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라슨부터 올리비아 로드리고까지, 여성 뮤지션 연대는 어떻게 음악 산업을 바꾸고 있을까? 🎸

자라 라슨부터 올리비아 로드리고까지, 여성 뮤지션 연대는 어떻게 음악 산업을 바꾸고 있을까?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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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관객들이 “나는 예뻐!”를 크게 외치게 만든 내한 공연 뮤지션이 있습니다. 그 후 곧바로 ‘I’m so ugly’ 떼창이 이어졌고요. 지난 10월 4일 명화라이브홀에서 열린 스웨덴 팝스타 자라 라슨의 첫 내한공연의 한 장면입니다. 이날의 무대 위 밴드와 댄서는 모두 여성이었는데요. 그 전인 8월 29일, 미국 그레이트 파크에서는 약 4만 5천 명의 관객이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직접 기획한 ‘데이지 체인 필즈(Daisy Chain Fields)’ 페스티벌에 모였습니다. 출연진은 전원 여성, 수익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알고리즘의 세례를 받은 스웨덴 출신의 1997년생 뮤지션과, 지난해 글래스톤베리 뮤직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이자 Z세대를 대표하는 미국의 2003년생 싱어송라이터. 자라 라슨과 올리비아 로드리고, 두 사람이 올해 내놓은 답은 닮아있습니다.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대신, 다른 여성들을 무대 위로 불러올리고, 무대 뒤의 지형도를 변화시킨 것인데요. 오늘은 최근 여성 뮤지션들의 연대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자라 라슨: 돌고래 밈에서 전원 여성 투어까지, 세상의 기준을 뒤집다

지난 8월, 벨기에에서 열린 푸켈팝 페스티벌에서 ‘Midnight Sun’을 부르던 자라 라슨이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쇼츠가 화제 됐습니다. 순식간에 객석 곳곳에서 돌고래 떼가 솟아올랐기 때문인데요. 노래를 잇지 못할 정도로 아티스트가 웃었던 이날의 무대는 ‘Midnight Sun(ha ha ha ver)’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이 돌고래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2024년 한 틱톡커가 자라 라슨과 클린 밴딧의 2017년 듀엣곡 ‘Symphony’를 배경으로 “나는 우울해” 같은 염세적인 문구와 물 위로 발랄하게 튀어 오르는 돌고래 이미지를 엮어 올렸고, 이 밈이 폭발적으로 퍼지면서 7년 전에 발표된 ‘Symphony’가 틱톡 빌보드 톱 50 차트 1위에 오르게 된 거죠. 그 다음해 자라 라슨은 정규 5집 타이틀곡 ‘Midnight Sun’ 무대에 댄서들과 돌고래 모양을 만드는 퍼포먼스 파트를 넣어, 자신을 다시 스타로 만들어 준 밈에 직접 화답했습니다.

눈여겨볼 것은 그 돌고래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바로 자라 라슨을 들어 올리는 댄서들인데요. 미드 나잇 선 월드투어의 인트로에는 “제 이름은 서머예요.”로 시작되어, 서머, 첼시, 로잘리나, 로비사까지 총 4인 댄서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면서 춤을 추는 레퍼토리가 있습니다. 이름 없이 스타 뒤에 서는 백업 댄서들이 각자의 이름으로 조명받는 것이죠. 이 투어를 이끄는 디렉터와 투어 매니저, 프로덕션 매니저도 모두 여성이라고 밝혀진 바 있고요.

이 투어의 셋리스트에는 2025년에 발표된 ‘Pretty Ugly’라는 곡이 있습니다. 물론, ‘여성 아티스트는 예뻐야 한다’는 규범에 맞선 노래는 전에도 있었죠.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Beautiful’(2002)부터 리조의 ‘Juice’(2019), 빌리 아일리시의 ‘Not My Responsibility’(2020)는 그동안 여성 리스너들에게 ‘당신은 있는 그대로도 아름답다’고 해왔습니다. 그러나, 자라 라슨은 반대로 “꼭 예뻐야 하나?”라고 되묻습니다. “모두들 나보고 거기 앉아서 예쁘게 있으라고 하는데... 여성스러운 건 집어치워(Everybody’s telling me to sit there and look pretty… fuck the ladylike.)”, “이렇게 예쁜 여자가 추해지는 걸 본 적 있어?(Have you ever seen a pretty girl get ugly like this)” 라는 가사처럼요.

자라 라슨은 보정 앱으로 다듬은 완벽한 사진이 예쁘긴 해도 진짜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추하다고 했고, 그래서 자신이 못나 보이는 순간도 일부러 사진으로 남겨둔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관객에게 한국어로 “나는 예뻐!”를 외치게 한 뒤 ‘I’m so ugly’를 따라 부르게 한 건,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예쁨과 추함 중 하나를 고르라는 세상의 요구 자체를 다 함께 거부하는 퍼포먼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페스티벌 ‘잘알’이 만드는 여성들의 뮤직 페스티벌

자라 라슨이 자신의 공연 안에서 연대를 실천했다면,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아예 판을 새로 깔았습니다. 지난 8월,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기획한 뮤직 페스티벌 ‘데이지 체인 필즈(Daisy Chain Fields)’가 개최됐는데요. 채플 론, 도이치 등 지금 가장 주목받는 여성 뮤지션들과 함께 비키니 킬, 브리더스, 가비지, 산티골드처럼 1990~2000년대를 풍미한 여성 가수들이 무대에 섰습니다. 두 개의 스테이지에 14팀이 섰고, 출연진은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고 알려졌습니다. 페스티벌 포스터에는 연차와 상관없이 모든 출연진들의 이름이 같은 크기로 실려있고, 공연 시간이 서로 겹치지 않게 타임테이블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도 특징입니다. 축제 발표 뒤 이틀 후에 티켓 판매를 시작했는데 30분 만에 매진되었고요.

돈의 흐름도 분명했습니다. 축제 순수익으로 약 1천만 달러(140억 원)가 모였고, 여기에 자선사업가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가 같은 금액을 더해 기부금은 2천만 달러로 늘었습니다. 이 돈은 10개 단체에 돌아간다고 발표됐는데요. 그 단체들이란, 임신중지를 포함한 재생산권을 지키는 단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 흑인 산모 사망 문제를 다루는 ‘블랙 마마스 매터 얼라이언스(Black Mamas Matter Alliance)’, 젠더 폭력 생존자를 돕는 ‘프리프롬(FreeFrom)’ 등입니다. 음악을 즐기러 온 관객들 또한 현장에 마련된 단체 부스를 통해 여성들이 실제로 겪는 문제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구조였고요.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축제 직후 롤링스톤 인터뷰에서 축제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여성을 억누르려는 사람들은 우리가 압도당하고 고립됐다고 느끼는 데 기대기에, 이를 벗어나고 싶었다고요. ABC에서는 여성들끼리 한정된 자원과 1등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함께할 때 더 강하다는 걸 이 축제가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버라이어티는 기획과 실행 모두 뛰어난 축제였다고 호평했고,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무대에서 2027년 제 2회 ‘데이지 체인 필즈’ 개최를 약속했습니다.
 
‘GUTS’ 투어 때에도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티켓 수익 일부를 자신이 만든 ‘펀드 4 굿’에 기부해, 북미 공연 수익의 일부를 임신중지 지원 기금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한 공연에서는 참여한 부스가 응급 피임약을 무료로 나눠줬고요. 그런 점에서 이번 축제에서 보여진 것들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30년 전의 릴리스 페어, 그리고 계승되는 이야기들

‘데이지 체인 필즈’의 뿌리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90년대 말 북미에서는 두 명 이상의 여성 뮤지션이 헤드라이너로 서면 축제의 흥행이 어렵고, 라디오에서도 여성 가수의 노래를 연달아 틀면 안 된다는 통념이 있었다고 해요. 당시, 캐나다 가수 세라 맥라클란이 이러한 흐름에 대항해 벌인 게 ‘릴리스 페어(Lilith Fair)’입니다. 올리비아 로드리고 또한 릴리스 페어가 이번 축제에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고, 축제를 구상하며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도 세라 맥라클란이었다고 해요.

지난 3월 발표된 대중음악 시장에서의 젠더·인종 대표성에 대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빌보드 연말 핫100 차트에서 여성 아티스트 비중은 36.1%로 전년 37.7%와 거의 같았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2026년 그래미 6개 주요 부문 후보 중 여성은 단 19.3%에 그쳤고, ‘올해의 프로듀서’ 후보에 여성은 한 명도 없었고요. 이런 결과에 대해 보고서를 펴낸 스테이시 스미스 박사는 파티와 시상식, 커뮤니티 만들기만으로는 변화가 없고 앞으로의 해결책은 단순하다고 말합니다. 그건 바로 더 많은 여성들과 함께 일하라는 것입니다. 

먼저 영화계에 참고할 만한 성공 사례가 있습니다. 2017년에 18개월마다 최소 한 편은 여성 감독과 작업하겠다고 공개 약속한 배우 니콜 키드먼, 그리고 영화 감독 클로이 자오입니다. 클로이 자오의 ‘햄넷’은 올해 영국 아카데미(BAFTA)에서 작품상, 영국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연기, 음악, 의상, 분장, 미술까지 총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BAFTA 역사상 여성 감독 작품 최다 후보 기록을 세웠습니다. 후보로는 원작자이자 공동 각본가(매기 오패럴), 의상(말고시아 투르잔스카), 미술(피오나 크롬비, 앨리스 펠턴) 등 여성 창작자들의 이름이 나란히 올랐습니다. 비록 수상은 영국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제시 버클리) 2개에 그쳤지만, 11개 부문 후보 명단은 감독 한 명이 아니라 여성들이 핵심 파트를 맡은 팀 전체가 인정받았음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고요.

이렇게 두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바로 연대에 대한 구호가 실질적인 고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인데요. 자라 라슨은 무대에 서는 사람뿐 아니라 투어를 굴리는 디렉터와 매니저까지 여성으로 채웠고,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여성 관련 단체에 실제 돈이 가도록 구조를 짰습니다. 그동안 서로를 견제하는 경쟁자로 그려지기 쉬웠던 여성 팝스타들이 함께 일하고 커리어를 증명받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일종의 대안적 서사입니다.

물론 스타 개인의 선택에 기대는 연대는 그의 영향력이 사라지면 함께 멈출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데이지 체인 필즈’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게 되는데요 ‘데이지 체인’은 꽃 송이를 엮어 만든 꽃줄을 가리킵니다. 30년 전 릴리스 페어에서 시작된 꽃줄이 올리비아 로드리고와 자라 라슨의 무대를 거쳐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 앞으로 무대 뒤의 숫자까지 더 빠르게 바뀌기를 기대해봅니다.

썸네일 이미지 출처: ⓒWhite Horse Pictures, Elevation Pictures, Not A Real Production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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