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만 대 팔린 폴드8, 스마트 안경은 왜 그만큼 안 팔릴까? 📱🕶️

144만 대 팔린 폴드8, 스마트 안경은 왜 그만큼 안 팔릴까?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읽음 63

뉴니커는 지금 어떤 휴대폰을 쓰고 있나요? 저는 오랫동안 애플 제품만 써 왔는데요. 디자인이나 앱을 쓸 때 감각이 저한테 잘 맞아서, 다른 선택지를 고민한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지난 7월 갤럭시 Z 폴드8이 공개됐을 때는 처음으로 '이걸로 한 번 바꿔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슷한 시기에 구글과 메타도 스마트 안경을 공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는데요. 안경 하나로 사진을 찍고 AI와 대화한다는 소개를 보면서 저도 한 번쯤 써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런데 두 기기를 대하는 제 마음이 미묘하게 달랐어요. 폴드8은 구매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데까지 갔는데, 스마트 안경은 '이건 좀…' 싶으면서 직접 사기가 부담스럽더라고요. 딱히 이유를 대기도 어려웠고요. 둘 다 직사각형 바(bar) 형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인데, 기업들은 왜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디바이스를 만드는 데 매달리는 걸까요? 그리고 왜 어떤 디자인은 환영받고, 다른 디자인은 논란의 중심이 되는 걸까요?


접고 휘고 얼굴에 쓰고, 스마트폰은 변한다

갤럭시 Z 폴드8은 지난 7월 열린 갤럭시 언팩에서 처음 공개됐어요. 세로로 길쭉했던 이전 폴드보다 여권에 가까운 비율이 되면서 '여권폰'이라는 별명이 붙었는데요. 이런 디지털 기기의 물리적인 생김새를 '폼팩터'라고 부르는데, 이번 폴드8은 이 크기가 워낙 절묘해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어요. 폴드8과 함께 공개된 플립8, 폴드8 울트라 세 제품은 사전판매 기간 동안 144만 대가 팔렸는데요. 그동안 젊은 세대는 케이스를 꾸미기 좋은 플립이 더 인기였는데, 이번에는 전체 사전 판매량의 약 70%를 폴드8가 차지할 정도였어요. 삼성닷컴 사전 구매 고객 중 10~30대가 절반을 차지했고, 같은 연령대 여성 구매자는 전작의 두 배를 넘었죠.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해진 '화면을 접는 핸드폰'은 의외로 역사가 꽤 오래됐어요. 2018년 중국 스타트업 로욜이 세계 최초의 상용 폴드폰 플렉스파이를 선보였고, 삼성전자는 이듬해에 '갤럭시 폴드' 첫 번째 모델을 출시했죠. 화면을 접는 아이디어 자체는 그전에도 있었지만, 배터리와 화질 등 기술적 한계 때문에 판매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는데요. 스마트폰이 직사각형 바 형태로 고정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회사는 고객에게 근본적으로 뭔가 다른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런 배경에서 화면을 접는 핸드폰이 출시됐고, 삼성전자는 2020년 세로로도 접는 플립을 내놓으며 폼팩터를 더욱 확장했죠. 출시 초기에는 '굳이 화면을 접는 핸드폰이 필요하나?'라는 의문을 마주했지만, 기업들이 꾸준히 사용성을 개선하면서 고객들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졌어요. 최근에는 한 번 더 접어 화면이 세 개가 되는 스마트폰까지 출시됐죠. 


기업들은 왜 자꾸 새로운 폼팩터를 만드는 걸까?

요즘에는 핸드폰이라는 형태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많이 보이고 있어요. 구글과 메타가 막대한 돈을 투자 중인 스마트 글래스가 대표적인데요. 2013년 구글이 '구글 글래스'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과 고객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능 때문에 반짝 주목받는 데 그쳤어요. 하지만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분야에서도 자체 경쟁력을 확장하길 원했던 테크 기업들이 다시 안경에 주목했는데요. 메타는 세계적인 아이웨어 브랜드인 오클리, 레이밴과 손잡고 AI 내장 선글라스와 안경을 출시했고, 제조 파트너 에실로룩소티카는 2025년 한 해에만 AI 안경을 700만 개 넘게 팔았다고 밝혔어요. 2023년부터 2025년 2월까지 누적 판매량(200만 개)의 세 배가 넘는 수치인데요. 구글은 삼성전자, 젠틀몬스터와 함께 스마트 글래스를 개발 중이라고 해서 큰 화제가 됐고요. 

이외에도 옷깃에 자석으로 고정해 손바닥을 화면처럼 쓰는 휴메인의 Ai 핀(Ai Pin), 음성 인식으로 모든 걸 처리하는 래빗 R1 등 파격적인 제품들도 출시됐는데요. 비록 완성도와 사용성 문제로 혹평을 받았고 AI 핀은 결국 HP에 매각됐지만, 두 기기 모두 사람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지금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스마트폰에 AI를 얹는 게 현실적이지만, 미래의 디바이스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주요 미디어와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폼팩터를 다양화하려는 이유를 시장 상황에서 찾아요.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발전이 정체된 상황에서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게 물리적 형태라는 거죠. 이에 폼팩터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는데요. 화웨이는 2024년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를 내놨고, 올해 4월에는 여권 크기의 제품을 삼성보다 석 달 먼저 선보였어요. 오포와 샤오미, 아너는 얇기와 내구성을 앞세운 신제품을 준비 중이고, 모토로라는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 선두에 올랐다는 보도까지 나와요. 오랫동안 '접는 형태 스마트폰을 내지 않을 것이다'라고 여겨졌던 애플도 다가올 9월에 첫 폴더블 제품을 내놓을 거라고 하고요. 스마트 글래스 시장도 프라이버시, 일상 속 부정행위 관련 논란과는 별개로 계속 확장 중이죠

제가 재미있게 생각했던 건, 같은 변화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반응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었어요. 접는 스마트폰은 훨씬 가격도 비싸고 수리도 어려운데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스마트 안경은 폴더블만큼이나 시장에 나온 지 오래됐는데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훨씬 크거든요. 같은 폴더블 내에서도 플립은 젊은 세대 고객층의 사랑을 받았지만, 폴드는 '아재폰'으로 불리다가 최근 여권 비율로 크기를 바꾸면서 여론이 완전히 달라졌고요.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사람들은 잘 나가는 기술이 아니라 ‘익숙하고 통제 가능한’ 기술을 원한다

폴드8이 유독 제 기억에 남았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작은 공책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꺼내서 펼치는 모습이 그려진다’는 거였어요. 그동안 가로로, 세로로 접히는 폰들을 몇 년째 봐 와서 눈에 익은 것도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스마트 안경은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은 저도 '사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는데요.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상대방이 자기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했다고 오해하면 어떡할까, 그런 걱정이 제일 컸어요.

이런 감정의 차이를 잘 설명해 주는 산업디자인 개념을 발견했어요. 20세기 산업디자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레이먼드 로위가 1951년에 정리한 'MAYA 원칙(Most Advanced Yet Acceptable)'이에요. 좋은 디자인은 가장 진보하면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지점, 그러니까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이론인데요. 너무 파격적이면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너무 친숙하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거죠. 갤럭시 폴드8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면, 삼성전자도 정확히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디자인팀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낄 사용감을 구현하기 위해 500개가 넘는 목업을 만들었고, 여권이라는 답을 찾았다고 해요.

스마트 글래스도 안경이라는 익숙한 사물에 IT 기술을 더한 거지만, 사용 방식이 지나치게 참신하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쓸지 상상이 되지 않아서 반응이 많이 갈리는 것 같아요. 목소리만으로 조작할 수 있어서 스마트폰보다 훨씬 편리하지만, 사용자가 촬영 중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거든요. 기업들도 이 문제를 알고 있어요. 메타는 촬영할 때 빛을 내는 LED를 핵심 장치로 내세웠고, 최신 모델에서는 이전보다 LED 크기를 두 배 키우고 더 잘 보이도록 깜빡이는 패턴까지 넣었죠. 메타코리아는 올해 4월 한국에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하며 “LED 불빛이 사회적 신뢰 지표로 자리 잡는 게 목표”라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스마트 안경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올해 4월에는 이 문제를 연구한 논문까지 나오기도 했어요. 500여 명을 대상으로 스마트 안경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한 답변은 '누군가 스마트 글래스로 나를 찍는 것 자체를 통제할 수 없어서 불안하다'는 거였어요. 반대로 내가 본의 아니게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도 걱정된다는 얘기가 많았고요. 요즘은 상대와의 불필요한 충돌이나 마찰을 피하는 게 관계의 기본기처럼 여겨지는데, 스마트 안경은 이런 트렌드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거예요.

이처럼 사람들은 최신 기술에 대해 내가 그 기술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느냐, 그리고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떤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여주고 있어요. 폴드폰과 스마트 글래스에 대한 상반된 반응이 좋은 예시고요. 뉴니커가 최근 접한 디바이스 중 신기하게 느껴졌지만 실제로 써 보고 싶다는 마음까지는 생기지 않은 건 무엇이었나요? 만약 나와 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온전히 통제하고 신호를 줄 수 있다면, 스마트 글래스는 새로운 스마트폰이 될 수 있을까요? 


[비욘드 트렌드] 에디터의 관점을 담아 지금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는 트렌드를 소개해요. 나와 가까운 트렌드부터 낯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비욘드 트렌드에서 트렌드 너머의 세상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매주 금요일 12시 ‘고슴이의 비트’ 레터 받아보기

👇 ‘고슴이의 비트’ 계정 팔로우하고 매일 새로운 콘텐츠 보기

이 아티클 얼마나 유익했나요?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