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부터 아일릿, 세븐틴까지? 요즘 케이팝을 사로잡은 테크노·하우스 유행 분석 🔍🎶

에스파부터 아일릿, 세븐틴까지? 요즘 케이팝을 사로잡은 테크노·하우스 유행 분석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읽음 22

지난 6월, 세븐틴 유닛 V8의 미니 1집 발매 전 화제가 됐던 건 다름 아닌 프로듀서 라인업이었어요. 퍼렐 윌리엄스는 물론, 유럽 하우스 신에서 주목받는 독일 프로듀서 메카톡이 타이틀곡 ‘singasong’을 공동 작곡했고, 한국대중음악상을 두 번 받은 일렉트로닉 뮤지션 키라라가 버논과 함께 ‘미아’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실험 전자음악 듀오 100 gecs의 딜런 브레이디까지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고요.

앨범 전체가 하이퍼팝과 EDM을 넘나드는 사운드로 채워진만큼, 발매 전엔 이태원 그레인 하우스에서 DJ 파티 형식의 프리 리스닝 파티까지 열었어요. 아이돌의 앨범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언더그라운드 클럽 신의 문법을 그대로 가져온 셈이죠. 그리고 이게 V8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오늘은 케이팝을 사로잡은 하우스, 테크노, EDM 유행, 그리고 그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축을 짚어볼게요.


마니아만 듣지 않는다, 숫자가 말해주는 변화

올해 초, 키키의 ‘404 (New Era)’가 발매 16일 만에 멜론 TOP100차트 1위에 올랐어요. 하우스 장르 특유의 정박 리듬과 반복 루프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거친 질감은 걷어내고 세련되고 차가운 인상으로 다듬었다는 평가를 받았죠. 비슷한 시기 하츠투하츠의 ‘RUDE!’도 하우스 리듬 위에 케이팝 특유의 기승전결과 랩 파트를 얹어 주목받았고, XG의 ‘Hypnotize’는 하우스의 반복 구조에 집중해 몰입감을 극대화했어요. 세 그룹 모두 출발점은 하우스였지만 변주 방식은 조금씩 달랐는데요. 이에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우스 장르의 전통적인 문법과 자신들이 보여주고자 했던 이미지를 잘 결합시켰다”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하우스 다음으로 유행을 탄 건 테크노였어요. 5월엔 아일릿이 ‘It's Me’로 세기말에 유행했던 테크노 사운드를 소환했죠.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케이팝 댄스음악이 그간 대체로 하우스 계열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번 테크노는 전 세계적으로 다시 번지고 있는 ‘레트로 테크노’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짚었어요.

이런 비평이 단순히 ‘느낌’에만 기반해 있는 건 아니에요. 지난 7월 스포티파이가 공개한 데이터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테크노가 포함된 음악 장르인 일렉트로닉의 국내 음악 스트리밍은 전년 동기 대비 60.4% 급증했어요. 전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일렉트로닉 장르가 차지하는 비중도 3.06%에서 3.42%로 올라갔고요. 더 눈에 띄는 건 이 성장을 이끈 게 해외 아티스트가 아니라 국내 뮤지션이라는 점이에요. 같은 기간 한국 일렉트로닉 아티스트의 스트리밍은 300% 이상 폭증했고, 전체 일렉트로닉 스트리밍 중 국내 아티스트 비중은 9.8%에서 24.4%로 뛰었어요. 더 이상 어떤 장르를 마니아층의 취향이라고만 볼 수는 없는 수치가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비주류’였던 장르는 어떻게 케이팝의 중심이 됐을까?

케이팝이 오랫동안 내세워온 정체성은 특정 장르 자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장르를 하나의 샐러드볼에 넣어 버무리는 것에 가까웠어요. 가장 대표적인 건 SM의 SMP(SM Music Performance)인데요. 동방신기의 ‘Tri-Angle’, ‘Rising Sun’, ‘“O”-正.反.合.’이 이 계보를 따르는데, 힙합 비트 위에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얹고, 사회비판적인 가사를 랩으로 쏘아붙이는 식이었어요. 엑소 데뷔곡 ‘MAMA’도 이 SMP 공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곡으로 꼽혀요. 들으면 “이건 그냥 SM 노래다”라는 느낌 자체가 브랜드가 된 거죠.

2000년대 후반이 되면서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나 소녀시대의 ‘Gee’처럼 후크송이 대세가 됐어요. 후크송은 말 그대로 후렴구 하나를 계속 반복해서 머리에 박히게 만드는 노래인데, 그렇다고 곡 전체가 단순한 건 아니었어요. 벌스에서는 힙합처럼 랩을 붙이고, 그다음엔 팝 멜로디로 분위기를 띄우다가, 후렴에 가서는 EDM처럼 빵 터지는 사운드를 넣는 식으로 케이팝다움을 만들어냈죠.

그런데 요즘엔 하우스나 테크노가 ‘케이팝다움’을 위한 재료로 쓰이는 대신, 원래 소리와 장르적 특징을 그대로 안고 케이팝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오랫동안 이어져온 공식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거예요. 케이팝의 제작 구조 자체가 변화한 게 큰 요인인데요. 예전엔 해외 장르가 국내 작곡가나 송라이팅 캠프를 거쳐 케이팝화된 형태로 들어오곤 했어요. 원곡이 아무리 실험적이어도 최종적으로는 후크와 드롭, 떼창 포인트를 갖춘 케이팝의 익숙한 틀 안으로 수렴되기 쉬웠죠. 그런데 지금은 그 중간 필터가 생략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V8의 디에잇과 버논은 수록곡 대부분의 작사, 작곡을 직접 주도했을 뿐 아니라, 키라라를 직접 섭외해서 협업했다고 밝힌 바 있어요. 이렇게 멤버 개인이 평소 즐겨 듣던 신의 아티스트와 직접 접점을 만든 거예요.

이 흐름의 원형이라 할 만한 사례가 뉴진스예요. ‘Attention’, ‘Hype Boy’, ‘Ditto’를 만든 프로듀서 250은 케이팝 시스템 출신이 아니라 저지 클럽, 신스팝 기반의 신에서 활동하던 인물이에요. 그가 자기 장르 색을 지우고 들어온 게 아니라, 오히려 그의 색깔이 뉴진스라는 그룹의 정체성 자체가 됐죠. 최근엔 작사에 한정되긴 하지만 엔믹스의 ‘Heavy Serenade’도 비슷한 궤적을 보였어요. 멤버들이 “평소에 한로로 님의 작업물을 좋아해서 기뻤다”고 밝힌 것처럼 팬이 아티스트를 소비하는 구도가 아니라 아티스트가 다른 아티스트에게 협업을 제안받는 구도였어요. 언더그라운드 창작자가 필터링 없이 메인스트림 중심에 서는 구조가 자연스러워진 셈이죠.


케이팝과 장르의 만남, 유행을 넘어선 흐름이 될 수 있을까?

그럼 지금 케이팝 업계에서 테크노와 하우스 장르는 어떤 방식으로 보여지고 있을까요? 가장 눈여겨볼 사례는 하이브 산하의 세 걸그룹이에요. 올 상반기에는 한 달 사이에 르세라핌 ‘Celebration’, 아일릿 ‘It's Me’, 캣츠아이 ‘PINKY UP’까지 나란히 테크노 곡이 공개됐고, 이후에는 세 그룹이 다 같이 부른 콜라보 싱글 ‘ICONIC BY MISTAKE’까지 나왔죠. 세 레이블이 월드컵과 지방선거 등의 대형 외부 일정을 피하려다 빚어진 우연한 스케줄 충돌이라는 해명도 있었지만, 세 곡을 순서 없이 틀어주면 어느 그룹 곡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실제로 적지 않았어요.

“코어 팬덤은 차이를 듣고, 대중은 비슷함을 듣는다. (...) 세 팀의 동시 컴백은 한 회사의 분기 전략 이상이다. 그것은 지금의 K팝이 ‘검증된 공식을 대신 실행해 주는 회사’라는 자리에 합의해 버린 순간이며, 다양성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의 차별성을 거래하기 시작한 순간”이라는 분석도 있었던 것처럼요.

반대로 장르를 계속 바꾸면서도 자기 색깔을 잃지 않는 팀도 있어요. 에스파가 올해 5월 발표한 정규 2집의 타이틀곡 ‘LEMONADE’는 EDM에 가까운 청량한 곡인데요. 그동안 에스파를 설명해온 ‘쇠 맛’이라는 표현이 이번엔 상큼한 느낌이 더해진 ‘쇠콤달콤’으로 진화했다는 호평이 나왔을 정도예요.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빌리의 ‘WORK’는 사실 정규 1집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였어요. 베이스 하우스에 인더스트리얼 힙합을 섞은 곡인데, 멤버 문수아가 직접 가사를 쓰면서 자기 이야기를 녹였고요. ‘WORK'의 퍼포먼스 영상은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게 됐고, 결국 활동 방향이 처음엔 먼저 활동한 'ZAP’에서 'WORK' 쪽으로 옮겨가는 역주행이 일어났죠. 

한 가지 더 눈여겨볼 게 있어요. SM엔터테인먼트가 이 유행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꾸준히 다뤄왔는가예요. SM 산하 ScreaM Records는 2020년부터 ‘iScreaM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소속 아티스트 곡의 EDM 리믹스를 계속 내왔어요. 효연은 2017년부터 'DJ HYO'라는 이름으로 EDM 싱글 ‘Sober’, 3LAU와 함께한 ‘Punk Right Now’ 등을 내온 이력도 있고요. 즉 하우스와 테크노는 SM이 2026년에 갑자기 올라탄 유행이 아니라, 6년 이상 꾸준히 투자해 온 흐름이었던 것.


결국 하우스나 테크노가 케이팝에서 더 이상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이 장르들이 이미 케이팝 안에 자리 잡았다는 뜻이에요. “케이팝이 아니라 그냥 팝처럼 들린다”는 말이 반가운 신호일지 걱정할 신호일지도 결국 여기서 갈릴 거예요. 그 장르를 자기 이야기로 만드는 팀과, 그냥 빌려 입고 마는 팀을 가르는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 차이를 통해 우리는 이 현상이 잠깐의 유행으로 끝날지, 아니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을지 알 수 있게 될 거예요.


[비욘드 트렌드] 에디터의 관점을 담아 지금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는 트렌드를 소개해요. 나와 가까운 트렌드부터 낯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비욘드 트렌드에서 트렌드 너머의 세상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매주 금요일 12시 ‘고슴이의 비트’ 레터 받아보기

👇 ‘고슴이의 비트’ 계정 팔로우하고 매일 새로운 콘텐츠 보기

이 아티클 얼마나 유익했나요?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