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인스타 안 하고 셋로그 한다고? Z세대가 원하는 '진짜 SNS'의 조건 📸
뉴니커, 언제부턴가 몇 초짜리 영상들을 조각처럼 편집한 콘텐츠 많이 보이지 않나요? 저도 자주 봐서 뭔지 궁금했는데, 찾아보니 ‘셋로그(SETLOG)’라는 앱이더라고요. 매시간 알림이 오면 2~4초짜리 영상을 찍어서 공유하는 게 전부지만,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출시 3달 만에 사용자가 4만 5천 명을 넘어섰고, 4월 초에는 애플 앱스토어 전체 인기 순위 1위에도 올랐거든요. 4월 말에는 안드로이드 버전도 출시됐고요.
셋로그의 특징은 폐쇄적이고 날것이라는 거예요. 친구끼리 ‘로그’를 만들어서 눈앞에 보이는 일상을 공유하죠. 영상을 꾸며주는 필터나 편집 기능도 딱히 없고요. 매시간 알림이 오지만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어서 원할 때만 일상을 공유하면 되는데요. 이렇게 찍은
짧은 영상들이 모여서 자동으로 일일 브이로그가 만들어지죠. 전문가들은 이런 셋로그가 주목받는 이유로 정제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기존 SNS에 대한 피로감, 꾸미지 않아도 되는 단순함 등을 주로 짚는데요.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셋로그처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소셜 서비스를 원하는 걸까요? ‘소셜 미디어에 대한 피로감’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딱 2초면 끝, 하루를 공유하는 새로운 방법의 등장

셋로그는 한국과 미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뉴챗(New Chat)이 만든 앱이에요. 미국인 창업자가 ‘찐친들을 위한 메신저’를 모토로 기획했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앱을 써 보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크루를 모집하기도 했어요. 이렇게 1020세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덕분인지, 지난 4월 출시 직후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죠. 유저들도 셋로그를 다양하게 활용 중인데요. ‘지금은 지옥철 출근 중!’이라는 소식을 공유하며 힘을 얻거나, 같은 색깔의 사물이나 풍경을 찍는 ‘컬러 헌팅’을 하기도 하죠. 서로 일하거나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 올리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하고요.
전문가들은 셋로그 열풍을 “보정이나 편집 없이 일상을 나누는 소통 미디어”, “하루를 같이 완성하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는데요. 기사들을 찾아보면 ‘저자극’, ‘피로감 없는’, ‘함께 완성하는’ 같은 단어들이 반복돼서 나와요. 거대해진 기존 SNS가 자극적이고 피로감을 주는 곳이 됐다는 진단이 깔린 거죠.

사실 이렇게 ‘가볍게 연결되려는’ 시도는 곧 SNS의 역사이기도 해요. 인스타그램도 2010년 출시됐을 때는 사진을 매개로 친구들과 일상을 나누는 앱이었어요. 비슷한 시기 공개된 스냅챗도 24시간만 볼 수 있는 영상 공유 기능을 내세웠죠. 하지만 팔로워 수가 경쟁력이 되고 기존 SNS가 나를 브랜딩해야 하는 무대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꾸밈없이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를 찾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초대받은 사람끼리 목소리로만 대화하는 클럽하우스(Clubhouse), 하루 한 번 눈앞의 풍경을 찍어 올리는 비리얼(BeReal) 같은 새로운 미디어들이 등장했죠.
거대 SNS, 메신저 등에 대한 사용자들의 호불호도 분명해지고 있어요. 2023년 5월 카카오톡이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도입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환영했어요. “원치 않는 모임에서 편안하게 나올 수 있게 됐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거든요. 하지만 작년 9월, 카카오톡이 친구 탭을 인스타그램처럼 바꿨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어요. 프로필 변경 내역이 타임라인 형태로 보이고, 단톡방 탭에 숏폼 영상이 노출돼 “메신저가 SNS처럼 변해서 부담스럽다”는 말이 많았죠. 같은 카카오톡에서도 덜 보여줘도 되는 업데이트는 환영받고, 더 보여줘야 하는 개편은 거부당한 거예요.
미디어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주로 ‘SNS 피로감’을 꼽아요. 매일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고, 알고리즘은 끝없이 다음 콘텐츠를 추천하고, 광고가 일상이 된 환경이라는 거죠. 맞는 분석이지만, 다른 이유가 있지는 않을까요? 1020세대가 셋로그의 2초에 열광하는 현상, 이전에도 비리얼 같은 앱들이 인기를 얻었던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채점받을 걱정 없는 소통을 원해요: 셋로그 유행이 보여주는 것

SNS는 ‘Social Networking Service’의 약자인데요. ‘Social’은 라틴어 socius(동반자, 동료)에서, ‘Networking’은 그물(net)처럼 연결되는(work) 일을 가리키는 말에서 왔어요. 풀어보면 SNS의 원래 의도는 ‘동반자처럼 가까운 사람들이 그물처럼 연결되도록 돕는 서비스’였던 거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그리고 싸이월드 같은 초기 SNS도 ‘사진과 글로 일상을 나눈다’는 단순한 소통을 주요 포인트로 내세웠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SNS는 ‘나를 잘 팔아야 하는 무대’로 변했어요. 알고리즘은 시청 시간이 긴 콘텐츠를 추천했고, 사람들은 ‘시선을 잡아끌면서 이야기도 있는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게 됐죠. SNS 피드는 지인이나 친구가 아닌 유명인들, 브랜드의 콘텐츠와 광고로 채워졌고요. 이제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계속해서 콘텐츠화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가게 된 거예요.
여기에 AI가 등장하고 고퀄리티 이미지와 영상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진정성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처했어요. 자연스러워 보이도록 일부러 흐릿하게 찍은 사진, 즉흥적인 것처럼 보여주는 비하인드 컷, 꾸미지 않은 듯 꾸민 노메이크업 룩까지.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평가받을 것을 전제로 한 ‘설계’가 들어가는 거죠. 재미있으면서도 퀄리티도 좋고,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콘텐츠로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SNS 자체가 또 하나의 업무 같은 무언가가 되어 버린 거죠.
그래서 사람들은 굳이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를 찾고 있어요. 클럽하우스, 비리얼, 셋로그 같은 앱들은 그런 자리를 만들려는 시도들이고요. 각자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평가받을 걱정 없이 보여주는 자리. 각자의 하루를 담은 이미지와 영상을 소재로 시시콜콜하게 연락하며 마음 놓고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자리. 지금 Z세대는 이처럼 설계하지 않아도 되는, 채점 받을 걱정 없는 소통과 관계를 원하고 있어요.
이처럼 1020세대가 셋로그에 모이는 건 잘난 모습이든 시시콜콜한 모습이든, 마음 편하게 일상을 나누며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그리워서일 거예요. SNS의 첫 글자였던 ‘social’이 원래 ‘동반자’라는 뜻이었다는 걸 셋로그가 다시 일깨워 주고 있는 거죠.
뉴니커가 요즘 자주 쓰는 SNS는 어떤 건가요? 뉴니커에게 SNS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셋로그 같은 미디어들은 어떻게 느껴지는지 궁금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