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왜 메트릭스를 사용하지 않을까?
작성자 김용훈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한국에서는 왜 메트릭스를 사용하지 않을까?
|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2장 : 한국 기업에서 그로스 해킹이 어려운 이유 편을 놓쳤다면?
이 아티클은 10장으로 이어지는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연재 시리즈의 3장입니다.
위 시리즈에서는 감에 의존한 마케팅이 아닌, 지표로 메트릭스를 개선하며 성장의 길을 설계하는 법을 다룹니다.
앞장에서 한국 기업에서 그로스해킹이 어려운 이유를 이야기했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측정 기준 부재. 한마디로 메트릭스(Metrics)가 없다. 참고로 Metrics란 ‘지표’ 및 ‘측정기준’이다
메트릭스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모든 게 감이 된다. 직감, 경험, 그리고 운에 의존하게 된다. "이 캠페인 괜찮은 것 같은데?" "이번 분기 매출이 좋아 보이는데?" "고객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전부 뇌피셜일 뿐이다.
뇌피셜로 일하면 뭐가 문제냐고? 개선할 수 없다. 반복할 수 없다. 학습할 수 없다. 성공해도 왜 성공했는지 모르고, 실패해도 왜 실패했는지 모른다.
메트릭스 없이 일한다는 것
참고로 나는 메트릭스 기반으로 일 하는 방법을 미국인에게 배웠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미국인 이란 앞에서 말한 굿닥의 부대표님을 의미한다.
그분이 이후 쿠팡의 임원으로 이직하셨고, 덕분에 나도 쿠팡 면접을 볼 기회가 생겼다.
면접 과정은 정말 길었다. 8명과 면접을 봤는데, 총 5일에 걸쳐 진행되었고, 그중 5명이 외국인이었다. (다행히 통역가가 있어서 언어 문제는 없었다)
기억에 남는 건, 인도계와 일본계 면접관들이 “메트릭스, 메트릭스" 주구장창 이 얘기밖에 안 했다 점. 모든 질문이 메트릭스와 관련이 있었다.
"당신이 이전 회사에서 어떤 메트릭스를 만들어봤나요?"
"이 캠페인의 성과를 어떤 지표로 측정하셨나요?"
"마케팅 효율 개선을 위해 어떤 메트릭스를 중요하게 보셨나요?"
왜냐? 이미 미국에서는 이렇게 일하는 게 너무 당연하니까. 메트릭스 없이 마케팅을 한다는 건 그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명분이 있어야지 일을 시작하는데 “위에서 하라니까..” 이건 명분이 아니다.
오로지 명분이란 건 소비자, 시장 그리고 실제 고객들에 있어서의 데이터적 관점이다.
피터 드러커는 이렇게 말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
비즈니스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메트릭스를 만들고 숫자를 읽는 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게 전부다.
단편적 사고는 오래가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매출을 높일 수 있을까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로 인하여 주변분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Metrics에 의거한 현재 상황 파악 없이, 그리고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 없이는 이런 질문을 받아도 내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은 많지 않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질문에 의한 접근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이 아니다. 이럴 경우 풀리지 않는 문제에만 머물게 된다.
전체적인 비즈니스 이해 없이 누군가의 경험이나 부분적인 스킬만 익히면 솔루션 도출에 대한 사고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뭐가 됐든 우린 실력을 키워야 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즈니스 이해도가 없으면 마케팅은 절대 잘할 수 없다. 진짜 마케팅은 전체 비즈니스 맥락에서 어떻게 고객을 획득하고, 어떻게 매출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이다.
메트릭스가 알려주는 "해야 할 것"
실제 크림전쟁 당시, 나이팅게일은 야전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투로 인한 사망보다 비위생적 환경 때문에 사망하는 병사의 수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를 시각화한 대시보드를 영국 의회에 제출해 예산을 확보했고, 꾸준히 위생 환경을 개선한 끝에 사망률을 42%에서 2%까지 낮췄다. 결국 데이터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낸 셈이다.
우선 예시로 E-커머스의 접근 방식을 가져와 봤다 (다른 비즈니스도 맥락은 같다) 가장 끝에 있는 지표이자 목표인 매출을 결정하는 메트릭스는 아래와 같은데
고객 유입 × CTR × CVR × AOV = 매출
나이팅게일이 비위생이라는 근본 원인을 찾아 개선했듯, 우리는 매출을 높이기 위한 선행지표는 고객 유입·CTR·CVR·AOV라는 주요 지표를 개선해 성장을 만들어가면 된다. 참고로 CTR(Click Through Rate)은 클릭률을 의미하고 CVR(Conversion Rate)은 전환율을 의미하며 AOV(Average Order Value)은 평균주문금액을 의미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가 집중하는 지표는 무엇인가? 대체적으로 매출 하나만을 보고, 안갯속에서 달려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럴 때마다 난 말씀을 드린다.
“선행지표가 없으면 우린 매출이 어떻게 발행하는지 모르는 까막눈일 뿐입니다.”
‘매출’ 무새인 사람들이 많다. 회사 차원에서 KPI로 잡는 것도 대부분 '매출'이다. 나는 매출을 특정 액션을 검증할 때 외에는 거의 보지 않는다. 매출은 그 앞에 있는 선행 지표들의 곱하기, 즉 결과일 뿐이다. 앞의 지표들이 개선되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런데도 "이번 달 매출 얼마냐"를 물어보시는 분들을 자주 본다. 마치 다이어트한다는 사람이 밥·운동·습관은 챙기지 않고, 체중계 숫자만 붙잡고 있는 거랑 똑같다.
메트릭스로 문제를 찾아낸 실제 사례
업종마다 매출을 결정하는 메트릭스는 완전히 다르다.
커머스는 유입 → 전환 → 매출이지만, 세상에는 오프라인 비즈니스, 구독 서비스, 강의플랫폼 등 정말 많은 사업도메인이 있으며 각 비즈니스에 맞는 Key 메트릭스가 있다. 이론이 아닌 예전 컨설팅으로 풀어본 실제 사례를 보며 이해해 보자.
사례 1 : 오프라인 비즈니스 - 목동의 어느 피부 시술소
서울에서 매장 2개를 운영하는 피부 시술소 원장님을 컨설팅했던 적이 있다.
시술소의 KPI는 매출 증대로 명확했다. 앞에서 말했듯 진짜 마케팅은 전체 비즈니스 맥락에서 어떻게 고객을 획득하고, 어떻게 매출을 만들어내는지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이 피부 시술소는 어떤 방식으로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먼저 비즈니스 구조를 들여다보았다.
피부 시술소의 평균 시술 가격은 약 100만 원. 지역 특성상 구매력 있는 고객층이 형성되어 있었다. 고객 여정도 단순했다. ‘전화 문의 → 매장 방문 → 상담 → 결제’으로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전형적인 흐름이었다.
그렇다면 이 피부 시술소의 메트릭스는 어떻게 구성될까?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전화 문의가 많아야 하고, 전화 문의한 고객이 실제로 매장에 방문해야 하며, 방문한 고객이 결제까지 이어져야 한다. 이 비즈니스의 단계별 흐름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은 메트릭스가 완성된다.
전화 문의 수 × CVR(방문 전환율) × CVR(결제 전환율) = 매출
메트릭스를 세우고 나니 문제가 보였다.
결제 전환율은 낮지 않았다. 오히려 괜찮은 편이었다. 그런데 방문 전환율에서 심각한 이탈이 있었다. 전화로 예약을 잡은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실제로 방문하지 않았던 것이다. (노쇼율 50%) 참고로 피부과는 날씨만 나빠도 노쇼가 급증하는 업종이다.
지표가 정확히 말해주고 있듯, 시술소 비즈니스의 병목은 ‘전화 이후 방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간’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명확했다. 방문 전 전화 응대를 시술 선생님들이 직접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시술 중간중간 전화가 오면, 잠시 멈추고 전화를 받는 구조였다. 이 구조는 애초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화 상담이 그분들의 전문 영역도 아니었고, 메인 업무도 아니기 때문이다.
"네, 언제 오실 수 있으세요?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대부분의 통화는 이렇게 짧고 형식적으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고객을 설득하거나 예약을 확정 짓는 액션은 전혀 없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센티브 구조였다.
시술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고객이 와도 안 와도 월급이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고객이 오면 그들의 일이 더 늘어나는 거였다. 적극적으로 방문을 유도할 동기가 없었던 셈이다. 병원은 실장님이나 코디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때문에 어떻게든 고객을 데리고 오려고 하지만, 여기는 그런 구조가 아니었다.
원인을 찾았으니 이제 해결해 보자. 해결책은 단순하다.
직원을 새로 뽑기에는 부담이 있기에 전화 상담을 아웃소싱했고, 그 이후 방문 전환율이 35%에서 50%로 상승했다. 별다른 마법을 부린 게 아니다. 메트릭스를 통해 선행 지표 중 방문 전환율이 낮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했을 뿐이다.
원인만 정확히 알면 해결은 어렵지 않다. 이것이 메트릭스의 힘이다. 감이나 추측이 아니라, 데이터가 정확히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라는 막연함 대신, "방문 전환율 35%가 문제다"라는 명확한 진단이 가능해진다.
이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감 기반 의사결정의 차이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개념 : 메트릭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한국에서는 '메트릭스'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게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네이버에 '메트릭스'를 검색해 봤다. 나오는 건 전부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였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사례는 넘쳐나는데, 국내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나는 누군가는 쓰고 있겠지… 싶어서 따로 구글링을 열심히 해봤는데, 한국인이 쓴 메트릭스 관련 글은 단 한 편 뿐이었다. 샌드버드(Sendbird)라는 글로벌 B2B 유니콘을 운영하는 김동진 대표의 블로그 글이었다.
그분이 2011년 11월, 본인의 블로그에 "우리는 잘하고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무려 14년 전 글이다. 이게 내가 찾은 유일한 한국인의 메트릭스 관련 글이었다.
해당 글은 CEO 답게 신규·기존·유료·레비뉴라는 관점에서 메트릭스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다. B2B 비즈니스 특성에 맞게 구성된 그 흐름은 정교했다.
마케팅비 2,500만 원 투입 → 월 방문자 1만 명 유입 → 재방문 주기 평균 1.5개월 → 고객 1인당 LTV 1만 5천 원 → 총매출 1억 5천만 원 → 마케팅비·임대료·인건비 등 변동비와 고정비 차감 → 순이익 2천만 원 → 이익률 13%
CEO 관점의 재무적 지표(비용)들도 모두 작성해 놨다. 10년도 더 지난 글이지만, 지금 봐도 유효한 프레임워크다. 왜냐하면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목표가 있으면 그 목표를 기준으로 그에 맞는 선행 지표를 파악하고 액션을 취하면 된다.
중요한 건 결국 단순하다.
어떤 목표를 세웠다면, 그 목표를 기준으로 내가 하고 있는 행위가 의미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메트릭스의 본질이다. 단순히 숫자를 기록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액션에 의미를 부여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인 셈이다.
그리고 이 메트릭스라는 구조로 비즈니스를 풀어내면, 성장의 방향이 훨씬 더 명확해진다.
당신이 PM이나 PO라면 기획의 관점에서, 마케터라면 마케팅의 관점에서 자신만의 메트릭스를 세우면 된다. 역할마다 보는 지표는 다르지만, 목표를 향한 길을 데이터로 확인한다는 본질은 같다.
메트릭스가 파악되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명확해진다.
더 이상 "뭐라도 해봐야 하는데"라는 막연함 속에서 헤매지 않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이 아닌, 해야 할 것을 하게 된다. 감이 아니라 근거로, 추측이 아니라 데이터로 일하게 된다.
그때부터 마케팅은 너무나도 쉬워진다. 왜냐하면 지표가 정확히 어디를 개선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나이팅게일이 비위생이라는 근본 원인을 데이터로 찾아냈듯, 목동 피부 시술소에서 방문 전환율이 문제임을 파악했듯, 우리도 우리만의 메트릭스를 통해 비즈니스의 병목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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