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Q9. 결혼 후, 동생을 포함한 가족과의 관계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 물리적 거리나 정서적 거리 중 어떤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지나요?
🦭: 저는 이미 오래전에 독립했기 때문에 물리적, 정서적 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다만 이제는 동생에게 형제가 '둘'이 되었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와요. 남편이 "나중에 가능하면 같은 동네나, 위·아래층에서 함께 살며 돌볼 수도 있지 않겠냐"라고 말하곤 해서 제가 혼자 감당해야 할 막막함이 줄어든 느낌 이 있고, 그게 큰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Q9-1. 몇 살에 독립하셨나요?
🦭: 열여덟 살에 독립했죠. 고등학생 때부터 입시 준비를 하면서 혼자 살았어요. 학기 중에는 본가에 있다가, 방학 때 올라와서 입시 학원을 다니면서 혼자 살았고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거의 서울에서 혼자 살았어요.
Q10. 결혼한 이후에도 '비장애형제자매로서의 책임감'을 느끼시나요?
- 그 책임감이 특히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 있나요?
- 이전보다 '이제는 내 삶을 중심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나요?
🦭: 부모님이 빠르게 나이 드신다는 걸 더 실감하게 되어서, 책임감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느껴져요. 그래서 저는 지금 제 자산과 기반을 빠르게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몫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도록요.
Q10-1. 부모님과 동생의 노후에 대해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 보았나요?
🦭: 현실적인 얘기는 안 해 본 것 같아요. '동생이 있는 채로, '제가'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기는 해요. 하지만 아직 '어떻게 하겠다'는 건 없어요. 지금 동생은 계속 부모님이랑 살고 있고요. 아직까지 갑작스럽게 완전한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은 없었어요.
Q11. 배우자는 동생과의 관계나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 배우자와 동생의 관계에서 매개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나요?
🦭: 남편은 제 동생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저보다 스킨십에도 더 익숙해요. 동생도 순한 성격이라 둘 사이에 어려움은 없어요. 앞으로 제가 해야 할 역할은 두 사람 모두가 부담을 느끼지 않고 오래 안정적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균형을 잡아주는 것 이라고 생각해요.
Q11-1. 남편 분은 동생과 어떻게 소통하시나요?
🦭: 자꾸 말을 걸더라고요. 제 동생은 그 말을 이해 못해요. 그런데 계속 말을 걸어요. 그리고 표정 변화를 살피면서 '어, 지금 이런 생각 하는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사실 저희 가족은 동생하고 소통이 안 된 세월이 너무 기니까, 아예 추측도 안 하거든요. 그런데 새로 들어온 사람이다 보니까 추측을 하더라고요. 그렇게 나름대로 소통해요.
Q11-2. 남편의 그런 모습을 보는 마음은 어떤가요?
🦭: 신기하죠. (웃음) 제가 만약 제 배우자의 형제자매가 아예 말이 통하지 않는 장애인이라면, 그렇게까지 관심은 없었을 것 같거든요.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신기해요.
Q12. 결혼생활 중 '내 가족(남편과 나)'과 '원가족(부모님과 동생)' 사이의 균형을 잡기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나요?
- 예를 들어 명절, 돌봄 요청, 경제적 지원 등에서 갈등이 생긴 적이 있었나요? 그럴 때 어떻게 하셨나요?
🦭: 아직까지 큰 갈등은 없었어요.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저는 '지금 함께 사는 가족'을 우선순위로 둘 것 같아요.
Q13. 앞으로 동생의 미래에 대해 배우자와 이야기해 본 적이 있나요?
- 현실적인 고민 중 가장 큰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 남편은 나중에 서로 가까운 곳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돌보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고, 저도 그 방향에 공감 해요. 현실적으로는 돌봄보다는 경제적 기반 마련 이 가장 큰 과제라고 보고 있어요.
Q13-1. 동생의 자립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거나 논의해 본 지점이 있나요?
🦭: 남편은 좀 구체적으로 얘기한 적 있어요. 아파트 내에서 바로 옆집이나 위, 아래 집에 살자고 한 적이 있어요. 저희 동생만 남아 있는 미래보다는, 부모님이랑 동생까지 함께 있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어요. 모두 근처에 살거나, 단독주택에 1, 2층처럼 거의 한 집에 사는 생활 형태를 얘기했어요.
그런데 저는 합치고 싶지는 않거든요. 가까이 살면서 이틀에 한 번 정도로 자주 왕래하는 방법 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이건 저만의 생각이고요. 동생은 부모님과 살지 않는다면 100% 자립이 되지는 않아요. 지금 생각해 본 바로는, 나중에 식품 배달 서비스, 빨래 서비스처럼 생활 루틴과 관련된 서비스가 더 활성화될 것 같은데, 그걸 이용해 볼까 해요. 제 동생은 자폐라서, 루틴이 만들어지면 칼같이 지키는 아이거든요. 이런 생활 관련 서비스를 루틴화해서 주입시켜 두면 아마 80%는 자립이 될 것 같아요. '나머지 20%를 우리가 근처에서 해 주면 되지 않을까?' 이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립의 형태예요.
Q14. 결혼을 통해 '비장애형제자매로서의 나'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점이 있다면요?
🦭: 저는 원래 개인주의적이었고 그 태도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어요. 다만 결혼을 하고 나서 '가족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아요. 제가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삶이 더 단단해졌고, 불안감이 많이 줄었어요.
Q15. 결혼 후 아이를 낳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 동생의 장애 경험이 출산 결정이나 양육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주었나요?
- 혹시 '내 아이에게도 장애가 생기면 어쩌지?' 같은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나요?
🦭: 저는 원래 아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고, 그래서 아이를 낳는 계획은 가지고 있지 않아요. 동생의 장애에 대한 불안도 물론 있지만, 그보다 '아이를 키운다는 일의 무게'를 가까이에서 봐 왔기 때문이에요. 굉장히 힘든 일이기 때문에, 정말 확고한 마음이 있는 사람만 낳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Q16. 마지막으로, 결혼을 앞둔 비장애형제자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 '결혼'이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신다면요?
🦭: 불필요한 걱정 때문에 행복을 미리 포기하지 말고 잘 준비해서 예쁘게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결혼은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나 모든 일을 함께할 새로운 편을 얻는 일이기도 하니까 충분히 기뻐하시길. 하지만 죄책감과 눈치가 먼저 든다면 그 결혼은 다시 생각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저에게 결혼은 인생에서 네 번째 기둥을 세운 일이고, 이제 저는 그 위에 제 집을 지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래는 물개 님의 남편 분이 하신 말씀 중 일부예요.
"이 여자가 많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행복하게 해 주고 싶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장애를 가진 가족이 있으면 괜히 의기소침하거나 소심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에게는 별 일도 아니었고, 그냥 일상의 대화일 뿐이었어요."
"아내의 부모님께서 더 이상 동생을 케어하지 못하는 순간이 올 때, 아내가 동생의 관계에 대해서 힘들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내가 책임질게."라고 말하고, 함께 케어하자고 말할 거예요."
사실 경제적 준비가 아주 잘 되어 있는 집이 아니라면, 장애 형제자매의 노후는 참 해결이 어렵고 막막한 문제예요. (사정이 괜찮은 집안이라도, 여러 모로 힘든 일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에겐 그 막막한 문제를, ‘같이 해 나가자’고 자신 있게 말해 줄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해요.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해요. 만약 내 형제자매가 장애가 있는데 지금 만나는 사람이 그 문제로 나를 힘들게 한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좋은 사람이 아닌 거라고 생각해요. 이 세상의 모든 비장애형제자매들이, 자신의 형제자매를 ‘걸림돌’이 아닌 ‘함께할 한 명의 사람’으로 여기는 동반자를 만나길 소망해요.
*본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의 동의를 받은 내용으로만 구성되었습니다.
*대표 이미지 출처: Chat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