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대 교황 레오 14세는 누구?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는 누구?

“Habemus Papam(하베무스 파팜, 우리에게 교황이 있다)”
8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전 세계에 알렸어요. 4차례 투표 만에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인물은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 그는 즉위명*으로 레오(Leo)를 선택했어요. 유력한 교황 후보들을 제치고 ‘강복의 발코니*’에 오른 레오 14세 교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어요.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어떤 인물이야?
올해 69살의 미국 시카고 태생으로, 1977년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에 들어가 1982년 사제 서품을 받았어요. 이후 주로 페루에서 원주민 공동체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을 했고요.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교황청 핵심 인물 중 하나로 떠올랐어요.
바티칸에서 그는 ‘조용한 개혁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개혁파’로 분류될 만큼 전면에 나서 교회 개혁을 이끈 인물은 아니지만, 권위적이고 성직자 중심의 교회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천주교 안에서 평신도와 여성의 역할을 넓히는 것을 강조해왔다고.
또, 프랑스·이탈리아계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를 뒀고, 남미에서 오랜 생활을 해서 영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포르투갈어를 유창하게 하고, 라틴어와 독일어도 하는 걸로 유명해요.
즉위명 ‘레오’에는 어떤 의미가 있어?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뜻하는 말이에요. 천주교에서 전통적으로 힘·용기·리더십을 상징하는데요. 과거 13명의 교황이 사용했던 만큼, 전통적인 즉위명이기도 해요. 그래서 천주교의 뿌리를 강조하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하고요.
한편 19세기 말 사회정의와 노동권을 강조했던 레오 13세에 대한 존경과, 그의 사회 참여적 교회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거라는 해석도 있어요. 동시에 ‘레오’의 원래 상징에 따라 전 세계 평화가 위협받는 시기에 강한 리더십으로 교회를 이끌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을 거라고.
레오 14세 교황은 즉위 후 첫 축복의 인사를 통해서도 ““무기를 들지 않은 평화, 무장을 해제시키는 평화, 겸손하고 끈기 있는 평화”를 기원하며 평화를 강조했다고 (전문).
레오 14세, 아무도 교황이 될 거라 예측 못 했다고?
해외 도박사이트에서 누가 교황이 될지 베팅할 때 10위 권 밖에 있는 등 주목받지 못했어요. 이탈리아 출신의 보수파 추기경이 되거나,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개혁파 추기경이 될 거라는 예측이 많았기 때문. 또, 전 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출신이 교황이 되면 가톨릭이 미국 영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출신 교황을 뽑는 걸 일종의 금기처럼 여겨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개혁파와 보수파 사이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비교적 중도 성향의 레오 14세 교황이 주목받았다는 해석이 나와요. 오랜 남미 생활 등으로 “가장 덜 미국적인 미국 출신 추기경이야!” 하는 평가도 있었고요.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트럼프가 좋아했겠네?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뒤에 트럼프는 “미국에 큰 영광”이라며 공식적인 환영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하지만 레오 14세 교황은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SNS에 자주 올릴 만큼 트럼프에 반대되는 인물이에요. 특히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을 자주 비판했고요. 총기 사용 규제·기후 위기 대응 등에 소극적인 트럼프와 달리 이 문제들에도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글을 공유한 바 있어요.
근데 교황 선출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 걸까?
교황은 전 세계 약 14억 명의 가톨릭 신자의 영적인 리더인 만큼, 종교적 의미를 넘어 국제 정치·사회·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에요. 교황은 바티칸의 국가 원수이기도 한데요. 교황청은 UN에서 국제사회에 도덕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요. 특히 전쟁·빈곤 등의 문제에 강한 메시지를 내기도 하고요. 임신중단·성소수자 등의 문제도 교황의 입장이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요.
또, 영화 ‘콘클라베’가 흥행하면서 교황 선출 과정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도 했어요.
+ 레오 14세 교황의 우리나라 방문, 즉위 전부터 예약돼 있었다?
2027년 ‘세계청년대회’의 차기 개최지로 서울이 선정됐기 때문이에요.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 청년들이 모이는 축제인데요. 세계청년대회에는 교황도 참석하고요. 레오 14세 교황이 2027년에 우리나라를 찾으면, 이는 역대 네 번째 교황 방한이자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 13년 만의 방문이 될 예정이에요.
이미지 출처: ⓒREU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