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보호하는 상법개정안이 기업 경영권 침해라고? [‘상법개정안 2라운드’ 뉴스 해설]

소액주주 보호하는 상법개정안이 기업 경영권 침해라고? [‘상법개정안 2라운드’ 뉴스 해설]

작성자 헤드라이트

이 주의 헤드라이트

소액주주 보호하는 상법개정안이 기업 경영권 침해라고? [‘상법개정안 2라운드’ 뉴스 해설]

헤드라이트
헤드라이트
@headlight
읽음 19,685

지난 3일 통과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상법개정안)’에 이어 추가로 나올 법안에 관심이 모이고 있어요. ‘상법개정안 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1. 지난주 통과된 상법 개정안에는 ‘3% 룰’이 추가됐지만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빠졌고요.
  2. 이에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추가 법안 입법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
  3. 한편 재계(=대규모·재벌 기업)는 ‘경영권 침해’라고 반발하며 ‘배임죄 완화’를 요구하고 있어요.

👀 ‘3% 룰 추가된 상법개정안’, 무슨 내용이야?

  • 지난주 통과된 상법개정안의 핵심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 → ‘회사와 주주’로 넓혀 기업들이 기업분할·합병 등 큰 결정을 내릴 때 주주들의 이익도 보호하도록 하는 거예요.
  • 그동안 기업들이 대주주인 기업 총수에게만 유리한 결정을 내려서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일반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일이 많았는데요. 상법*을 고쳐 이를 해결하자는 취지예요.
  • 상법개정안에는 ‘3% 룰’도 추가됐어요. 대주주와 가족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얼마이든 간에, 회사의 회계와 업무를 감독하는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에는 3% 이상의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항이에요. 대주주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을 선출하지 못하도록 한 것.
* 상법: 경제 생활 관계 중 기업을 중심으로 한 관계를 정한 법이에요.

📰1️⃣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뭔데 다음으로 미뤄진 거야?

여야는 추가로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추후 공청회 등을 거쳐 논의하기로 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여러 명 선임할 때 소액주주가 자신의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 한국경제 2025.07.05

✍️ 집중투표제란?

  •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해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예요.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뽑을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3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요. 이 3표를 한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것. 소액주주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거예요.
  • AS IS: 대주주가 60주, 소액주주가 40주를 보유한 고슴 주식회사(총 발행 주식 수 100주)에서 3명의 이사를 뽑는다고 가정해볼게요. 대주주가 A·B·C 3명, 소액주주가 D·E 2명을 추천해서 총 5명의 후보가 나왔을 때, 단순투표제의 경우 3명 모두 대주주가 추천한 A·B·C로 선임될 수밖에 없어요. 각각 “A후보 찬성·반대 골라주세요!”하는 식으로 투표를 진행하기 때문에, 40%의 지분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의 의견은 배제되는 것.
  • TO BE: 그러나 집중투표제에서 대주주는 180표(60주×3명), 소액주주는 120표(40주×3명)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가 추천한 후보가 이사에 선정될 수 있어요. 대주주는 자신들이 추천한 A·B·C를 모두 선임하기 위해 180표를 분산할 수밖에 없지만, 소액주주들은 120표를 D·E 중 한 후보자에게 몰아줄 수 있기 때문.
  • 다만 현재 상법은 집중투표제를 강제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어요.

🔎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제외된 이유는?

이번 상법개정안에 원래 들어있던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에 집중투표제 의무 도입’ 내용은 여야 합의 과정에서 결국 빠졌어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회사가 인수합병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경쟁사가 기밀을 탈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재계와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이에요.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 소액주주·외국기관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해 →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도입될 수 있을까?

재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집중투표제 없는’ 상법개정안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어지고 있어요. 여전히 대주주가 이사회 구성권을 독점하고, 소액주주가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평가절하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기업 이사회 상정 안건의 원안 가결률이 9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사회가 대주주의 ‘거수기(=아무 의견도 내세우지 않고 시키는 대로 손만 드는 것)’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와요. 

한편 재계와 국민의힘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함께 감사위원 분리선출 대상을 1명 → 2명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에도 반대하고 있어요. 현재 상법은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이 3명 이상인 감사위원회를 두고, 이 중 1명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뽑도록 하는데요. 분리 선출되는 감사의원이 늘어나는 것과 ‘3% 룰’이 맞물리면 감사위원회가 외부세력 위주로 꾸려져 경영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에요. 

여당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포함한 법안을 7월 내에 처리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재계의 주장에 구체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를 막기는 어려울 거란 말이 나와요.


📰2️⃣ 여당은 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거야?

상법 개정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일부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면서 이를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국회에서도 자사주의 단계적 소각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 국민일보 2025.07.08

✍️ 자사주 소각이란?

  • 말 그대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자기 회사의 주식)를 태워 없애는 걸 말해요. 시가총액이 100억 원, 유통주식수가 100만 주인 회사가 있다고 가정해볼게요. 회사가 50만 주를 소각할 경우에도 100억 원이라는 가치는 변하지 않잖아요. 따라서 소각 후 50만 주로 줄어든다면 1주당 가치도 높아지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 효과가 있는 거예요.
  • 그동안 기업들은 자사주를 사들여 → 유통 주식 수를 줄이고 → 자사주를 소각해 → 주가를 끌어올려 → 주주들에게 간접적으로 현금을 배분해왔는데요.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이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했어요. 미국과 달리 자사주를 사들이고 소각하지 않은 채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대주주에게 우호적제3자에 넘기는 등 방식으로 현금 확보와 기업 지배력을 유지한 것. 
  • 이러한 방식으로 자사주가 활용되면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돼 주가 하락과 주당순이익 감소를 겪을 수 있어요. 이에 여당은 상법개정안 후속 대책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고요.
  •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곳 중 4곳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주주환원이라는 자사주 매입의 본래 취지에 비춰볼 때,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는 기업이 이처럼 많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의 경영권 침해일까?

재계에선 자사주가 기업의 현실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는 주장이 나와요. 적대적인 회사가 인수·합병을 시도할 때 이를 막기 위한 행위로 자사주를 매수해놓을 수 있다는 것. 다만 전문가들은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는데요.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한 목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하는 것이 대주주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에 상법개정안 위반이라는 말도 있어요. 무엇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꼭 필요하다목소리가 크고요

이에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 기업에게 차등의결권(경영진 보유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 부여), 포이즌필(기존 주주에게 싼 값에 주식 매입 권리 부여), 황금주(주총 의결 사항에 거부권 행사할 수 있는 특별 주식) 등 해외에서 도입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요.

💡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은 언제, 어떻게?

최근 기업들이 대주주 측과 계열사에 서둘러 자사주를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여당이 이번달 안에 자사주 의무 소각에 대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 원칙적으로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거나, 기업의 자사주 보유량을 10%까지만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기업이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3️⃣ 재계의 ‘경영권 침해’ 반발과 ‘배임죄 완화’ 요구 이유는 뭐야?

기업들은 일반 주주들의 소송 증가 가능성과 이사회 운영 주도권 상실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상법 개정 이후 배임죄와 관련한 법률적 불확실성도 주요 이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배임죄 면책 근거가 될 수 있는 ‘경영상 판단 원칙’을 상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으나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배임죄 완화·폐지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 서울신문 2025.07.06

✍️ 배임죄란?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주식회사의 오너·경영인·직원)이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어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죄를 뜻해요.
  • 재계는 형법·상법 등에서 배임죄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중복 처벌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요.
  • 상법개정안으로 인해 일반 주주들이 배임죄를 이유로 이사에 대한 소송을 지나치게 많이 제기할 수 있다는 것.

🔎 재계의 ‘경영권 침해’ 반발 이유는?

재계의 입장을 종합해 요약하면 (1) 이미 통과된 상법개정안 때문에 일반 주주들이 배임죄를 이유로 소송을 남발할 수 있고 (2) 앞으로 집중투표제·자사주 소각 등이 의무화되면 소수주주 연합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어 기업 경영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거예요. (3) 이로 인해 기업의 경영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거란 주장도 있고요. 

그러나 (1) 이사가 의무를 다한다면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결정을 내렸더라도 책임이 면제된다는 ‘경영 판단의 원칙*’이 존재하고 (2) 관련 우려가 실제로 나타난 사례가 지금까지 한 건도 없었던 데다 (3)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우선이라는 반박이 나와요. 주식 시장 활성화 문제가 시급한 만큼, 만약 부작용이 생기면 추후에 보완하자는 것.

* 2012~2022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을 인정한 비율은 대법원 판결 약 40%, 민사재판 약 60%로 나타났어요. 원칙 적용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어서, 재계에선 이를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커요.

💡 재계의 ‘배임죄 완화’ 요구 이유는?

재계에선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의 법안 처리를 막을 방법이 없으니, 법안을 막기보단 경영권 방어 수단을 요구하자’는 주장이 나와요. 위에서 설명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재계가 내건 요구, 그리고 배임죄 완화 요구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건데요. 정치권은 일본·독일 등 국가처럼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른 책임은 묻지 않거나, 아예 배임죄를 폐지하는 등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어요.

[이 주의 헤드라이트] “경제 기사, 챙겨봐야 하는 건 아는데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고민했다면? 이 주의 헤드라인 뉴스를 에디터의 시선으로 비춰보는 헤드라이트에 온 걸 환영해요!
헤드라이트와 함께 지금 뜨는 이슈의 용어·배경을 가뿐히 풀어보고, 똑소리 나는 해설 따라 ‘아하’ 하며 읽다 보면 어느새 헤드라인 경제 뉴스의 맥락을 스스로 해석하는 나를 발견할 거예요.

이 아티클 얼마나 유익했나요?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