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창덕궁에 있는 수많은 건물들 중에 낙선재는 전통 디자인의 상설전시장 같은 곳입니다. 낙선재는 헌종이 서재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건물인데요. 이 집을 지으면서 자신의 취향과 감각을 원없이 실현시켜 낙선재 곳곳에 심어두었죠. ‘심어두었다’고 하지만, 찾기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장락문(낙선재 정문)으로 들어가 낙선재와 석복헌, 수강재로 이어지는 건물을 천천히 걷기만 해도 오밀조밀한 모양으로 멋을 부린 디자인을 볼 수 있거든요.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게 바로 창살이랍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획일적으로만 제작해 방 앞에 설치했을 창살에도 온갖 감성을 동원해 디자인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렇다고 과하지도 않고요. 딱 어울리고, 분위기에 맞는 창살을 만들어두었죠. 창과 문은 방에 들어 앉았을 주인이 세상과 소통하는 첫 통로가 됩니다. 또는 세상과 단절하고 싶을 땐 가장 마지막에 긋는 경계선이 되기도 하고요. 낙선재에 가면 늘 창살과 구석구석에 자리한 장식과 문양을 보고 나옵니다.

낙선재는 창덕궁에서도 가장 동쪽에 있습니다. 조금 이른 시간에 가셔서 다른 곳말고 동쪽으로 쭉 들어가 낙선재부터 구경해보세요. 헌종의 서재가 내 것인양 잠시 즐길 수가 있거든요.(날이 좀 선선해지면 책 한 권 잠깐 읽을 만한 곳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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