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수요를 데이터로 읽는 법
작성자 김용훈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시장의 수요를 데이터로 읽는 법
|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6장 : 측정의 기준을 세우는 법 편을 놓쳤다면?
이 아티클은 10장으로 이어지는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연재 시리즈의 7장입니다.
위 시리즈에서는 감에 의존한 마케팅이 아닌, 지표로 메트릭스를 개선하며 성장의 길을 설계하는 법을 다룹니다.
6장에서 우리는 측정의 기준을 세웠다. 하나의 명확한 기준, 그리고 그 기준으로 일관되게 판단하는 방법까지. 이제 기반이 탄탄하게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아무리 측정 기준이 명확해도, 정작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앞에서 말한 측정의 기준이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이라면, 시장 수요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다.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 어느 길로 가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시장 수요의 역할이다.
데이터는 모르는 것도 가능하게 만든다
내가 예전에 컨설팅했던 회사의 대표님이 한 분 있다. 이분은 ‘마이쉽단’이라는 건강 영양 관리 서비스를 만들어 시리즈 A 투자를 받고, 최종적으로 랭킹닷컴에 성공적으로 엑싯하셨다.
보통 엑싯하면 좀 쉬어도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 분은 DNA 자체가 창업가인 것 같았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한 달 반 만에 다시 연락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만드신 서비스가 놀라웠는데 이전에 했던 건강 영양 관리 서비스와는 전혀 접점이 없는
BL(남성 간 로맨스 장르) AI 챗봇 서비스였다.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다.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 의아했다. 이 대표님은 개발과 데이터에는 강하지만, BL 문화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분이셨고, 그 씬의 덕질 문화도, 소비자 니즈도 잘 모르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서비스를 만들 생각을 하셨을까?
여기서 핵심적인 인사이트가 나온다. 데이터를 보면 모르는 분야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는 것.
대표님은 먼저 레진코믹스라는 회사를 발견했다. 레진코믹스는 BL 웹툰이 메인인 플랫폼인데, 24년에는 무려 35억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숫자가 말해주는 건 명확하다. 이 시장에 돈을 낼 의향이 있는 고객층이 분명히 존재하고, 시장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는 사이즈라는 것이다.
그다음은 더 단순했다. 뤼튼이라는 AI 회사에서 만든 '크랙'이라는 AI 챗봇 서비스가 있다. 참고로 이 서비스는 MAU(월간 활성 이용자)가 192만이나 되는 국내에서 AI 챗봇 기준 가장 사이즈가 큰 서비스였다.
“그럼 위 두 가지의 서비스를 조합해 보면 어떨까?”
라고 판단하셨고, BL 콘텐츠에 대한 수요와 AI 챗봇 기술이 합쳐진다면 충분히 새로운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 확신하셨다.
여기서 재밌는 건 이 서비스의 트위터 운영은 현재 내 와이프가 담당하고 있다. 참고로 와이프는 레진코믹스 VVIP 고객이고, 이 BL 문화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는 고객이자 소비자이다.
나는 대표님께 컨설팅을 해드리며 "이 고객층은 트위터에 많이 있으니 트위터를 해야 한다"는 조언을 드렸고, 실제로 그 문화를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사람에게 맡겼다. 이 분야를 전혀 모르는 대표님이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더 ROI(투자 대비 효율)가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바로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어도, 데이터를 통해 수요를 파악하고, 그 수요에 맞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행 단계에서는 그 분야를 아는 사람과 협업하면 된다.
대표님은 재무 데이터와 시장 정보를 조합해서 기회를 발견했다. 훌륭한 접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방식은 진입 장벽이 좀 높을 수 있다. 경쟁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조합해서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이미 비즈니스를 시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장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직접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5장에서 잠깐 언급했던 검색 데이터다.
검색 데이터가 강력한 이유
검색 데이터. 이것이야말로 시장 수요를 파악하는 가장 쉽고 강력한 도구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볼 차례다.
생각해 보면 검색이란 행위는 소비자가 자신의 니즈를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순간이다. 광고를 보고 클릭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검색은 능동적이다. 무언가가 필요해서, 궁금해서, 해결하고 싶어서 직접 찾아 나서는 행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색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어떤 단어로 표현하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긴다. 우리나라에서 검색이라고 하면 어디를 떠올리는가? 구글? 아니다. 압도적으로 네이버다. 대한민국은 네이버 공화국이다.
미국이라면 당연히 구글이다. 일본도 구글, 유럽도 구글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시장에서 구글은 검색의 절대 강자다. 그런데 한국은 다르다. 한국은 네이버다. 대한민국 검색 시장 점유율을 보면 네이버가 약 60%, 구글이 30%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한 점유율 수치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차이는 바로 검색 의도에 있다. 한국 사람들은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 맛집을 찾을 때, 병원을 알아볼 때 본능적으로 네이버를 먼저 연다. 검색의 대부분이 네이버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네이버에는 사람들이 지금 뭘 사고 싶은지, 어떤 걸 궁금해하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그대로 쌓여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네이버 데이터의 진짜 가치가 드러난다. 국내 기준 네이버는 소비자의 수요와 니즈를 파악하는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이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한다고 했을 때 네이버 데이터를 읽지 못하면 시장의 절반은 보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제 네이버 검색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소비자의 검색 여정을 따라가라
4장에서 우리는 Pull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객이 먼저 우리를 찾아오게 만드는 전략. 그리고 그 시작점이 바로 검색이다. 그런데 이 검색이라는 행위는 단순히 한 번의 클릭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비자는 하나의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검색을 거친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검색하는 키워드가 다르고, 찾고자 하는 정보의 깊이도 다르다.
이것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한 정형외과 병원을 컨설팅하면서 발견한 패턴인데, 이 사례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고객 여정의 각 단계를 구분하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어깨 통증"을 검색해 보자. 검색 결과를 보면 질병 정보, 나무위키, 브랜드 콘텐츠, 블로그가 상위에 나타난다. 여기서 중요한 인사이트가 나온다. 이 단계의 사용자는 단순 정보 탐색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내 어깨가 왜 아플까? 이게 심각한 건가?" 등의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아직 병원에 갈지 말지도 결정하지 못한 상태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단계의 잠재 고객을 어떻게 해야 우리 병원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
답은 이미 알고리즘이 보여주고 있다. 블로그 구좌가 상위에 있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사람들은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고, 네이버 알고리즘은 이미 이 수요를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전략은 명확하다. 증상별 원인이나 자가진단법 같은 정보성 콘텐츠를 블로그에 꾸준히 게시해, 이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병원으로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잠재 고객이 어깨 통증을 느낄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바로 이런 정보 검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어깨 관련 키워드라도, "회전근개 파열"을 검색하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회전근개 파열" 검색 결과에는 이미지, 웹사이트, 브랜드 콘텐츠, 블로그 순으로 노출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있다. 웹사이트 구좌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 병원들이 주로 노출된다. 이 노출 순서에는 이유가 있다. 웹사이트가 상단에 배치된다는 것은, 이 검색어를 입력한 사람들이 실제로 웹사이트를 가장 많이 찾는다는 의미다. 즉, 네이버 알고리즘은 이미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결과를 배열하고 있는 것이다.
"회전근개 파열"이라는 구체적인 질병명으로 검색하는 사람들은 이미 진단을 받았거나, 최소한 자신의 증상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상태이다. 이 키워드를 검색한 의도는 "내 어깨가 왜 아플까?"가 아니라
"어느 병원에서 치료받을까?"에 가깝다.
더군다나 정형외과는 전국에 수없이 많다. 서울만 봐도 어깨 전문 병원이 수십 곳에 이른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병원이 더 좋은 지도 중요하겠지만, ‘어떤 병원이 먼저 보이는가’도 큰 영향력을 가진다. 따라서 웹사이트 상위 노출 자체가 하나의 강력한 마케팅 전략이 된다.
또한 이 단계의 고객들은 웹사이트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도 매우 구체적이다. 병원의 정확한 위치와 찾아가는 방법,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나 전화번호, 담당 의료진의 경력과 전문 분야, 연간 수술 건수와 성공률, 보유 장비와 시설 현황과 같은 이런 실용적인 정보들을 알고 싶어 한다.
생각해 보면, 어깨 수술을 앞둔 사람이 블로그 후기만 보고 병원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공식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의사의 이름을 찾을 것이고, 내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의 프로필을 꼼꼼히 확인할 것이다.
따라서 알고리즘에 의거한 "회전근개 파열" 키워드에서의 1순위 전략은 명확하다. 웹사이트 구좌를 확보하는 것이다. 블로그도 중요하고, 브랜드 콘텐츠도 필요하지만, 이 키워드에서 의사결정 직전의 고객을 우리 병원으로 데려오는 가장 확실한 통로는 바로 웹사이트 구좌다.
웹사이트 구좌가 핵심이라는 것을 파악한 후, 나는 대표님께 말씀드렸다. "웹사이트 리뉴얼 하셔야 합니다." 그 병원의 웹사이트는 15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들어가면 배경음악까지 나왔다. 진짜로. 2025년에 배경음악이 자동 재생되는 웹사이트라니. 우리의 잠재 고객이 이 웹사이트를 보고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수요를 안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어떻게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일까? 무작위로 보여주는 게 아니다. 알고리즘이 있고, 그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의도를 파악하려 한다.
네이버 서치 테크 블로그에 네이버 검색 개발자가 네이버 검색 모델링(알고리즘)에 관해 작성한 글이 있다.
"질의(검색어)는 다양한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M사 브랜드'라는 질의가 있을 때, 이것은 브랜드 홈페이지를 찾고자 하는 의도일 수도 있고,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쇼핑의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완벽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네이버는 머신러닝과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가장 수요가 많은 결과를 상위에 노출한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여기서 SEO(검색 엔진 최적화) 작업을 할 때 언제나 생각해야 하는 핵심 질문이 있다.
"네이버 알고리즘은 왜 이렇게 노출시켰을까?"
이 질문을 계속 던지다 보면, 소비자의 검색 의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의도를 이해하면, 우리가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명확해진다.
실제로 몇 가지 검색을 해보면 키워드에 따라서 고객이 어떤 니즈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스토어 창업을 하려는 사람의 검색 여정을 따라가 보자.
"스마트스토어 창업"을 검색하면? AI 브리핑이 뜨고, 창업 방법과 순서가 나온다. 그리고 “사업자등록 신청”이 필요하다는 정보가 나온다. 그럼 이제 궁금해진다. 사업자등록은 어떻게 신청하지? 검색창에 ‘사업자등록증’을 다시 입력해 본다.
사업을 등록하는 방법은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 총 두 종류가 있다. 알고리즘은 이 목적에 따라 다시 갈린다.
개인사업자를 검색한 사람들에게는 주로 ‘사무실 임대’ 정보가 노출된다. 왜일까? 개인사업자를 내려면 사무실 주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사무실 임대”의 연관 검색어를 보면 더 흥미롭다. ‘공유 오피스’, ‘비상주 사무실’ 같은 키워드들이 함께 뜬다. 왜 이런 연관 검색어가 나올까? 스마트스토어 창업자들은 실제로 상주할 필요 없이, 사업자등록증만 낼 수 있는 사무실 주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알고리즘은 이런 소비자의 실제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법인사업자를 검색한 사람들에게는 ‘법무법인’ 정보가 주로 노출된다. 법인 설립은 혼자 진행하기엔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대부분 법무법인을 통해 진행한다. 그래서 법무법인 관련 정보가 많이 노출되는 것이다.
네이버 알고리즘은 이렇게 소비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 의도에 맞는 정보를 우선 노출한다. 이것이 바로 검색 데이터가 알고리즘을 통해 시장 수요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지역 키워드로 시장을 독점한 법무법인
검색 알고리즘을 이해하면, 전략이 보인다. 가장 놀라운 사례 중 하나가 특정 법무법인이었다.
네이버 검색창에 "서울 변호사"를 검색해 보자. 파워링크(광고)가 먼저 나오고, 그다음 플레이스(지도), 그리고 웹사이트가 노출된다. 참고로 변호사와 관련된 네이버 클릭당 광고비는 무려 6만 원 정도가 된다. 이는 이 시장의 광고비 1 티어라는 성형외과보다도 비싸다.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경쟁이 극심해진 결과이기에 이젠 변호사도 전략적으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패턴을 발견했다. 법무법인 대륜이라는 곳이 계속 웹사이트 구좌의 1페이지에 노출되는 것이다.
"서울 변호사" → 법무법인 대륜
"울산 변호사" → 법무법인 대륜
"서초 변호사" → 법무법인 대륜
"대전 변호사" → 법무법인 대륜
"대구 변호사" → 법무법인 대륜
더 놀라운 건, 사이트 링크가 전부 다르다는 점이었다. 즉, 이 법무법인은 각 지역별로 개별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각 키워드에 최적화된 SEO를 구축해 놓은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어떻게 할까? 하나의 홈페이지를 만들고, 그 안에서 몇 가지 키워드로 상위 노출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그냥 지역별로 사이트를 따로 만들면 되잖아."라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
천재적인 전략이다. 이렇게 하면 "서울 변호사", "울산 변호사", "대전 변호사" 등 모든 지역 키워드를 다 먹을 수 있다. 참고로 이 키워드들의 광고 클릭 단가가 6만 원인데, 이들은 무료로 이 키워드들로 검색한 소비자들이 우리 사이트에 오도록 하는 획기적이자 큰 금액이 들지 않는 전략을 만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하겠지만 많은 회사들을 미뤄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이렇게 유능하고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카테고리 하나가 매출을 결정한다
한옥마을 숙소 사례
네이버에서 키워드만큼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카테고리다. 네이버 플레이스(지도)에서 사업자를 등록할 때, 카테고리를 선택해야 한다. 이 선택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전주에서 한옥마을에서 숙소를 운영하는 지인이 있었다. 매출을 늘리고 싶다고 하여 함께 분석해 봤다.
첫 번째로 확인한 건 키워드별 검색량이다.
- "전주 한옥마을 숙소" → 검색량 많음
- "전주 한옥마을 호텔" → 검색량 9,000 ~
- "전주 한옥마을 펜션" → 검색량 3,000 이하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발견을 했다. 각 키워드마다 노출되는 숙소의 카테고리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 호텔"을 검색하면? 네이버 지도에 뜨는 숙소들이 전부 카테고리가 "호텔"로 되어 있다. 네이버 알고리즘은 ‘호텔’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한 사람에게 호텔 카테고리의 업체를 우선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 숙소"를 검색하면? 카테고리가 ‘호텔’로 되어있는 것도 있지만, 전통 숙소,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가 섞여서 나온다.
그런데 가장 재미있었던 건 "전주 한옥마을 펜션"이었다. 이 키워드를 검색하면 앞 두 키워드랑 다르게 네이버 예약 페이지가 뜬다. 그리고 그 안에는 네이버 예약 시스템과 연동된 숙소들만 나온다.
이 친구의 숙소는 네이버 예약 시스템과 연동되어 있지 않았다. 즉, "전주 한옥마을 펜션"이라는 키워드로는 절대 노출될 수 없는 구조였다.
여기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1. 검색량이 가장 많은 "전주 한옥마을 숙소" 키워드에 집중한다.
2. 카테고리를 "전통 숙소"로 설정한다. (호텔이 아니므로)
3. 만약 펜션 키워드도 잡고 싶다면, 네이버 예약 시스템과 연동 작업을 해야 한다.
신기한 건, "전주 한옥마을 숙소"가 검색량 15,000인데 비해, "전주 한옥마을 펜션"은 3,000도 안 되지만 네이버 예약 페이지가 뜬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소비자의 검색 의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업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수요를 파악하고 있느냐? 카테고리 하나, 키워드 하나가 고객 유입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프랜차이즈 술집 사례
생활맥주라는 프랜차이즈를 컨설팅할 때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다. 이곳은 가맹점이 100개가 넘는 큰 브랜드다. 그래서 가맹점주님들의 매출을 어떻게 증대시킬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였다.
첫 번째로 생각한 질문은 "우리 가게를 찾는 사람들은 무슨 키워드로 검색할까?"였다.
호프집? 맥주집? 술집? 수제맥주? 여러 키워드를 분석해 봤다.
"호프집"을 검색하면? 네이버 지도에 뜨는 가게들의 카테고리가 전부 "맥주·호프"다.
"맥주집"을 검색하면? 역시 "맥주·호프" 카테고리. "수제맥주"키워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게 정답일까? 그런데 한 가지를 더 확인해 봤다.
"술집"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봤다. 검색량이 무려 14만에 가까웠다. 다른 키워드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가게들의 카테고리가 "맥주·호프" 카테고리가 아니라, "이자카야", "요리주점"이라는 점이었다.
생활맥주는 메뉴 구성을 봤을 때 이자카야로 분류해도 전혀 문제없는 구조였다. 그렇다면? 카테고리를 "이자카야"로 바꾸면 검색량 14만짜리 키워드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리스크도 있었다. 생활맥주라는 브랜드 이름에 "맥주"가 들어가는데, 카테고리를 이자카야로 바꾸는 게 맞을까? 혼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우리가 내린 결론은 "맥주·호프" 카테고리를 유지하되, 상호명이나 소개 문구에 술집, 호프집 같은 키워드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이었다.
당시 문제는 가맹점주님들이 각자 네이버 지도를 등록하면서 카테고리가 중구난방이었다는 점이다. 어디는 호프집, 어디는 술집, 어디는 요리주점. 통일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위노출을 위한 "이 카테고리로 통일하세요", "상호명 뒤에 이런 키워드를 추가하세요" 같은 명확한 가이드를 만들어 드렸다. 이것만으로도 네이버 지도에서의 노출이 크게 개선될 수 있었다.
시장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또 다른 사례를 봐보자. 당시 컨설팅을 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단백질 쉐이크를 팔고 있었다. 제품 품질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특히 파우치형(1인분용) 제품은 휴대가 간편해서 나름의 고정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다만 모든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그러하듯 J커브를 위해 이곳의 대표님도 더 큰 성장을 원하셨다.
나는 네이버의 커머스 구좌인 스마트스토어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단백질 쉐이크"를 검색하자 명확한 패턴이 보였는데 상위에 노출된 제품들은 대부분 대용량 통 제품이었다. 2kg, 3kg 용량의 제품들이 검색 결과를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컨설팅을 하고 있는 회사의 제품 라인업을 보니 파우치형만 있었다. 소비자의 수요 알고리즘인 검색 결과를 보고 난 뒤 우리의 브랜드가 시장의 주류 수요를 놓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날 대표님께 말씀드렸다. "대용량 제품 라인을 추가해야 합니다.” 대용량 제품을 추가해서 더 큰 시장을 공략하자는 제안이었다. 대표님은 빠르게 결정을 내렸고, 대용량 제품 라인을 개발해서 출시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직전 달 대비 전체 매출이 280% 증가했고, 재구매율은 2배 상승했다. 복잡한 마케팅 전략이나 막대한 광고비가 필요했던 게 아니었다.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시켰다. 사실 그게 전부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마트스토어에서 상위 5개 제품의 공통점을 면밀히 분석하기 시작했다. 상품명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상세페이지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리뷰에서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는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뜯어봤다.
왜 이렇게 했을까? 간단하다. 알고리즘이 이 5개 제품을 상위에 올려놓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무작위로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그 패턴을 찾아내고, 우리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발견한 패턴들을 우리 제품 페이지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구조에 정확히 맞춰 최적화한 것이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단백질 쉐이크’ 검색 시 우리 제품의 노출 순위는 1~2위로 달성했다. 그로 인하여 오가닉 매출은 30% 이상 상승했다. 데이터가 우리에게 명확한 해답을 준 것이다.
이번에는 그 연장선에서, 경쟁 키워드를 통째로 가져와 성장한 사례를 살펴보자.
경쟁 키워드를 통째로 가져오는 법
국내 중고 서비스 사례
25년에 국내 중고서비스를 컨설팅 한 사례를 가져와 봤다. 당시 일본 중고거래 플랫폼인 ‘메루카리(Mercari)’ 서비스와 연계하여 메루카리의 상품을 당시 컨설팅 했었던 서비스에서 구매할 수 있었는데 우린 관련 키워드를 활용해 Pull 관점의 마케팅을 실행했다. 메루카리는 일본의 ‘당근마켓’ 혹은 ‘번개장터’에 해당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국내에서도 월간 검색량이 약 12만 7,900건에 이를 만큼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왜 한국 사람들이 일본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렇게나 많이 검색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 중고품 직구 때문이었다. 특히 일본 한정판 제품이나 애니메이션 굿즈 같은 것들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여기서 기회를 봤다. 이러한 검색 트래픽에 주목해 메루카리 키워드만 집중 공략하자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메루카리'를 검색한 사용자라면, 어디서든 우리 서비스를 마주치게 하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이를 위해 네이버 파워링크, 지식인, 유튜브 PPL, 나무위키 등 다양한 채널에서 서비스가 노출되도록 다각적인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나무위키의 경우 공식 제휴처로 등록해 관련 콘텐츠를 직접 게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유튜버 협찬(PPL)을 통해 영상 하단에도 노출을 유도했다. 즉, ‘메루카리’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검색 생태계 전반을 장악하려는 시도였다.
이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입된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의 검색 키워드를 한번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두 집단의 관심사와 행동 패턴이 뚜렷하게 달랐는데
신규 고객의 경우 ‘비즈빔’, ‘나이키’, ‘스톤아일랜드’, ‘스펙터’ 등 패션 브랜드 관련 키워드를 주로 검색했다. 즉, 일본 직구나 패션 브랜드에 관심 있는 소비자가 다수였다.
반면, 기존 고객들은 ‘닌텐도’, ‘다마고치’, ‘리라쿠마’, ‘하츠네 미쿠’ 등 애니메이션·캐릭터·게임 관련 IP 중심 키워드를 검색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기존 주요 고객층이 일본 문화와 캐릭터 굿즈 중심의 덕질하는 고객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분석을 통해 두 가지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첫째, ‘메루카리’ 키워드를 통해 새로운 잠재 세그먼트(패션·브랜드 중심의 신규 사용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둘째, 기존 고객층이 주로 일본 IP 기반 상품군에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이들의 충성도를 새로운 서비스나 제품 구매로 연결시킬 전략을 구상할 수 있었다. 그런 소비자의 수요와 데이터를 통해 실제 거래액을 빠르게 높일 수 있었다.
데이터는 해답을 준다
지금까지 우리는 검색 데이터를 통해 시장 수요를 읽는 방법을 살펴봤다. 네이버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키워드와 카테고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경쟁사의 키워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하지만 여기서 명확히 해야 할 게 있다. 데이터는 모든 정답을 알려주지 않지만 나름의 해답을 준다.
BL AI 챗봇을 만든 대표님도, 법무법인 대륜도, 생활맥주도, 중고 서비스도 모두 데이터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이렇게 하세요"라고 명확한 답을 준 건 아니다. 데이터는 단지 "이런 수요가 있습니다", "이런 패턴이 보입니다", "여기에 기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알려줄 뿐이다.
결국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액션으로 연결하느냐는 우리의 몫이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 검색 데이터를 볼 때에도 항상 "왜"를 물어야 한다.
왜 이 키워드의 검색량이 많을까?
왜 이 키워드로 검색한 사람들에게는 호텔이 노출되고, 저 키워드로 검색한 사람들에게는 펜션이 노출될까? 왜 술집이라는 키워드는 이자카야 카테고리를 보여줄까?
왜 메루카리를 검색하는 사람들은 해외 브랜드에 관심이 많을까?
이 "왜"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소비자의 진짜 니즈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니즈를 충족시킬 방법이 보인다. 검색 데이터는 소비자가 직접 말하는 니즈다. 광고를 보고 클릭하는 것과는 다르다. 스스로 필요해서, 궁금해서, 해결하고 싶어서 찾아 나선 것이다. 그래서 검색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4장에서 우리는 고객 경험에서 시작하라고 했다. 기술이나 제품에서 시작하지 말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에서 시작하라고. 검색 데이터는 바로 그 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는 통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하는 태도
일본 애니메이션 《우주형제》에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한 남자가 우주비행사 지원자들에게 "왜 인간이 우주에 가야 하는가"를 설명한다.
그는 '선 위에 있는 개미'를 비유로 든다.
앞이나 뒤로만 움직일 수 있는 일차원 개미에게 선에 놓인 돌멩이는 세계의 끝이다. 더 이상 나아갈 방법이 없다. 그런데 이때,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이차원 개미가 나타나 "옆으로 돌아가면 되잖아"라며 돌을 피해 간다.
하지만 이차원 개미도 끝없는 벽 앞에서 한계에 부딪힌다. 벽 앞에서는 좌우로 움직여도 소용이 없다.
마지막으로 전후좌우는 물론, 위아래로도 움직일 수 있는 삼차원 개미가 등장한다. 다른 개미와 다르게 삼차원 개미는 "넘어가면 되잖아"라며 벽을 뛰어넘어 결국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위에서 보거나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시점을 바꾸면 새로운 해결책이 보입니다. 인간이 우주에 간다는 건 단순히 머나먼 별에 가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지상에서 안고 있는 문제를 다른 시점에서 보고,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 — 그게 우주에 가는 진짜 의미입니다.”
이 장면에서의 핵심은 차원을 확장하면 시각이 바뀌고, 시각이 바뀌면 불가능해 보이던 문제의 해답이 보인다는 점이다.
데이터 분석도 마찬가지다. 처음 데이터를 마주하면 일차원 개미처럼 막막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데이터를 하나하나 파헤치고,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시각이 달라진다. 단순한 검색량 그래프에서도 고객의 니즈가 보이고, 숫자 속에서 시장의 흐름이 읽히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자신 안에 길러져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니 어려워하지 말자.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해하려 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도전하는 태도’ 그 자체다. 데이터가 주는 해답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꾸준히 탐구하다 보면, 어느새 당신도 시장의 수요를 읽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시장의 수요를 데이터로 읽는 법을 배웠다. 측정 기준을 세우고, 검색 데이터를 통해 시장 수요를 파악하는 것까지.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시장 수요를 파악했다면, 이제 그 수요를 우리 비즈니스의 성장으로 연결해야 한다. 우리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핵심 지표는 무엇인가? 어떤 지표를 개선해야 실질적인 성장이 일어나는가?
다음 장에서는 바로 이 핵심 지표를 찾아내고, 개선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볼 것이다. 더 이상 이론이 아니다. 실제로 작동하는, 검증된 전략들이다.
폭발적인 성장과 J커브를 빠르게 달성하고 싶다면? ▶︎김용훈 그로스 연구소 컨설팅 상담하기
핵심 가득 실무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면? ▶︎그로스 마케팅 클래스 신청하기
15년 차 마케팅 CMO의 실무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면? ▶︎ 마케팅 프레임 워크 신청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