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여러 가지 비장애형제자매 자조모임을 하면서 늘 궁금했던 게 있다.
'남자 비장애형제자매들은 왜 여자보다 적을까?'
대학도 여대였겠다, 직장도 여초 직장이겠다, 물어볼 사람은 더 없었다.
물론 통계적으로 여자 비장애형제자매가 남자 비장애형제자매보다 많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 이외에, 실제 남자 비장애형제자매는 어떤 경험을 하며 살아왔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오늘 글은 내 또래의 남자 비장애형제자매 벽타는 털보 🧗 (가명) 가 들려준 자신의 이야기이다.
Q1.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소개해 주세요. 🧗 : 아빠, 엄마, 저, 남동생입니다. 저는 20대이고, 독립은 하지 않았습니다.
성장기에 대하여 🌱Q2. 언제쯤 형제자매의 장애를 인식하기 시작했나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나나요?
🧗 : 7살에 동생이 처음 경기했을 때, 동생이 응급실에 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게임, 축구, 눈싸움처럼 동생이 생기면 같이 하고 싶었던 것들을 못할 수 있겠고, 그래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Q3. 부모님께 형제자매의 장애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있나요? 들었다면 어떤 설명이었는지 기억나나요?
🧗 : '뇌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다른 비장애인에 비해서 발달 속도가 느릴 것이고 신체 활동이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생인가, 성인이 되고 나서 ‘사실 처음 병명을 진단 받았을 때, 오래 못 살 것이라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 라고 전달받았습니다. 부모님이 왜 동생에게만 관대한지에 대한 의문이 초등학생 때부터 있었는데, 오래 못 살 것 같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는 것을 좀 빨리 말해줬으면 ‘부모님을 좀 더 일찍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Q4. 성장 과정에서 부모님께 "너라도 잘해야 한다"라는 기대를 받은 적이 있나요? 혹은 스스로 그렇게 느낀 적이 있나요?
- 그 기대가 본인에게 어떤 무게로 다가왔나요?
🧗 : 동생이 장애가 있는 만큼 부모님이 비장애인인 저에게 더 큰 기대를 한 것은 어려서부터 인지했습니다. 또 동생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기 때문에 부담은 항상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그런 부담을 느끼면 나만 피곤해진다.’ 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생각을 하며 지냈습니다.
Q4-1. 어떤 상황에서 인지했나요? 특별히 기억나는 부모님의 말씀이나 행동이 있나요?
벽타는 털보 :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상황은 없지만, ‘동생은 저래서 할 수 있는게 없지만, 너는 멀쩡한데 왜 이렇게 욕심이 없냐’ 같은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어렴풋이 그 기대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Q5.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형제자매의 장애를 설명했나요?
- 당시 또래 집단에서 가족 이야기를 어떻게 했고, 그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기억하시나요?
🧗 : 친한 친구들이나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에게 일상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생 얘기가 나왔습니다. 그럴 때 ‘동생이 정신 연령이 남들보다 어리고,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어서 휠체어 탄다.’ 정도의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친한 친구들은 얘기를 들었을 때 별 생각이 없어 보였고, 지인들은 '힘든 점은 없냐', '동생은 괜찮냐' 등의 자연스러운 사회 생활 정도의 신경을 써 줬습니다.
Q6. 장애형제자매와 관련해 힘들 때 주로 어떻게 해결했나요? 남성이라는 성별 특성상 감정을 더 드러내지 않기도 했나요?
🧗 : 사춘기 때는 그냥 주먹으로 해결했던 것 같고, 지금은 (제가)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동생 때문에 힘들면 그냥 무시하고 친구들이랑 술 마시면서 궁시렁거리는 정도로 해결했던 것 같습니다.
남성이라는 특성상, 슬픔이라는 감정은 잘 표출하지 않습니다. 보통 분노가 주 감정인데, 굳이 숨기지 않았고 부모님 계실 때만 덜 표현하는 정도로 생활했던 것 같습니다.
Q6-1. 주로 어떤 상황에서 그랬나요?
🧗 : 혼자 공부하거나 게임하면서 귀찮게 하지 말라고 말로 하는데도 귀찮게 할 때, 주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
Q6-2.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는 동생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했나요?
- 친구들과의 대화는 감정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요?
🧗 : 그런 상황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동생 상황에 대해서 이미 자세히 아는 친구들이여서 특별히 자세히 얘기하지는 않고, 그냥 무슨 상황이었는지 얘기하는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Q7. 집안 분위기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일찍부터 숨겼던 구체적인 경험이 있나요?
🧗 : 지금도 부모님 오시지도 않았는데 먼저 숟가락 드는 것을 보면 주먹으로 교육해주고 싶은데, 집안 분위기를 위해 말로만 잔소리하고 있습니다.
Q8. 형제자매가 원망스러울 때나, 반대로 ‘형제자매가 있어서 다행이다’ 또는 '애틋하다'고 느꼈던 특별한 기억이 있나요?
🧗 : 신체 활동이 제한적인 장애 특성 때문에, 살이 찌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오는 부작용으로 코를 미친듯이 고는데, 시험기간이나 일이 바빠서 피곤한데 코고는 소리 때문에 잠이 안 오면 정말 힘듭니다. 반대로 동생이 천진난만한 발언들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 집안 분위기가 밝아지는 점은 좋은 것 같습니다.
Q9. 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오로지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즐기는 본인만의 취미나 도피처가 있나요?
🧗 : 운동에 흥미를 느끼기 전에는 주로 게임을 하면서 또래들과 소통하는 것이 일종의 도피처였고, 지금은 스트레스 받으면 혼자 자전거를 타러 가거나 실내 클라이밍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성인기에 대하여 👔Q10. 형제자매로 인해 집에서 벗어나 일찍 독립하거나 결혼을 서두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나요?
🧗 : 종종 동생이 하는 짓을 보면 열 받아서 ‘내가 집에서 나가던가 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 동생 관련 이유 말고도 독립하고 싶은 이유들이 있어서, 상황이 되면 독립하려고 합니다.
Q10-1. 지금 동생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 : 장난치고 잔소리하고 하는 정도의 사이? 그냥 비장애인 형제들 정도의 사이는 되는 것 같습니다.
Q11. 현재 연인이나 배우자가 본인의 형제자매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나요?
- 이야기를 했다면 어떻게 했나요?
🧗 : 동생을 직접 본 적도 있고 설명도 많이 해서 거의 정확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설명은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할 때와 같은 내용들을 말했고, 집에서 있던 일상들을 공유하면서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Q12. 결혼을 생각할 때, 형제자매에 대한 부양 책임이 현실적인 걸림돌이 된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 : 안된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동생에 대한 부양을 (다른) 비장애인 형제들이 하는 것 이상으로 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렇게 얘기를 해서, 그 부분은 지금으로서는 큰 걸림돌은 아닌 것 같습니다.
Q13. 주변 동료나 친구들에게 가족 상황을 어디까지 공유하시나요?
- 만약 숨기게 된다면, 그것이 남성 집단 내에서의 이미지와 관련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 : 일반적인 남성 집단에서 측은지심은 없는 감정이기 때문에 공감을 얻기 위해 가족 상황을 말한 적은 없습니다. 술 안줏거리 정도로 편하게, 일반적인 가정과 다르지 않게 얘기를 합니다. 주변 동료나 친구들도 그런 얘기를 들을 때, (다른) 비장애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서 편하게 받아들입니다. 숨기는 경우가 있다면... 동생의 이미지와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미칠만한 실수들은 얘기를 하지 않는 편입니다.
가족 간 관계에 대하여 🤝Q14. 부모님과 형제자매의 장애에 대해 얼마나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나요?
- 서로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 있나요?
🧗 :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편하게 얘기합니다.
Q15. 형제자매를 중심으로 가족을 보았을 때, 자신의 현재(또는 미래) 역할을 스스로 정의해 본 적이 있나요?
- 예를 들어, ‘경제적 지원자’ 또는 ‘직접적인 돌봄 수행자(caretaker)’ 등 어디에 더 가깝다고 느끼나요? 그 안에서 오는 괴리감이 있나요?
🧗 : 장애인이라고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일종의 차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생을 볼 때, 그냥 동생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 이상의 대우를 해 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 동생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제 역할은 그저 ‘형’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Q15-1.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동생의 장애 정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동생이 자조 기술이 잘 되지 않는 중증이었다면,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나요?
🧗 : 혼자 살라고 하면 혼자 살 수 있는 정도의 장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르게만 대우하면 나약해지기만 하고 답이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더 장애가 심했다면 대우는 달랐겠지만 경제적 지원자, 직접적인 돌봄 수행자 같은 역할은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 코가 석 자고, 저를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고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삶의 일부를 포기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미래와 정책적 제언 💡Q16. 미래에 부모님이 계시지 않을 때, 장애 형제자매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시나요?
🧗 :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그저 형으로서의 역할만 하고 책임은 질 생각이 없습니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거친 세상은 혼자 해쳐나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Q17. 센터 및 복지관 프로그램 등에서 비장애형제자매나 가족 지원 관련 프로그램을 했을 때, 남자 비장애형제자매를 만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 :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나’가 최우선이고 동생을 ‘나’의 범주에 집어넣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생 때문에 시간을 내는 것은 그저 귀찮은 일 정도로 생각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Q18. 남성 비장애형제자매들에게 어떤 방향의 지원이나 프로그램이 가장 절실하다고 보시나요?
🧗 : 무언가를 같이 하게 하려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 장애인의 비장애 형제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남성 비장애 형제는 본인에게 이득이 되지 않으면 굳이 나서서 찾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 확실한 엔터테이닝이나 경제적 이득이 동반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Q18-1. 장애인 당사자의 자립을 위해 어떤 측면의 지원이 1순위로 필요하다고 느끼시나요?
🧗 : 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안정적인 일자리가 가장 우선일 것 같습니다.
Q19. 만약 지금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난다면, 혹은 미래에 나처럼 비장애형제자매로 태어날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 : '장애 형제가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한다면,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계도해라. 백날 혼자 애써 봐야 부모님이 동생 편이라면 단 하나의 행동도 고칠 수 없을 것이다. 가정의 모두가 합심하여 계도하라. 그게 안된다면 무시하는 것이 속 편하다.'라고 해 주고 싶네요.
벽타는 털보가 장애형제자매를 바라보는 시각은 확실히 나나, 내 주변의 다른 여자 비장애형제자매들과는 달랐다. 그런데 인터뷰 추가 질문에도 있듯이, '남자라도, 형제자매의 장애 정도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주에는 다른 남자 비장애형제자매의 이야기를 가져와 보려고 한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