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에서 그로스 해킹이 어려운 이유

한국 기업에서 그로스 해킹이 어려운 이유

작성자 김용훈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한국 기업에서 그로스 해킹이 어려운 이유

김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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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iyong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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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1장 : 마케터로 퇴사하고, 그로스해커가 되다 편을 놓쳤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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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티클은 10장으로 이어지는 <지표로 실행하는 그로스 마케팅> 연재 시리즈의 2장입니다.

위 시리즈에서는 감에 의존한 마케팅이 아닌, 지표로 메트릭스를 개선하며 성장의 길을 설계하는 법을 다룹니다.


그로스해커가 되고 4개월 후 깨달은 것

참고로 분석과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모든 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실행한다. 그로스해커가 되고, 4개월이 지났을 때. 불행인지 다행인지 굿닥은 서비스를 운영한 지 오래된 회사인지라 분석해 볼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았고, (해킹해야 하는 영역 또한 많았고) 또한 사내 시스템상 관련된 솔루션이나 데이터를 전방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의 기반도 갖춰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로스해커라는 포지션으로 직무를 변경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나름 서비스를 그로스해킹했고,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었다.

"어? 제목에는 그로스해킹 하기 힘들다고 적혀있는데?"

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맞다. 나는 다행히(?) 보이지 않는 벽을 뚫어가며 그로스해킹이라는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대한민국에서 그로스해킹을 하기 힘들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이 이 벽이지 않을까 싶다.

보이지 않는 벽의 정체

이 벽이란 바로 타 팀과의 협업. 정확히 극도의 협업을 의미한다.

그로스해킹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면 그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크게 세 가지다.

그렇다. 그로스해킹은 혼자 할 수 없는 업무다. 애초에 구조상 불가능하다. 마케팅 팀 혼자 아무리 힘들게 굴려봤자, 개발팀 없이는 A/B 테스트 하나 못 돌린다. 기획팀 없이는 UX 개선을 위한 구조를 구체화하기 쉽지 않으며 디자인팀 없이는 썸네일 하나 못 바꾼다.

“아닌데? ‘나’ 혼자 다 되는데?”라고 생각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만약 조직의 직무와 룰을 벗어나고, 독단적인 행동을 한다면 이후 수많은 이해관계자와의 불상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그로스해킹 팀에서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고로 여기서 데이터란 소비자의 행동) 분석 결과, 앱 안에 특정 버튼을 심으면 유저의 행동에 큰 변화를 줄 수 있고, 그게 매출 증가로 이어질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

자, 이제 이걸 실행해야 한다. 그럼 누가 필요할까?

우선 최소 인원만 생각해도 이 정도다. 여기에 만약 이 내용을 소비자나 클라이언트들에게 알려야 한다면? 마케터도 추가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한 번 만들고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수히 많은 A/B 테스트를 돌려야 한다.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

그렇다. 그로스해커란 타 팀에서 봤을 때

어찌 보면... 일 만드는 사람(팀)이다.


현실적인 벽들: 한국 기업 문화의 특징

출처 : 무한도전

1. 계획 중심 문화

"현재 밀려있는 일정들이 많아서 이거 진행하려면 다음 분기쯤 가능할 것 같아요"

가장 자주 듣는 말이다. 각 팀마다 이미 정해진 로드맵과 일정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그로스해킹 팀이 "이거 급하게 해야 해요"라고 말하면...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분기별, 연간 계획을 세우는 데 익숙하다. 갑작스러운 변화나 추가 업무에 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실리콘밸리처럼 "일단 빠르게 시도해 보고 결과를 보자"는 문화보다는 "충분히 검토하고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자"는 문화가 강하다.

그로스해킹의 핵심은 빠른 실험이다. 일주일에 한 번, 아니 하루에 한 번이라도 테스트를 돌려야 한다.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결과를 보고, 다시 가설을 세운다. 이 사이클이 빨라야 성장도 빠르다.

그런데 한국 기업은 계획에 목숨을 건다. 분기별 계획, 월별 계획, 주별 계획... 계획은 좋다.

하지만 계획에 갇히면 실험이 불가능하다.

2. 명확한 업무 분장 속 협업의 한계

출처 : 웃대

"그 기획서 메일로 확인은 했는데 사실 이건 저희 팀 업무가 아닌 것 같아요"

... 업무가 아니라고?

한국 기업은 업무 분장이 명확하다. 너무 명확하다. 내 업무, 네 업무가 칼같이 나뉜다. 그래서 협업이 어렵다. 아니, 협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하다.

그로스해킹은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다. 마케터가 기획에 손대고, 기획자가 데이터에 손댄다. 디자이너가 전환율을 보고, 개발자가 매출을 이야기한다.

"내 일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강하다면 협업은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성과가 나왔을 때 누구의 공로인지, 실패했을 때 누구의 책임인지가 모호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3.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의 벽

"이거요? 안 될 걸요? 힘들 것 같은데.. 저희 팀장님은 뭐라고 하나요?"

한국 기업의 수직적 문화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상급자의 승인 없이는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로스해킹처럼 빠른 실험과 검증이 중요한 업무에서는 이런 의사결정 구조가 큰 걸림돌이 된다.

미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현장에서 바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개인에게 많이 위임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위에서 허락해 주면" 하는 식의 접근이 일반적이다.

4. KPI 우선순위와 성장 과제의 충돌

"이번 달까지 끝내야 할 건이 있는데 이거 끝나고 한번 볼게요"

우선순위의 문제다. 각 팀원들은 이미 자신들의 KPI와 목표가 있다.

개발팀은 개발팀 KPI, 디자인팀은 디자인팀 KPI. 대부분의 경우, 그로스해킹 프로젝트는 남의 일이다.

그로스해킹 팀이 제안하는 실험이나 개선이 아무리 회사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당장 자신의 성과 평가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한다

회사의 임직원의 목표는 당연히 회사 혹은 서비스의 성장일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이익이 내 주머니에 바로 꽂히지 않는 이상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워라밸이 빗발치는 현재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요즘 말로 딱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한다)

각자 정해진 시간 내에 이뤄야 할 팀 단위 혹은 개인 KPI가 다 있을 것이다. 그 목표를 채우기에도 버거운데 갑툭튀로 일거리를 던져주는 그로스해킹 팀의 존재는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아울러 TF팀으로 운영되어도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남 탓하는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성과가 고스란히 그로스해킹 팀으로 간다면?

협업은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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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는 그로스해킹은 아직 시기상조일까? 그러기에는 당시 직무의 스트레스로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고, 그로스해킹이라는 것을 하며 서비스를 개선하였고, 또한 국내 여러 회사들이 이 방법론을 적용하여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지라 분명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토스라든지.. 토스라든지..)

토스를 보면 정말 인상적이다. 최근 초대받은 토스 행사에서 발표를 보면 그들은 정말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A/B 테스트를 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엄청난 성장으로 이어나갔다.

토스 같은 회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몇 가지 조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

토스의 이승건 대표는 그로스해킹의 신봉자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신조로 삼는다. 그래서 조직 전체가 움직인다. 위에서 밀어주니까 아래도 움직인다.

2. 명확한 성과 공유 체계

토스는 모든 팀의 지표를 공유한다. 누가 뭘 했고, 어떤 성과가 나왔고, 회사 전체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투명하게 공유한다. 그러니까 협업이 된다.

3. 실험을 위한 인프라 구축

토스는 A/B 테스트를 돌리는 게 쉽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개발팀에 부탁 안 해도 된다. 기획자가, 마케터가 직접 돌릴 수 있다. 이게 되려면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4. 실패에 대한 관대함

토스는 실패를 용인한다. 아니, 실패를 축하한다. 실패했다는 건 시도했다는 뜻이니까. 10번 실패하고 1번 성공하면 된다. 그 1번이 회사를 키운다.


한국 기업에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조직 문화를 바꿔야 한다.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그게 당시 4개월 차 그로스해커였던 내가 마주한 현실이었다.

보이지 않는 벽.

하지만 뚫을 수 없는 벽은 아니었다. 시간이 걸릴 뿐이었고, 방법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끈질김이 필요할 뿐이었다.

그로스해킹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다.

그 문화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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