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 패션은 사라질 수 있을까? 모피 반대가 Z세대의 트렌드가 된 이유 🦨

모피 패션은 사라질 수 있을까? 모피 반대가 Z세대의 트렌드가 된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모피 패션은 사라질 수 있을까? 모피 반대가 Z세대의 트렌드가 된 이유 🦨

고슴이의비트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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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서 동물의 윤리적 사용, 환경 오염 문제는 최근 몇십 년간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입니다. 인간이 뭐든 만들면 환경에 해를 끼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어야 지구에 함께 사는 모두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모피 반대는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봅니다.


“우리 브랜드는 동물 퍼 사용 안 합니다!” 최근 패션계의 퍼 프리(fur free) 선언

이미지 출처: RICK OWENS

패션 브랜드 릭 오웬스는 얼마 전에 2025년 12월 15일부터 컬렉션과 제품 라인에서 모두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릭 오웬스가 모피 중심의 브랜드는 아니지만 의류와 신발, 가방 등 제품에서 계속 모피를 사용해 왔습니다. 이번 결정은 12월 10일부터 진행된 모피 무역 폐지 연합(CAFT)의 시위가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시위는 릭 오웬스를 타겟으로 진행되었고 런던에서 열리고 있는 "Rust Never Sleeps" 릭 오웬스 가구 전시장과 LA와 뉴욕 등 여러 매장에서 시위가 열렸습니다.

릭 오웬스뿐만 아니라 최근에 퍼 프리(fur free)를 선언한 곳들이 몇 곳 있습니다.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FDA)에서는 지난해 12월 3일, 2026년 뉴욕 패션위크부터 공식 행사와 SNS 채널, 웹사이트 등 활동에서 모피를 사용하지 않고 홍보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미국 선주민 공동체에서 전통적인 부품 사냥 관습을 통해 얻은 동물 털의 경우에는 예외입니다. 이번 선언은 동물 보호 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스(Humane World for Animals), 패션 정의 단체 콜렉티브(Collective Fashion Justice)와 수년간의 소통 끝에 나온 결과라고 합니다. 그리고 2023년에 이미 퍼 프리를 선언한 런던 패션위크에서부터 이어지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FDA)

보그와 글래머, GQ, 뉴요커 등의 잡지를 내놓고 있는 콘데 나스트도 2025년에 생계형 생산과 전통 관습의 부산물을 제외하고 편집 콘텐츠나 광고에서 동물 모피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엘르 같은 잡지사는 이미 2021년 모든 국제판에서 모피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콘데 나스트의 이번 결정도 CAFT가 진행한 9개월간의 광고 캠페인과 보그 편집장 집 앞에서의 시위, 잡지가 주최한 행사장에서의 시위 끝에 나온 결과입니다.

사실 이전부터 패션 브랜드의 퍼 프리 선언은 꾸준히 확대 추세입니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2001년 런칭할 때부터 가죽과 모피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선구자였고 2016년 아르마니는 모피의 대안이 충분히 많이 있다며 럭셔리 대기업 중 선제적으로 퍼 프리를 선언했습니다. 퍼 프리 선언은 아르마니 이후 계속 이어집니다. 

2017년에는 구찌, 2018년에는 버버리와 샤넬, 2019년에는 프라다와 미우미우를 포함한 프라다 그룹에서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를 합니다. 특히 샤넬은 모피뿐만 아니라 악어나 뱀, 도마뱀 등 희귀 가죽 사용도 중단했습니다. 2021년에는 구찌의 모기업인 케링이 그룹 차원의 퍼 프리 선언을 하면서 생로랑과 보테가 베네타, 알렉산더 맥퀸 등 산하 브랜드의 모피 사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했습니다. 이외에도 돌체 앤 가바나, 오스카 드 라 렌타 등 브랜드도 퍼 프리에 동참을 했죠.


모피 반대 운동의 역사: 동물 윤리, 환경 오염, 코로나19 

모피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형태의 의류 중 하나입니다. 직물을 짜는 방법이 나오기 전 동물의 가죽과 털은 추위를 막고 몸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었죠. 하지만 직물이 나오면서부터 이미 모피는 사회적 지위의 표식이 되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고위 귀족들이 표범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모피는 사치품과 권력, 야만과 전통의 상징 등 다양한 맥락 위에 있습니다. 부유층은 상징처럼 고급 모피를 입습니다. 또한 문명과 야만이 싸우는 영화에서 거친 모피 가죽은 그들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비문명의 상징으로 이용됩니다. 또한 극지방에서는 보온과 뛰어난 단열 기능, 내구성 덕분에 여전히 현지 주민들이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건 패션 산업에서의 대량의 모피 사용입니다. 사육장의 폐수 유출과 모피 제조 시 사용되는 독성 물질 등 환경 오염과 생물 다양성의 손실, 공장식 사육이 만들어내는 온실 가스, 일부 잔혹한 살해 방식 등은 사람들이 모피의 제조 환경과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

1980년대부터 모피 반대 운동이 시작되었고 1990년대 들어 본격화됩니다. 많은 유명인들과 나오미 캠벨이나 신디 크로포드 등 트렌드세터들이 동참했고, 모피는 구식이고 잔인하다는 인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모피 반대 운동가들의 자극적인 시위와 잔인함을 부각하는 전략도 한몫을 했습니다. 모피를 사용하는 패션쇼 캣워크에 뛰어들고, 레드 카펫 행사장에서 모피를 입은 유명인들에게 페인트를 뿌리고,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광고 캠페인, SNS와 이메일 캠페인 등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했습니다. 특히 많은 브랜드들이 논란을 피해야 하는 굉장한 압박을 받고 있는 SNS의 시대에 이러한 소란 유발은 반향을 일으키는 좋은 수단이 되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시국에는 환경과 위생 측면에서 모피 산업이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스페인, 미국 등지에서 대량으로 사육되고 있던 밍크가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게 확인되면서 수많은 밍크들이 살처분을 당했습니다. 대략 2천만 마리 정도의 가장 많은 모피용 밍크를 사육한다고 알려진 중국의 경우 모피 사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조차 알기 어려웠죠. 동물보호단체들은 비위생적이고 비윤리적인 집단 사육이 밍크의 코로나19 감염 사태를 불러왔다며 공장식 집단 사육장의 잔인함과 함께 밍크 농장이 인수공통질병 병원체 배양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후 몇몇 나라에서는 모피 사육을 금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모피 사용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컬러와 형태 등에서 실제 퍼보다 자유도가 높은 인조 퍼 같은 대체재가 많이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일부 모피 반대 단체에서는 이런 대체품의 사용이 모피 착용을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모피와 유사한 미적 감각에 대한 수요를 유지하도록 만들어 모피 사용을 오히려 부추긴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모피 패션은 영원히 사라질 수 있을까? 퍼 프리 트렌드의 한계

우리는 모피 반대 운동이 지금의 성과를 거두게 된 과정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퍼 프리의 확대는 그저 사람들의 윤리적 의식이 높아지고, ‘올바른 패션’에 대한 사회적인  염원이 늘어났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시대적인 흐름의 덕이 있습니다. 

럭셔리 제품의 구매자는 상류층과 부유층에서 밀레니얼, Z세대, 알파세대로 점점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인기 많은 하위 문화와 접점을 만들어 내면서 아웃도어, 스포츠 등 일상적이고 편안한 스트리트웨어가 트렌드를 장악해갔습니다. 이런 젊은 세대들에게 모피는 지나치게 비싸고, 부모님이나 입던 옷으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SNS에서 모피 사용 반대 운동을 꾸준히 접한 결과 모피 사용의 문제점 역시 잘 알고 있죠.

패션도 이들에 맞춰 푸퍼, 스니커즈, 플리스, 후드 등을 중심으로 고급 패션을 만들어갔고, 굳이 싫은 소리 들어가며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모피를 내놓을 이유가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먼저 퍼 프리를 선언하며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높은 친환경, 친동물 윤리를 어필해 브랜드의 현대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브랜드의 주력 소비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브랜드들의 입장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선제적으로 퍼 프리를 선언한 브랜드도 있지만 아쉬울 게 많은 브랜드들도 있습니다. 모피가 중심인 펜디는 퍼와 가죽이 주력 상품이기 때문에 여전히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대신 동물 복지 인증, 실험실에서 배양한 모피의 실험 같은 우회적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루이 비통과 로에베 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LVMH도 모피 사용 문제를 각 브랜드의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로에베는 퍼는 사용하지 않지만 시어링, 희귀 동물 가죽은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루이 비통은 일부 제품에서 여전히 모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신 윤리적이고 동물 복지 기준을 준수하는 사육장에서 공급을 받는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버버리는 캣워크에서 모피 사용을 중단했지만 제품은 계속 내놓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패션계의 모피 반대 움직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가품 소비에서 젊은 세대들의 비중이 줄어들면 브랜드들은 다시 모피 제품을 들고 이전의 주요 소비자들을 찾아갈 겁니다. 모피에 다시 트렌디한 이미지를 불어넣는 작업이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고급 브랜드들은 디자인과 광고 캠페인, 영화와 뮤직 비디오, SNS를 이용해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새로운 이미지를 불어넣을 충분한 능력이 있습니다. 패션 트렌드도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 2023년에 유행한 몹 와이프(갱스터 부인) 트렌드가 있었습니다. 틱톡을 중심으로 애니멀 프린트, 화려한 금 장신구, 가죽 바지, 완벽하게 손질한 헤어스타일 그리고 풍성한 모피 코트를 입은 마피아 아내 같은 차림이 인기를 끌었죠. 이 트렌드로 젊은 세대들은 모피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빈티지 매장에서 모피 판매가 한동안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모피 반대 운동은 무수하게 많은 패션 분야의 환경 운동 중에서도 여러 브랜드의 퍼 프리 선언을 이끌어 내는 등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물의 윤리적 사용, 환경 문제 이슈는 도마뱀과 타조 같은 레어한 가죽에서 일반적 가죽 사용의 반대, 울 반대, 오리털과 거위털 반대 등으로 확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물의 윤리적 사용과 환경 문제는 동물을 비윤리적 사용하는 것의 잔인함을 강조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 쉽고, 운동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비록 합성 대체 소재나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여러 의견이 복잡하게 엉켜 있기는 하지만요. 그렇지만 인간은 과연 오직 윤리적 이유만으로 소비를 제어할 수 있는 존재일까요? 이에 대한 답은 알 수 없지만, 인간의 양심과 윤리적 동기에만 기대어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동물들이 더 이상 불필요한 고통을 받지 않는 퍼 프리의 세상을 기대한다면 이 분야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비욘드 트렌드] 에디터의 관점을 담아 지금 우리의 심장을 뛰게하는 트렌드를 소개해요. 나와 가까운 트렌드부터 낯선 분야의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비욘드 트렌드에서 트렌드 너머의 세상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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