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탄]PBR의 본질
주식시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PBR이 0.7배밖에 안 돼. 장부가치보다 싸니까 저평가야.”
언뜻 그럴듯합니다.
기업의 자기자본이 1조 원인데 시가총액이 7,000억 원이라면 1조 원짜리 자산을 7,000억 원에 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PBR 역시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없습니다.
시장은 자기자본의 ‘양’만 보지 않습니다
PBR은 시가총액 ÷ 자기자본 입니다.
시가총액 1조 원, 자기자본 5,000억 원이라면 PBR은 2배입니다. 시장에서는 장부상 자기자본 1원에 2원의 가격을 지불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왜 어떤 기업에는 2원을 주고, 어떤 기업에는 0.5원밖에 주지 않을까요? 자기자본을 이용해 벌어들이는 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A기업과 B기업 모두 자기자본이 1,000억 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A기업은 매년 200억 원의 순이익을 내고, B기업은 50억 원밖에 벌지 못합니다. A기업의 ROE는 20%, B기업은 5%입니다.
같은 1,000억 원인데 돈 버는 능력이 완전히 다릅니다. 시장에서도 두 기업의 자기자본 1원을 똑같이 평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PBR과 ROE는 실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PER와 PBR, ROE의 관계를 정리하면 PBR = PER × ROE 로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두 기업의 PER가 모두 10배라고 해보겠습니다.
ROE가 20%인 기업의 PBR은 2배가 되고, ROE가 5%인 기업의 PBR은 0.5배가 됩니다. PER는 똑같은데 자기자본을 굴리는 효율이 다르기 때문에 PBR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PBR 1배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PBR 1배는 시가총액과 장부상 자기자본이 같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PBR 1배 아래 = 무조건 싸다”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자기자본 1,000억 원인 기업이 매년 30억 원밖에 벌지 못한다고 해보겠습니다. ROE는 3%입니다. 그런데 주주가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용이 10%라면 회사는 주주의 돈을 3%밖에 못 굴리면서 주주는 10%의 수익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이 장부상 자기자본 1,000억 원을 반드시 1,000억 원으로 평가할 이유는 없습니다.
PBR이 1배보다 낮은 것이 오히려 경제적으로 자연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성장이 없다고 아주 단순화하면 PBR은 직관적으로 ROE ÷ Ke 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ROE가 Ke와 같다면 PBR 1배.
ROE가 Ke보다 높다면 PBR 1배 이상을 정당화할 근거.
ROE가 Ke보다 낮다면 PBR 1배 이하가 합리적일 가능성.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PBR을 보면 바로 ROE를 물어야 합니다
“이 회사 PBR이 0.7배야.”
라는 말을 들었다면 다음 질문은
“ROE는 몇 %인데?”
여야 합니다.
PBR 0.7배에 ROE 3%인 기업과 PBR 1.5배에 ROE 20%인 기업 가운데 단순히 전자가 더 싸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후자가 훨씬 높은 PBR을 받을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높은 ROE도 질을 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ROE가 높으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닙니다.
ROE는 여러 이유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사업의 마진이 좋아져 순이익이 증가했을 수도 있고, 자산을 훨씬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됐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부채를 크게 늘려 자기자본이 줄었기 때문에 ROE가 높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DuPont 분석에서는 ROE를 순이익률, 자산회전율, 재무레버리지로 나누어 봅니다.
A기업과 B기업 모두 ROE가 20%라고 해도 A기업은 높은 마진과 낮은 부채를 갖고 있고, B기업은 낮은 마진을 높은 레버리지로 보완했다면 두 ROE의 질은 다릅니다.
B기업의 위험이 더 크다면 자기자본비용 Ke 역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결국 PBR도 ROE만 볼 것이 아니라 그 ROE의 질과 위험을 함께 봐야 합니다.
PBR 0.5배는 정답이 아니라 질문의 시작입니다
PBR 0.5배인 기업을 발견했다면 그것만으로 저평가라고 결론 내릴 수 없습니다.
왜 시장이 자기자본을 절반밖에 인정하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계속 적자를 내는가?
낮은 수익률밖에 내지 못하는가?
자산 손상 가능성이 있는가?
과잉설비가 존재하는가?
반대로 현재 ROE가 낮지만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ROE가 자기자본비용보다 높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PBR 자체가 올라갈 가능성도 생깁니다.
그것이 PBR 리레이팅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PBR을 자기자본의 단순한 할인과 프리미엄이 아니라 ROE와 자기자본의 관계로 해석하고, PBR = PER x ROE 및 ROE의 질까지 살펴봤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EV/EBITDA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8탄]PBR의 본질](https://d2phebdq64jyfk.cloudfront.net/media/article/6695db6ef13f4f9494c1eb86dafd4b41.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