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깰 수 있을까? 자라의 끝없는 도전과 변신 🧥✨

자라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깰 수 있을까? 자라의 끝없는 도전과 변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자라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깰 수 있을까? 자라의 끝없는 도전과 변신 🧥✨

고슴이의비트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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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유명한 디자이너와 협업을 한다든가, 디자이너 컬렉션처럼 예술적이고 실험적인 룩을 선보이는 일은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너무 많아져서 누가 뭘 하고 있는지도 알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에 따라 패스트 패션도 그저 이름만 앞세우거나 유행 편승,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하게 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자라(ZARA)가 흥미로운 작업을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볼 만한 몇 가지 움직임을 살펴봅니다.


자라 프리미엄 라인이 나왔다고? 자라의 고급화 전략 ✨

자라의 최근 행보는 크게 (1) 프리미엄 라인의 강화(2) 하이엔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중 프리미엄화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프로젝트로 2021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남성복 라인 오리진 컬렉션을 들 수 있습니다. 

자라 오리진의 콘셉트는 ‘완벽한 기본’입니다. 즉 ‘현대인의 옷장에 반드시 필요한 옷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화이트 티셔츠, 셀비지 데님, 캐시미어 니트 등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원형의 옷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불필요한 장식은 배제합니다. 그리고 소재의 퀄리티를 끌어올립니다. 이탈리아 만데코 사의 울, 100% 캐시미어, 헤비웨이트 온스 코튼 등을 활용하고 봉제나 마감 등 보이지 않는 곳의 디테일에 공을 들입니다. 기본적으로 남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젠더리스 콘셉트를 유지하고 시즌이 흘러가도 디자인의 일관성은 유지하며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는 자라의 오리진 컬렉션은 기존 패스트 패션 옷에 비해 가격대가 조금 높고, 정장 셋업과 셔츠, 코튼 바지부터 트래블 백, 양말, 선글라스와 목걸이까지 상당히 방대한 영역을 커버하고 있습니다. 옷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고, 지나치게 유행에 휘둘리거나 큰 돈을 쓰지 않고 괜찮게 만들어진 옷을 오랫동안 입고 다니고자 하는 이들에게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편안하고 일상적인 삶을 근사하게 가다듬고 그 안에서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시도가 주목을 받으면서, 자라 외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고가의 브랜드에서도 일상적으로 스테디하게 입을 기본 라인을 재정돈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니클로의 ‘유니클로 U’나 하이엔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피어 오브 갓(Fear of God)’의 ‘에센셜같은 라인을 볼 수 있죠.

이중 피어 오브 갓이 선보인 에센셜 라인은 브랜드의 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스트리트 패션의 대중화 라인을 다듬기 위해 기본 아이템의 기준 자체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할 방법으로 정교하게 다듬은 브랜드 이미지와 함께 실루엣과 핏에 집중해 사용자의 만족감을 높였습니다. 즉 보통의 고급 브랜드가 저가 서브 라벨을 내놓을 때 염가판을 제작한 후 로고를 앞세우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센셜과 자라는 방향과 태도, 그리고 가격대에 따른 소비자층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둘 다 브랜드의 색을 확실히 보여주는 패셔너블한 아이템 바깥에 있던 옷, 즉 반복해서 구입하고 일상적으로 입는 기본 아이템을 재단장하려고 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별 의심 없이 반복되던 기존의 방식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판을 설계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두 브랜드의 접근 방식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패스트 패션에서 브랜드에서 고급 브랜드로, 자라의 계속되는 도전 🏃

이렇게 자라는 오리진 라인을 통해 패스트 패션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탈피하려고 시도하며 약간의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탈 패스트 패션’의 이미지는 여러 고급 브랜드와의 결합을 통해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자라는 ‘스튜디오 니콜슨’, ‘스테파노 필라티’, ‘사무엘 로스’ 등의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협업해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와 2년 협업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출시되었던 콜라보도 흥미진진합니다. 우선 2025년 말에 공개했던 소시오츠키와의 콜라보가 있습니다. 소시오츠키는 80~90년대 일본의 복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클래식한 정장을 드레이핑과 입체적 컷 등의 캐주얼한 실루엣으로 풀어내고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특히 2025년 LVMH 프라이즈 우승자로 더욱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예전 일본 영화 같은 데서 나왔던 레트로하고 과장된 룩이 인상적이죠.

이런 브랜드와 자라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협업은 보통 부실한 만듦새에 많은 디테일이 생략되어 사진으로 봤을 때나 그럴듯하게 보이지 실제로 보면 예상보다 별로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 협업에서는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숄더 패드와 롤업 허리 팬츠, 울 혼방 소재의 사용 등 상당히 정교한 마감으로 소시오츠키의 디자인을 잘 살려냈다는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자라에 비해 높은 가격대지만 소시오츠키에 비해 낮은 가격대라는 것도 이런 협업이 주는 매력이기도 합니다.

또한 소시오츠키는 원래 남성복 중심이었는데, 자라와의 협업에서는 여성복 뿐만 아니라 아동복까지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자라와의 협업이라는 기회를 이용해 브랜드가 해볼 만한 실험을 시도하고,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건 소시오츠키와 자라 양쪽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 3월 자라는 윌리 차바리아의 협업 컬렉션 ‘바티시모’를 선보였습니다. 윌리 차바리아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멕시코계 미국인 디자이너로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런칭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인 성소수자이자 멕시코계 미국인 즉 치카노 문화를 바탕으로 인종, 정치, 성적 매력을 우아하고 세련된 의상에 혼합해 남성 패션을 독특하게 해석했고, 뉴욕 디자이너 최초로 유색인종만을 캐스팅한 패션쇼를 여는 등 패션쇼를 정치적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해 주목을 받고 있죠.

이 협업에서도 윌리 차바리아 디자인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거대한 실루엣, 극단적으로 넓은 어깨의 블레이저, 무릎 아래까지 오는 오버사이즈 쵸츠, 치카노 정체성을 상징하는 자수 디테일 등을 자라의 공정을 통해 잘 구현했습니다. 셋업과 캐주얼, 액세서리와 양말까지 150가지 정도 되는 꽤 방대한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던 영상 캠페인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약간 예외적이긴 하지만, 작년에 나왔던 50주년 기념 컬렉션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50인의 크리에이터와 협업한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와 협업해 가죽 브리프 케이스를 내놓고, 산업 디자이너 마크 뉴슨과는 유리잔 세트를, 사진작가 데이비드 베일리와는 1960년대 항공 점퍼를 재해석해서 내놓는 등 패션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가구, 오브제 등 범위가 다채로웠습니다. 물량도 얼마 안 되는 예외적인 컬렉션이기 때문에 가격대도 상당히 높고 구하기도 어려웠죠. 

자라는 이러한 컬렉션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 생산도 잘 한다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패스트 패션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라는 ‘카피캣’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깰 수 있을까? 자라 패션의 한계와 미래 💭

이렇듯 자라는 최근 프리미엄화와 탈 패스트 패션이라는 목표를 향해 차곡차곡 나아가고 있습니다. 발 빠르고 탁월한 협업 디자이너의 선택과 꽤 괜찮게 나오는 결과물도 좋은 인상을 주고 있죠. 그렇지만 과연 원하는 방향을 달성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있습니다.

일단 내놓고 있는 컬렉션이 너무 다양합니다. 조악한 카피캣 같은 패스트 패션 계열 라인도 여전히 있고, 거기에 덧붙여 매 시즌 몇 개씩 전개하고 있는 협업 컬렉션, 자라 스튜디오와 오리진, SPRLS(서플러스), 운동복과 아웃도어 컬렉션도 있습니다. 스튜디오는 강렬한 시즌 트렌드와 예술성에 집중하는 컬렉션이고, SPRLS는 프리미엄 밀리터리/유틸리티 캡슐 라인으로 기능적 디자인을 일상복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큰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뭐가 뭔지 잘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사실 매장을 돌아다녀보면 구분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자면 자라라는 브랜드 혼자 저가에서 고가 상품, 거기에 인테리어와 향수, 화장품까지 포괄하는 백화점을 차리고 있는건가 싶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자라의 원래 제품군은 딱히 변화가 없는데 유명 디자이너 이름만 계속 오르내린다는 비판도 존재하죠. 즉 실제적 정체성이라 할 일반 라인의 퀄리티는 외면하면서 타인의 명성에만 기대고 있다는 겁니다. 협업 라인도 기존의 패스트 패션이 보여주던 수준보다 조금 나아진 정도고, 소재나 부자재를 조금 좋은 걸 썼다고 해도 여전히 근본적인 한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가격이 높아졌다는 반대 급부도 있죠. 어떻게 보면 패스트 패션의 등장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은 건 중간 가격대의 브랜드들이고 결국 패션의 양극화를 초래했는데, 그 자리를 자라가 다시 직접 만들어 가는 전략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소재나 부자재를 조금 좋은 걸 썼다고 해도 여전히 패스트 패션 제작의 한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것 역시 사실입니다. 

과연 이런 옷이 자라의 주장처럼 오래 입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옷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걸 잡다하게 사느니 소시오츠키나 윌리 차바리아에서 신중하게 한 두 아이템을 구하는 게 경험과 소장 양쪽의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일 가능성이 큽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의문들에도 불구하고 자라가 야심차게 새로운 영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협업 디자이너들을 선택하는 걸 보면 패션의 흐름을 보는 눈도 꽤 날카롭게 유지하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선택이 자라를 어떻게 바꿔놓고, 동시에 거의 한계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는 패스트 패션 시장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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