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특수교사하면 뭐가 좋아요? 🙋‍♀️❓

유아특수교사하면 뭐가 좋아요? 🙋‍♀️❓

작성자 레몬자몽

유아특수교육 현장 이야기

유아특수교사하면 뭐가 좋아요? 🙋‍♀️❓

레몬자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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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mon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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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부 1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리어 세미나에서 유아특수교육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었어요. 이번 커리어 세미나는 '유아특수교육'이라는 세부전공을 학부생들에게 알리기 위한 자리였어요. 오늘 글은 그 세미나에서 다룬 내용 중 일부로, '유아특수교육을 하면 뭐가 좋은지'에 대한 글이에요.

특수교육을 전공하면, (제가 졸업한 학교 기준) 세부전공이 세 가지로 나뉘어요. 유아특수교육, 초등특수교육, 중등특수교육 이렇게요. 1학년 말(11월쯤)이 되면, 세 개의 세부전공 중 무엇을 전공할지 정하는데요. 그러면 임용고시도 그 전공으로 보게 되는 거예요. 참 이상하게, 유아특수교육을 선택하는 사람은 언제나 아주 극소수였어요. 제가 재학할 때에도 유아특수교육을 선택한 사람은 저 포함 2명뿐이었어요.

왜 학생들은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하지 않으려고 할까요? 그건 마치 의사들이 외과가 힘들기 때문에 기피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정말 필요한 분과이지만, 일이 고되고 힘들며,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인 거예요. 특수교육으로 따지면 일이 힘든 건 유아의 낮은 연령에서 기반한 발달적 특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건 통합교육을 위한 재정적/인력적 지원 및 현장 교사, 관리자들의 인식 부족을 의미해요. (관련해서는 제 다른 글을 참고하시길 바라요.)

제 학부 시절을 돌아보면, 그때도 유아특수교육은 무척 힘든 세부전공이며, 가면 고생만 한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저는 그 당시에 유아특수교육이라는 게 존재하는지도 몰랐어요. 어찌 보면 무의식적으로 '더 낮은 연령을 보니 더 가치가 낮은 학문(?)'이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아요(지금 보면 저도 참 어리석어요). 심지어 유아특수교사를 하면 초중특교사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막상 유아특수교사가 되고 난 요즘에야, 제가 다른 과가 아닌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한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오늘은 유아특수교육을 하면 뭐가 좋은지 조금 적어보려고 해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이에요. 앞으로 특수교육의 길을 걷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1️⃣ 선후배 문화가 튼튼해요 🤝

모든 학교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제가 다녔던 학교의 경우에 그렇다는 말이에요. 초특, 중특과 비교했을 때 수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서로 끌어주고 받쳐주는 문화가 아주 견고해요. 그래서 단순히 학부 때 전공 수업과 과제에서뿐만 아니라, 임용고시 준비 때에도 어마어마한 도움을 받았어요. 유특은 그동안 선배들이 해 왔던 수많은 공부 자료들, 임용 응원, 직접 면접과 수업실연을 피드백해주는 시스템 등이 아주 잘 정착되어 있어요. 또한 현장에 나와서도 수업 자료나 행정 업무를 위한 팁 등을 쉽게 물어볼 수 있어요. 이렇게 선후배 간 왕래가 많다 보니 심리적 지지가 필요할 때에도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선배 교사들이 많다는 것이 절대적인 강점이에요.

2️⃣ 학생과 그 보호자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지녀요 💪

유아특수교사는 유아와 그 보호자가 만나는 첫 번째 '교사'예요. 그 말인즉슨, 교사의 영향력이 아주 크다는 의미예요. 사실 우리 아이들은 10을 가르친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처럼 10, 또는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10을 가르치면 4, 5도 기대하기 어렵죠. 하지만 유아기라는 발달 특성상, 신체뿐만 아니라 언어/인지/사회성 등에서도 극적으로 빠른 변화가 일어나요. 그래서 유아특수교육을 하면, 10 중 7, 8 정도는 내 눈으로 보고 졸업시킬 만큼 유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그 보호자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래도 장애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안 됐기도 하고, 유아기가 자녀의 발달에 핵심적인 시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유아기 보호자 분들은 협조가 잘 되는 편이에요. 아이가 초등학생만 되어도, 원하는 만큼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자녀 때문에 지쳐 계신 보호자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유아기에는 교사의 열정과 노력만 있다면, 개별화교육의 가정 연계에는 한계가 없어요. (물론 당연히 개인마다 달라요. 오히려 장애 진단으로 인한 충격과, 장애에 대한 수용이 늦어지는 데에서 오는 어려움도 없지는 않아요. 하지만 큰 틀에서 볼 때, 교사 입장에서 훨씬 마음이 편한 '가정에서의 조력자, 협력자'라고 인식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3️⃣ 특수교사로서의 교사효능감이 아주 커요 💯

적응행동과 자조기술처럼,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는 데에 필수적인 기술을 위주로 교육하기 때문이에요. 초등학교만 가도 '과목'이 있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수학 문제를 하나 더 푸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물론 개별화교육계획(IEP)*을 과목에 맞추어 짜지는 않아요. 그래도 과목을 위주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초중특 동료들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 '내가 진짜 얘한테 필요한 걸 가르치고 있는 건가?'하는 의문이 든다고 해요.

* 개별화교육계획(Individualized Education Plan, IEP): 장애 유형 및 장애 특성에 적합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매 학기 초에 세우는 교육계획으로, 각 학생의 교육목표, 교육방법, 교육내용,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등이 포함돼요.

그러나 유아특수교육을 하면, '이 아이가 어른이 되어도, 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기술을 내가 가르치고 있다'는 확신에서 오는 교사효능감이 아주 커요. 대체로 생존을 위해 생애 초기에 달성해야 하는 발달 과업들, 예를 들어 식사 기술, 위생 기술, 간단한 자기 옹호 기술 등을 지도하기 때문이에요. 또 2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아이들의 발달이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효능감은 더욱 높아져요.

여기에 더해서, '유아특수교사는 수업을 할 수 없다'는 편견도 간혹 있는데, 이건 사실이 아니에요. 오히려 일반 유아들까지 전부 다 특수학급으로 데리고 와서 수업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척 신이 나요. 저를 포함한 몇몇 유아특수교사들은 이걸 '어울림 활동'이라고 불러요. 그리고 제가 통합학급 내에서 전체 유아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그 동안에는 통합학급 교사가 특수 유아를 지원하는 방식의 '팀티칭'도 할 수 있어요.

4️⃣ 진정한 완전통합교육을 할 수 있어요 🌈

우리가 그토록 통합교육을 외치는 이유가 뭔가요? 단순한 물리적 통합을 넘어서서, 비장애 학생들이 진정으로 다름을 받아들이고, 우리 아이들을 '친구'라고 여기도록 하기 위함이 아닌가요? 우리 아이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인정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닌가요? 유아특수교육에서는 그걸 할 수 있어요. 그것도 교사의 말 한 마디로 아주 쉽게 말이에요.

학생들의 머리가 조금만 커도, 이런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기란 불가능해요. 초등학교만 가도 '장애인식개선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온갖 캠페인과 공모전을 하지요. 하지만 유치원에서는 그런 게 필요 없어요. 교사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유아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유아기예요. 그래서 제 말 한 마디, 제 행동 하나로 유아들의 인식을 형성하기에 충분해요. 위 에피소드처럼 특수 유아와 일반 유아, 그 양쪽 보호자들, 특수 교사와 일반 교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완전통합'의 모습이 유아특수교육 현장에서는 일상이에요.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요. 언제나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요.)

5️⃣ 전공의 미래와 확장 가능성이 충분해요 🚀

사실 제가 유아특수교육을 망설였던 이유는, 유아특수교사가 되고 난 이후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기 때문이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교사로 머무를 생각이 없었거든요. 교사는 또 다른 도전을 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었어요. 그래서 '교사가 된 후에는 내가 어떤 도전을 할 수 있지? 유아특수교사는 일반 유치원의 원장, 원감으로 가는 길도 막혀 있는데, 그냥 교사로 머무르게 되는 게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있었어요. '중등특수교육을 하면 평생교육과도 연관지을 수 있다는데, 유아특수교육은 해봤자 나중에 또 뭘 할 수 있지?'하는 걱정이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제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기회들이 생겼어요. 무언가를 간절하게 하고자 한다면, 길은 알아서 열리고 기회는 알아서 찾아와요. 아마 저는 유아특수교육을 하지 않았어도 또 새로운 도전을 했겠지만, 유아특수교육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목적의식을 가진 제가 될 수 있었어요.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는 아래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어요.) 결국 유아특수교육이라고 해서 전공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발전할 가능성이 적다는 건 제 편견일 뿐이었던 거지요.


이것 말고도 제가 느끼는 유특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하지만 오늘은 커리어 세미나에서 다룬 내용 중 일부만 다뤄 보았어요. 이 일에 힘든 점이 없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에요. 하지만 이 세상에 안 힘든 일은 없지요. 이왕 특수교육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면, 우리 아이들이 나를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기에 아이들 곁에 있어 주면 어떨까요? 내가 가장 핵심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시기의 아이들 곁에 머물면 어떨까요? 그런 사람은 아무나 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래서 참 멋진 일이거든요.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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