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일상의 모습으로 담아낸 살아 있음

자잘한 일상의 모습으로 담아낸 살아 있음

작성자 낯선그리움

그림책 읽는 시간

자잘한 일상의 모습으로 담아낸 살아 있음

낯선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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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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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만나 생각하는 살아있음

학교에서 아이들과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 운동장 한 켠에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뭘하고 있나 싶어서 다가가 보니 죽은 매미를 보러 나무 아래 둥그렇게 1학년 아이들이 모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떠오른 그림책 <살아 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건> 그림책의 표지는 3층 연립주택의 1층에서 누나와 남동생이 길을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표지를 넘기면 매미 한 마리가 나무에 앉아 있고 또 한 장을 넘기면 앞에서 본 장면처럼 죽어 있는 매미가 누워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줌 아웃.
겉표지에서 보였던 밀집 모자를 쓴 여자 아이와 야구 모자를 쓴 남자 아이가 보입니다. 아마도 아이들은 목적지로 바로 향하지 못하고 놀이터에 들른 듯 합니다. 누나가 친구를 만나러 온 모양인데 누나는 친구와 귓속말을 하고 남동생은 미끄럼틀 근처에서 죽은 매미를 지켜보고 있던 것입니다.

그림책을 볼 때 어른들은 여전히 텍스트에 먼저 눈이 갑니다. 하지만 그림책이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말 그대로 그림에 있습니다. 특히 이 책 <살아 있다는 건>을 볼 때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우리의 시선을 카메라로 옮겨 가듯 천천히 바라보면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혹시 이 책을 볼 기회가 있다면 바로 이 놀이터 장면에서 나오는 등장인물을 하나 하나 살펴보고 다음 장으로 넘겨 보세요. 그러면 앞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른 시선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일 것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놀이터의 장면. 다른 곳에서 같은 장소를 바라보는 시선.

친구와 헤어진 누나는 동생과 함께 다시 길을 나서고 텃밭이 있는 할아버지 집에 도착합니다. 할아버지 집에서 한참을 놀다 아이들은 먼저 집으로 돌아오고 저녁무렵 할아버지는 수박을 한 통 들고 아이들이 있는 집을 찾아나섭니다. 생일축하를 나누고 먼저 잠든 아이들의 모습을 뒤로 하고 할아버지는 다시 집으로 돌아섭니다.


아마도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 어린 시절의 아이들이 함께 하고 있는 가족사진이 있는 액자. 2층 커피숍에서 말다툼을 하는 연인, 택시를 기다리다 택시를 잡아타고 떠나는 회사원... 이전의 장면과 다음 장면이 순간 순간의 일상과 함께 이어집니다.

그림책 <살아 있다는 건> 그림책 속 숨어 있는 사람들의 일상을 연결하여 찾아보고 나에겐 어떤 순간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살아 있다는 건
지금 살아 있다는 건

목이 마르다는 거야.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시다는 거고.

문득 어떤 멜로디가 떠오르거나
재채기를 하는 것.

너와 손 잡는 것이지.
...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마주하는 거야.

<살아 있다는 건 > 본문 중

여러분에게 살아 있다는 건 어떤 것인가요?

살아 있다는 건 | 다니카와 슌타로 글/오카모토 요시로 그림/권남희 역 | 비룡소 |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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