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방학이란? 🔋

교사에게 방학이란? 🔋

작성자 레몬자몽

유아특수교육 현장 이야기

교사에게 방학이란? 🔋

레몬자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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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on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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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월이에요.

어쩌면 교사로서 보내는 마지막 방학일지도 모르겠어요.

3년 동안 교사로 일하면서, '방학'이 어떤 의미였는지 몇 가지로 요약해 보았어요.


1️⃣ 분명히 재충전의 시간은 맞아요 🫧

일을 하는 사람에게 평일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예요. 많은 교사들이 '방학이 없으면 이 직업을 오래 하지 못한다'라고 하는데, 왜 그러는지 단박에 이해했어요. 학기 초반부터 몰아치는 수업과 상담, 공문 처리와 행정 업무, 교실 관리와 온갖 잡무에 시달리면서 초과 근무를 하고 나면, 학기 시작하고 한 달 만에 왠지 방학을 해야 할 것만 같아요. 그래서인지 방학은 교사인 저에게 비상 상황에서의 산소호흡기 같달까요. (학기 중은 늘 비상이에요.)

어차피 친구를 만나도 평일 점심에 만날 수 있는 건 동료 교사들 뿐이에요. 그래서 방학이 되면 교사인 친구를 하루에 한 명은 붙잡고 놀거나, 가족들을 보러 가면서 재충전을 했어요. 아팠을 때를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누구를 안 만나는 날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쉬면서도 17일에 통장에 월급이 딱 꽂히는 걸 보면, 갑자기 교육공무원으로서 이 나라에 헌신해야겠다는 애국심이 마구 솟구쳐요.


2️⃣ 하지만 마음 한 켠은 불안의 연속이에요 🌀

여름방학은 3주 남짓, 길어야 한 달이에요. 겨울방학의 경우 짧으면 한 달 반, 거의 두 달 정도 돼요. 거의 일 년의 한 분기를 쉬는 셈이에요. 그러나 이 패턴이 생각보다 저에게는 잘 맞지 않았어요. 저는 루틴이 잘 짜여진 삶을 선호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느린 기질이에요. (대학생 때도 저는 갑자기 생겨난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서 1학년을 많이 날려 먹었어요.)

"놀아! 넌 맨날 뭘 그렇게 하려고 하니?"

제 친구들은 저만 보면 이렇게 말했어요.

"근데 언제 쉬어?"

남자친구도 얼마 전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하지만 놀 만큼 놀고 쉴 만큼 쉬어도 시간이 남았어요. 교사 2년 차부터는 4시 반이면 퇴근하고 남는 시간이 아까워지기 시작했어요. 방학도 아까웠어요. 그래서 제 분야의 집단 상담도 참여해 보고, 청년 재테크 클래스며 인생설계학교 같은 프로그램도 수강하러 다니고, 헬스장도 필라테스도 다니고, 악기 연주 동호회도 하면서 보냈어요. 지금 돌아보면 참 바쁘게도 살았어요. 하지만 이 모든 건 방학이 오히려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멈춘 수레바퀴를 다시 굴러가게 하려면 초반에 약간의 힘이 더 필요하듯이, 저도 방학을 어영부영 보내면 다시 일을 시작하는 데에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가 든다는 걸 스스로 알았어요. 차라리 하루에 대여섯 시간만 일하고 방학이 없는 게 저랑 더 맞았을지도 모르겠어요.


3️⃣ 생각보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못했어요 💸

"교사면 방학 때 여행 다닐 수 있어서 좋겠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하지만 결국 전국의 학생들이 모두 방학일 때 저도 방학이에요. 대학생의 방학과는 달라요. 여행을 가도 성수기에 가야 하니 사람이 많고, 무엇보다 아주 비싸요. 서울에서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니 어디를 갈 엄두를 못 냈어요. 3년의 교사 생활 동안 방학에 어딘가를 간 건, 파워E인 교사 친구와 모아둔 곗돈으로 1년 차 여름방학 때 제주도에 다녀온 게 전부예요. 그때도 곗돈이었으니 갔지, 혼자는 절대 못 갔을 돈이에요. (친구야 고마워. 사랑해.)


4️⃣ 업무 전화는 계속 와요 📞

다른 학교급은 조금 다를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유치원은 워낙 인원이 적어서, 모든 개개인이 부서 하나를 통째로 맡아요. 저만 해도 '특수교육부'이면서 '정보부'예요. 제가 없어도 아이들은 나오고 에듀케어반은 돌아가며, 공문은 계속 내려와요. 그러니 집에서도 수시로 공문을 확인해야 하고, 교육청이나 각종 센터에서 전화가 오면 다 받아야 하고, 당직도 서야 하고, 당직이 아니어도 일이 생기면 출근해야 해요. 저도 이번 1월에만 벌써 예닐곱 번은 출근했어요.


5️⃣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 🧘‍♀️

그래도 방학이 있어서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전 저랑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머릿속으로도 하고, 일기를 쓰면서도 하고, 에세이를 쓰면서도 하고, 청소하면서도, 요리하면서도 해요.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제가 좋아하는 걸 많이 선물해 주려고 그렇게 해요. 그런데 학기 중에는 아이들 소리로 머릿속이 가득 채워지고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도 대화가 잘 안 돼요. 하지만 방학을 시작하고 나서 며칠 지나면, 온전한 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해요. 어쩌면 그래서 저에게 이 직업이 찰떡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도 했어요.


쉽게 말하면 저에게 방학은 성장을 향한 욕구와 매너리즘 사이의 갈등이었어요. 휴식도 있었지만,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꾸준히 제 안에 뭔가를 채워 넣어야 하는 저에게는 방학이 주는 불안이 조금 더 컸어요. 어쩌면 방학이 없다는 대학원생의 삶이 저에게 잘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대표 이미지 출처: Gemini 나노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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