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비스의 메트릭스 만들기

우리 서비스의 메트릭스 만들기

작성자 김용훈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우리 서비스의 메트릭스 만들기

김용훈
김용훈
@leviyong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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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7장 : 시장의 수요를 데이터로 읽는 법 편을 놓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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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10장으로 이어지는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연재 시리즈의 8장입니다.

위 시리즈에서는 감에 의존한 마케팅이 아닌, 지표로 메트릭스를 개선하며 성장의 길을 설계하는 법을 다룹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선생님의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보면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
측정할 수 있다면, 누구든 관리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다면, 결국 개선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메트릭스(Metrics)’의 출발점이다. 즉, 메트릭스란 우리가 무언가를 ‘측정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이며, 그 측정을 통해 ‘관리’와 ‘개선’이 가능하게 하는 체계다. 결국 메트릭스를 세운다는 것은 ‘개선 가능한 구조’를 만든다는 뜻이다.

많은 기업과 스타트업이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가 현장에서 본 바로는, 제대로 된 메트릭스를 구축하고 활용하는 곳은 드물었다. 숫자는 열심히 기록하지만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데이터는 쌓이기만 할 뿐 거기서 진짜 중요한 핵심 지표를 뽑아내지 못한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 그 숫자가 우리 비즈니스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이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우리 서비스에 맞는 메트릭스를 어떻게 만들고,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볼 것이다.

왜 메트릭스가 먼저인가

정말 이 일이 우리가 해야 하는 1순위인가?

마케팅 회의 시간이다. 팀원들은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이야기한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늘려야 합니다", "블로그 콘텐츠를 더 만들어야 해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면 어떨까요?" 모두 좋은 아이디어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면 회의실은 조용해진다.

"그런데, 정말 그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1순위인가요?"

시간, 인력, 예산.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은 언제나 한정적이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큰 회사라도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질문은 하나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지금 우리 비즈니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일부터 하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무엇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추측으로? 경험으로? 직감으로?

아니다. 메트릭스로 판단해야 한다.

F&B 커머스 사례

F&B 커머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컨설팅을 시작하고, 컨설팅 직전인 2024년 1월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매출의 성장은 둔화되어 있었고, 팀원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2024년 1월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컨설팅을 통해 회사는 체계적인 메트릭스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각 팀의 성과를 명확한 숫자로 추적하기 시작했고, 비로소 어떤 마케팅 채널이 실제로 매출에 기여하는지 정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페이드, 인플루언서, CRM 각 팀이 담당하는 영역의 목표 수치가 명확해지면서, 모든 팀원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됐다.

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파악했다. 우선 재구매가 있는 소비재였지만 첫 구매 이후 다음 달 재구매율이 5%도 나오지 않았다. 신규 고객의 멤버십부터 CRM 매체를 최적화했고, 회원가입 후 첫 구매 전환율은 80% 이상 상승했고, 재구매율도 5%에서 10%로 약 2배 정도로 효율이 올랐다. Paid 매체 및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있어서도 상품들의 재구매율과 주문단가를 고려하며 우선적으로 행해야 할 상품의 마케팅을 진행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불과 세 달 만에 매출 곡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같은 인력에 같은 예산을 쓰면서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과를 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메트릭스를 통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것이 메트릭스의 힘이다. 더 이상 추측이 아닌 측정으로, 감이 아닌 데이터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메트릭스는 안갯속을 헤매던 우리에게 정확한 나침반을 쥐어주는 것과 같다.

메트릭스는 어떻게 만드는가

메트릭스의 본질: 비즈니스를 숫자로 표현하기

메트릭스(Metrics)를 영어사전에서 찾으면 ‘지표’라는 뜻이 나온다. 그러나 비즈니스 현장에서 메트릭스는 단순한 지표를 넘어선다. 메트릭스는 비즈니스의 작동 원리를 숫자로 표현한 체계다.

앞서 강조했던 원칙을 다시 떠올려보자.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이 문장은 메트릭스의 본질을 정확히 포착한다. 비즈니스를 이해하려면 먼저 메트릭스를 구축하고, 그 수치를 해석하는 방법을 습득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길 수 있을 거 같다. "왜 계속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시나요?"

답은 간단하다. 비즈니스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면, 마케팅이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비즈니스의 일부다.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부분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유튜브 채널의 메트릭스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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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그로스연구소의 유튜브 채널 메트릭스다. 이 채널의 목표는 무엇일까? 조회수? 구독자? 아니다. 우리의 진짜 목표는 '웹사이트 유입'이다. 유튜브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고, ‘웹사이트 유입’을 통한 궁극적 목표는 강의 신청이나 컨설팅 문의다.

그렇다면 메트릭스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간단해 보이지만, 이 두 줄의 공식에는 엄청난 인사이트가 담겨 있다. 이제 우리는 목표달성을 위해 이 메트릭스의 선행 지표를 올리기 위한 액션을 하면 된다.

노출수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상 업로드 횟수를 늘리거나, 채널 인게이지먼트(구독자수, 시장 수요)를 높이는 액션을 하면 된다. 그렇다면 CTR(클릭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건 썸네일과 제목의 싸움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클릭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눈길을 확 사로잡는 썸네일을 만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후킹 한 제목을 달아야 한다.

이처럼 메트릭스는 단순히 숫자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지도인 셈이다.

CMO(마케팅 총괄 임원)로 있었던 월급쟁이부자들에서는 더 상세한 메트릭스를 만들었다. 고객이 강의에 대한 니즈가 있는지, 썸네일을 클릭했는지, 회원가입을 했는지, 실제 가격 페이지를 봤는지, 주문을 했는지, 결제를 완료했는지. 각 단계마다 숫자를 추적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간단하다. 각 단계의 전환율을 보면, 어디서 고객이 이탈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회원가입 전환율이 낮다면? 회원가입 과정을 개선하면 된다. 결제 전환율이 낮다면? 결제 프로세스나 가격 정책을 재검토하면 된다.

우리 서비스의 메트릭스 찾기

B2B 음원 구독 플랫폼 메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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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한 B2B 음원 구독 플랫폼의 사례이다. 이 플랫폼은 유튜버나 영상 제작자들을 위해 저작권 걱정 없는 음원 3만 곡을 제공한다. 구독료만 내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 플랫폼의 대표님은 서비스 개선과 매출 증대를 요청했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메트릭스를 만드는 것이었다. 고객 여정을 따라가며 각 단계를 측정했다 :

  • 유입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이트에 오는가?

  • 검색 횟수: 사이트에 와서 음원을 검색하는가?

  • 가격 페이지 조회: 가격 정보를 확인하는가?

  • 회원가입: 실제로 가입하는가?

  • 결제: 돈을 지불하는가?

데이터를 분석하자 흥미로운 패턴이 나타났다. 유입은 충분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사이트를 방문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원가입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심각하게 낮았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긴 하는데, 정작 가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나는 더 깊이 파고들었다. 웹사이트 방문자의 행동을 분석하는 도구를 통해 유입 경로를 살펴본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방문자가 구글 검색에서 직접 유입되고 있었는데, 그것도 홈페이지가 아니라 특정 검색 페이지로 바로 들어오고 있었다. 예를 들어 누군가 구글에 "무료 효과음"을 검색하면, 이 사이트의 '무료 효과음 검색 결과 페이지'가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었다. 검색엔진 최적화가 잘 되어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들어온 고객들은 검색 페이지에서 무엇을 할까? 고객 행동을 추적해 본 결과, 명확한 패턴이 보였다.

첫 번째, 음원을 들어본다. 마음에 들면?

두 번째, '담기'나 '다운로드'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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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다음 단계에서 발생했다. 고객들이 마음에 드는 음원을 찾아 '담기'나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예상치 못한 팝업이 화면에 나타났다.

"음원은 구독 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1주 무료 체험하기"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는가?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버튼을 누르면 단순히 회원가입 페이지로 이동하는 프로세스였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이 버튼을 누르면 결제가 바로 진행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꼈을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디자이너 없이 급하게 만든 화면이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작동했지만, 사용자의 심리는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구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체험’이 어떤 절차를 뜻하는지,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작은 오해가 이탈 요인이 되어, 실제로 많은 고객이 이 단계에서 사이트를 떠나고 있었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았던 팝업 문구를 이렇게 바꿨다.

이 한 줄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한눈에 들어오게 했다. 복잡한 설명 대신, 고객이 즉시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한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회원가입 전환율이 200% 상승했다. 같은 유입수, 같은 검색 트래픽으로 2배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것이다. 추가 마케팅 비용도, 대대적인 기능 개편도 필요 없었다. 단지 고객 여정의 병목 지점을 찾아내고, 그 지점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을 뿐이다.

이것이 메트릭스의 힘이다.

숫자를 보면 문제가 보이고, 문제를 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메트릭스 만들기

Q. 이런 거 처음인데 Metrics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걱정하지 마라. 메트릭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있다. 바로 처음부터 너무 많은 지표를 추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100가지 지표를 대충 보는 것보다, 한 가지 핵심 지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핵심은 하나다. 목표로 하는 키 메트릭스(핵심 지표) 하나를 선택하고, 그것부터 추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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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메트릭스를 어떻게 잡는지 살펴보자. 당근마켓을 예로 들어보겠다. 당근마켓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중고 거래가 성사되는 것이다. 거래가 일어나야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플랫폼 역시 활성화되며 성장할 수 있다.

이 목표를 정했다면, 이제 역순으로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거래 완료라는 최종 목표에서 출발해서 거꾸로 올라가며 각 단계를 나열하는 것이다.

마치 영화를 되감듯이 고객의 여정을 역추적하면, 그들이 우리 서비스를 만나는 첫 순간부터 최종 목표까지의 전체 경로가 한눈에 보인다:

여기서 각 단계의 전환율을 계산하면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 유입 1,000명

  • 회원가입 500명 (전환율 50%)

  • 동네 설정 450명 (전환율 90%)

  • 내 물건 팔기 클릭 300명 (전환율 67%)

  • 채팅 100명 (전환율 33%)

  • 거래 완료 50명 (전환율 50%)

이 데이터를 보면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명확하게 보인다. 먼저 거래 완료로의 전환율이 50%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이것은 채팅을 시작한 사람 중 절반은 결국 거래를 포기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왜 절반의 거래가 무산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여러 가능성을 탐색해봐야 한다. 가격 협상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걸까? 판매자의 응답이 너무 느려서 구매자가 흥미를 잃는 걸까? 아니면 만남 장소나 거래 방식 자체가 불편해서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는 걸까?

여기서 핵심은 이런 질문들이 단순한 추측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데이터는 우리에게 정확히 어디를 들여다봐야 하는지 이미 알려주고 있다. 실제 채팅 내용을 분석하면 성공한 거래와 실패한 거래의 패턴을 비교할 수 있고, 그 차이점 속에서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결국 메트릭스를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먼저 비즈니스의 궁극적인 목표를 명확히 정한다. 그다음 역순으로 고객 여정을 하나씩 나열하고, 각 단계의 전환율을 측정한다. 이렇게 하면 복잡해 보이던 비즈니스 문제가 명확한 숫자로 정리되면서,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어디부터 개선해야 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유저 플로우: 고객 여정을 그림으로 그리기

메트릭스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면, 더 직관적인 접근 방법이 있다. 바로 유저 플로우를 그려보는 것이다. 유저 플로우란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까지의 전체 여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다이어그램이다.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종이와 펜만 있어도 충분하고, 좀 더 체계적으로 작업하고 싶다면 미로(Miro)나 피그마(Figma) 같은 툴을 활용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화려한 도구가 아니다. 유저 플로우의 본질은 고객이 우리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는 모든 접점과 의사결정 지점을 하나하나 시각화하는 데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숫자로만 보던 데이터를 실제 고객의 행동 패턴으로 이해하게 된다. 고객이 어느 지점에서 망설이는지, 어떤 단계에서 이탈하는지가 그림으로 드러나면서 문제의 본질이 명확해진다. 데이터가 말해주지 못하는 '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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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컨설팅했었던 노팅(Noting)이라는 전자책 앱의 유저 플로우는 이렇다:

여기서 눈에 띄는 특이점이 있다. 바로 '칩(Chip) 구매'라는 단계가 책 구매 전에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을까? 이것은 단순한 설계 실수가 아니라, 한국의 도서정가제라는 법적 규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플랫폼이 직접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팅은 우회 전략을 택했다. 먼저 사용자가 가상 화폐인 '칩'을 구매하게 하고, 그 칩으로 책을 구매하는 2단계 구조를 만든 것이다. (네이버웹툰 등의 서비스도 같은 방법 활용)

이처럼 모든 비즈니스에는 고유한 제약이 존재한다. 법적 규제, 산업 특성, 기술적 한계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움직인다. 유저 플로우를 그리면 이런 비즈니스 고유의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각 단계별로 정확한 메트릭스를 측정할 수 있게 된다.

복잡해 보이는가? 하지만 한 번 그려놓으면 어디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탈하는지, 어느 단계의 전환율이 낮은지가 숫자로 명확하게 드러난다. 유저 플로우는 메트릭스를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 그림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출발점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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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프렌즈의 경우는 더 복잡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첫 구매 이후 재구매 여정이 별도로 존재한다. 언제 쿠폰을 제공할지, 어떤 타이밍에 메시지를 보낼지, 어느 시점에 개입해야 이탈을 막을 수 있는지. 이런 CRM 전략 역시 이 플로우 위에서 설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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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굿닥에 있을 때는 사무실 탕비실 옆 벽에 거대한 유저 플로우 포스터를 붙여두었다.

모든 직원이 커피를 타러 갈 때마다 자연스럽게 볼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우리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두가 이해해야만, 각자의 역할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저 플로우를 그리면 두 가지 결정적인 이점이 생긴다.

첫째, 비즈니스의 작동 원리가 명확해진다. 고객이 어떤 경로로 유입되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디서 이탈하는지가 한눈에 보인다.

둘째, 측정해야 할 메트릭스가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예를 들어 펫프렌즈의 경우, 회원가입 전환율, 반려동물 정보 입력률, 상품 클릭률, 장바구니 추가율, 결제 완료율처럼 고객 여정의 각 단계가 곧 측정 지표가 된다.

결국 유저 플로우는 메트릭스를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다. 단순히 숫자만 나열하면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명확한 내 서비스의 고객 여정 위에 메트릭스를 배치하면, 데이터는 비로소 의미 있는 인사이트로 전환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메트릭스 개선 사례

한 프랜차이즈 술집 브랜드가 원하는 것은 명확했다. 가맹점 계약 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메트릭스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각 단계의 전환율을 측정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계약 1건을 위해서는:

  • 평균 3.5건의 오프라인 미팅이 필요하고

  • 그 미팅을 위해서는 24개의 DB가 필요하고

  • 그 DB를 모으려면 약 4,800명의 유입이 필요했다

이제 목표가 명확해졌다. 달에 8건의 계약을 원한다면 약 4만 명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술집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 과연 한 달에 4만 명이나 될까?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숫자였다.

그렇다면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 유입 자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유입한 사람들의 전환율을 높이는 것이다. DB 접수율을 올리거나, 유선 상담에서 오프라인 미팅으로의 전환율을 개선하거나, 미팅에서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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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첫 번째 병목 구간인 DB 접수 단계에 집중했다. 경쟁사들의 랜딩 페이지를 벤치마킹하고, 창업 희망자들이 실제로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분석했다. 개선된 랜딩페이지와 기존 페이지를 A/B 테스트로 비교한 결과, 같은 광고비로 DB 접수가 4.5배 증가했다.

이것이 메트릭스 기반 의사결정의 힘이다. 현재 상태를 정확히 측정하면 병목 지점이 드러나고, 그 지점을 개선하면 전체 시스템의 효율이 극적으로 향상된다. 무작정 광고비를 늘리거나 영업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가리키는 정확한 지점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 그것이 성장의 지름길이다.

무엇부터 할 것인가: IOE 스코어링

메트릭스를 만들었다면, 이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메트릭스를 만들고 나면 비즈니스의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회원가입 전환율이 낮고, 재구매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광고비 대비 매출 효율도 떨어진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면, 이제 또 다른 질문이 생긴다. 이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때 아이디어에 점수를 매기는 ICE 스코어링이라는 방법을 쓴다:

  • Impact (영향력): 비즈니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 Confidence (확신): 성공 가능성에 대한 얼마나 확신이 있는가?

  • Easy (쉬움): 아이디어 진행 시 리소스가 얼마나 필요한가?

각 영역에서 세 가지 점수를 곱해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전에서 일해보니 이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마케팅이나 비즈니스 운영 측면에서는 Confidence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만든 것이 IOE 스코어링이다:

  • Impact (영향력): 비즈니스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 Operation (운영): 진행 시 or 이후에 필요한 리소스는 어느 정도 인가?

  • Easy (or 예산): 아이디어 진행 시 리소스(시간, 인력, 예산)가 얼마나 필요한가?

왜 Operation이 중요할까? 예를 들어보자. 서포터즈 마케팅을 테스트했더니 효과가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서포터즈를 계속 모집하고, 관리하고, 보상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지속적인 운영 부담이다.

반면 UI/UX를 개선하는 것은 어떨까? 한 번 개선하면 끝이다. 추가적인 운영 부담이 거의 없다. 이것이 Operation 점수의 차이다.

Easy는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한다. 마케팅은 예산이 중요하고, 프로덕트 개선은 리소스가 중요할 것이다.

프로덕트 개선: 리소스 (개발자 투입 시간, 디자이너 작업량 등)

마케팅 집행: 예산 (광고비, 외주 비용 등)

실전 적용: 펫프렌즈의 사료 구매 늘리기

펫프렌즈의 실제 사례를 보자. 2022년, 회사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 샘플 사료 무료 배송, 유기동물 입양 서비스, 반려동물 주민등록증 발급, 여행 상품 제휴 등. 모두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한정된 인력과 예산 앞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다.

당시 우리의 핵심 미션은 명확했다. 고객의 사료 구매를 늘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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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사료였을까? 데이터가 이유를 설명해 준다. 우리는 카테고리별 고객 가치를 분석했는데, 사료를 구매하는 고객의 가치를 1로 놓았을 때 용품(장난감, 배변패드 등) 구매 고객의 가치는 0.8, 간식 구매 고객의 가치는 0.6에 불과했다. 사료 구매 고객이 가장 높은 충성도를 보였고, LTV도 가장 컸다. 특히 사료 중에서도 고양이 사료 구매를 늘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다:

  • 고양이 사료 특가 프로모션

  • 정기구독 할인

  • 사료 카테고리 필터 개선

  • 고양이 집사 커뮤니티 강화

  • 인플루언서 마케팅

모두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였지만,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이때 각 아이디어에 대한 ICE 스코어링을 진행했다. 팀원 3-4명이 모여 각 항목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이 아이디어의 Impact는 몇 점일까?" 누군가는 5점, 다른 이는 4점, 또 다른 이는 3점을 제시한다. 중앙값인 4점으로 합의한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항목에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가중치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Impact에 1.5배, Operation에 1.2배, Ease에 1.0배 가중치를 주면, Impact가 중요한 시기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반대로 리소스가 부족하면 Ease에 더 높은 가중치를 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아이디어는 '사료 카테고리 필터 개선'이었다. 왜 이것이었을까?

고양이 집사들은 꼼꼼하다. 사료를 고를 때 단백질 함량, 원재료, 알레르기 유발 성분까지 세세히 따진다. 그런데 당시 우리 플랫폼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제조사가 보낸 상품 정보가 이미지 형태로 상세 페이지에 그대로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모바일에서 이 정보를 확인하려면 화면을 뒤집어야 했고, 확대해야 했으며, 끝없이 스크롤을 내려야 했다. 고객들은 원하는 정보를 찾다가 지쳐서 이탈했다.

우리가 내놓은 해결책은 다단계 필터 시스템이었다. 1차 필터에서는 고양이의 연령대(전 연령/성묘/노묘/키튼)를 선택하고, 2차 필터에서는 사료 타입(건식/습식/파우치)을 고른다. 이어서 3차 필터에서 체형, 4차 필터에서 알레르기 성분, 5차 필터에서 중량까지 최대 5단계로 세밀하게 필터링할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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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가 터졌다. 플랫폼에 등록된 사료가 3,000개가 넘었는데, 각 상품에 이 모든 필터 정보를 하나하나 태그로 달아야 했던 것이다.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MD팀, PM팀, 심지어 알바생까지 총동원해서 물류 창고로 직접 가서 사진을 찍어 보내면, 우리는 그것을 보고 수동으로 라벨링 했다.

"3,000개를 손으로 한다고요? 미쳤어요?"

솔직히 말하면, 미친 짓이 맞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이 작업은 단 한 번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처음에 기초 데이터를 세팅해 두면, 이후에는 신규 상품이 들어올 때만 라벨링 하면 된다. 즉, 초기 투입 비용은 크지만 장기적으로 Operation(운영 부담)이 낮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ICE 스코어링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A/B 테스트를 진행했다. 기존 페이지를 사용하는 그룹과 새로운 필터 페이지를 사용하는 그룹을 나눠서 비교한 결과는 이랬다. (참고로 데이터는 예시이다)

  • 기존 페이지: 카테고리 → 구매 전환율 17.7%

  • 새 필터 페이지: 카테고리 → 구매 전환율 18.5%

4.6% 향상. 겨우 4.6%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숫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맥락을 봐야 한다. 이 카테고리가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연 매출이 약 1,000억 원이었다고 가정하면, 4.6%의 전환율 향상은 약 15억 원의 매출 증가를 의미한다. 개발 인력 투입도, 대규모 마케팅 비용도 들이지 않고 말이다.

이것이 바로 ICE 스코어링의 힘이다. 여러 아이디어가 경쟁할 때,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임팩트가 크고, 실행 가능하며, 지속 가능한 것을 체계적으로 선택하게 해 준다. 직관이 아니라 구조화된 사고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그것이 데이터 기반 조직의 차이를 만든다.

마무리

메트릭스는 우리 비즈니스의 상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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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톡에서 만든 이미지가 하나 있다. 항아리에 물을 붓는 그림이다. 물은 고객, 항아리는 우리의 서비스나 제품이다.

우리는 매일 열심히 물을 붓는다. 마케팅으로, 영업으로, 입소문으로. 하지만 항아리에 금이 가 있거나 구멍이 뚫려 있다면 어떨까? 아무리 열심히 물을 부어도 결국 새어나가고 만다.

메트릭스를 만든다는 것은, 그 항아리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어디에 금이 있는지, 어디가 가장 취약한지, 어디를 먼저 막아야 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오래된 서비스든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든, 문제는 항상 존재한다. 완벽한 비즈니스는 없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확히 진단하려는 태도다.

오늘부터 당신의 메트릭스를 만들어보아라. 완벽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대략적인 숫자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측정하기 시작하면, 보이기 시작한다. 보이기 시작하면, 개선할 수 있다.

메트릭스는 마법이 아니다. 그저 현실을 직시하는 도구다. 그리고 그 현실을 개선으로 이끄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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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릭스를 만들고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이제 실행할 차례다.

하지만 실행 전에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있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숫자들이 정말 의미 있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함정인가? 다음 장에서는 올바른 지표를 선택하고 실제로 개선하는 방법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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