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의류 거래는 과연 친환경적일까?

중고의류 거래는 과연 친환경적일까?

작성자 훈스

중고의류 거래는 과연 친환경적일까?

훈스
훈스
@iamhere
읽음 3,905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여러분은 중고의류가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니요'입니다.

얼마 전에 '중고품 구매는 과연 친환경적일까?'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요. 이때 나누었던 얘기를 나누고자 뉴닉 아티클에도 싣게 됐습니다.

중고의류가 친환경적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의 의견은 대부분 이러한 인식의 확장이 산업을 바꿀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저는 수치적으로 별로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관련 업계는 감성의 영역이 들어가며 조그마한 인식의 변화가 확장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중고 의류 소비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도움이 아예 안 된다고 볼 순 없겠지만, 그렇다고 산업을 바꿀 만큼의 도움은 되지 않다는거죠.

친환경적이라는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까요?

중고의류가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도움은 되겠죠. 하지만 그게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느냐의 정도로 친환경적이냐?'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한 예로 해양 플라스틱에서 차지하는 빨대의 비율은 4%라고 합니다. 우리가 이 빨대의 사용량을 줄이거나 종이 빨대로 대체한다고 해서 해양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죠.

중고 거래가 바로 이 포지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고 거래를 늘린다고 해서 산업 전체에서 유의미한 영향을 줄 만큼 친환경일 수 있냐고 생각하면 저는 아니라는 입장인 거죠. 이 때문에 저는 다른 방식(기술의 전환)이 오히려 더 낫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현재 패션 업계가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은 2018년 기준 전 세계 10%입니다.(*UN SDGs 2018 보고서) ESG 경영에 맞춰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규제가 들어가고 있고 이를 줄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힘을 쓰고 있죠.

하지만 이들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중고 의류 거래를 늘릴까요?

실제로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생분해성, 친환경 인증 소재, 신소재 등을 이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재를 통해 재활용 + 공장이나 본사 사무실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주장하죠.

중고 의류나 리폼 등을 활용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노력의 일환일 뿐 지배적인 친환경적 요소로 볼 수 없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기업들 역시 중고 거래를 메인으로 두고 있지 않아요. 업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역시 생산 단계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푸마(2022년 기준)

  • 자사 의류 생산에서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섬유 50% 이상 폐플라스틱 재활용

  • 폐기물 재활용 소재 늘릴 것

  • 공장 및 사무실 등 전력 사용을 재생 에너지로 가동

✅자라(2023년 기준)

  • 자라가 속한 그룹 인디텍스 2030 탄소배출량 50% 감소 목표

  • 인디텍스에 속한 브랜드에서 사용되는 섬유 중 40% 재활용, 25% 차세대 섬유, 25% 유기농 재생 농업 섬유, 10% 친환경 인증 단체가 지정한 친환경적 섬유 사용 목표

  • 영국에서 한정적으로 운영 중인 '자라 프리온드'를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으로 확장 *자라 프리온드는 제품 수선, 고객 간 중고거래, 헌 옷 기부가 가능한 자라의 자사 플랫폼

✅유니클로

  •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20% 감축 및 재활용 소재 만든 옷 활용

  • 매장 및 주요 사무실 전력 재생에너지로 대체

  • 재고 소진 *많은 브랜드가 재고가 남아도 브랜드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소각함

✅리바이스

  • 식물성 염료 등을 활용해 청바지 생산 *염료는 주로 석유에서 추출하는 벤젠을 사용

  • 폐수를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소재나 신소재 사용

2022년 비영리 단체 'WRAP' 보고서에서도 중고 구매의 친환경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 2019년~2022년 사이에 섬유 1톤에 따른 탄소배출량은 12%, 물 배출량은 4% 감축했으나, 같은 기간 생산되는 섬유의 양이 오히려 13% 증가하면서 전체 탄소배출량은 2% 감축했고, 물은 오히려 사용량이 8% 증가

  • 긍정적인 사안은 친환경 비건 소재 증가로 가죽 생산량 감소와 중고 섬유 판매가 2019년 대비 2022년에 두 배 증가 **다만, 한국 산자부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젊은 소비자들의 친환경 인식은 높으나, 비건 소재로 만들어진 의류가 1.5~2배 비싸기 때문에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경우는 낮다고 합니다.

  • 또한, 중고 구매가 패션 산업에서 신규 매출 10% 이상을 대체할 가능성이 낮아 차라리 기존 옷 재활용, 수선이나 리폼 등을 권장했으며, 오히려 의류를 임대할 수 있는 시장을 제안하기도 함

그리고 2023년 중고 플랫폼 '트로브'와 데이터 분석 플랫폼 '월드리'가 공동 연구를 해서 보고서를 냅니다.

이들은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에 맞춰 시뮬레이션을 각각 진행합니다.

  • 2023년~2040년까지 탄소배출량 유지, 연간 제품 가격 2% 인상

  • 2040년까지 탄소배출량 매년 2% 감축

  • 2040년 공급망 탈탄소화 중고 판매 등 순환 경제 모델을 통합

시뮬레이션 결과 품질과 희소성이 있는 명품, 아웃도어 상품은 중고거래가 친환경적 요소로 작용하지만, 애슬레저, 패스트패션 등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고로 지속될 만큼의 품질도 아니고 희소성도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로요.

덧붙여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중고 판매 플랫폼은 보여주기식 마케팅이라는 의견도 제시했죠. H&M은 이에 대해 일부 동의하는 한편, 재활용 소재와 재생에너지 활용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 중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만약 패스트패션 브랜드들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위해 품질을 올리고 중고거래 활성화를 돕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중고거래가 활성화 된다면 오히려 믿을만한 브랜드라는 이유로 가치가 올라갈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브랜드 입장에서 개인 간의 중고거래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은 본인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결과가 되기도 합니다. 혹은 개인의 소비가 더 늘거나 하겠죠.

과연 기업이 생산량을 낮추고 매출을 감소시키게 할까요? 저는 업계 사람이 아니지만, 3자의 입장으로 본다면 방향을 바꿔 품질을 올리고 가격을 올릴 것 같습니다. 아니면 친환경적인 소재(=재활용 가능 소재)로 중고 거래보단 헌 옷 수거를 늘리지 않을까 싶어요. 또한, 중고의류 역시 합성섬유로 됐다면 세탁을 할 때마다 미세 플라스틱이 방류될 것입니다.

현재 패션 산업에서 완벽한 친환경이란 있을 수 없죠. 그리고 중고 거래가 아예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가요. 텀블러를 쓰면 친환경적이라고 하지만 친환경을 주장하기 위해 판매량이 늘어난 텀블러는 이제 생산하는 곳이 너무너무 많아졌습니다. 에코백도 마찬가지죠. *에너지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절약한 LED 덕분에 인간은 전기 사용을 줄이긴 커녕 아낄 수 있으니까 더 쓰자로 갔습니다.

전 세계 패션 산업의 매출이 10~20% 이상 중고거래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또한 중고거래는 개인 간의 거래가 될 것이기 때문에), 개인 간 거래가 활성화되면 본인들이 만드는 새 상품을 사지 않을 텐데 인간의 욕망을 뒤흔드는 패션 업계가 그걸 바랄 리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친환경적인 기술이지, 중고의류의 거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분들의 얘기에도 일부 동의하기 때문에 중고 거래가 친환경적이라는 것은 완전히 틀렸다고 배제하고 싶진 않습니다.



login-nudge
아티클 읽고 지식을 쌓았어요
매일 똑똑해지는 습관 만들어드릴게요
로그인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