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성 살해, 반복되는 ‘페미사이드’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이탈리아 여성 살해, 반복되는 ‘페미사이드’

이탈리아에서 이틀 사이에 20대 여성 2명이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이에 이탈리아 사회에 만연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범죄를 규탄하는 시위가 번지고 있어요.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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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메시나 시내 한복판에서 인근 대학교에 다니는 22세 여성이 같은 대학 남학생이 찌른 흉기에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어요. 범행 직후 현장에서 도주한 용의자는 이틀 만에 체포됐어요. 평소 피해자는 용의자의 스토킹에 대한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은 걸로 알려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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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로마 외곽의 한 숲에서 로마의 한 대학교에 다니던 22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어요. 피해자는 지난달 23일부터 실종된 상태였는데요. 경찰은 전 남자친구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살인·시체 유기 혐의를 조사 중이에요. 용의자는 범행 직후 피해자의 휴대폰으로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며칠 동안 피해자 행세를 했다고.
이후 이탈리아에서는 반복되는 ‘페미사이드(여성 살해)’를 멈추라는 시위가 번지고 있어요.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올해 들어서만 이탈리아에서는 11명의 여성이 살해된 걸로 집계됐는데요. 이탈리아에서는 과거에도 여성을 겨냥한 범죄와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여러 차례 떠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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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파도바 대학교에 다니던 한 20대 여성이 남자친구였던 가해자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어요.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는데, 피해자의 시신에서는 칼에 찔린 흔적이 무려 75군데나 발견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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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이후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여성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크게 번졌어요. 장례식에는 전국에서 1만 명 넘는 추모객이 모이기도 했고요. 법무부 장관·주지사 등이 운구 행렬에 동참하고, 장례식이 TV로 생중계될 정도로 이 사건은 이탈리아 사회의 큰 관심을 모았는데요.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사전은 그해 ‘올해의 단어’로 ‘페미사이드’를 선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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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앞선 2016년에는 이별을 통보한 20대 여성의 얼굴에 알코올을 뿌리고 불을 붙여 그를 살해한 남성이 체포됐어요. 이탈리아 곳곳에서는 피해자를 추모하고 여성을 겨냥한 폭력에 저항하는 시위가 열렸고요.
이탈리아에서는 뿌리 깊은 남성 우월주의와 가부장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피해자를 죽인 건 일부 가해자들의 순간적인 분노가 아니라, 구조적인 여성혐오 문화라는 것.
+ 우리나라는?
한국여성의전화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남편·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살해된 여성은 최소 181명에 달해요. 살인미수 등으로 생존한 여성은 374명으로 추산됐고요. 이런 수치는 언론에 보도된 것만 집계한 거라 실제로는 훨씬 많은 여성이 살해당하거나 살해 위험에 처했을 거라는 분석이 많아요.
과거 페미사이드 범죄 판결문 수백 건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그중 상당수는 이별 통보 등으로 남성의 ‘기분’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여성이 살해된 사례인데요. 개인의 우발적인 범죄로 보는 게 아니라 성평등 관점에서 사회·문화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