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작성자 나나
엄마를 이해하지만, 사랑할 순 없어
지금 이 순간에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나나
@naneunnaya•읽음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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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는 일기를 써서 담임 선생님께 검사 받곤 했다. 나는 일기를 꽤 성실하게 쓰는 편이었고, 솔직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땐가, 3학년 땐가. 일기를 쓰는데 엄마가 보고 싶었다. 일기장에 ‘엄마가 일하러 가서, 따로 살아서, 지금 이 순간에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는 내용을 썼다. 외할머니집 부엌 식탁에서 그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울었던 것 같다.
외가는 서로 왕래가 잦은 편이었다. 둘째 이모가 내 일기장을 봤나보다(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엄마랑 따로 떨어져 사는 게 뭐 자랑이냐고, 그런 얘기는 일기에 쓰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웠다. 내 집안 배경은 부끄러운 거라고 배웠다.

그 뒤로 나는 자물쇠를 걸 수 있는 비밀 일기장으로 내 일기장을 바꿨다. 둘째 이모는 왜 일기장을 바꿨냐고 물었다. 누가 이걸 보는 게 싫어서 그렇지, 뭐.
물론 그 뒤에도 내 일기장에는 엄마 얘기는 하지 않았다. 일기장을 바꾸고, 일기장에 자물쇠를 걸면서, 점점 내 마음과 감정에도 자물쇠를 채우게 됐다.
9~10살 무렵, 감정을 숨기고, 마음이 무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