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시대에 롱폼이 다시 뜨는 이유: ‘안원잘부’부터 ‘머니그라피’까지 🎬

숏폼 시대에 롱폼이 다시 뜨는 이유: ‘안원잘부’부터 ‘머니그라피’까지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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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는 요즘 어떤 영상을 자주 보나요? 저는 평소에는 릴스나 쇼츠를 주로 보지만, 집이나 카페에서 일할 때는 30분짜리 유튜브 영상을 라디오처럼 틀어놓곤 해요. 설거지를 하거나 집 청소를 할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언제부턴가 ‘머니그라피’, ‘비즈까페’, ‘알간지’처럼 경제나 비즈니스,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20분~40분 길이의 콘텐츠도 즐겨 보게 됐어요. SNS 피드에서 보여서, 지인에게 추천받아서 보게 됐는데 저도 모르게 몰입해서 보게 되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롱폼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아진 걸 느끼면서, 롱폼이 다시 하나의 카테고리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요즘 제일 화제인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안원잘부) 채널만 봐도 그래요. 영상 길이가 짧은 편이 아닌데도 단 4개월 만에 구독자 100만 명을 넘겼거든요. 아이돌 ‘리센느’ 멤버들의 매력이 핵심이었지만, 단편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PD의 연출력도 칭찬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이외에도 ‘72시간 소개팅’, 채널 십오야 ‘나불나불’ 등 여러 웹 콘텐츠들이 1시간 내외 영상들을 내세우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죠.

숏폼이 콘텐츠 소비의 기본값이 됐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왜 다시 긴 영상을 찾기 시작한 걸까요? 롱폼 콘텐츠는 언제부터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워서 하는 인터뷰부터 테크 중계쇼까지, 롱폼이 돌아왔다 📺

요즘 유튜브 롱폼 콘텐츠들의 성과를 살펴보면 ‘이 정도였다고?’ 싶을 때가 많아요. 침착맨이 삼국지를 소재로 2020년에 올린 '삼국지 완전판'은 5시간짜리 영상인데도 조회수 2,490만 회를 넘겼거든요. 별다른 편집이나 효과 없이, 침착맨의 입담으로 삼국지를 풀어가는 영상이 그렇게까지 사랑받은 거예요. 유튜브 채널 ‘뜬뜬’의 대표작 '핑계고'와 스핀오프 시리즈 '풍향고'도 좋은 예시인데요. 한 편이 100분에 육박하는데도 네 편을 합친 조회수가 3,100만 회에 달해요. 

콘텐츠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출연진들의 케미스트리에 주목하는 토크·여행 예능, 한 주제를 진득하게 파고드는 강의 콘텐츠, '안원잘부'처럼 한 사람을 중심으로 끌고 가는 웹예능 등이 대표적이죠. 그중 대표적인 건 보이는 라디오라고도 불리는 비디오 팟캐스트인데요. 카메라 앞에서 MC와 게스트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에요. 웹툰 ‘닥터 프로스트’를 연재한 이종범의 ‘스토리캠프’, df(딩고 프리스타일)의 '비빔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생각을 접할 수 있어 특히 인기가 많아요. 

해외 미디어도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움직이고 있어요. 영국 마케팅 에이전시 디스럽트 마케팅은 유튜브 유저들이 TV 앱으로만 한 달에 4억 시간 넘게 팟캐스트를 시청한다고 분석했어요. 넷플릭스는 작년부터 팟캐스트 크리에이터들에게 대규모로 투자하고 있고, 인스타그램과 틱톡처럼 숏폼을 흥행시킨 미디어들까지 뛰어들고 있죠.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는 메타는 팔로워 규모에 따라 크리에이터들에게 1천~3천 달러까지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챗GPT로 유명한 오픈AI는 테크·비즈니스 관련 소식을 스포츠 뉴스처럼 전하는 토크쇼 채널 TBPN을 수천억 원에 인수해 큰 화제가 됐죠.

사실 롱폼 콘텐츠는 한때 유행에 뒤처진 것처럼 보였어요. 2016년 틱톡, 2021년 인스타그램 릴스와 유튜브 쇼츠가 등장하면서 숏폼이 콘텐츠 세계를 휩쓸고, 롱폼은 뒤로 밀려났거든요. 하지만 숏폼 특유의 자극적인 내용과 연출, 시청자를 늘리기 위한 경쟁 심화 등으로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이런 현상에 ‘도파민 중독’, ‘팝콘 브레인’ 같은 이름이 붙으면서 경각심을 느끼는 유저들도 늘어났고요. 롱폼 콘텐츠는 사람들이 피로해하던 바로 그 지점을 해결해 줬어요. 생방송 라디오와 TV 예능 등으로 쌓인 긴 호흡의 영상 문법이 OTT와 유튜브로 들어오면서, 사람들도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와 출연진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롱폼을 찾게 된 거죠.

이런 변화에 대한 분석은 대체로 결이 비슷해요. 숏폼에 지친 사람들이 진정성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찾아 롱폼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식사하거나 청소할 때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어서 좋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죠. 콘텐츠 소비가 목적에 따라 숏폼과 롱폼으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고요.

모두 맞는 설명이지만, 저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롱폼 영상이 가볍게 보기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출연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에 집중해야 공감도 할 수 있으니까요. 밥 먹거나 청소할 때 가볍게 보기에는 아무래도 숏폼보다 덜 손이 가는 게 사실이에요. 온전히 내용을 이해하려면 긴 시간 집중해서 봐야 하기도 하고요. 잘 정리된 요약본도 쉽게 찾을 수 있고 AI가 요약도 해주는 시대, 사람들은 왜 굳이 긴 시간을 들여 콘텐츠를 소비하는 걸까요?


우리가 롱폼으로 되찾은 건 ‘편집되지 않은 생각’이다 🧠

저는 긴 영상을 볼 때 라디오를 듣거나 극장에 있다고 생각하며 감상하는데요. 전혀 다른 매체 같지만 닮은 구석이 있어요. 내 마음대로 빨리감기 하거나 건너뛸 수 없는 거죠. 라디오는 흘러나오는 대로 들어야 하고, 극장에선 두 시간을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니까요. 이렇게 콘텐츠가 흘러가는 속도에 저를 맡겨 보면, 제 생각이 달라지거나 이전에는 몰랐던 걸 느끼게 될 때가 있어요. 요약본을 보거나 스킵하면서 봤다면 마주치지 못했을 순간이죠.  

이렇게 ‘콘텐츠의 속도로 생각하고, 내 생각의 변화를 되짚는 감각’이 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라는 책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더라고요. 영화 배급사 경력을 바탕으로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저자 이나다 도요시(稲田 豊史)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약 88%가 빨리감기로 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회고했어요. 더 효율적으로, 덜 실패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발현된 현상이지만, 그만큼 잃어버리는 게 많다는 게 이나다의 주장이에요. 

문제는 우리가 ‘빨리감기’ 사고방식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거예요. <도둑맞은 집중력>을 쓴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우리가 집중력을 잃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난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쳐요. 미국 Z세대는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하고, 직장인도 3분을 넘기기 어려워한다고 말이죠. 여기에 AI까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요약이나 결론만 보는 걸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머리 아픈 고민도, 긴 글도 정리해 달라고 하면 깔끔한 답이 나오니까요. 결론에 닿기까지 직접 헤매고 곱씹는 과정이 통째로 생략되다 보니 생각도, 감정도 자꾸 토막이 나요. 결론은 아는데 과정은 모르겠고, 어떤 장면에 울컥했는데 그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는 설명하지 못하죠.

롱폼 콘텐츠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 있어요. 더 많은 정보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지만, 결론에 닿기까지의 과정에 우리를 끝까지 동행시키기 때문이에요. 해외에서도 어떤 생각이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함께 생각하게 만드는 콘텐츠를 원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짚었죠. 빨리감기 버튼에 손이 가지 않는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이야기가 쌓이고 생각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을 통째로 지나게 돼요. 민음사TV에서 책 한 권을 천천히 같이 읽고, 최성운의 사고실험 같은 채널에서 질문 하나를 한참 붙들고 있는 시간처럼요. 그 영상이 끝났을 때 머리에 남는 건 깔끔하게 정리된 정보 한 줄이 아니라, 내가 직접 따라가며 만들어낸 생각이에요.

결국 우리가 긴 영상에 기꺼이 시간을 내주는 건, 더 많은 걸 알기 위해서가 아닐지도 몰라요. 결과만 빠르게 받아들이는 데 지쳐서, 생각이 천천히 빚어지는 그 흐름을 다시 느끼고 싶은 거겠죠. 뉴니커는 마지막으로 빨리감기 없이, 무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따라가 본 게 언제였나요? 여유가 생길 때 ‘나중에 볼 동영상’에 넣어 둔 인터뷰나 팟캐스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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