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육 현장에서 함께한 이웃들 🤝

통합교육 현장에서 함께한 이웃들 🤝

작성자 레몬자몽

유아특수교육 현장 이야기

통합교육 현장에서 함께한 이웃들 🤝

레몬자몽
레몬자몽
@lemon99
읽음 96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 글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이 글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와 함께 같은 길을 걷는 소중한 ‘이웃들’에 관한 이야기예요.

저는 3년 차 유아특수교사로, 병설유치원에서 일하고 있어요. 3년 전, ‘배운 대로 이상적인 통합교육을 실현해서, 특수 유아와 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어야지.’라는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교육 현장에 발을 들였어요.

👨‍🏫: 생각보다 교육 현장은 열악해요.

👩‍🏫: 민아야, 기관마다 분위기가 많이 달라. 네가 원하는 만큼 완전 통합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 너무 실망하지 마.

먼저 일을 시작하신 선배 선생님들의 말씀에,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어요.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일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발령받은 현장은 놀라우리만큼 통합교육 실천에 협조적이었어요. 꿈꾸던 ‘이상적인 통합교육’을 어느 정도 실현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어요. 일을 시작한 지 2년 반이 지난 지금,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은 게 있어요. 제가 특수 유아와 그 가족을 위한 통합교육을 마음껏 실현할 수 있었던 건, 저와 뜻을 같이하며 함께 걸어준 사람들 덕분에 가능했다는걸요.


먼저, 특수 유아와 그 가족의 필요에 대해 이해가 깊은 관리자들이 계셨어요.

🍊: 원감님, 올해 아이들이 너무 중증이에요. 일대일로 붙지 않으면 도저히 일과 운영이 안 될 것 같은데 어떡하죠?

🧑‍💼: 그래? 그러면 일대일로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을 어떻게든 구해야지. 다른 데서 예산을 끌어와서라도.

원감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천만 원이 넘는 예산을 특수 유아 지원 인력비로 넣어 주셨어요.

🍊: 원장님, 특수학급 보호자들만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연수를 열고 싶어요. 이분들께는 장애 자녀 양육을 위한 추가적인 정보도 필요하고,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자리도 필요해요.

👩‍💼: 선생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자리가 정말 필요하겠네요. 다른 데서 강사비를 더 써서라도 김민아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 다 해요.

가족 지원 연수를 위해 강사를 초빙하고자 하는 저를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시는 원장님도 계셨어요.


그다음으로, 교육기관에 협조적인 보호자들이 계셨어요.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2행시 행사를 진행했을 때였어요. 가정통신문을 통해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통합교육과 그 장점을 간단히 안내했어요. 그리고 보호자들께 ‘다양성’의 가치를 담은 2행시를 회신해 줄 것을 부탁드렸어요. 아무런 대가가 없었음에도, 전체 보호자들의 70% 이상이 2행시를 지어 회신해 주셨어요. 그렇게 회신받은 2행시를 도서관에 게시했고, 어린이들은 자신의 엄마, 아빠가 지은 2행시를 읽으면서 즐거워했어요.


협조적인 동료 교사들의 몫도 컸어요. 지금까지 만난 통합학급 선생님들은 모두 통합교육에 열린 태도를 가진 분들이었거든요. 일과나 활동을 계획할 때도, 개별적인 지원을 할 때에도 늘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셨어요.

🍊: 선생님, 4월 중순쯤에 자폐인의 날을 맞이해서 ‘파랑의 날’ 행사를 해보고 싶어요. 혹시 시간이 있을까요?

제가 이렇게 물었을 때, 만 5세 통합학급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 오! 그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너무 재밌겠는데요? 아이들이랑 준비해야 하는 거 있으면 알려주세요. 같이 해 봐요.

만 4세 통합학급 선생님은 항상 우리 어린이들도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신경을 써 주셨어요.

👩‍🏫: 김민아 선생님, 이번 주에 우리 반에서 미술 활동을 하나 할 거예요. 서준이 위해서 자료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까요? 자료 미리 드릴게요.

만 3세 통합학급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어요.

👩‍🏫: 우리 이번 동료 장학이랑 참관 수업 때는 뭘 할까요? 시우도 비슷한 정도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면 좋을 것 같아요. 생일 케이크를 좋아하니까, 생일 축하랑 관련된 건 어때요?

통합반을 함께 운영하지 않는데도, 우리 어린이들을 눈여겨봐 주시는 다른 반 선생님도 계셨어요. 또 진심으로 우리 아이를 반기고 예뻐해 주시는 선생님도 계셨어요.

👩‍🏫: 선생님, 건후가 진짜 귀여워요. 말도 잘해요. 복도에서 만났는데 제가 눈 보고 인사하니까, 눈을 슬쩍 피하면서도 ”안녕하세요“ 하더라고요.

👩‍🏫: 이시우~ 어서 와. 너무 귀여워. 선생님도 한 번 안아주고 가.


우리 특수교육실무사님은 제 오른팔이나 다름없으세요. 오후에 행정 업무를 하느라 바쁜 저 대신 우리 반을 돌봐 주세요.

👩: 선생님, 아이들 감각 놀이할 때 쓴 미술 가운 다 빨아서 널어 뒀어요. 반에 더 정리해야 할 거 있으면 말해 주세요.

또 저랑 다른 통합학급으로 지원을 들어가시면서도 어린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해 주시고, 어린이들에게 일관성 있는 지도를 위해 늘 함께 노력하세요.

👩: 오늘은 민혁이가 처음 보는 행동을 했어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다가 갑자기 교실 매트에 침을 뱉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지원하는 게 맞을까요? 관련 내용을 우리 협의록에 적어두기는 했어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3년 내내 통합교육을 경험한 아이들은, 자폐 범주성 장애가 있는 우리 어린이도 똑같이 ‘친구’라고 생각해요. 유치원에서 보는 어른들이 행동하는 그대로 우리 어린이들에게 행동해요.

“나는 건후가 너무 좋아!”라고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어린이.

“서준아, 나랑 화장실 같이 가자.”라며 손을 내미는 어린이.

“머리 때리면 아파. 대신 하이 파이브 하자.”라며 손바닥을 보여주는 어린이.

“시우 그림 잘 그린다. 연습 많이 했나 봐.”하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어린이.

소문으로는, 우리 유치원이 분위기 좋기로 보호자들 사이에서 이름이 있다고 해요. 그건 아마 이런 사람들이 협력하며 일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어린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한마음으로 바라는 사람들.


‘유치원’은 어린이들이 경험하는 첫 번째 사회예요. 이렇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의 기관에서 교육받은 어린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를 이런 분위기로 만들어 나갈 거예요. 사회에 나가서도 존중, 협력, 배려의 가치를 실현하는 ‘소중한 이웃들’로 자랄 거예요.

원감님, 원장님, 통합학급 선생님들, 실무사님들, 일반 유아들, 그 보호자들…

교육 현장에서 이상적인 통합교육을 실현하도록 도와주시는 소중한 이웃들에게 감사하며, 저는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출근해 보려고 해요.

*대표 이미지 출처: canva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