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는 왜 주식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까? 코스피 6000 시대, ‘금융 콘텐츠’의 인기가 말해주는 것 💰

EBS는 왜 주식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까? 코스피 6000 시대, ‘금융 콘텐츠’의 인기가 말해주는 것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EBS는 왜 주식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까? 코스피 6000 시대, ‘금융 콘텐츠’의 인기가 말해주는 것 💰

고슴이의비트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읽음 9,391

코스피, 어디까지 올라가는 걸까요? 이런 변화를 예감한 듯 2026년 2월 초, EBS에서 주식 다큐멘터리 2부작을 공개했습니다. ‘우리는 왜 투자에 실패하는가’와 ‘AI 버블, 역사는 반복될까?’의 내용을 60분으로 간추린 유튜브 영상은 누적 조회수 130만 회를 기록했고요.

EBS ‘다큐프라임’ 제작진이 ‘AI 버블’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싶다는 취지로 이 시리즈를 처음 기획했을 때만 해도, 국내 코스피는 3200선에 머물러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방송을 준비하는 약 4개월의 시간동안 코스피가 5000까지 올라가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고 해요. 공개된 다큐멘터리에 대한 반응도 폭발적이었고요. 주식 다큐멘터리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사람들이 돈의 흐름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있는 ‘돈 콘텐츠’의 경향을 살펴봅니다.


2020년~2022년: ‘동학개미’를 위한 금융 콘텐츠와 ‘금융 소설’의 등장

돈에 대한 콘텐츠는 돈을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따라 조금씩 변화해왔습니다. 2020년 한국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는 약 63조 원을 순매수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죠. 이를 ‘동학개미 운동’이라고 칭했습니다. 주식 다음으로는 암호화폐 열풍이 일었습니다. 특히, 2030세대 투자 비중이 높았고 ‘영끌 투자’, ‘빚투’ 라는 유행어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언론은 2030세대의 암호화폐 열풍을 “미래가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 근로소득 그래프를 최종 폐기 처분하고, 알파벳 J 모양의 아름다운 곡선이 어른거리는 암호화폐 그래프에 올라타겠다는 선언”으로 읽었고요.

점점 노동소득의 가치가 추락하고 주식·코인·부동산 등 금융소득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소설에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불안정한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로 금융소득이 그려진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2021)가 대표적인 예죠. 장류진 작가는 같은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여성 직장인 3인이 가상화폐 이더리움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장면을 실감나게 그렸습니다. 제목인 “To the Moon”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사들인 코인값이 달까지 수직 상승하길 바라며 쓰는 표현인데요. IMF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성장한 작가는 “나는 이 이야기를 마지막엔 꼭 설탕에 굴려서 내놓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라고 할 정도로 돈을 통해 행복을 얻은 주인공들을 적극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이듬 해에는 단요 작가의 금융 소설 ‘인버스’(2022)가 출간 됐습니다. 장르 자체가 ‘금융 소설’인데요. 20대 초반에, 수능에서 경제 과목을 고른적 조차 없었던 주인공은 주식을 통해 초심자의 행운과 실패를 모두 맛본 상태입니다. 하지만 실패 이후에도 돈의 흐름에 대한 감은 좋은 편이라 투자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며 자신보다 20살 많은 자영업자에게 쪽지로 투자 조언을 해주고, 불법 대여계좌 업체 사장에게 빌린 돈으로 ‘인버스(지수가 하락하면 가격이 올라가는 ETF)’를 이어가죠.

재테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실감나게 묘사한 ‘인버스’, 그리고 ‘달까지 가자’는 모두 주식, 투자, 돈을 중심으로 청년 세대의 삶을 다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막연하게 “부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안정한 노동과 낮은 임금, 높아진 자산 가격 같은 현실 속에서 ‘노동소득’만으로는 삶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투자라는 선택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인물들입니다.

이들에게 투자는 단순한 욕망의 표현이 아니라, 현재의 경제 구조 속에서 가능한 선택지를 계산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들이 보여주는 투자는 오히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 시도하는 현실적인 전략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공감을 얻던 시기를 지나 2022년 이후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증시 조정이 이어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빠르게 식어 갔습니다. 급등했던 기술주가 크게 하락하고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경험하게 됩니다. 점점 투자에 대한 낙관적인 분위기 대신 회의와 피로감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하반기 이후: 투자 재입문을 독려하는 콘텐츠들의 유행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경제와 투자 관련 서적은 꾸준히 인기를 얻어왔습니다. 지난 5년간 서점가에서는 경제, 재테크 서적이 언제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해 왔는데요. 2025년 하반기 코스피 4000선 돌파 이후 다시 한번 판매가 증가했습니다. 현재 이광수 교수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경제 매거진 칼럼니스트 모건 하우절의 ‘돈의 방정식’, 경제 전문 크리에이터 백억남의 ‘자본주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 공부’ 같은 책들이 출판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고요.

동시에, 주식 입문자들을 위한 콘텐츠들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빠더너스의 ‘주식? 저축보다 쉽다’에서는 회사를 피자 한 판에, 피자 한 조각을 주식 한 주에 비유합니다. 피자가 잘 팔려서 가게가 잘 되면 피자의 가치가 올라가듯 회사가 성장하면 주식 가격도 올라간다는, 단순하지만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비유죠. 이 영상은 페이크 강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강사로 활약하는 빠더너스는 “쌤은 삼성전자 7만원 대에 들어갔었거든? 근데 한 5년 동안 마이너스였어. 드디어 플러스로 바뀌었다.” 라며 실제 투자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머니그라피의 ‘이제 막 돈 모으기 시작한 2030을 위한 현실 가이드’ 는 금융 뉴스레터 ‘어피티’의 대표와 재테크에 대해 막연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찰스엔터’를 게스트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콘텐츠입니다. 이 영상 역시 투자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찰스엔터에게 동생대하듯 하나하나 알려주는 거 너무 따수워요”, “찰스엔터님이 나대신 궁금한거 다 물어봐줘서 너무 좋음”이라는 반응에서도 이러한 취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동시에 5년 전 동학개미의 주식 붐 이후 잠시 주식 시장을 떠나 있던 사람들을 위한 투자 재입문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돈에 대한 서사는 의심과 회의, 그리고 일정한 냉각기를 거친 뒤 다시 한번 사람들을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단계로 이어집니다. 몇 해 전 슈카월드, 삼프로TV처럼 경제 유튜브의 대중화를 이끈 채널들이 급성장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은 한 차례 투자 시장을 경험했습니다. 코스피 4000선 돌파 이후 등장한 재입문 콘텐츠는 그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새로운 투자 세대 모두에게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또 한번의 투자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EBS 주식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의 인기

최근 방영된 EBS 주식 다큐멘터리에서는 먼저 개인 투자자가 수익보다 손실이 많은 이유를 ‘손실회피’, ‘처분효과’, ‘심리적 편향’ 같은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살피고, 우리나라의 젊은 투자 세대에게서 두드러지는 양상을 분석합니다. 이어서 2025년 미국 벤처 투자금의 60% 이상이 AI 분야로 유입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AI 투자 열풍을 살펴봅니다. 이를 17세기의 튤립 버블, 19세기의 철도 버블, 1990년대 후반의 닷컴 버블 등과 함께 짚어보며, 역사 속에서 혁신적인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투자 열풍이 발생해왔던 금융 시장의 패턴을 보여주죠. 잠깐, 튤립에도 버블이 있었다고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의 구근은 ‘내일이면 더 비싸질 것’이라는 믿음에 따라 집 한 채 값이 되기도 했다고 해요. 이렇게 실체가 모호한 대상에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감행하는 건 17세기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거죠.

이러한 투자 열풍과 금융 시장의 구조는 다큐멘터리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최고 시청률 14.6%를 달성하며 종영한 tvN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2026)은 금융 시스템의 권력을 상징하는 한민증권 회장 강필범(이덕화)의 금융 비리를 밝히기 위해, 증권 감독관 홍금보(박신혜)가 20살 고졸 여사원으로 위장취업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 중, 은행 창구 직원인 김미숙(강채영)이 딸과 함께 살 집의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민증권이 만든 새로운 금융상품 ‘뉴코리아 펀드’의 판매 실적 1위를 달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하지만 IMF 직후 펀드 수익률이 -80%로 급락하면서 가입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게 됩니다. 치킨집을 운영하던 홍금보의 아버지 또한 이 펀드의 피해자가 되고요. 

이처럼 이 드라마는 ‘뉴코리아 펀드’ 같은 버블 시기에 등장한 금융상품이 개인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과거의 금융 위기를 바탕으로 현재의 투자 열풍을 돌아보게 만들고, 그로부터 사람들에게 주식과 투자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죠. 1990년대의 여의도 금융가를 배경으로 한 ‘언더커버 미쓰홍’이 2026년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돈을 둘러싼 이야기는 언제나 반복되지만, 그 이야기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방식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투자 열풍과 냉각,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돈의 움직임을 이해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쌓이게 되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 '돈 콘텐츠'를 좋아하시나요?

이 아티클 얼마나 유익했나요?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