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마리가 도심을 점령했다고? 백로 떼 아파트 습격 사건의 전말 🔍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수천 마리가 도심을 점령했다고? 백로 떼 아파트 습격 사건의 전말 🔍
무더운 여름밤, 밤새 들려오는 수백 마리 새의 울음소리와 어디선가 풍기는 악취… 납량 특집 무서운 이야기냐고요? 👻 그건 아니고, 전남 나주의 백로 서식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근 주민들이 겪게 된 일이에요.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얼마 전 전남 나주시의 한 신축 아파트 단지 근처에 1000마리 이상의 백로 떼가 둥지를 틀었어요. 이에 입주민들이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울음소리, 창문에 쌓이는 깃털, 배설물 냄새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사실 이 지역은 예전부터 철새인 백로가 매년 여름마다 머물러온 곳이라고. 백로의 서식지가 먼저였다는 사실을 주민들도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연히 공존해야지!”라는 반응이 많았고요. 하지만 여름 번식기인 7월이 되며 백로의 울음소리와 분변량 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골칫거리’ 취급을 받게 된 거예요. 그런데 이런 일, 전남 나주가 처음은 아니라고.
이런 일이 또 있었다고?
최근에도 경기 고양·성남, 충북 청주, 인천, 대전, 광주 등 전국 곳곳의 아파트 단지나 마을, 학교 옆에 백로 떼가 자리를 잡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때마다 백로의 소리와 냄새 등에 대한 민원이 이어졌는데요. 인간의 생활권이 커지면서 백로가 주로 살던 습지와 경작지가 빠르게 줄었고, 결국 먹이 경쟁을 위해 도심까지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좁은 도심에서 치열하게 먹이 경쟁을 하다 보니 하루 수십 마리에 달하는 새끼 백로가 죽는 일도 생기고요. 하지만 이들은 ‘유해 야생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포획하거나 둥지를 제거해 직접 옮길 수 없다고. 이에 사람들은 백로가 다른 곳으로 이사하게 만드는 간접적인 방법을 주로 써왔어요.
어떤 방법을 썼는데?
나뭇가지를 많이 쳐서 수형을 줄이거나(= 강전지), 아예 나무를 베어 기존 서식지를 없애는 거예요. 심지어 백로가 이동해 오는 계절에 나무를 흔들거나 기계로 폭발음을 내서 둥지를 틀지 못하게 할 때도 있다고. 다만 이건 근처 다른 지역에 문제를 떠넘기는 방식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와요. 또 벌목은 산림 생태계를 해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고요. 이 과정이 무차별로 이뤄져 백로 수십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일도 있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학계가 머리를 맞댄 대전 카이스트의 사례가 주목을 받는다고:
- 반가운 손님에서 👍 시끄러운 불청객으로 👎: 카이스트 캠퍼스 내 어은동산에서 백로 떼 800여 마리가 처음 발견된 건 2001년이에요. 처음에는 환영받았지만, 약 10년 만에 교내 여론은 정반대가 됐는데요: “시끄럽고 냄새나잖아!” 이에 2013년 나무 일부를 벴지만, 백로 떼는 결국 몇 년 뒤 다시 카이스트의 다른 숲으로 돌아왔어요.
- 백로에게도 이야기가 있다: 그러자 대전시·대전환경운동연합·카이스트는 백로를 함께 연구했어요. 일부 백로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서 이동 경로와 먹이활동, 울음소리의 의미 등을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주택가와 떨어진 공원에 백로를 이사 보내는 작전을 펼치기로 한 건데요. 의도대로 백로 서식지를 옮기는 데는 실패했지만, 연구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이 백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바뀌었다고. 백로가 살아가는 모습을 자세히 지켜 보며 이들의 ‘이야기’를 알게 됐다는 거예요: “우리가 백로의 집을 침범한 것은 아닐까 🤔?”
이렇듯 전문가를 중심으로 인간의 기준으로 새들을 쫓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더 공부해 적극적으로 ‘공존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와요. 환경단체 등은 정부가 백로 떼를 위한 서식지를 따로 마련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백로 떼가 무조건 인간의 계획에 따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 철저한 연구와 다양한 대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나주시 등에서는 더 구체적인 철새와의 공존 방안을 찾기 위해 대책 회의도 열 예정이에요.
이미지 출처: ⓒ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