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닉X에포크] 설 연휴, 숨은 걸작과의 만남 (1) - 서편제 🎞️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뉴닉X에포크] 설 연휴, 숨은 걸작과의 만남 (1) - 서편제 🎞️
설 연휴,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과 함께 따뜻한 시간 보내고 싶다면 주목! 이번 연휴엔 영화 한 편 어떤가요? 에포크 뉴니커가 설 연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영화 3편을 소개해요.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과 재미가 가득한 작품으로, 행복한 설 연휴를 만들어요!
어쩌면 이 아티클로 인해 설날에 보는 영화가 조금은 더 의미 있어질지도 모릅니다.
이번 세 편의 시리즈 아티클에서는 전혀 다른 색채와 결을 지닌 세 편의 영화를 소개하려 합니다. 한 작품은 전통의 서정 속에서 한국의 혼을 노래하고, 또 다른 작품은 따뜻한 유머와 감동으로 다른 의미에서의 ‘가족’을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거대한 서사 속에서 인간 내면의 고독과 희망을 응시하는 현대적 감각의 블록버스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떤 작품을 선택하든, 당신은 영화 속에서 자신과 가족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발견은, 설날이라는 특별한 날을 더욱 빛나게 하는 기억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이번 아티클에서 첫 번째로 소개할 영화는 <서편제>입니다. 임권택 감독의 1993년작 <서편제>는 한국 영화사에 있어 독보적인 예술적 위치를 점하는 작품으로, 전통과 현대, 예술과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조금 장황하게 말하자면 시청각적 교향곡이라 할 만합니다. 이 영화는 판소리를 중심에 두고, 한국적 정체성을 정의하며 그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고찰합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 유봉은 판소리 명창으로 딸 송화와 아들 동호를 데리고 떠돌이 생활을 합니다. 그는 판소리의 예술적 깊이를 추구하며 가족에게 엄격하게 가르침을 주지만, 점차 독단적인 방식으로 변해가지요. 결국 유봉은 송화의 소리 속에 '한(恨)'을 담기 위해 그녀의 시력을 잃게 만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동호는 아버지의 방식에 반발하여 가족을 떠납니다.
<서편제>의 중심축은 판소리라는 전통 예술 형식에 의해 구성됩니다. 판소리는 말하자면 삶의 고난과 희열, 슬픔과 희망을 관통하는 서사적 체험의 공간입니다. 영화 속 유봉과 송화는 예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그 과정에서 ‘한(恨)’이라는 독특한 정서를 체현하지요. 유봉이 딸 송화의 시력을 희생시키는 순간, 영화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과 예술적 성취 사이의 모순적 긴장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한’은 예술적 표현을 통해 승화되는 에너지로, 판소리의 음색과 이야기 구조 속에서 생생히 살아 숨 쉽니다. 영화에서 송화의 소리는 그녀 자신의 존재 증명이며, 이 과정은 관객에게 깊은 정서적 울림을 제공하죠. 가장 한국적인, 전통의 정서를 녹여 집단무의식을 관통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임권택의 촬영은 가히 압도적입니다. 한국적 자연미의 정수를 화면 속에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영화 속의 산과 들, 비 내리는 초가집 풍경은 영화의 정서를 형성하고 강화하는 시각적 언어로 기능합니다. 이러한 미장센은 전통적 한국의 미학적 정체성을 시청각적으로 구성해내죠.
감독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전통적 미감과 인간 본성의 불가분한 관계를 암시합니다. 송화가 판소리를 부를 때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연의 조화로운 모습은 예술적 성취가 인간과 환경의 통합적 상호작용에서 비롯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세월이 흐른 뒤, 성인이 된 동호는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방랑을 시작합니다. 그는 길 위에서 판소리 소리를 따라가며 송화를 찾으려 하고, 마침내 그녀와 재회하지요. 송화는 여전히 판소리를 부르며 살아가고 있었고, 그녀의 노래에는 삶의 고통과 예술적 혼이 담겨 있었습니다.
영화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심오한 인간적 갈등을 담아냅니다. 아버지 유봉은 예술적 완성을 위해 자신의 가족을 희생시키는 인물로, 그의 존재는 인간적이면서도 동시에 비극적이지요. 송화와 동호, 유봉으로 이어지는 가족 서사는 전통 예술을 계승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희생을 암시합니다.
이 비극적 서사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집니다. 전통과 개인적 행복, 그리고 공동체적 유산은 과연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 임권택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보다는, 예술적 표현을 통해 질문 자체를 심화합니다.
임권택 감독은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한국적 정체성을 탐구하면서도, 이를 현대적 영화 언어로 재구성합니다. 이는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미학적 시도라 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설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추천드리고자 하는 이유는, 판소리와 ‘한’이라는 정서가 그 특수성 때문에 한국 외부의 관객들에게는 낯선 감정 구조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질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관객은 우리들뿐이라는 것이죠.
고전 영화에는 왜인지 모를 진입 장벽이 느껴지실 수도 있으실 테지만, 고전만큼 시대를 아우르는 명작은 없습니다. 설날, 수많은 세대가 모이는 자리에서 임권택의 <서편제>가 울려 퍼지는 광경은 그 자체로 영화적일 것입니다. 그럼 저는 다음 영화에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