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페어 유행이 책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고? 전주책쾌 임주아 총괄기획자 인터뷰 🪭🎤

북페어 유행이 책 문화를 바꿔놓고 있다고? 전주책쾌 임주아 총괄기획자 인터뷰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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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 “요즘 유행하는 것들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걸까? 🤔” 궁금했던 적 없나요? ‘트렌드를 만드는 사람들’은 우리가 소비하는 트렌드 뒤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뉴닉의 오리지널 시리즈예요. 가볍게 쓱쓱 읽히지만, 나만의 취향과 관점을 한 뼘 더 깊게 만들어줄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할게요.

“책으로 쾌하는 세상을 위하여!” 전주책쾌가 ‘옛 지금’에 주목하는 방법 🔭

Q. 전주책쾌는 전주라는 로컬 정체성에 기반을 둔 행사잖아요. 처음 기획하는 과정에서 전주라는 로컬 정체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런 정체성을 어떻게 살리려고 노력하셨는지 궁금해요.

전주의 옛 이름은 ‘완산’이고, 전주에서 간행된 옛 책을 ‘완판본’이라고 불러요. 조선 후기 전주는 서울, 대구와 함께 중요한 출판 중심지였고, 특히 민간에서는 상업적으로 책을 만들고 유통했던 역사가 있는 도시예요. 그런데 완판본은 전주의 중요한 문화자산임에도 젊은 독자들에게는 꽤 낯선 말이었죠. “완판됐다는 뜻이에요?”라고 묻기도 했고요. (웃음)

저는 오히려 그 간극이 재미있었어요. 옛날에 이렇게 책을 많이 만들고 읽고 유통했던 도시라면, 지금 여기에서도 새로운 책 문화를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전주책쾌가 처음부터 내세운 모토가 ‘옛 지금’이에요. 옛것의 고유함과 지금의 시대성을 함께 가져가자는 뜻이에요. 과거의 출판문화를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지금과 연결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오늘의 방식으로 이어가고 싶었거든요.”

전주책쾌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임주아 전주책쾌 총괄기획자

Q. 전주책쾌를 통해 ‘책쾌’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된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전주만의 북페어 이름을 고민하던 중 ‘책쾌 송신용’이라는 책을 통해서 ‘책쾌’라는 존재를 알게 됐어요. 조선시대 책쾌는 전국을 다니며 책을 사고팔고, 필요한 책을 구해주고 새로운 책을 소개하던 사람들이에요. 단순한 책 장수가 아니라 책과 독자를 연결하고 책이 돌게 했던 사람들이죠. 지금으로 치면 북큐레이터이자 걸어 다니는 서점이고요.

저는 책 만드는 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해요. 오랫동안 자기 시간과 생각을 들여 한 권의 책을 만들고, 그 책을 들고 직접 독자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이요. 북페어를 만들면서 이 사람들이야말로 지금의 책쾌라는 생각을 했어요. 출판사와 창작자를 단순히 축제에 참가하는 ‘셀러’로 두기보다, 오늘의 책쾌이자 축제의 주인공으로 부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주책쾌’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Q. 개인적으로는 ‘전주책쾌’라는 이름이 왠지 신나고 흥겨운 느낌도 있어서 좋더라고요.

“맞아요. 전주는 멋과 흥의 도시잖아요. 옛 출판문화의 역사를 오늘로 가져온다고 해서 행사가 엄숙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책 때문에 전주에 온 사람들이 책을 사고 발견하는 것뿐 아니라 깔깔 웃고 놀다 갔으면 했어요. 이름부터 ‘책쾌’잖아요. 책을 중개하는 상인을 뜻하는 책쾌(冊儈)의 ‘쾌(儈)’와 즐겁고 유쾌하다는 뜻의 ‘쾌(快)’를 함께 살려, 책으로 쾌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전주책쾌를 만들면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운영 원칙이 있나요?

“전주책쾌의 여러 운영 방식은 제가 다른 책 행사들을 다니며 느꼈던 아쉬움에서 출발한 것도 많아요. 관객이 없어 셀러들끼리 서로의 부스만 구경하며 ‘런웨이’가 되는 북페어도 봤고, 유명 작가나 프로그램이 행사의 중심이 되면서 정작 자기 책을 들고 온 셀러들이 들러리처럼 느껴지는 행사도 봤어요. 좋은 책을 만든 사람들이 큰마음 먹고 멀리까지 왔는데 아무도 그 책을 봐주지 않는 풍경이 저는 싫었어요. 그래서 전주책쾌에서는 ‘책을 들고 온 사람들이 외롭지 않은 북페어’를 만들고 싶었어요.”


문화행사의 ‘베스트셀러’가 된 북페어, 스테디셀러도 될 수 있을까? 북페어 유행의 현주소 🎪

Q. 이번 군산북페어에서 ‘북페어, 안녕하십니까?’라는 연속 토크가 화제가 됐는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 참여하게 되셨는지, 제안을 받았을 때 소감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2024년, 2회째를 맞은 전주책쾌에 군산북페어 김광철 디렉터를 초청해 ‘사랑과 혁명 - 여기는 군산’이라는 강연을 들었어요. 당시 출범을 앞둔 군산북페어의 취지와 비전을 듣고, 북페어의 문화와 윤리, 생태계에 대한 화두를 함께 나눈 자리였죠.

그래서 이번 ‘북페어, 안녕하십니까?’ 연속 토크를 제안받았을 때는 ‘올 게 왔구나’ 싶었어요. ‘안녕하십니까’라는 말 자체가 지금의 북페어를 향해 던지는 공적인 질문이었고요. 북페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지금, 기획자들이 성과나 성공담뿐 아니라 그 안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와 고민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자리가 필요했거든요. 긴장도 됐지만 설렜어요.”

Q. 긴장과 설렘이 공존했다는 말이 왠지 이해가 되네요. 하고싶은 얘기가 굉장히 많으셨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전주책쾌를 4년 동안 만들면서 질문이 많아졌고, 동시에 북페어의 역할에 대한 생각도 더 선명해졌어요. 전주책쾌는 처음부터 ‘지역에서 북페어를 만든다는 건 무엇일까’, ‘전주의 출판유산을 오늘의 책 문화와 어떻게 연결할까’, ‘이 축제의 주인공인 셀러들을 어떻게 환대할까’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4년 동안 실제로 부딪치며 그 질문들은 더 구체적이고 복잡해졌고, 새롭게 보이는 것들도 생겼고요. 이번 토크에서는 그동안 쌓인 고민과 생각을 지역, 유산, 사람, 도시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꺼내놓았습니다.”

Q. 북페어 기획자로서 최근 몇 년 동안 북페어 유행이 커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시나요? 

“정말 실감해요. 전주책쾌는 코로나가 완전히 끝나가던 무렵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다시 밖으로 나와 사람을 만나고 축제를 즐기고 싶어하는 갈망도 북페어의 열기에 영향을 미쳤죠. 온라인으로 책을 사고 콘텐츠를 보는 것과 달리, 북페어에서는 직접 책을 만지고 만든 사람과 이야기하고 한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잖아요.

동시에 지역에서는 ‘북페어를 보려면 왜 서울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도 있었어요. 좋은 책과 창작자를 만나기 위해 지역의 독자가 서울로 가는 것이 너무 당연했던 시기가 길었잖아요. 이제는 각 지역에서 자기 도시의 독자와 창작자가 만나는 장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요. 전주책쾌에 이어 군산북페어 1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는 걸 보면서부터 저는 ‘전북은 북페어의 도시’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이 말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지만요. (웃음)”

Q.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로컬 북페어들이 많아지다 보니,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확 느껴지실 것 같아요.

“북페어는 생각보다 흥행시키기 정말 어려운 행사거든요. 겉으로는 다 잘되는 것처럼 보여도 막상 가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책을 중심에 두면서도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전문적인 기획이 필요해요. 그런 상황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전주책쾌와 군산북페어가 각자의 기획과 색깔로 자리를 잡았다는 건 꽤 드문 풍경이에요.

요즘 기획자들끼리는 “공무원들도 북페어라는 말을 알아버렸다”, “출렁다리처럼 대유행이 왔다”고 농담해요. (웃음) 어느 순간부터 지자체와 문화기관에서도 사람을 도시로 불러모을 수 있는 행사로 북페어를 주목하기 시작했죠. 북페어가 지금 문화행사의 ‘베스트셀러’가 된 셈이에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유행 속에서 각 북페어가 자기만의 이유와 방식을 만들어갈 수 있느냐겠죠.”

Q. 나주·익산·공주 등 지역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북페어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새로운 북페어가 생기면 북페어 계에 신간이 나오는 것처럼 반갑고 궁금해요. 이번에는 어떤 북페어일까, 그 도시에서는 무엇을 보여줄까 기대하게 되죠. 동시에 북페어 흥행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까 ‘이번에는 또 누가 고생을 할까’ 싶기도 하고요. (웃음) 공공기관이 북페어에 관심을 갖고 예산을 쓰는 게 반가운 일이기도 하고요. 민간의 힘만으로 규모 있는 문화행사를 해마다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지역의 책 문화에 공공의 자원이 들어오는 것 자체는 오히려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다만 북페어가 흥행하는 행사로 알려지면서 ‘북페어’라는 형식 자체가 복제되는 건 경계해야 해요. 북페어라는 이름을 붙이고 부스를 세우고 프로그램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올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거든요. 무엇보다 그 도시에서 왜 북페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먼저 있어야 해요.”

Q. ‘이 도시에서 왜 북페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요?

“모든 도시에는 저마다 ‘책의 계보’가 있어요. 오래된 출판의 역사일 수도 있고, 그 지역에서 활동해온 작가일 수도 있고, 지금 그곳을 지키는 서점이나 출판사, 독서공동체일 수도 있죠. 그걸 찾아내는 일이 지역 북페어 기획의 출발점이에요. 도시 이름을 북페어의 주소로만 쓸 게 아니라, 그 도시에서 왜 북페어를 하는지를 찾아야 하는 거죠.

전문성의 문제도 중요해요. 책과 출판문화를 잘 모르는 대행사가 다른 축제를 만들던 방식으로 북페어를 만들거나, 기관 내부에서 충분한 전문성과 준비 기간 없이 행사를 맡게 되는 방식으로는 자기 색깔을 갖기 어려워요. 반대로 전문기획팀을 데려와 놓고도 실제로 판단할 권한을 주지 않으면 그 역시 의미가 희미해지고요. 그래서 공공이 만드는 북페어일수록 책과 지역을 이해하는 전문기획팀, 그 팀이 실제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 그리고 기획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과 예산이 함께 필요합니다. 공공의 자원과 민간의 전문성이 잘 만난다면 지역에서 훨씬 재미있는 북페어들이 나올 수 있어요.”


“책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해요” 북페어가 바꾸는 책 문화의 미래 ✨

Q. 북페어 유행이 사람들이 책을 접하고 즐기는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텍스트힙’의 흐름 속에서 북페어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텍스트힙의 재미있는 점은 책을 많이 읽던 사람을 더 많이 읽게 한 것보다, 원래 책 문화 바깥에 있던 사람까지 책 문화의 관객으로 불러들였다는 데 있어요. 예전에는 책 문화라고 하면 아무래도 ‘독서’가 가장 먼저 떠올랐잖아요. 몇 권을 읽었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제대로 읽었는지가 중요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책 들고 사진을 찍고, 독서모임을 하고, 좋아하는 책방을 찾아 여행하고, 친구와 북페어를 찾는 것까지 책을 둘러싼 문화가 됐어요. 책이 읽는 대상이면서 동시에 취향을 표현하고 사람을 만나게 하는 매개가 된 거죠.

그래서 ‘실제로 책은 안 읽으면서 유행만 좇는다’고 폄하하고 싶지는 않아요. 북페어에서 표지가 좋아서 책 한 권을 사고 사진만 찍고 돌아간 사람도 책 문화의 관객이니까요. 처음에는 표지가 좋아서 샀다가 어느 날 펼쳐볼 수도 있고, 친구를 따라 북페어에 왔다가 좋아하는 작가를 발견할 수도 있잖아요.”

Q. 우리나라 평균 독서율이 낮다는 통계를 들면서 텍스트힙 유행을 꼬집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거군요.

“독서인구와 책 문화의 인구가 꼭 같을 필요는 없어요. 책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이 많아져야 그중 책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생기니까요. 책을 아주 많이 읽는 사람부터 자기 취향의 책과 책방을 찾아다니는 사람, 북페어를 축제처럼 즐기는 사람까지 책과 관계 맺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어요.

다만 북페어의 인기가 실제 책 생태계로 어떻게 이어질지는 짚어봐야 해요. 큰 북페어에는 수천 명이 몰리고 그 자리에서 여러 권의 책을 사지만, 행사가 끝난 뒤 그 독자들이 동네서점으로 이어지는지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출판사가 독자와 직접 만나는 북페어가 커질수록 서점의 자리를 어떻게 함께 만들 것인지도 고민해야 하고요. 북페어가 책 문화의 종착지가 아니라, 책방과 출판사와 독자를 다시 연결하는 입구가 되었으면 해요. 그런 점에서 북페어는 텍스트힙을 실제 공간으로 옮겨놓은 장소이기도 해요. 혼자 읽던 책이 사람과 사람 사이로 나오는 곳이고, 책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일단 구경하러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니까요. 그 문턱이 낮아진 것도 지금 북페어 붐이 만든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의 북페어 유행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의 북페어 붐이 일시적인 유행인지, 책을 즐기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과정인지는 조금 더 지켜보고 싶어요. 다만 북페어가 많아질수록 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북페어가 많아지는 건 분명해요. 지금은 ‘이번 주말에 북페어가 있대. 갈까?’가 방문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어느 북페어에 갈까?’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 수 있겠죠.

그때는 규모나 유명한 참가팀의 숫자보다 거기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지, 어떤 분위기인지, 다른 북페어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 있는지, 굳이 그 도시까지 찾아갈 이유가 있는지가 중요해질 거예요. 북페어마다 자기 취향과 성격이 훨씬 분명해져야 하고요. 앞에서 북페어가 문화행사의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했는데, 저는 오히려 그 다음이 궁금해요. 이 가운데 어떤 북페어가 스테디셀러가 될까요? 가장 크거나 화려한 곳이 오래간다기보다 ‘나는 왜 이 북페어를 만드는가’에 대한 자기 답을 가진 북페어들이 오래 남았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북페어의 인기나 ‘책’이라는 매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책을 읽는 건 당연히 중요해요. 많이 읽으면 더 좋고요. 다만 책을 ‘읽는 것’만 가르치는 문화에서는 조금 벗어났으면 해요. 특히 아이들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뿐 아니라 직접 이야기를 쓰고 책을 만들어보는 경험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책을 만든다는 건 단순히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무엇을 쓸지, 무엇을 버릴지, 어떤 문장을 먼저 보여줄지, 어떤 순서로 묶을지 계속 선택해야 하잖아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는지도 알게 돼요. 책을 만드는 일은 자기 관점을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하고요.”

Q. 책을 읽는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창작과 편집의 과정으로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군요.

“요즘 진(zine)이 다시 주목받는 것도 그래서 흥미로워요. 모든 것이 화면 안에서 빠르게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시대에 오히려 종이를 직접 만지고, 자르고, 붙이고, 묶어 자기만의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잖아요. 내가 발견한 것과 생각한 것을 직접 편집해 하나의 책으로 남기는 일이죠.

북페어도 이런 흐름과 연결돼 있어요. 완성된 책을 사는 곳인 동시에 ‘나도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곳이거든요.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각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만든 책을 한자리에서 보다 보면 책이라는 형식 자체가 생각보다 훨씬 자유롭다는 걸 알게 돼요. 그렇게 보면 어쩌면 지금의 북페어 문화는 ‘책’이라는 말에 붙어 있던 장벽에서 해방되고 싶어서 추는 춤인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그렇다고 책을 읽는 일이 덜 중요해졌다는 뜻은 아니에요. 책은 읽어야죠. 많이 읽으면 더 좋고요. 동시에 읽다가 덮어도 되고, 표지가 좋아서 사도 되고, 직접 만들어도 되고, 친구와 북페어에 가도 돼요. 책을 읽는 사람을 늘리는 것만큼 책을 자기 삶 가까이에 두고 즐기는 사람을 늘리는 것도 중요해요.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책 주변을 즐겁게 서성이는 사람이 함께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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