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왜 지금 사우나와 쑥뜸에 빠졌을까? 글로벌 휴식 트렌드, '리커버리노믹스'의 모든 것 🧖‍♀️

Z세대는 왜 지금 사우나와 쑥뜸에 빠졌을까? 글로벌 휴식 트렌드, '리커버리노믹스'의 모든 것 🧖‍♀️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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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 마지막으로 목욕탕이나 사우나에 간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나요? 저는 어릴 때는 부모님 손을 잡고 가끔씩 갔었는데, 언젠가부터 발길이 뜸해졌어요. 딱히 싫어한 건 아니었지만, 꾸준히 갈 이유를 못 찾았거든요. 그런데 요즘 사우나가 다시 붐비면서, 저도 다시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특히 올해 들어 사우나를 다루는 콘텐츠와 이벤트가 많이 늘었어요. 전국 목욕탕 후기로 팔로워 11만 명을 모은 ‘고독한사우너’ 같은 인플루언서도 등장했죠. 찜질방이나 사우나 텐트, 효소 찜질 등을 체험하는 아이돌들의 콘텐츠도 화제가 되고 있고요. 최근에는 이런 변화에 ‘리커버리노믹스(Recovery+Economics)’라는 이름까지 붙었는데요. 사우나부터 테라피, 수면, 회복에 도움을 주는 신발과 액티비티까지. ‘회복’에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가 된 거예요. 

그렇다면 이런 흐름은 웰빙 같은 이전 트렌드와 어떻게 다를까요? 젊은 세대는 왜 사우나나 찜질처럼 전통적인 휴식 방법에 다시 주목하는 걸까요?


AI와 도파민의 시대, Z세대는 사우나와 쑥뜸에 지갑을 연다

사실 리커버리 시장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성장해 왔어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작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웰니스 시장은 약 2조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3천조 원 규모인데요. 특히 주목할 점은 젊은 세대가 경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거예요. 미국에서 밀레니얼·Z세대는 전체 인구의 36%지만, 이들은 웰니스 지출 비중의 41%를 차지하거든요.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사우나예요. 글로벌 웰니스 서밋(GWS)은 2026년 트렌드로 ‘사우나의 새 시대’를 꼽았는데요. 런던·베를린·뉴욕 등 전 세계 도시에서 사우나가 혼자 땀을 빼는 조용한 방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사교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에요. 캐나다와 유럽에서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DJ가 틀어주는 음악을 즐기는 ‘사우나 레이브(Sauna Rave)’도 등장했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팬데믹 이후 러닝과 헬스가 새로운 일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열심히 움직이고 잘 쉬는 것’에 대한 관심이 커졌거든요. 매일 숨 가쁘게 살아가고 고강도 운동까지 하는 젊은 세대에게 몸과 마음을 리셋할 수 있는 사우나는 아주 좋은 선택지였죠. 스마트폰과 SNS가 유발하는 ‘도파민 과잉’으로부터 도피할 수도 있었고요. 

사우나 자체가 콘텐츠가 되자 사람도 모여들었어요. 사우나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플루언서부터 '먼데이사우나' 같은 커뮤니티, 자발적으로 모여 3~5km 러닝을 하고 사우나를 찾는 ‘사우나런’, 사우나가 중심이 되는 여행 패키지 등 다양한 모임이 등장했죠. 쑥뜸과 효소 찜질, 부항도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여러 아이돌들의 체험 콘텐츠가 화제가 되고, 합리적인 가격에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와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죠. SNS 트렌드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썸트렌드는 2030 여성들이 쑥뜸방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기도 했어요. 

시장이 커지면서 브랜드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올리브영은 광화문에 수면·웰니스 전문 매장 ‘올리브베러’를 열었고, 뷰티 브랜드 이솝(Aesop)은 웰니스 브랜드 리세스(Recess)와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 도심에 소셜 사우나를 오픈하기도 했어요. 고급 호텔들도 아트 갤러리처럼 단장하거나 파우더룸을 완비하는 등 사우나 시설을 웰니스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죠. 이처럼 휴식과 재충전은 사우나 열풍을 시작으로 새로운 메가 트렌드이자 비즈니스로 자리 잡고 있어요. 

미디어와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다각도로 바라보고 있는데요. 갈수록 빨라지는 세상에 지친 사람들이 찾은 도피처부터 뷰티·의료·테크와 결합해 빠르게 일상에 복구하기 위한 ‘한국형 웰니스’의 결과물, 불확실성이 높은 지금 나에게 집중하기 위한 수단, 지속 가능한 행복을 찾기 위한 과정 등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법도 많잖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사우나나 찜질방을 찾아가는 걸까요? ‘회복에 돈을 쓴다’는 말에 미처 담기지 않은 마음, 부모님 세대의 방법으로 돌아간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사우나와 찜질방 유행의 ‘진짜 이유’: 중요한 건 ‘멍때릴 권리’라고?

사실 리커버리(recover)와 웰니스(wellness)의 뜻에는 비슷한 점이 있어요. 리커버리는 ‘잃어버린 것을 다시 손에 넣다’는 뜻의 라틴어 ‘레쿠페라레(recuperare)’에서 유래했어요. 또 글로벌 웰니스 인스티튜트는 웰니스를 “더 나은 건강과 삶을 능동적으로 추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죠. 이 두 단어의 뜻을 합치면, 오늘날 사람들은 결국 무언가를 스스로 되찾으려는 마음과 행동에 열중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는 뭘 잃어버렸을까요? 아마도 멍때릴 권리, 생산적이지 않아도 되는 권리 아닐까요? AI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예전에는 어려웠던 일도 훨씬 쉽게, 빠르게 해낼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일을 동시에 더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도 따라왔죠. 쉬려고 해도 ‘AI가 이만큼 해 주는데 나도 이 정도는 더 해야지’ 같은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고요. 말 그대로 24시간 생산적으로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된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멍때리기 대회’를 최초로 개최한 웁쓰양 작가는 2014년 자신의 책에 이렇게 적었어요. 그때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때보다 훨씬 더 멍때리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죠. 사람들이 굳이 사우나나 쑥뜸, 찜질방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휴식은 애초에 효율을 따지는 회복법이 아니니까요. 부모님 세대가 몸을 추스르던 방식을 따라하며, 빠르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시간을 일부러 가져보는 거죠. 생산성에 빼앗긴 시간을 가장 비생산적인 방식으로 되찾아오는 거예요. 여기에 Z세대의 개성과 센스가 더해져서 자신에게 맞는 휴식을 찾아가는 트렌드도 만들어지고 있고요. 

다만 저는 리커버리에 ‘노믹스’가 붙으면서, 멈춤마저 또 하나의 ‘잘 해내야 할 과제’가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됐어요. 서울의 한 고급 호텔이 “회복이 소비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연회비 600만 원짜리 멤버십을 내놓았다는 뉴스, 회복이라는 분야가 몇십조의 시장 가치가 있다며 수치 위주로 다루는 뉴스 등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러다 보면 사우나도 더 힙한 곳을 찾아가야 하고, 멍 때리는 시간조차 제대로 보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따라붙어요. 생산성의 압박에서 벗어나려고 시작한 회복인데, 정작 그 회복마저 또 다른 생산성의 영역으로 빠져버리는 거죠.

사우나에서 멍때리는 데에는 사실 큰돈이 들지 않잖아요. 회복은 비싼 멤버십이 아니라, 잠시 멈춰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데서 시작되니까요. 뉴니커도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몸과 마음이 가장 편안해지는 나만의 방식을 먼저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동네 목욕탕에 잠깐 들러보거나, 좋아하는 차 한 잔을 천천히 우려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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