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릭스를 개선하는 실전 방법
작성자 김용훈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메트릭스를 개선하는 실전 방법
|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8장 : 우리 서비스의 메트릭스 만들기 편을 놓쳤다면?
이 아티클은 10장으로 이어지는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연재 시리즈의 9장입니다.
위 시리즈에서는 감에 의존한 마케팅이 아닌, 지표로 메트릭스를 개선하며 성장의 길을 설계하는 법을 다룹니다.
허무지표의 함정
많은 기업들이 숫자에 집착한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상승하면 환호하고, 누적 다운로드 수가 목표를 달성하면 축배를 든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이 숫자들이 정말 우리 비즈니스의 성장을 말해주고 있는가?"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우리가 잘못된 데이터를 보면 스스로를 속이게 된다. 린 스타트업의 저자 에릭 리스는 이를 '허무지표(Vanity Metrics)'라고 불렀다. 겉보기에는 숫자가 커서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즈니스 성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행동이나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지표들이다.
허무지표의 가장 큰 문제는 '누적'이라는 함정에 있다. 누적 가입자 수, 누적 다운로드 수, 전체 페이지 조회수. 이런 지표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그래서 우리는 착각한다. "우리 회사는 잘 되고 있구나." 하지만 실제로는 신규 유입이 정체되고, 기존 고객은 이탈하고 있을 수 있다.
퀸잇 사례
퀸잇(Quinet)이라는 서비스가 있다. 40~5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쇼핑몰인데,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면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된다.
월간 활성 사용자 그래프를 보면 우상향 곡선이 뚜렷했다. 매달 더 많은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어!”
하지만 같은 기간의 신규 설치자 수를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프는 거의 평평한 선을 그리며 정체되어 있었다. 신규 고객 유입은 늘어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 두 개의 그래프가 말해주는 진실은 무엇일까? 바로 재방문과 재구매다. 신규 고객은 늘지 않지만 월간 활성 사용자는 증가한다는 것은, 기존 고객들이 계속해서 돌아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쇼핑몰 비즈니스에서 이러한 수치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이는 고객 생애 가치(LTV)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만을 근거로 판단했다면 마케팅 예산을 신규 유입 확대에 집중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데이터가 보여준 핵심은 달랐다. 퀸잇의 성장 동력은 신규 고객이 아니라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이었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단일 지표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여러 지표를 조합해서 볼 때 비로소 비즈니스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펫프렌즈 메트릭스 개선 사례
2018년, 내가 처음 펫프렌즈에 합류했을 때, 회사에는 자리가 없었다. 식탁이 내 책상이었다. 그 영상이 아직도 있다. 누가 와서 찍어줬는데, "리바이 이직에 대한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그때 왜 찍었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식탁에 앉아 당근을 흔들어야 했는데...
입사 5일 차의 나는 자리가 없어서 저렇게 시작했다.
첫 출근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메트릭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고객들이 어떤 경로로 유입되고 구매하는지를 하나하나 추적했다. 일간 활성 사용자(DAU), 월간 활성 사용자(MAU), 상세페이지 조회 수, 장바구니 추가율, 구매 전환율. 매일 아침 이 숫자들을 확인하는 것이 루틴이 되었다.
숫자를 매일 보다 보니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구간에서 고객들이 이탈하는지, 어떤 채널에서 온 고객들의 구매율이 높은지, 어떤 상품 카테고리가 재구매를 이끄는지. 이런 인사이트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우리가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가 명확해졌다.
회원가입 전환율 개선 (38% → 54%)
메트릭스를 구축하고 나서 발견한 첫 번째 큰 문제는 회원가입 전환율이었다. 상품을 보고 구매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회원가입 단계에서 대량으로 이탈하고 있었다. 당시 전환율은 고작 38%였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 보자. 회원가입 페이지까지 온 고객은 이미 우리 상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중 62%가 회원가입을 포기하고 떠난다. 이것은 명백한 문제였고, 누가 봐도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었다.
문제를 더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회원가입 퍼널을 세분화했다.
이 세 단계로 나눠서 각각의 전환율을 측정했다.
데이터는 명확한 답을 보여줬다. 회원가입 페이지에는 많은 사람이 들어왔지만, 정작 가입하기 버튼을 클릭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고객들이 페이지를 보고 혼란스러워하며 이탈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 번째 개선은 비교적 간단했다. 카카오, 네이버, 이메일, 애플 등 다양한 가입 옵션을 더 명확하게 배치하고, 각 버튼의 크기와 위치를 최적화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회원가입 시 5천 원 할인"이라는 베네핏 문구를 눈에 띄는 위치에 추가했다.
이 개선만으로도 회원가입 전환율은 38%에서 43%로 상승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 깊이 파고들 여지가 있었다.
각 가입 방법별 전환율을 분석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카카오톡으로 가입을 시작한 고객들의 완료율이 무려 95%였다. 네이버나 이메일 가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카카오톡 계정으로는 클릭 몇 번만으로 가입이 완료되는 반면, 다른 방법들은 추가 정보 입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사이트가 명확해졌다. "카카오톡 가입을 메인으로 밀어야 한다." 두 번째 개선에서는 카카오톡 가입 버튼을 가장 크고 눈에 띄게 배치했다. 노란색 버튼을 페이지 상단에 크게 배치하고, 신규 회원 혜택을 더욱 강조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회원가입 전환율이 54%까지 올라간 것이다. 38%에서 54%로. 겉으로 보면 16% 포인트 차이에 불과하지만, 비즈니스 임팩트는 엄청났다. 같은 마케팅 비용으로 42%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를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문제를 계층별로 쪼개서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한 번의 개선으로 만족하지 않고 계속 데이터를 보며 반복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조가 가르쳐 준 실용주의
그로스 해킹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는 늘 한 가지 일화를 떠올린다. 바로 삼국지의 조조 이야기다.
역사학자 임용한 교수는 조조를 이렇게 평가한다.
"조조는 현실주의자가 아니라 실용주의자다."
조조는 손자병법을 깊이 연구한 전략가였다. 하지만 전쟁터에서는 그 복잡한 이론을 구구절절 모든 병사들에게 다 알려주고, 심어주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여 그는 단 한마디로 정리했다. "세면 나가서 싸워라. 약하면 지켜라."
병사들에게는 심오한 전략 이론이 필요 없었다. 그들은 지금 당장 전장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조조는 그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답을 제시했다. 그로스 해킹도 마찬가지다. 시장에는 수많은 방법론이 있다. AARRR 프레임워크, 린 스타트업, 그로스 해킹 등 화려한 이론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상황에 맞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이 무엇인가"이다.
나는 그로스 해킹을 거창한 방법론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해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방법론(혹은 마인드셋)”이라고 정의한다. 데이터를 보고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하고, 결과를 측정하고, 다시 개선하는 반복적인 과정. 그것이 그로스 해킹의 본질이다.
한국형 그로스 해킹의 탄생
『진화하는 마케팅, 그로스 해킹 책에 나오는 그로스 해킹 프로세스는 이렇다.
깔끔하고 논리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다 보니 이 프로세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실리콘밸리의 수평적 문화와 달리, 한국 기업에서는 '설득'이 가장 중요한 단계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대표나 팀장을 설득하지 못하면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한국 실정에 맞는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책에서 나온 프로세스와의 가장 큰 차이는 두 가지다. 첫째, '증명/설득' 단계를 명시적으로 추가했다. 데이터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이 문제가 중요한지, 왜 이 솔루션이 효과적인지를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감정적으로도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둘째, 'TF 구성' 단계를 강조했다. 한국 기업은 대부분 부서별로 업무가 명확히 나뉘어 있다. 회원가입 개선을 하려면 디자이너의 도움이 필요하고, 상품 페이지 개선을 하려면 기획자와 협업해야 한다. 이 협업을 이끌어내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술이다.
이 프로세스의 핵심은 두 가지 전제 조건에 있다.
첫째, 증명과 실험을 통한 개선. 무조건 데이터 기반이어야 한다. 뇌피셜이 아니라 명확한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 "내 생각에는..."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니..."로 시작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둘째, 실용적인 아이디어와 실행. 기발하든 단순하든, 핵심은 효율이다. 우리가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고, 명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여야 한다. 6개월 후의 완벽한 계획보다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는 불완전한 실험이 낫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 찾기
그로스 해킹의 첫 번째 조건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찾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공감이 없으면 설득이 불가능하고, 설득이 안 되면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펫프렌즈에서 마케팅을 위해 카카오 채널을 마케팅팀으로 가져왔을 때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펫프렌즈의 카카오 채널은 당시 CS팀이 고객 문의 대응용으로 사용하던 채널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이미 채널톡을 고도화해서 잘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데이터를 보면서 “우리 주 고객층은 20대인데, 왜 카카오 채널을 CS 용도로 중복해서 운영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커머스의 특성상 카카오 채널은 알림톡(주문 확인, 배송 알림 등)이 발송되는 채널이기도 했다. 즉, 고객의 트래픽이 엄청났다.
“팀장님 CS채널을 하나로 통일하시는 게 어떠세요? 운영하기에도 더 유용하실 거예요.”
이 채널을 마케팅팀에게 달라고 CS팀장님께 제안했다. "가져가세요! 가져가세요!" 하며 너무 좋아하시더라. 아마도 두 개의 채널을 관리하는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으셨을 것이다.
카카오 채널을 가져온 후, 나는 리치 메뉴(카카오톡 채널 하단의 메뉴판)를 완전히 재구성했다. 추석 기획전, 인기 상품, 카테고리별 상품 등을 버튼으로 만들어 고객이 클릭하면 바로 앱으로 연결되게 만들었다.
메트릭스는 이렇게 구성했다.
매일 이 숫자들을 추적하며 어떤 메뉴가 클릭을 많이 받는지, 어떤 상품 배치가 전환율이 높은 지를 실험했다.
처음에는 실적이 미미했다. 하지만 계속 메뉴를 바꿔보고, 상품을 교체하고, 문구를 수정하면서 테스트해 나가다 보니 점점 나아졌다. 결국 이 채널을 통해 월평균 2천만 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했다. 원래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돈이었다.
이것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의 힘이다. "트래픽은 많은데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는 누가 봐도 명확했다. 그래서 CS팀장도, 대표도, 모두가 이 프로젝트에 동의했다. 공감이 있었기에 실행이 가능했고, 실행이 있었기에 성과가 나왔다.
검색이 필요한 곳에 검색을 놓다
두 번째 사례는 더 간단하지만 임팩트는 컸다. 데이터 분석 결과, 검색 기능을 사용한 고객들의 구매 전환율이 일반 고객보다 훨씬 높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검색을 사용하는 고객은 이미 원하는 상품이 명확한, 구매 의도가 높은 고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시 앱의 검색 버튼 위치였다. 홈 화면 우측 상단 구석에 작게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기능이 왜 이렇게 숨겨져 있지?" 누가 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위치였다.
하지만 이건 내 권한 밖의 일이었다. 나는 CMO로서 마케팅을 담당했지, 앱 UI/UX는 담당하지 않았다. 기획팀의 영역이었다.
그래서 데이터를 갖고, 이 영역의 권한이 있는 기획 팀장을 찾아갔다. "데이터를 보니 검색 사용자들의 구매율이 일반 사용자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그런데 검색 버튼이 너무 작고 구석에 있어요. 더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면 어떨까요?"
그분도 데이터를 보고 바로 공감했다. "맞네요. 이건 개선이 필요하겠어요." 그리고 다음 업데이트에서 하단 내비게이션 바의 '즐겨찾기' 아이콘을 '검색' 아이콘으로 교체했다. 즐겨찾기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기능이었기에 제거해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기획팀에서도 큰 공수가 드는 일이 아니었기에 바로 개선이 가능했다.
결과는? 검색 사용률이 20% 증가했고, 그에 비례해 구매 전환율도 상승했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했다.
이 사례의 핵심 교훈은 무엇일까? 바로 데이터 기반 설득의 힘이다.
"내 생각에는..."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니..."로 시작하면 사람들은 경청한다.
그리고 문제가 명확하면 누구나 공감하고, 공감하면 협업이 가능하다.
5천 원 쿠폰이 만든 마법
세 번째 사례는 더욱 단순하다. 회원가입 페이지 개선 과정에서 우리는 "회원가입 시 5천 원 할인" 문구를 추가했고, 그것이 전환율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는 걸 확인했다.
이 인사이트를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상품 페이지에도 "신규 회원 5천 원 즉시 할인!"과 같은 쿠폰 안내 말풍선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 작은 텍스트를 하나를 추가한 결과, 신규 회원의 회원가입 전환율이 14.5%, 첫 구매 주문 전환율은 48.5%로 상승했다. 이전에 비해 각각 1.4% 포인트, 4.8% 포인트 증가한 수치였다.
단순한 텍스트 하나를 추가한 것뿐인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고객들은 혜택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행동한다. 쿠폰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이 눈에 보여야 하고,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다는 긴박감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사례(카카오 채널, 검색 버튼, 쿠폰 안내 말풍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문제였다는 것이다. 트래픽은 많은데 활용하지 못한다. 중요한 기능인데 숨겨져 있다. 혜택이 있는데 고객이 모른다.
이런 문제들은 데이터로 증명하기만 하면, 모두가 "이건 고쳐야 해"라고 공감한다. 그리고 그 공감이 실행으로, 실행이 성과로 이어진다.
진행 가능한 사내 시스템 구축하기
그로스 해킹의 두 번째 조건은 '진행 가능한 사내 시스템'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할 수 있는 리소스(인력, 시간, 기술)가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는 2018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창업 초기에 가장 많이 지출한 게 사진이었습니다. 하루에 몇백만 원씩 써가며 사진작가에게 정말 맛있어 보이는 사진을 찍게 했습니다."
"10줄의 설명보다 한 장의 이미지가 첫인상을 결정합니다."
이 인사이트를 펫프렌즈에도 적용해 보았다.
펫프렌즈에서 상품 썸네일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도 데이터를 통해서였다. 같은 상품이라도 썸네일 이미지에 따라 클릭률이 2~3배 차이가 났다.
문제는 우리가 다루는 상품이 2만 5천 개에 달했다는 것이다. 모든 상품의 썸네일을 전문 사진작가가 찍을 수는 없었다. 대부분은 공급사에서 제공하는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요 카테고리, 특히 매출 기여도가 높은 상품들은 썸네일을 바꿔야 하겠더라.
마침 그때 우리 회사의 제품 사진작가들이 신제품 촬영을 마치고 비교적 한가한 시기였다. (아싸)
나는 사진작가 팀에게 제안했다. "주요 상품들의 썸네일을 다시 찍어보면 어떨까요? 데이터를 보니 이미지 퀄리티가 클릭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들도 자기 작업물이 매출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동기부여가 됐다.
우리는 A/B 테스트를 진행했다. 기존 이미지와 새로 찍은 이미지를 번갈아 노출시키며 클릭률을 측정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반려동물이 직접 등장하는 이미지의 클릭률이 평균 12.5% 높았다. 단순히 제품만 찍은 이미지보다, 강아지나 고양이가 그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가 훨씬 효과적이었다.
또한 제품만 놓고 찍은 이미지보다 사용 장면을 담은 이미지가 더 좋았다. 예를 들어 사료 봉지만 찍는 것보다, 강아지가 그 사료를 먹고 있는 모습을 찍는 것이 클릭률이 높았다.
이런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우리는 '썸네일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첫째, 가능하면 반려동물이 나오는 이미지.
둘째, 제품만이 아닌 사용 장면.
셋째, 모바일에서 보기 좋은 구도와 텍스트 크기
상세페이지를 모바일 친화적으로
썸네일 개선이 효과를 보이자,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바로 상품 상세페이지였다. 고객이 썸네일을 클릭해서 들어왔는데, 상세페이지가 형편없으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까 말했다시피 2만 5천 개의 상품 상세페이지를 우리가 직접 다 만들 수 없었다. 대부분은 공급사에서 제공하는 페이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고 이 페이지들의 퀄리티가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문제였던 것은 모바일 최적화였다. 많은 공급사들이 PC 기준으로 상세페이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작은 텍스트, 복잡한 레이아웃, 세로로 긴 이미지. 이런 페이지들은 모바일에서 보면 답답하고 읽기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 고객의 90% 이상이 PC가 아닌 모바일 앱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데이터가 이를 증명했다. 모바일 친화적인 상세페이지(짧은 문단, 큰 텍스트, 명확한 이미지)를 가진 상품의 구매 전환율이 그렇지 않은 상품보다 평균 2배 높았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2만 5천 개의 페이지를 다시 만들 수는 없었다. 대신 다른 방법을 택했다. 디자이너 팀과 협업해 핵심 상품 100개의 상세페이지를 리뉴얼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공급사들에게 공유했다.
"보세요. 이렇게 모바일 친화적으로 만들면 구매율이 2배 올라갑니다." 데이터를 보여주니 공급사들도 귀를 기울였다. 그들도 매출이 늘어나는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세페이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급사들에게 배포했다. 모바일에서 읽기 편한 텍스트 크기, 반려동물이 사용하는 사진, 깔끔한 레이아웃. 이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상품들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고양이 모래와 GIF의 만남
세 번째 사례는 더 흥미롭다. 우리는 광고용 영상을 찍을 때가 있었다. 특히 고양이 모래 같은 제품은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영상으로 촬영했다. 모래가 얼마나 잘 뭉치는지, 먼지가 얼마나 안 날리는지를 보여주려면 정지 이미지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우리 앱은 기술적 한계로 상품 썸네일에 동영상을 넣을 수 없었다. 서버 용량과 로딩 속도 문제 때문이었다. 그래서 영상을 찍어도 결국 스틸 컷을 썸네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개발팀에서 이제 GIF 파일을 썸네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바로 사진작가 팀에게 연락했다. "지난번에 찍은 고양이 모래 영상 있죠? 그거 GIF로 변환해서 썸네일로 써봅시다."
고양이 모래가 물을 흡수하며 뭉치는 장면, 고양이가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먼지가 날리지 않는 장면. 이런 핵심 순간들을 3~5초 짧은 GIF로 만들어 썸네일에 적용했다.
결과는? 장바구니 담기 전환율이 7.5% 증가했다. 정지 이미지를 볼 때는 "이 제품이 정말 좋을까?" 의심하던 고객들이, GIF로 실제 사용 모습을 보고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기술적 제약이 있다고 포기하지 마라. 완벽한 솔루션은 안 되지만, 차선책은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선책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리뷰 10개의 법칙
네 번째 사례는 리뷰에 관한 것이다. 패션포스트의 한 기사를 읽고 영감을 얻었다. "양질의 상품 리뷰가 많으면 구매 전환율이 크게 증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직관적으로 맞는 말이었다. 나 역시 온라인 쇼핑을 할 때 리뷰를 꼼꼼히 읽는다. 특히 사진이 있는 리뷰는 더욱 신뢰가 간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를 파헤쳤다. 2만 5천 개 상품을 사진 리뷰 개수에 따라 분류하고, 각각의 구매 전환율을 계산했다. 리뷰 05개, 610개, 11~20개, 21개 이상.
결과는 놀라웠다. 사진 리뷰가 10개를 넘어서는 순간, 구매 전환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5개 이하일 때와 비교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차이였다. 반면 10개에서 20개로 늘어날 때의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인사이트가 명확했다. "사진 리뷰 10개가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이구나!"
문제는 어떻게 고객들이 리뷰를 더 많이 작성하게 만들 것인가였다. 기존 시스템을 확인해 보니, 고객이 리뷰를 작성하면 포인트를 줬다. 그런데 그 포인트 조건이 까다로웠다. 10개의 리뷰를 작성해야 쿠폰을 받을 수 있었고, 그 쿠폰마저 다른 할인과 중복 사용이 불가능했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10번이나 제품을 구매하고 리뷰를 써야 쿠폰을 받는다. 그런데 그 쿠폰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제한적이다. 이건 동기부여가 약하다.
우리는 시스템을 바꿨다. 쿠팡과 네이버 쇼핑의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텍스트 리뷰는 소액의 포인트, 사진 리뷰는 더 많은 포인트, 영상 리뷰는 가장 많은 포인트. 그리고 리뷰 하나만 써도 즉시 포인트를 지급했다.
결과는? 사진과 영상 리뷰 수가 4배 증가했다. 그리고 사진 리뷰가 10개 이상인 상품들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구매 전환율도 상승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고객의 행동을 바꾸려면 명확한 동기 부여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센티브는 즉각적이고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
웹 트래픽을 앱으로 전환하기
굿닥이라는 의료 플랫폼에서 일할 때의 이야기다. 우리 서비스는 병원 찾기, 예약, 리뷰 등을 제공했다. 문제는 웹과 앱 사용자의 가치가 크게 달랐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명확한 패턴이 있었다. 앱 사용자의 평균 생애 가치(LTV)가 웹 사용자보다 3~4배 높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웹 사용자는 일회성 방문이 많았다. 검색으로 들어와서 병원 정보를 확인하고 떠났다. 반면 앱 사용자는 재방문율이 높았다. 앱이 설치되어 있으니 다음에 또 사용할 가능성이 컸다.
인사이트가 명확했다. "웹 트래픽을 앱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는 웹사이트의 모든 페이지를 뒤졌다. 트래픽은 많은데 전환이 없는 페이지를 찾았다. 홈페이지, 병원 상세페이지, 예약 완료 페이지 이 세 곳이었다.
문제는 이런 페이지 개선이 내 권한 밖이라는 것이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개발 일정은 항상 빠듯했다. "앱 다운로드 배너 좀 추가해 주세요"라고 공식 요청을 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 몇 달 후에나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퇴근 후 개발자 선배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형, 재밌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한번 들어볼래요?" 소주 한잔 하며 웹→앱 전환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이거 효과 있을 것 같은데, 한번 테스트해 보면 안 될까요?"
다행히 그분도 흥미로워했다.
"생각보다 간단한데? 내일 한번 붙여볼게."
그리고 정말로 다음 날, 간단한 앱 설치 배너가 추가됐다.
우리는 구글 옵티마이즈(웹페이지 A/B 테스트 도구, 현재 서비스 종료됨)를 사용해 실험했다. 방문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만 앱 설치 배너를 보여줬다. 그리고 배너 문구와 디자인을 계속 바꿔가며 테스트했다. 요즘 같이 AI가 당시 있었으면 좋으련만.. 참고로 배너 노출에 따른 코딩을 내가 배워서 직접 진행하였다.
"앱에서는 49% 할인됩니다" vs "앱으로 더 편하게 예약하세요" vs "앱 설치하고 쿠폰 받기".
또한 세 메시지 중 어떤 메시지가 가장 효과적인지 데이터로 확인했다.
몇 주간의 테스트 결과, 세 페이지에서 합계 월 580만 원 정도의 추가 매출이 발생했다. 홈에서 70만 원, 병원 상세 페이지에서 50만 원, 예약 완료 페이지에서 280만 원, 기타 페이지에서 180만 원.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것은 예약 완료 페이지였다. 이미 우리 서비스를 사용해 본 사람들이기에 앱 설치 전환율이 높았던 것이다.
공식 프로세스만이 답은 아니다. 때로는 비공식적인 협업이 더 빠르고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성과가 증명되면 그때부터는 공식 프로세스로 전환하면 된다.
노팅, 타깃 고객을 바꾸다
마지막 사례는 앞장에서 유저플로우로 보여줬던 노팅(Noting)이라는 전공 서적 판매 플랫폼 컨설팅 사례이다.
이 회사는 대학생들에게 전공 서적을 PDF로 판매했다. 아이디어는 좋았다. 무거운 전공 서적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아이패드로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가장 검색량이 많은 키워드는 '간호', '의학 용어', '해부학' 같은 메디컬(의학) 계열이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의학 전공 서적은 두껍고 무거워서 디지털로 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구매 전환율이 낮았다. '간호'를 검색한 사람 중 6%만 구매했고, '토익'을 검색한 사람 중 12%만 구매했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했다. 우리가 가진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메디컬 전공 서적은 오래된 출판사에서 나온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출판사들은 디지털 판매에 소극적이었다. 저작권을 잘 주지 않았다.
대표님께 물었다.
"1 티어 전공 서적들을 확보할 수 있나요?"
그분은 고개를 저었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전략을 바꿔야 했다. 우리는 ‘검색량, 보유 도서 수, 평균 판매가, 소싱 가능성’ 네 가지 카테고리별로 데이터를 정리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대학 전공 서적은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했다. 전공 서적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반면 취업 준비생을 위한 자격증 서적은 출판사들이 디지털 판매에 적극적이었다. 토익, 한국사, 공무원 시험 같은 책들이었다.
우리는 대표님께 제안했다. "타깃 고객을 바꾸는 게 어떨까요? 대학생에서 취준생으로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회사의 정체성을 바꾸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보여주니 설득이 쉬웠다.
우리는 마케팅 메시지를 바꿨다. 제휴 대학을 찾는 대신 취업 커뮤니티와 협업했고 광고 채널도 바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판사 제안서를 바꾼 것이었다. 대학 전공 서적을 출간하는 출판사 대신, 취업 서적을 출간하는 출판사들을 찾아갔다. "디지털 시장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면 새로운 고객층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취업 서적 출판사들은 더 개방적이었다. 그들은 이미 전자책 시장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계약이 성사되기 시작했고, 우리 플랫폼에 수백 권의 취업 서적이 추가됐다.
결과는? 책 구매 전환율이 2.3배 상승했다. 검색하는 사람도 늘었고, 그들이 원하는 책도 있었기에 구매로 이어진 것이다.
때로는 고객을 바꾸는 것이 제품을 바꾸는 것보다 쉽다. 우리는 없는 책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책을 원하는 고객을 찾을 수는 있었다.
이 모든 사례들이 보여주는 하나의 진리가 있다. 데이터는 문제를 보여주고, 실험은 해답을 찾아준다. 추측이 아니라 측정, 의견이 아니라 증거. 그것이 성장의 시작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완벽한 계획을 기다리지 마라. 작은 실험부터 시작하고, 배우고, 개선하라. 그것이 그로스 해킹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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