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 前사무국장의 '상금 먹튀' 사건에 대한 단상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 前사무국장의 '상금 먹튀' 사건에 대한 단상

작성자 이스포츠크리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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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 前사무국장의 '상금 먹튀' 사건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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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일인데?

  • 제2회 용산장애인 e스포츠 페스티벌의 '상금 먹튀' 사건이 KBS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상금 먹튀'를 통해 취재가 시작되었으나, 기사를 읽어보면 이 사건은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의 이 모 사무국장의 자금 횡령이 핵심임을 알 수 있습니다.

  • 제2회 용산장애인 e스포츠 페스티벌은 '용산장애인복지관'이 주최하고,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이 공동주관을 맡았습니다. 상금 미지급 사태는 용산장애인복지관이 대신 지급했고, 총 상금 규모는 750만 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은 '이 모씨가 더 이상 연맹의 사무국장이 아니다', '이 씨와 금전적 거래를 하지 말라'는 내용을 공지했습니다. 총 상금 규모가 750만 원에 불과하고 개인의 작은 일탈이나 행정 실수였다면 미지급된 상금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면 됐을테지만, 이 모씨가 벌인 일들의 규모가 생각보다 컸던 것이죠.

  • 기사에 따르면 이 모씨는 중앙 연맹의 자금 횡령뿐만 아니라 지역의 장애인e스포츠연맹 관계자들에게 다양한 명목(훈련실 구성, 장애인 e스포츠 센터 걸립)으로 돈을 받아 가거나 빌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수억 원대의 자금을 횡령한 것이죠. 이로 인해 중앙 연맹의 상금, 대회 인건비 정산이 불가능해졌고, 직원 급여도 제때 정산되지 못했습니다.

  • 이 모씨는 도주, 잠적을 하면서 중앙 연맹 컴퓨터의 결산, 운영 자료 등을 삭제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 모씨를 추적하고 있으나 행방 역시 묘연한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이 소식을 보도한 KBS는 '중앙 연맹의 정상화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 향후 대회 개최 등이 불투명해지면서 피해 여파는 장애인 e스포츠 선수들에게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크리틱 포커스

✅ 이 소식을 따로 뉴스레터로 다뤄야 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정보도 없고, 장애인 e스포츠에 대한 인사이트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KBS의 지난 11월 10일 보도 이후 이 뉴스가 생각보다 크게 확산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서, 해당 사건에 대한 정보 확산을 위해 간단히 다루고자 합니다.

✅ 이 사건은 '이 모 사무국장' 개인의 일탈로 인해 발생한 것이 일단은 맞습니다. 그러나 개인이 이 정도 규모의 일탈을 벌였다는 것은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의 조직이 허술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모 사무국장이 조직 내에서 영향력이 컸고 유능했던 직원이었을 수는 있지만, 한 사람으로 인해 장애인 e스포츠 전체가 휘청거리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듭니다.

✅ 연맹의 조직도를 살펴보면 사무국장 아래에 사무국, 회계부 등 실무 조직이 있습니다. 그러나 KBS의 보도에 따르면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전국 시도지부와의 소통 역시 사무국장에게 일원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사무국과 대회협력사업부의 실무 인력이 부족해서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 연맹으로부터 돈을 받는 과정에서 회계부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의아합니다. 특히 보내는 쪽에서 아무런 의심이 없었을지 궁금합니다.

✅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준가맹단체입니다. 한국e스포츠협회 역시 대한체육회의 준회원이니까, 장애인 e스포츠에서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의 지위는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조직에서 한 사람으로 인해 이렇게 큰 횡령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은 장애인 e스포츠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엿볼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 프로 레벨의 e스포츠는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보다는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종목사, 프로게임단, 프로덕션, 후원사 등이 생태계의 핵심을 이루고 있죠. 이와 달리 아마추어, 학생, 장애인 e스포츠는 시장 논리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게임사나 후원사 같은 기업들의 참여도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아마추어, 학생 e스포츠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표성을 갖고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장애인 e스포츠는 기존 e스포츠 시장과는 별도의 영역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 우리나라에는 정말 많은 협회, 연맹들이 존재합니다. 한국e스포츠협회도 전국에 16개 시도협회가 존재하고,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 역시 10개의 시도지부(2021년 기준)들이 존재하죠. 이런 조직들은 수익 단체라기보다는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공익 단체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투명하게 운영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 최근 e스포츠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게임사, 한국e스포츠협회, 게임단 주도의 '프로 레벨'의 산업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아마추어, 지역자치단체들도 e스포츠를 활용한 사업과 이벤트를 열심히 개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죠.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 '전국장애인e스포츠대회'가 올해로 2회째를 맞았고, 지역별로 장애인 e스포츠 대회들이 다양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이는 풀뿌리 e스포츠에 투여되는 비용과 종사하는 인원이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로 인해 다양한 문제 역시 발생할 가능성 역시 높아집니다.

✅ 언젠가부터 지자체들이 e스포츠로 다양한 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e스포츠를 다루는 대학, 학회는 물론 아카데미 같은 단체 및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e스포츠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반겨야 하는 일임에는 분명하나 한편으로는 불안감과 의구심도 있습니다. e스포츠가 분명 매력적인 문화, 레저, 산업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직은 생활 체육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제도적 기반도 부실합니다. 프로 레벨의 산업도 지속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양적으로만 빠르게 팽창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인 e스포츠라는 더 생소한 영역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은 이런 양적 팽창 상황에서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사진은 단순 참고용이며 뉴스레터의 논지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출처-2018장애학생e페스티벌)

✅ 사실 장애인 e스포츠는 'e스포츠'라고는 하지만 별도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장애인 e스포츠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정확히 아는 e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은 별로 없을 것이고, 한국e스포츠협회 역시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이번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의 횡령 사건이 e스포츠 전문 매체가 아니라 KBS를 통해 보도되었다는 사실만 놓고 봐도 e스포츠와 장애인 e스포츠의 거리감이 꽤 멀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 이번 사건이 장애인 e스포츠 생태계 전체를 점검해야 할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의 일에 개입할 수 없고, 대한체육회가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일에 개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대중은 이걸 구분해서 이해하지 않습니다. 'e스포츠'와 연관된 불미스러운 사건은 우리나라 e스포츠 산업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문체부에서도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를 위해 이 사건이 더 화제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장애인이스포츠연맹은 KBS 보도 이후 별도의 공식 발표도 없고, 홈페이지 또한 접속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미디어들의 취재 및 보도 등을 통해 대한장애인체육회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번 사건을 더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