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군 부인’은 왜 논란에도 성공했을까?: ‘궁’부터 ‘더킹 투하츠’까지, 입헌군주제 드라마의 역사

‘21세기 대군 부인’은 왜 논란에도 성공했을까?: ‘궁’부터 ‘더킹 투하츠’까지, 입헌군주제 드라마의 역사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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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와 변우석. 2024년 연말부터 캐스팅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 부인’. 이 드라마는 영상 콘텐츠 투자·제작·배급사 및 매니지먼트사 리더 51인이 참여한 2026 주목하는 콘텐츠 중 2위에 오를 정도로 방영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입헌군주제가 유지되는 가상의 대한민국. 재벌가 여성과 왕실 대군의 계약 결혼. 이미 검증된 장르적 요소들을 조합해 흡입력을 극대화하는 설정으로 ‘21세기 대군 부인’은 방영과 동시에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고증 오류나 허술한 연출에 대한 비판을 비롯해, 드라마를 둘러싼 반응은 점점 양가적으로 나뉘고 있는데요. 오늘은 애정과 비판을 한 몸에 받는 ‘21세기 대군 부인’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중심으로, 최근 콘텐츠 산업의 흐름을 살펴봅니다.


입헌군주제를 다룬 한국 드라마의 20년 연대기

‘대체 역사 드라마’는 실제로 그런 세계가 존재한다고 시청자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지난 20년간 입각한 다양한 드라마들이 방영되어 왔는데요. 이 드라마들은 극 중 세계에 대한 몰입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이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MBC ‘더킹 투하츠’(2012, 하지원·이승기 주연)는 남한의 입헌군주제에 북한 특수부대 설정을 섞었지만, 정치적 갈등과 국가 안보를 묘사하는 데 큰 비중을 두었습니다. SBS ‘황후의 품격’(2018, 장나라·최진혁 주연)은 과도한 폭력성과 선정성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를 받으며 ‘입헌군주제판 막장 드라마’라 불리기도 했고요. 그런가 하면 SBS ‘더 킹: 영원의 군주’(2020, 이민호·김고은 주연)는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이 평행 세계에 존재한다는 설정을 가진 SF+로맨스+판타지+입헌군주제 드라마였는데요. 시도 자체가 참신하다는 호평과 동시에 복잡한 세계관을 따라가기가 부담된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왕실이 있는 대한민국이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된 사례는 2006년에 방영된 MBC 드라마 ‘궁’(2006, 주지훈· 윤은혜 주연)일 겁니다. 최고 시청률 26.6%를 기록한 ‘궁’은 그 시절 10대들의 자유로운 또래 문화와 경직된 궁중 문화를 충돌시켜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어제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신채경’(윤은혜)이 황태자 ‘이신’(주지훈)을 따라 입궁하면서 겪는 혼란, 그리고 왕실의 규범과 의례를 배우면서 느끼게 되는 답답함을 세밀하게 묘사했죠. 교복 위에 얹어진 궁중 예법, 현대식 황실 생활, 전통 혼례와 일상적 말투가 공존하는 장면들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섞어냈습니다.

무엇보다 ‘궁’은 디테일을 통해 시청자들을 설득했습니다.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자에게 죽은 후에 왕의 칭호를 올리는 ‘추존’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는가 하면, 고려시대부터 무신들이 골프나 하키처럼 막대기로 공을 치며 즐겼던 ‘격구’ 장면도 공들여 보여줬죠. 또한 신채경, 이신을 보좌하는 궁 안의 조연들까지도 실제 왕실 조직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처럼 행동했습니다. 황태자의 태국 방문이나 윌리엄 왕자의 방한 등 외교 장면 또한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장면을 그리며 허투루 다루지 않았습니다. “왕실이 존재하는 국가라면 정말 저럴 수 있겠다”라는 감각을 받아들일 수 있게요. 궁 안팎의 사각 관계를 다룬 인물들이 교차할 때마다 흐르던 하울, 제이의 ‘Perhaps Love(사랑인가요)’나 궁궐의 풍경을 보여주며 흐르던 ‘두 번째 달’의 고풍스러운 연주곡처럼 사운드트랙의 역할 또한 빼놓을 수 없겠죠.


‘21세기 대군 부인’을 둘러싼 논란들

입헌군주제 드라마의 핵심이 단순히 등장인물들에게 왕실 의상을 입히는 데 있지 않다는 건 분명합니다. 사람들에게 황제의 몸인 ‘옥체’, 황제의 밥인 ‘수라’, 황제의 옷인 ‘곤룡포’ 같은 요소들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사극을 통해 학습됐지만, 사극과 대체 역사 드라마에는 조금 다른 잣대가 적용됩니다. 후자에서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왕실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축하느냐에 있습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다루는 만큼, ‘궁’이 보여준 것처럼 더 세심한 디테일과 구조가 필요한 법입니다.

하지만 ‘21세기 대군 부인’은 ‘이안 대군’(변우석)이 속해있는 왕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충분히 보여주지 못합니다. 인물들이 대군을 부를 때 ‘자가(慈駕)’라는 전통 호칭을 사용하지만 오히려, 호칭만 전통적이고 말투나 태도는 지나치게 현대적이어서 몰입을 깨죠. 또한, 왕실에서 붉은 옷 착용을 금지하는 설정 역시 고증 논란을 낳았습니다. 조선시대의 복식에서 붉은색은 금지색이라기보다 신분과 의례, 문양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는 색이었기 때문이죠. 더 나아가, 현실에서 국내 대통령 의전 차량이 에쿠스, 제네시스 같은 국산 브랜드를 적극 활용해 왔다는 점을 들어, 일부 시청자들은 왕실 의전 차량으로 벤츠가 등장하는 연출이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이라는 설정과 어긋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21세기 대군 부인’은 2022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의 당선작이지만, 탄탄한 극본이 갖춰졌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서사의 큰 문제점도 드러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성희주’(아이유)가 대군 부인이 되고 싶어 하는 동기의 설득력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극 중 성희주는 이미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경영적 감각과 부, 그리고 명예를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물론 가정사와 그로 인한 감정적 결핍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성희주가 정략결혼의 위험성을 감수하며 왕실에 들어가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모든 로맨스 장르에서 “왜 이 관계가 시작되어야 하는가”는 이야기 전체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입니다. 그것은 ‘혐관(혐오 관계, 두 인물이 서로를 애증하는 관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죠. 성희주와 이안 대군의 정략결혼은 강제된 것이 아니라, 성희주의 욕망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 욕망이 계급 상승을 향해 있는지, 아니면 사랑을 원하는 것인지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할 때, 성희주와 이안 대군 간의 로맨스는 필연적인 관계가 아니라 드라마의 완성을 위해 ‘어떻게든 이어져야 하는 관계’처럼 보이기 시작합니다.


논란투성이 ‘21세기 대군 부인’의 인기가 보여주는 것

흥미로운 건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꾸준히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21세기 대군 부인’은 미국 디즈니+ TOP10에 장기간 머문 첫 K-드라마이자 47개국 디즈니+ TOP10에 진입하며 고르게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본방 시청률 또한 첫 7.8%로 출발해서 4화 이후부터는 꾸준히 10%대를 유지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약 27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MBC가 ‘21세기 대군 부인’ 방영을 기점으로 광고와 콘텐츠 실적에서 회복세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고요. 

또한, 드라마가 종영된 직후인 5월 중순부터는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 ‘21세기 대군부인 인(in) 왕립학교’가 공개된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점입니다. 이 웹소설은 이안 대군과 성희주가 최초로 만났던 왕립학교 재학 시절과, 국무총리 민정우 캐릭터와의 전사를 담은 프리퀄 콘텐츠인데요. 이는 시청자들이 본편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계속 소비할 의사가 있다는 판단 아래 기획된 확장형 IP 콘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와 연계된 다른 콘텐츠가 뒤늦게 만들어지는 ‘역방향 확장’ 사례로는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와 웹툰 ‘경성크리처 외전: 지지 않는 꽃’,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과 웹툰 ‘힘쎈여자 황금주’ 같은 것들이 있었고요. 이는, 드라마가 종영되더라도 작품에 관한 소비를 멈추지 않게 만드는 최근 콘텐츠 산업의 흐름과도 닿아있습니다. 웹소설이나 웹툰을 드라마화하는 흐름이 여전히 있지만, 이제는 드라마의 화제성과 팬덤을 기반으로 다시 웹소설과 웹툰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는 방식이 나타나는 것이죠.

다만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화제성을 중심으로 콘텐츠가 확장될수록, 세계관의 완성도나 서사의 설득력보다 ‘얼마나 오래 언급되는가’가 콘텐츠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데 있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지금의 콘텐츠 산업은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이야기를 얼마나 오래 순환시키고 소비하게 만들 것인가에 더욱 집중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21세기 대군부인’은 최근 한국 드라마 소비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입헌군주제 드라마들이 “대한민국에 왕실이 존재한다면?”이라는 질문 자체를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면, 현재의 드라마에서는 세계관의 완성도나 인물들의 케미스트리보다도 ‘욕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화제성 자체가 성공 지표처럼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는 입헌군주제라는 세계를 완벽하게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적어도 오늘날 콘텐츠 산업이 무엇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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