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센느 ‘안원잘부’부터 BTS ‘달려라 방탄’까지: 아이돌 자컨의 진화사 🎥

리센느 ‘안원잘부’부터 BTS ‘달려라 방탄’까지: 아이돌 자컨의 진화사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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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나한테 한국인의 밥상이고, 인간극장이다.” 최근 리센느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부’)를 향한 한 시청자의 댓글입니다. 이 문장은 현재 아이돌 자컨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있어요. ‘기획형 자체 제작 컨텐츠’의 준말인 ‘자컨’은 사실 이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변화는 아닙니다. 아이돌 자컨은 지난 10여 년 동안 조금씩 모습을 바꾸며 지금의 형태에 도달했는데요. 오늘 아티클에서는 빈틈을 감추기보다 드러내고, 거리감을 유지하기보다 친밀함을 만들어 온 아이돌 자컨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거제 야호”가 걸그룹 하나를 살렸다고? 리센느가 쏘아올린 커다란 공

‘안원잘부’ 채널의 ‘저희도 리센느입니다...’ 편에서 드디어 5인조 걸그룹 리센느의 모든 멤버들이 공개되었습니다. 물론, 멤버들의 구성은 2024년 3월 데뷔 때 이미 공개된 바 있지만 대중에게는 사실상 이 영상을 통해 처음 제대로 소개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요. 특히 가장 마지막 순서로 등장한 리브와 메이를 향해 시청자들은 “연습생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데뷔한 걸 축하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업로드 나흘 만에 해당 영상은 488만 뷰를 돌파했고, 제작진에 따르면 해당 채널에 공개된 영상 중 가장 단시간 내에 100만 뷰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1990년대 일본에서 인기 끌었던 갸루 스타일로 분장한 ‘갸루’ 미나미, 경주 출신의 ‘신라공주’ 제나, 비슷한 줄무늬 옷을 입고 걸어다니는 ‘리트와 메트’의 리브와 메이까지 멤버들은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요.

채널의 성공은 팀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채널이 화제가 된 이후 리센느의 ‘LOVE ATTACK’은 멜론 TOP100 차트에 338일 만에 재진입했고, 이후 존박이 리센느의 역주행과 1위를 기원하는 기우제 콘셉트의 영상까지 공개한 지금, ‘LOVE ATTACK’은 멜론 TOP 100 차트 5위권까지 치고 올라왔습니다. 이렇듯, 리센느는 콘텐츠를 통해 대중이 팀을 발견하고 이후 음악을 찾아 듣게 된 보기 드문 사례가 되었습니다.

물론, 리센느가 그동안 아이돌로서 본업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예능 콘텐츠로 유입된 라이트한 팬을 무대까지 찾아보는 팬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은 결국 좋은 곡과 실력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처럼, 리센느는 데뷔 초기부터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깔을 꾸준히 구축해왔습니다. 특히, 리센느는 향기가 오래된 기억과 감정을 불러오는 순간을 음악으로 표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후각과 기억의 연결을 노래해왔습니다. 수록곡 ‘In My Lotion’에서는 “Dreaming of Proust”라며 가사에서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를 직접적으로 언급했고요. 프루스트는 소설 속에서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를 먹는 순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묘사했는데, 이후 심리학계에서는 특정한 냄새가 기억을 소환하는 현상이 ‘프루스트 효과’라고 불리게 됐습니다.

만일, 리센느가 ‘프루스트’나 ‘후각’에 집중한 세계관에만 힘을 주었다면 지금처럼 그들의 음악이 사랑받을 수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대중이 반응한 것은 ‘거제 야호’라는 밈 자체보다도 매주 공급되는 자컨을 통해 멤버들이 하고 싶은 음악과 이 팀에 대해서 더 알아가보고 싶은 마음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아이돌 자컨의 시작: 20대 남자 아이돌 god의 육아일기

1세대 아이돌에게 중요한 키워드는 신비주의였습니다. 팬들이 접할 수 있는 모습은 대부분 무대와 방송에 한정됐고, 길거리 목격담이나 머리색이 흑발에서 탈색모로 바뀌었다는 소식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인증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크게 공신력이 없었죠. 한마디로 아이돌의 일상을 알기는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기의 팬들은 공연 준비, 앨범 준비, 음악 방송 활동 등 멤버들이 본업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음악 방송 대기 시간에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숙소에서는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현재 이 모든 것들은 ‘비하인드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아이돌들의 공식 계정에 공개되곤 합니다.

이런 흐름에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콘텐츠가 2000년에 방영된 MBC 예능 ‘god의 육아일기였습니다. 당시 20대 초반의 멤버들이 방송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 ‘재민이’를 돌보는 과정을 담은 이 예능 프로그램은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아닌 god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죠. 재민이가 가장 잘 따르는 손호영에게는 ‘왕엄마’라는 별칭이 붙었고, 윤계상은 패션을, 데니안은 재우기 담당으로 불렸습니다. 이는 god라는 팀을 이루는 멤버들의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god는 2000년 11월에 발매한 정규 3집 ‘Chapter 3’를 약 180만 장 이상 판매하며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훗날 아이유 또한 “‘god의 육아일기’로 입덕해서 지금까지 쭉 god를 좋아하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대 밖 아이돌의 모습을 공개하고, 멤버들의 관계와 성격을 콘텐츠로 소비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god의 육아일기’는 오늘날 자컨 문화의 가장 오래된 원형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달려라 방탄’과 ‘고잉세븐틴’, 자컨 시대의 1기를 열다

이후 유튜브와 브이앱을 기반으로 아이돌 자컨은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듭니다. 그 중심에는 2015년 네이버 V LIVE에서 첫 에피소드를 공개한 BTS(구 방탄소년단)의 ‘달려라 방탄’(이하 ‘달방’)이 있습니다.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게임, 여행, 토론 등 거의 모든 포맷을 선보인 달방은 누적 5개 시즌을 지나 현재도 업로드되고 있는데요. 달방의 제작을 담당했던 방우정 전 하이브 미디어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리더는 “보편적 재미보다는 아티스트의 사소한 순간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자컨의 원칙을 밝힌 바 있습니다. 올해 초, 일곱 멤버의 군 전역 이후 앞으로의 달방에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멤버들의 회의하는 영상의 조회수가 450만 뷰가 넘는 건, 아이돌 자컨이 더이상 부차적인 콘텐츠가 아니라는 걸 암시합니다.

그룹 세븐틴의 자컨인 ‘고잉 세븐틴’(이하 ‘고잉셉’)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세븐틴의 팬이 아닌 사람들도 챙겨보는 예능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공개된 영상만 누적 조회수 약 1억 5000만 회를 기록했는데요. 세븐틴 유료 팬덤인 ‘캐럿’은 아니지만, 고잉셉을 통해 멤버별 성향과 관계성을 모두 파악한 시청자를 따로 ‘큐빅’이라고 지칭하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죠. 가장 좋아하는 고잉셉 에피소드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커뮤니티에서 대화가 끊이지 않을 수 있을만큼 독립적인 콘텐츠 장르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살아남는 아이돌 자컨의 조건은 뭘까?: 넘치는 입담, 기획력, 그리고...

최근 82메이저, 제로베이스원 등은 특별한 장치 없이 입담이 좋은 멤버들을 한 곳에 모아두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아이돌로 평가 받습니다. 하츠투하츠는 과거 예능인 '해피투게더' 사우나 토크를 패러디하고, 피원하모니는 쟁반 노래방을 패러디해서 익숙한 형식을 재해석했고요.

자컨이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 새로운 팬을 유입시키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기 시작하자, 최근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은 모두 자컨 제작에 뛰어들고 적극적으로 영상 스튜디오와 협업합니다.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길게는 3주간 진행되는 음악 방송 활동을 마친 후에도, 아티스트와 팬의 연결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가장 좋은 수단이 자컨이기 때문일 텐데요.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공백기에도 팬덤이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양산형 자컨의 제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건 문제적입니다. 한 시기에 여러 아이돌 자컨에서 사주, 관상, MBTI, 전생 체험 같은 콘텐츠가 반복되다보면, ‘왜 이 아이돌이 지금 이 자컨을 찍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길 수 밖에 없고 그 화살은 기획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제작진을 향해 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비슷비슷해보이는 기획이어도 다시 경쟁력 있는 자컨을 만들어내는 제작진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팬덤 사이에서는 ‘남의 아이돌 자컨 편집팀’을 부러워하게 되기도 하는데요. 특히, 베리베리의 자컨 ‘벨망진창 벨벨랜드’를 기점으로 제작진의 ‘쓸고퀄(쓸모없는 고퀄리티)’ CG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멤버의 얼굴이 날아가는 만화식 CG, 점프 한 번 했을 뿐인데 우주까지 날아가는 CG가 웃음을 자아냈죠. 또, 그냥 동네에서 하는 족구인데 슬로모션 관중과 함성, 경기장 조명, 스포츠 중계 자막, VAR 판독 등으로 프리미어리그 중계처럼 만드는 과장된 연출도 눈에 띄었고요. 팬들은 편집 방식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고, 이 기획과 편집이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매력을 가장 최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인지 피드백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대형 기획사 중심의 아이돌 시장에서는 완성도 높은 신보 프로모션과 팝업 스토어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감상자 입장에서는 새로움에 대한 감탄을 느끼는 역치가 낮아지기도 하고요. 모두가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차별점은 희미해졌습니다. 하지만, ‘안원잘부’가 쏘아올린 리센느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보면, 완벽하게 기획된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예측할 수 없는 순간과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에 반응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무대 밖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해 지금은 그 사람 자체를 발견하는 단계까지 온 자컨. 여러분은 어떤 자컨을 즐겨보고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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