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젠데이아야?” 요즘 영화계의 화제, 할리우드 겹치기 캐스팅의 모든 것 🎭🎥
올해 극장가, 다 아는 얼굴입니다. 몇 주 간격으로 서로 다른 영화에 젠데이아가 나타나고, 그 옆에는 어김없이 톰 홀랜드가, 또 다른 자리에는 로버트 패틴슨이 서 있습니다. 같은 얼굴들이 최근 개봉한 몇 편의 대작을 오가고 있죠. 모든 것은 우연일까요? 이러한 패턴 뒤에는 관객의 피로감, 캐스팅 업계의 항변, 그리고 숫자가 말해주는 냉정한 영화 산업의 논리가 얽혀 있습니다. 오늘은 할리우드의 겹치기 캐스팅이 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봅니다.

겹치기 캐스팅, 얼마나 자주 벌어지고 있을까?

2026년 한 해만 놓고 봐도 특정 배우들의 교차 출연은 꽤 잦았습니다. 국내 개봉일과 함께 핵심 배우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젠데이아 × 로버트 패틴슨: <오디세이>(8월 5일), <더 드라마>(9월 9일), <듄: 파트 3>(12월 개봉 예정)까지 한 해에만 세 편이 연달아 함께 개봉했습니다.
- 젠데이아 ×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7월 29일)에서 각각 MJ와 피터 파커로 호흡을 맞췄고, <오디세이>에서도 나란히 아테나와 텔레마코스를 연기했습니다.
- 앤 해서웨이: <오디세이>에서는 페넬로페로, 올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4월 29일), <오디세이>,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8월 26일)까지 국내에서만 세 편이 확정 개봉했고, 올 하반기 국내 개봉이 예정된 <마더 메리>와 <베리티>까지 총 다섯 편에 출연했습니다.
- 티모시 샬라메: <듄> 시리즈를 통해 이미 젠데이아와 반복적으로 짝을 이뤄왔고, <듄: 파트 3>에서는 로버트 패틴슨과 동반 출연했습니다. 여기에 <마티 슈프림>(7월 1일)의 주연으로서도 존재감을 이어갔습니다.
- 플로렌스 퓨: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에 깜짝 출연한 데 이어 곧바로 젠데이아, 로버트 패틴슨과 함께 <듄: 파트 3>에 합류했고, <어벤져스: 둠스데이>(12월 개봉 예정)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리하면 <오디세이> 한 편에 젠데이아, 톰 홀랜드, 로버트 패틴슨이 모두 모였을 뿐 아니라, 세 사람이 각기 다른 조합으로 짝을 바꿔가며 올해만 최소 4편의 대작에서 겹쳐 등장한 셈입니다. 그리고 앤 해서웨이, 티모시 샬라메, 플로렌스 퓨가 서로 교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요.
캐스팅 업계가 말하는 ‘겹치기 캐스팅’의 필연적인 이유

할리우드의 캐스팅 담당자들은 특정 배우의 반복적인 캐스팅이 무성의한 관행이라는 점에 대해 반박해왔습니다. 먼저, 크리스토퍼 놀란의 전속 캐스팅 디렉터 존 팝시데라는 <오펜하이머> 캐스팅 당시 “그 시대의 록스타였던 과학자들을 대변하는 배우를 원했다”고 했고, “<오디세이>에 이르러 그 기준이 ‘록스타’에서 ‘슈퍼히어로’ 급으로 한층 높아졌다”고 밝힙니다. 즉, <오디세이>처럼 신화적 인물을 그려야 하는 작품에서는,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2000년간 구전되어 온 신화이자 전설이기에 그만한 위상을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는 거죠.
마블 스튜디오의 캐스팅 디렉터 사라 핼리 핀 역시 비슷한 논리를 펼칩니다. <어벤져스> 캐스팅의 초점은 철저히 ‘누가 이 캐릭터를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가’였고, 주연 배우진이 정해진 이후에는 ‘그 배우를 가장 잘 보완해줄 사람이 누구인가’를 고민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토르>에서 당시 신인 배우였던 크리스 헴스워스에게는 앤서니 홉킨스라는 관록 있는 배우를 붙여 무게감을 더했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코미디 이미지가 강했던 크리스 프랫에게는 조 샐다나를 상대역으로 세워 긴장감을 만드는 식으로요. 개별 캐릭터와 그 조합을 하나씩 맞춰나간 마블의 캐스팅 방식을 톰 홀랜드나 젠데이아가 여러 프랜차이즈에 겹쳐 등장하는 현상에 적용해볼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는 각 작품에 적합한 캐스팅을 고민한 개별적인 결과가 같은 이름들로 자주 수렴한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반면 <듄> 시리즈와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미키 17>을 캐스팅한 프랜신 마이슬러는 조금 더 현실적인 설명을 들려줍니다. 그는 <듄>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는 모두가 참여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오히려 감독에게는 선택할 수 있는 배우가 넘쳐난다는 점을 말합니다. 이렇듯, 크리스토퍼 놀란의 캐스팅 디렉터가 캐릭터의 무게감에 맞는 배우가 필요하다는 서사적 필연성을 이야기했다면, <듄>과 <미키 17>의 캐스팅 디렉터는 좋은 프로젝트일수록 스타들이 몰려드니 캐스팅의 선택지 자체가 넓어질 뿐이라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짚고 있는 셈입니다.
누가 관객을 영화관으로 데려올 수 있을까? 고속 상승하는 영화 제작비라는 리스크

겹치기 캐스팅 현상의 이면에는 좀 더 냉정한 산업 논리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할리우드 대작의 제작비는 지난 수십 년간 가파르게 불어났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산업 분석가 스티븐 폴로스는 제작비가 커질수록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해 영화 업계가 마케팅 비용을 더 많이 써야 했다고 말합니다. 이는 다시 ‘그 영화가 반드시 해당 시즌 최대 흥행작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제작비를 더욱 부풀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는 거죠.
제작비 2억 5천만 달러의 <오디세이>나 1억 9천만 달러의 <듄> 시리즈처럼 거대 규모의 예산이 걸린 작품일수록,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신인에게 이 거대한 베팅을 맡길 여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결국 익숙한 얼굴, 이미 전 세계 관객에게 티켓 파워가 증명된 소수의 스타에게 배역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요.
이 리스크는 실제로 ‘누가 관객을 극장으로 데려올 수 있는가’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려는 시도로까지 이어집니다. 엔터테인먼트 데이터 기업 National Research Group은 12~74세 미국인 3000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극장에서 새로운 영화를 본다면, 어떤 배우가 출연해야 보고 싶을지 최대 5명을 골라달라”는 조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해왔는데요. 이는 “당신이 좋아하는 배우를 골라달라”는 질문과는 명확히 다릅니다. 집에서도 대부분의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에서 실제로 극장으로 향하게 만드는 티켓 구매로 이어질 배우가 누구인지를 겨냥한 질문이죠.
2023년 처음 공개된 조사 결과는 흥미로운 지점을 보여줬습니다. 전체 응답에서는 톰 크루즈를 포함한 50~70대 배우들이 상위권을 장악했는데, 응답자를 Z세대로만 좁히면 톰 홀랜드와 젠데이아는 전체 순위 39위, 47위에서 각각 10위, 14위로 크게 뛰어올랐거든요. 즉 이들의 티켓 파워는 전 연령대에 고르게 퍼져 있다기보다, 스튜디오가 가장 확보하고 싶어 하는 젊은 관객층에 유독 집중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2025년 업데이트된 조사에서도 이 흐름은 이어졌는데, Z세대가 선호하는 상위권 배우에는 젠데이아, 톰 홀랜드, 아리아나 그란데, 제나 오르테가, 플로렌스 퓨 등이 꼽혔습니다. 결국 스튜디오가 젊은 층을 겨냥한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검증된 흥행력을 가진 젊은 배우라는 조건을 만족하는 이름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셈입니다.
‘젠데이아 피로’? 같은 다작, 다른 평가

동시에 해외 언론들은 젠데이아를 둘러싼 과잉 노출 비판에서 보이는 이중 잣대를 지적합니다. SNS에서 젠데이아의 최근 행보를 두고 트렌드에 부합할 뿐 그녀의 연기력과는 무관하다는 식의 반응이 있고, 이 담론에는 아예 ‘젠데이아 피로(Zendaya fatigue)'라는 이름까지 붙었습니다. 한 기사에서는 젠데이아의 이력을 설명할 때 “거의 모든 영화에 나온다”는 비난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다작 중인 로버트 패틴슨에 대해서는 “이 세대에서 보기 드문 흥행 커리어를 쌓고 있다”는 대중의 반응이 보인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이 현상이 할리우드 여성 배우들에게 반복되어 온 패턴이라고 짚고 있는데요. 2012년 <레미제라블>에서 ‘팡틴’ 역을 위해 삭발까지 감행한 연기 도전에도 불구하고 “오스카에 대한 절박함을 숨기지 못하는 배우”라며 조롱을 받았던 앤 해서웨이가 대표적입니다. 제니퍼 로렌스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요. <헝거게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등으로 정점에 오른 뒤 특유의 털털한 이미지가 어느 순간부터 “오글거린다(cringe)”는 조롱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는 2021년 한 인터뷰에서 당시를 돌아보며 “내가 그냥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지점까지 온 것 같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같은 수준의 다작임에도 남성 배우는 커리어의 정점으로, 여성 배우는 과잉 노출의 피로감으로 해석되는 현상 자체가 캐스팅의 양적 문제가 아니라 젠더화된 이중 잣대의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젠데이아, 톰 홀랜드, 로버트 패틴슨의 겹치기 출연은 어느 한 가지 이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캐스팅 디렉터들의 말처럼 캐릭터의 무게에 걸맞은 배우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겹친 결과일 수도 있고, 현재 검증된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가 애초에 손에 꼽을 만큼 적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같은 다작이라도 누구에게는 전성기라는 찬사가 함께 하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피로감’이라는 낙인이 붙는다는 것을요. 여러분은 할리우드의 겹치기 캐스팅,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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