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이 ‘쉼’을 생각하다

고슴이 ‘쉼’을 생각하다

작성자 뉴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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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이 ‘쉼’을 생각하다

뉴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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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누구보다 명절 연휴를 잘 보내는 고슴도치가 되기 위해 달력을 보던 고슴이는 놀랐어요. 올해 달력도 앞으로 3장만 넘기면 끝난다는 걸 깨달은 건데요. 그러자 문득 초조해진 고슴이. (🦔: 스음... 이렇게 쉴 궁리만 해도 되는 거슴?)

9~12월 달력이 주르륵 놓여 있고, 고슴이 손이 그 위에 올려져 있어요.

살다 보면 ‘쉼이 필요해’ 싶다가도, 한편으로 끊임없이 무언가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기도 해요. “잘 쉬어야 잘 해낼 수 있어”라는 말도 듣는가 하면, “잠은 무덤에서나 자는 거다” 하는 서슬 퍼런 말도 듣는데요 🥶. 뉴니커, 대체 쉰다는 건 뭘까요?


그러게... 쉰다는 건 뭘까?

‘쉼’은 ‘쉬다’의 명사형인데요.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쉬다’는 이런 뜻을 갖고 있어요. (1) 피로를 풀려고 몸을 편안히 두는 일이고요. (2) 잠을 자거나 (3) 잠시 머무르는 걸 가리키기도 해요. 그런가 하면 우리가 살기 위해 평생 멈추지 않는 ‘숨’ 역시 마찬가지로 ‘쉬다’로 표현하고요. 

‘휴식’이란 말도 흔히 쓰는데요.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쉰다는 뜻이에요. 휴식(休息)이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휴(休)는 사람(人)이 나무(木)에 기댄 모양이고요. 식(息)은 스스로(自) 마음(心)을 돌아보는 거예요. 잠시 멈춰 자기 마음을 돌아보는 게 휴식인 것. 쉰다는 건 ‘잠시 멈춘다’는 게 공통점 같죠?

쉬는 건 왜 중요할까?

쉬는 걸 흔히 ‘재충전’에 비유해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나면 다시 사용하기 위해 충전이 필요하듯, 우리 몸도 쉬면서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것. 휴식은 단지 육체의 피로를 푸는 것만 의미하진 않아요. 마음을 돌보는 정신적 휴식은 물론, 영감을 채우는 휴식이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위안을 얻는 휴식 등 다양하다고. 채워야 하는 에너지의 종류가 다양한 거예요.

그렇다면 쉴 때 실제로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볼까요?

  • 스트레스 쳐내: 스트레스는 흔히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으로 묘사되는 신체 상태를 불러요. 위험한 상황에 맞서기 위해 근육이 긴장하거나 정신을 각성 상태로 유지하는 건데요. 스트레스는 불안·우울 등을 부를 뿐 아니라 고혈압·위궤양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돼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되면 면역력도 떨어뜨리고요. 괜히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게 아닌 것. 충분한 휴식은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스트레스를 줄여줘요.

  • 업무 효율성 끌어올려: 잠을 잘 때 우리 몸은 하루 동안 쌓인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기도 하지만, 기억 같은 인지 기능을 강화해요. 꼭 잠을 자지 않더라도 업무 중에 짬짬이 휴식을 취하면, 뇌는 무의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한다고. 계속 쉬지 않고 일할 경우보다 쉬는 시간도 잘 챙길 때 기억력도 좋아지고 더 높은 생산성과 창의성을 보이고요. 하다못해 물 한 잔 마시러 자리를 뜨는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도 같은 이치예요.

우린 잘 쉬고 있을까? 

우리 사회가 잘 쉬는지 돌아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돼요. 대표적으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잠이 부족한 나라예요. 혹시 과거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생활 계획표’ 특집을 기억하나요? 하루 동안 자유 시간이 주어졌더니 정형돈은 온종일 쿨쿨 자는 모습을 보여줬고, 스태프들까지 단체로 잠이 들어 폭소를 자아냈는데요.

실제로 2023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18분으로, 조사 대상 35개 나라 중 뒤에서 2번째였어요. 수면의 질도 낮은 편이에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제대로 잠을 못 자 병원을 찾는 수면장애 환자는 2018년 약 85만 5000명 → 2022년 약 110만 명으로 30% 가까이 늘었다고.

잘 쉬는 걸 가로막는 건 뭘까?

우리는 왜 이렇게 쉬지 못할까요? 쉼에 대해 오해하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을까요? 실리콘밸리 컨설턴트 알렉스 수정 김 방은 책 ‘일만 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휴식을 일의 반대 개념으로 두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해요. 일하지 않는 시간을 단순히 쉬는 시간으로 여기고, 쉬는 건 무언가 생산하지 않는 의미 없는 활동으로 여긴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쉬는 게 존중받지 못하고, 쉬어도 의미 있는 시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거예요.

사실 전문가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어려운 얘기는 아니에요.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는 빠르고, 모두가 치열하게 사는 것 같고, 쉬게 되면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싶잖아요. ‘늘 뭔가 해야지’라는 압박감에 사로잡히고, ‘비생산적’으로 여겨지는 쉬는 시간을 용납하기 어렵고요. 쉬는 시간을 갖는 데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요. SNS 등에서 보여지는 다른 사람의 ‘성공’ 이미지와 비교하며 스스로 휴식을 허락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요. 

쉬는 걸 육체적인 회복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쉼의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해요. 휴식을 단순히 잠을 자거나 시간 날 때 하는 일쯤으로 여기고 정신적 회복은 소홀히 하게 되는 것. 그럼 ‘쉬었는데 왜 쉰 것 같지 않지?’ 하게 되고요. 결과적으로 휴식은 우선순위에서 가장 나중으로 밀려나거나, 몸은 멈추더라도 마음은 늘 바삐 움직이게 되죠. 어느 쪽이든 잘 쉬지 못하는 거예요. 

어떻게 잘 쉴 수 있을까?  

(1) ‘휴식’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꾸는 게 우선이에요. 전문가들은 휴식을 ‘바쁘면 못 챙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결코 취소하거나 미룰 수 없는 우선순위로 바라봐야 잘 쉴 수 있다고 강조해요. 바쁠 때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게 여가 활동이나 휴식인데, 삶에서 중요한 활동을 포기하는 거라고 얘기하고요. 그러다 보면 결국 번아웃과 무기력 등에 시달리게 된다고 경고해요. 

(2) 휴식은 내게 이로움을 주는 방식을 택하는 게 중요해요. 내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야 잘 쉴 수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운동을 해도 헬스장에 가는 게 잘 맞는 사람이 있고, 하천가 등을 달리는 걸 더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잖아요. 유행이라고 어떤 활동을 따라 해보더라도 잘 쉬었다고 느끼는 건 사람마다 다를 테고요. 몸도 마음도 제대로 쉴 수 있는 나만의 환경을 찾는 게 중요해요. 어렵게 느껴진다면 지치고 힘들 때라도 기꺼이 시간을 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과정만 상상해도 활력이 샘솟는 휴식이 무엇인지 떠올려봐도 좋아요.

(3) 뇌가 쉬어야 잘 쉬는 거예요. 누워서 유튜브나 쇼츠 등을 보고 나면 쉬었지만 쉰 것 같지 않을 때 있잖아요. 우리가 쉬지 못했다고 느끼는 건 뇌가 쉬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휴식에 필요한 것은 집중하지 않는 시간이에요. 뇌를 쉬게 두면 컴퓨터가 데이터 조각 모음을 하듯 스스로 흩어진 기억을 모으고, 에너지를 충전해서 창의성이 솟아나요. 아무 생각 없이 눈앞에 있는 것을 바라보는 ‘멍때리기’ 역시 뇌를 오프라인 상태로 만들어주기 때문에 휴식의 기능을 하는 거예요.

(4) 반복 활동도 뇌를 쉬게 하는 좋은 방법이에요. 뇌는 반복을 편안해하거든요. 달리기를 비롯한 운동이 격렬한 움직임에도 우리에게 쉼을 가져다주는 건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행위이기 때문이에요. 필사를 하거나 컬러링 북에 색을 채워 넣으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실제로 베토벤은 거리를 거닐다 전원교향곡을 작곡했고, 마리 퀴리 등도 일이 막히면 산책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고. 

(5) 적당히 몸을 움직이면서 적당히 문제해결력이나 창의력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을 즐기는 것도 좋아요. 기분 좋게 취미 활동에 몰입하면 잡념이 사라지며 뇌가 쉬게 되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어요. 업무나 일에서도 다양한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긍정적인 연쇄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예를 들어 실내 암벽 등반도 좋고,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 만드는 일도 좋아요.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뜨개질이나 심지어 청소, 설거지 등도 좋은 휴식이 될 수 있어요. 실제로 빌 게이츠나 마크 저커버그도 설거지가 취미 중 하나라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릇을 닦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거예요. 


쉼에 대한 뉴니커들의 말말말

다른 사람들 생각이 궁금해진 고슴이가 뉴닉 커뮤니티에 물어봤어요. “어떡해야 잘 쉴 수 있슴?”

  • “충전이 되어야 쉼이에요.” @햄버거시 뉴니커 🍔: 어떤 사람은 일 같아 보이는 일에서 충전이 되기도 하고, 누가 봐도 쉬는 것 같지만 실은 전혀 쉬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보여. 쉼은 누구에게나 필요한데, 사람마다 다르니 찾기 어려운 것 같아. 내 경우에는 직업이나 전공과 조금 다른 분야가 쉼이 됐어. 내가 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이나 오랜 기간 해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던 일 등을 시도해보는 걸 추천해.

  • “정신이 편안한 상태로 있는 게 쉼이에요.” @윈터 뉴니커 ☃️: 나는 할 일을 잔뜩 미뤄둔 채로는 아무리 물리적으로 휴식을 취해도 쉰 것 같지 않아. 마음에 불안이 없는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얻을 때 진정으로 쉰다는 느낌이 들어. 그래서 해야 할 일을 끝내고, 명상이나 짧은 낮잠 자기, 못 하고 있던 좋아하는 일 잔뜩 하기 등을 하며 쉬어.

  • “쉼 이전에 먹고살 방법이 있어야 해요.” @알비스 뉴니커 💊: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쉴 시간에도 그 걱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야.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진짜 쉴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쉼이에요.” @절레절레 뉴니커 🙈: 바깥의 모든 자극에서 벗어나 나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흘러가는 대로 느끼는 게 쉼 아닐까? 결국 진정한 의미의 쉼은 침대 밖을 벗어나지 않는 걸지도 몰라.

  •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쉼이에요.” @루루 뉴니커 🧸: 지금 당장은 불안함을 느끼더라도 외면하지 않고 내 것임을 인정하며 이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도 쉼의 일부라고 생각해. 나는 우울할 땐 실컷 울어버리고, 조급할 땐 메모장에 계획을 다시 세워보면서 나만의 쉼을 즐기는 것 같아. 그러다 보면 나의 감정들을 의연하게 대처하는 노하우가 생겨. 

쉬면서, 이런 콘텐츠 어떻슴? 🦔

마지막으로 ‘쉼’에 관한 관점을 넓혀줄 추천 콘텐츠를 소개할게요.

이번 콘텐츠를 읽고 어떤 생각을 했나요? 쉬는 것에 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댓글로 뉴니커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눠봐요!

by. 에디터 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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