판과 결심공판이 진행됐는데요. 검찰은 증거조사에 이어 피고인 심문을 생략하고 곧바로 ‘무죄’를 구형했어요. “본 사건에 대해 검찰은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한 행위로써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피고인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한 것. 

검찰은 사죄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어요. 검찰은 “검찰의 역할은 범죄 피해자를 범죄 사실 자체로부터는 물론이고 사회적 편견과 2차 가해로부터도 보호하는 것”이라며, “과거 이 사건에서 검찰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했고요. “그 결과 성폭력 피해자로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했을 최말자님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드렸다. 사죄드린다”고 덧붙였어요. 이날 법정엔 공판부 부장검사가 이례적으로 직접 나와 최 씨를 ‘피고인’이 아니라 ‘최말자 님’이라고 불렀고요. 최 씨를 향해 고개도 숙였다고.

최 씨 측 변호인도 최 씨의 행위가 정당방위라고 거듭 주장했어요. “이 사건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무죄가 되는 사건이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무죄일 수밖에 없는 사건이 검찰과 법원의 잘못으로 오판됐던 것”이라며 “법원이 응답할 때”라고 강조했고요. 이어 “검찰과 법원이 과거 세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듯 변호인들도 선배 세대 변호인이 남긴 미완의 변론을 이제 완성하고자 한다”고 덧붙였어요.

최 씨는 최후 진술에서 “국가는 1964년 생사를 넘어가는 악마 같은 그날의 사건을 어떤 대가로도 책임질 수 없다. 피해자 가족의 피를 토할 심정을 끝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달라고 꼭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61년간 죄인으로 살아온 삶, 희망과 꿈이 있다면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인권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법을 만들어 달라고 두 손 모아 빌겠다”고 당부했다고.

공판 이후: 공판이 끝난 뒤 상황은 어땠어?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상황이라 판결도 무죄로 나올 가능성이 큰데요. 최 씨는 법정을 나서며 “이겼습니다” 하고 외쳤다고. 최 씨의 재심을 보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과 여성단체 회원들도 눈물을 훔치며 박수를 보냈고요. 

최 씨는 법원 앞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도 “한국여성의전화, 변호사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응원 때문에 제가 이 자리까지 왔다”며 감격을 표현했어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분명히 제 귀로 (검찰이) 사과하는 것을 들었고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니까 대한민국 정의는 살아있다고 생각한다”는 소감을 밝혔고요.

재심 재판부의 선고 공판은 오는 9월 1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에요.

by. 에디터 히스 🌼
이미지 출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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